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는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야 하는데내가 내 속으로 들어선 듯 점점(點點)마을이, 골목길이 , 어머니의 등이 보이지 않는다감출 수 없는 원시(遠視)의 세월을 돌아서 나오는데내 안에 숨어 있는 검은 개가 컹컹 짖는다기다리는 일이 그러한 것처럼몇 발쯤 물러서야 환히 보이는 기다림저 기다림어린 시절 한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머니를 보아온 시인에게는 기다림에 대한 아득하고 아픈 추억의 풍경들을 품고 살아왔다. 그것은 상처이기도 하고 그 상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남아 있어서 또 어떤 기다림으로 줄곧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인생이다. 우리에게는 기다림이라는 질긴 원형질이 얼개로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시인
2015-08-06
밤을 지샐 작정으로 한편의 시를 쓰기 시작했으나지우고 쓰기를 반복해도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가련한 이 정체불명의어둠이여 나는 왜 손끝 하나에서별을 뿜어내지 못하는가그리고 꽃이여마침내 쉼표 하나 찍고시 한 편 쓰기가 이렇듯 어렵고 수월치 않듯이, 그 시적 지향이 별이나 꽃으로 상징되는 것들이라면 더 말할 것 없이 쉼표 하나 찍고 마는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 시를 생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필자에게도 절실한 육성으로 들린다. 시를 생각하지 않는 많은 생활의 시간을 벗어나 시를 쓰려고 다잡고 앉으면 무디어진 감각과 언어의 빈곤 속에 허덕이곤 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다. 집중과 선택의 연속 속에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혼란이 아닐까. 그게 인생이 아닐까.시인
2015-08-05
소쿠리, 뱃속에된장 주머니를 달아놓고주뎅이 둘레로 참나무 잔가지 꺾어망 엮은 후불룩한 양 허리 뚫어닷 자 길이 새끼끈을 매달아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한식경쯤 기다려 건져올리면새까맣게 벌떼처럼 몰려온먹이에 눈먼 새우들아직도 새우 같은 사람들 많다유년기의 새우잡이 추억을 떠올리며 시인은 오늘의 사회현실 혹은 정치의식에 시적인식이 가 닿아있음을 본다. 지금 세상에는 아직도 새우 같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먹이에 팔려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팔아먹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의 사회인식이 날카롭고, 깊이 동의하고 싶은 작품이다.시인
2015-08-04
소리가 출근 준비를 한다소리는 소리를 불러 가방을 챙긴다소리가 소리에게 잠시 안녕, 한다소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시 얼굴을 찡그린다소리는 층단추를 누른다소리는 소리를 빌려 차 문을 딴다소리는 부웅, 하는 소리 귀에 잠시 귀를 댄다소리는 부드러운 소리에 안전벨트를 맨다소리가 천천히 소리를 죽인다소리는 소리를 톡, 끈다소리는 조용히 사무실로 향하는 층계를 밟는다이 시에서 소리는 시적 자아, 곧 시인 자신이다. 모든 움직임에는 크든 작든 소리를 동반하는 법이다. 그 소리 때문에 활기차기도 하고 그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 소리를 관장하고 소리를 생산하는 것 또한 자신이다. 이런 단조롭고 기계적인 관계들이 바로 우리 현대인들이라는 비아냥이 시 전체에 깔려있다.시인
2015-08-03
거미가 날마다 기워 놓은 그물에밤마다 밤마다누가 달아 놓았을까아름다운 이 아침에다닥다닥 이 많은 구슬을거미가 날마다기워 놓은 그물에 밤새워 밤새워누가 달아 놓았을까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에 가 닿는 시인의 언어가 곱고 아침 이슬방울처럼 싱그럽다. 평생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시를 써온 시인의 눈에는 하찮은 거미줄 하나를 보고도 누군가가 밤새 촘촘한 거물망을 기워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영롱한 구슬들을 수없이 달아놓았다고 노래하면서 깨끗한 아이들의 정서에 다가서고 있다.시인
2015-07-31
헬리콥터가 모래 감탕 휘날리며바그다드쪽으로 날아가고다 삭은 트럭 뒤칸세간 곁에 쪼그리고 앉은까치머리 크루드족 난민 소년이풀 한 포기 돋지 않는사막을 보고 있다그렁그렁 우물 담은 큰 눈연신 동쪽으로 고개 갸우뚱거리며정처도 없이 가고 있는종교 갈등이든 이념 대립이든 모든 전쟁은 잔혹하고 엄청난 아픔을 수반한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테러와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전쟁이든지 가장 상처를 입는 것은 여자와 아이들이다. 시인의 정처도 없이 트럭 뒷간에 실려가는 난민 소년의 쪼그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권리를 빼앗긴 채 생존의 길을 정처없이 떠나는 아이의 눈빛에 선하게 떠올라 가슴 아픈 아침이다.시인
2015-07-30
머리 속에서 말똥구리가 기어나왔다. 소똥구리였던가? 어쨌든 나는 외출 중이었으니까. 그 틈에 머리 속을 치운 모양이야. 똥으로 보였는지 전부 굴리고 나왔다돌아오는 길에 녀석을 얼핏 보았지만 난 잠자코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 멀끔했다. 무엇이 있었더라? 컴컴해질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시인의 상상력이 그의 인식의 세계를 재밌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생각과는 관계없는 것들도 가득찬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비워지고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대인들의 혼란하고 흔들리는 의식의 세계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비유를 통해서 표출되는 난해한 작품이다.시인
2015-07-29
내 사는 동안이 물줄기 거슬러산란을 마친 버들치그 투명한 속에 이를 수 있다면노을에 잦아지는상고(上古)의 저녁 연기를 보리별들이 뜨기를 기다려가고 오지 않는 것들의그 오롯한 슬픔 사이에 놓이리은적암 발치를 적시며 흘러내리는 깨끗한 물줄기 그 투명한 물속에 산란을 마친 버들치처럼 최선을 다해 깨끗한 물을 찾아올라와 산란을 하고 끝내 지워져버릴 자연 속의 미물을 보며 시인은 가만히 자신의 한 생을 관조하고 있다. 상고의 저녁 연기를 보겠다는 시인의 마음은 순수하고 무욕의 삶을 살다 가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리라. 노을지는 은적암 물가에 가 닿아 가만히 서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시인
2015-07-28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살아,기다리는 것이다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최승자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적 태도는 거의가 비극적이고 절망적 상황이나 인식에 가 닿아 있음을 본다. 이러한 절망과 비극적 태도는 자칫 미화되어 시를 깊이 읽는 독자들을 오도해갈 위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시의 마지막처럼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기다린다고 말한 시인의 의도는 절망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희망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희망적인 자세에로의 전환의지가 아닌가 느껴진다.시인
2015-07-27
나는 밤중에 잠을 설친다어둠은 일방적으로 두텁게가로막혀 있다다만 심장 뛰는 소리 붉다붉은 수탉이 온다 붉은 수탉은, 비탈의 아래쪽을 높이 걸으며 붉은 수탉은, 허물어진 담장 위에도 불쑥 온다 붉은 수탉은, 깃발 뿜어 올리듯 활 활 홰를 치면서 타오르는 불 같다 붉은 수탉은,모가지 길게 뽑아들고붉은 수탉, 붉은 수탉은 ….붉은 수탉은 무엇일까, 어둠을 걷어내면서 다가오는, 반드시 다가오고마는 새벽의 태양이리라. 깃발 뿜어 올리듯 힘차게 홰를 치면서 와 닿는 것이다. 아무리 혼탁하고 짙은 어둠이 점령하고 있더라도 새벽이 오고 태양은 떠오른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덮여있어서 앞길이 희망이 없고 절망의 짙은 어둠이 덮쳐오더라도 새벽은 오고 해가 떠오르듯이 희망은 있고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빛은 반드시, 다가오는 것이다. 시인
2015-07-24
5월이 되면 그냥 5월이어서 어떤 꽃들이 피더군요참, 무료하게 꽃들의 낯을 쓰다듬기도 합니다손톱 끝에 이런저런 향내가 묻어 떨어지질 않습니다우리 문디, 잘 있거라 마지막 말이 늘 가슴을 깹니다그곳에도 꽃들이 피는가요오월, 푸르른 신록과 함께 피어나는 짙붉은 장미꽃과 카네이션이 떠오른다. 진한 생명의 계절이 열리면서 우리에게 어린이, 어버이, 부부, 청년을 생각케 한다. 시인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낸 오월 속으로 가만히 걸어가면서 아버지를 불러보고 있다. 사랑과 정성으로 늘 나를 일깨워주시고 보호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던 아버지, 너무도 그립고 아쉬워 가슴 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이리라.시인
2015-07-23
어금니 앙다물고 있는 것들아조용히 눈감고 고개 흔들고 있는 것들아여린 가슴 잔뜩 안으로 감싸고 있는 것들아그렇게 웅크려 떨고 있는 것들아저희들끼리 모여 저희들 이름 부르고 있는 것들아단단함으로 단단함 불러 제 단단함 다지고 있는 것들아우기적거리며 아랫배에 힘 모으고 있는 것들아그래도 속으로는 온통 세상 뒤흔들고 있는 것들아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것들아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아아흐, 이 바윗덩어리들아무정물이기도 하고 생명감이 느껴지지 않는 바위덩어리에서 생명의 기운을 읽어내는 시인의 역동적인 호흡을 만날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만히 놓여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속으로 온통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고 단단함으로 단단함을 불러 더 단단해지는 힘 있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강한 생명의식과 힘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생명의 근원을 탐색하는 시안이 놀랍다.시인
2015-07-22
세상엔 날개를 포기하려는 것과날개를 꿈꾸는 것이 있다두 개의 갈등 사이로 오가다사지가 찢어지기도 한다제 영혼이 무거운 것들은날기보다는차라리 잽싸게 달아나는다리를 원한다날개를 포기한겨드랑이 털을 쓰다듬을 때마다생이 가렵다, 아프다더 이상 꿈꿀 수 없는저 푸른 하늘이여하늘을 날기를 포기하고 날기를 그쳐버린 현대인들의 아픈 인식이 이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영혼이 가벼운 상태로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어했던 시인들은 사라지고 없다, 영혼이 무거운 것들에 속해버린 존재가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절망감으로 생이 가렵고 아프다는 고백을 하는 시인을 본다. 그리고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저 푸른 하늘의 자유를 아쉬워하고 있다.시인
2015-07-21
뻑뻑한 청바지 지퍼에 양초를 칠했더니이제는 앉았다 일어서기만 해도저절로 열리 때가 있다잘 길들여졌다지퍼가 나에게 내가 지퍼에게잘 길들여진 삶이란말 잘 듣는 관계란 언제나잘 열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것부드럽게 열리는 시간이 나를 지배한 적도 있지만익숙하게 열리고 닫히는 지퍼처럼누군가에게 가깝게 다가가 내 마음을 열어준 적이 있지만그래도 닫히기 위해 지퍼는 존재한다는 것을톱니와 톱니의 맞물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내 마음이 닫히기까지는일상 속의 지퍼를 모티브로 삼은 재밌고, 곱씹어 봄직한 의미를 내재한 작품이다. 청바지의 지퍼가 길이 잘 들어 나중에는 저절로 열리는 일도 있듯이 사람 관계도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나를 지배하고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반드시 우위의 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힘으로 톱니와 톱니가 맞물려 있고 당겨줄 때 가치 있는 지퍼가 되듯이 우리네 인간관계도 그러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시인
2015-07-20
끝이었나, 그것이 꿈이었으리저 푸른 바다 속 고기 한 마리등이 푸르른 고기들 틈에목이 마르던 고기 한 마리바다에 살면서도목은 타올라한 그루 나무가되어버린 고기!참이었나, 그것이 참이었으리저 깊은 산골짜기 나무 한 그루좁은 잎 넓은 잎 나무들 틈에키 크고 키 작은 나무들 틈에불타는 노을이되어버린 나무홀로 수평선이 되어버린 나무!시인은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강렬한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푸른 바다 속의 고기 한 마리가 종내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그 나무는 끝내 불타는 노을이 되었다가 홀로 수평선이 되어버린 나무에 이르기 까지 시인의 상상력은 뻗어나가고 있다, 이것은 시인 자신이 생명과 빛과 고독을 품은 존재로 화하려는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시인
2015-07-17
이 땅을 만드는 가운데서 이 나라를 만들고모든 사랑을 품으면서도 큰 산을 품고술에 취해도 이 세상으로 있어서아무개가 아무렇게나 와서 놀다가 아무데나 가버려도골짜기 하나 내어 길을 놓아주면서기슭에 밟힌 풀꽃들 살려내고 그 품성을남몰래 뫼굽이에 묻어두고 넉넉하고술이 깨면 하늘 우러러 삼남에서 관북까지산줄기 꿈틀대며 봉우리 우뚝우뚝 솟아올리는사람들 그러나 서로 다른 서러움 한굽이씩 서로 부딪치면홱 굽이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땅 어느 산자락 강가에 이렇게 착하고 선한, 지혜롭고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없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기슭에 밟힌 풀꽃을 살려내는 사랑과 정성, 남의 힘겨움과 아픔을 헤아려 함께하는 너그럽고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어딘들 없겠는가. 삼남에서 관북까지 산줄기 꿈틀대며 봉우리 우뚝우뚝 솟아올리는 정신, 불의에 항거하고 끝끝내 굽히지 않는 오롯한 정신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없겠는가.시인
2015-07-16
어둠 마음처럼 밤새가 울고 지분지분 송화가 졌다자작 삼았던 낮술 한잔이 홧술로 변해 취하고 말았는데비틀림으로 동구 밖 서성였다가 혼자 오는 발길저 아래, 우리 사는 마을의 저녁 풍경은몇 안 남은 집집의 불빛들이 눈가에 쓰라리고빈집의 흉흉함들을 속깊게 구별지어 주었단다(…)서늘하게 술기 걷히며 어느 사이 컥컥 목이 마르면삐걱이는 대문을 걸어두는 내 마음의 그리움 위로도천근 무거운 빗장이 걸리는 소리 들려왔다이 땅 어느 시골이든지 이러한 빈집이 있는 씁쓸한 풍경은 있다. 귀농이라는 역류현상이 더러 있긴해도 그래도 아직은 도회지로 가버린 주인을 기다리며 쓸쓸히 낡아가는 빈집이 많다. 밤이 오면 떠나간 옛주인네가 돌아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눌 것 같은 상상도 해보지만 여전히 어둡고 칙칙한 빈집이 있는 풍경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밤새가 애섧게 울어대는 밤이면 천근 무거운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시인은 듣는 것이다.시인
2015-07-15
눈 감고도너를 찾고 싶어하늘 한가운데로손거울 비춰본다멀리 있기에돋움발 다시 세워도너의 얼굴 지워지고그림자마저 더욱 어두워져해 저문 강물에끓는 마음 띄우는데실안개 속살 벗기는꽃바람을 다시 그린다인간의 원형질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인자가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해 저문 강변에 서면 그 그리움은 극에 달하는 것이다. 하늘 한가운데로 손거울을 비추면서 돋움발을 세우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을 깊게 하는 시인의 가슴은 아득히 떠가는 강물 위에 서러움의 노을빛으로 떠 흘러가고 있는 것이리라.시인
2015-07-14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내가 떠났던 잊지 못할 지구안개 속에서너희들의 창이 열린다어제 같은 오늘을 향해오늘 같은 내일을 향해지구의 새벽이 차례로 잠을 턴다우주에서 바라볼 때 지구는 아주 예쁜 초록빛의 별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구를 초록별이라고도 한다. 안개 속에서 삶을 위한 하루의 창과 문이 열리는 시간들을 아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 정신으로 쓴 짧은 작품이다. 무언가 안개같이 불확실하고 분명하지 않는 것이 놓여있는 삶이지만 비전을 가지고 잠을 터는 인간들의 역동적인 몸과 마음을 읽을 수 있다.시인
2015-07-13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나무와 나무 사이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숲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통상의 인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가지들이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고 엎치락뒤치락 섞여 있을 거라는 일반적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숲에 들어서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져 있는 나무들의 간격이 그들 생존의 간격이고 사랑의 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숲은 제 안에 품은 간격을 한껏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시인
201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