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내가 내 속으로 들어선 듯 점점(點點)
마을이, 골목길이 , 어머니의 등이 보이지 않는다
감출 수 없는 원시(遠視)의 세월을 돌아서 나오는데
내 안에 숨어 있는 검은 개가 컹컹 짖는다
기다리는 일이 그러한 것처럼
몇 발쯤 물러서야 환히 보이는 기다림
저 기다림
어린 시절 한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머니를 보아온 시인에게는 기다림에 대한 아득하고 아픈 추억의 풍경들을 품고 살아왔다. 그것은 상처이기도 하고 그 상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남아 있어서 또 어떤 기다림으로 줄곧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인생이다. 우리에게는 기다림이라는 질긴 원형질이 얼개로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