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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감증 사회

등록일 2022-10-13 18:05 게재일 2022-10-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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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정치에디터
홍석봉정치에디터

유례없는 난국이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불안하다. 북의 김정은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미사일을 쏘아댄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핵 도박을 하고 있다. 언제 우리 하늘에 불화살이 날아올지 모른다. 세계가 코로나19 충격파에 휘청대는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가계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작금의 엄중한 안보 및 경제상황은 자칫 온 국민을 혼란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국민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국내 정치는 정쟁의 수렁에 빠진 채 헤어나질 못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마저 비속어 발언으로 체면을 심하게 구겼다. 야당은 옳다구나 싶어 때리고 있다. 국격을 실추시켰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페이스북 글 때문에 역사관을 의심받으며 화살받이가 됐다. 해명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달 대신 손가락 끝만 바라보는 저질 발목잡기에 다름 아니다. 본질을 왜곡한 흠집내기다.

국정감사장은 호통과 고함만 난무한다. 서로 헐뜯기 바쁘다. 상대 실수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일이 본업이 됐다.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고, 법위에 군림한다. 서로 옳다고 우기고 자기편만 감싸고 돈다. 제 눈 속 들보에는 눈감고, 상대방의 티끌은 죽어라고 공격한다. 품격 있는 의연한 모습은 애당초 기대난이다. 국정을 질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본인들만 모른다. 국민들은 이를 혐오하면서도 정작 흐려진 물을 쏟으려 않는다.

우리 사회에 위기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국민은 너무 둔감하다.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주전자 속의 개구리’가 된다.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동안 계속된 남침 도발에 피로도가 누적된 때문인지 북의 위태위태한 도발에도 무감각하다.

경제 한파가 닥쳐도 ‘험난한 IMF 파고도 넘었는데’라며 무심하다. 속이 곪는데도 모른다. 나라잃은 설움을 당하고 전쟁으로 국토가 만신창이가 된 아픈 기억조차 잊은 것 같다. 방심했다가는 언제 당하는지도 모르고 당한다. 남북간 전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다시 IMF에 구걸하는 치욕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미국에 핵 공유를 요청했다고 한다. 핵을 머리에 이고 불안 속에서 살아갈 수만은 없다.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국가 안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무한 책임이 있다. 핵 공유가 안 되면 자체 보유라도 해야 한다. 경제난 타개를 위해 선제적이고 총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이 심은 곳에 오이가 나고 콩 심은 곳에 콩이 난다. 심은 대로 거둔다. 정치 싸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 곳곳의 경고음을 외면하다가는 언제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대통령부터 서민까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제 역할을 할 때만이 이 위기 국면을 탈 없이 넘길 수 있을 터이다.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어가는‘주전자 속의 개구리’신세는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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