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윤 천
자작 삼았던 낮술 한잔이 홧술로 변해 취하고 말았는데
비틀림으로 동구 밖 서성였다가 혼자 오는 발길
저 아래, 우리 사는 마을의 저녁 풍경은
몇 안 남은 집집의 불빛들이 눈가에 쓰라리고
빈집의 흉흉함들을 속깊게 구별지어 주었단다
(…)
서늘하게 술기 걷히며 어느 사이 컥컥 목이 마르면
삐걱이는 대문을 걸어두는 내 마음의 그리움 위로도
천근 무거운 빗장이 걸리는 소리 들려왔다
이 땅 어느 시골이든지 이러한 빈집이 있는 씁쓸한 풍경은 있다. 귀농이라는 역류현상이 더러 있긴해도 그래도 아직은 도회지로 가버린 주인을 기다리며 쓸쓸히 낡아가는 빈집이 많다. 밤이 오면 떠나간 옛주인네가 돌아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눌 것 같은 상상도 해보지만 여전히 어둡고 칙칙한 빈집이 있는 풍경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밤새가 애섧게 울어대는 밤이면 천근 무거운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시인은 듣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