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 태
소리는 소리를 불러 가방을 챙긴다
소리가 소리에게 잠시 안녕, 한다
소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시 얼굴을 찡그린다
소리는 층단추를 누른다
소리는 소리를 빌려 차 문을 딴다
소리는 부웅, 하는 소리 귀에 잠시 귀를 댄다
소리는 부드러운 소리에 안전벨트를 맨다
소리가 천천히 소리를 죽인다
소리는 소리를 톡, 끈다
소리는 조용히 사무실로 향하는 층계를 밟는다
이 시에서 소리는 시적 자아, 곧 시인 자신이다. 모든 움직임에는 크든 작든 소리를 동반하는 법이다. 그 소리 때문에 활기차기도 하고 그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 소리를 관장하고 소리를 생산하는 것 또한 자신이다. 이런 단조롭고 기계적인 관계들이 바로 우리 현대인들이라는 비아냥이 시 전체에 깔려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