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서둘러 왔다는 듯 바위틈에서 물줄기는한번 몸을 뒤튼다 산고(産苦)를 겪는 사람처럼 물줄기는한번 크게 아파하고 싶은 거다꽃은 꽃을 피워내어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듯온갖 자태로 진초록 하얀 꽃을 패워내는 물줄기의 모습은그 아름다움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아버리고 싶은 거다그리하여 뒤틀리며 소용돌이치며저렇게 된통 앓아버리는 거다먼바다에 닿기 전 한번쯤은 자신의 삶에 대해깊게 고뇌하고 싶은 거다여울물 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자연이나 사람이나 극한의 순간에서는 최선을 다해 자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쓴 물줄기들이 개화의 순간 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는다는 표현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사람도 산고의 힘겨운 순간에 몸을 뒤틀고 마침내 새 생명을 낳는 것이다. 시인은 바위틈을 지나고 소용돌이 치는 여울물 흐르는 소리에서 그것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깊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시인
2015-11-06
정작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이대도록 까맣게 모르고 살았습니다하늘 어드메쯤에서 길 떠나지상의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내 가슴이 텅 빈 이후에야 알았습니다비에도 길이 있어 그 길을 따라바다에 가 닿으면파도소리가 나고키 큰 나무에 내리면푸른 나뭇잎소리가 나고시골 학교 운동장에 가 닿으면맑은 노래 환한 웃음소리가 난다는 걸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날인사도 없이 돌아선 그 날내 가슴으로 내리는 비에서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야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떨어지는 비가 어디에 닿느냐에 따라 소리가 나고 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허망하고 외로운 가슴에 내리는 비는 소리가 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비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경쾌한 음악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맑은 노래 환한 웃음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날 혹은 텅 빈 가슴으로 허망한 시간들이 이어지는 때에는 가만히, 소리없이 비가 내리는 것이다. 마음의 무늬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시인
2015-11-05
그러나 나는 원자탄에 맞은 사람태백줄기 고을 고을마다강남제비 돌아와 흙 물어 나르면솟아오는 슬픔이란 묘지에 가 있는누나의 생각일까… ?산이랑 들이랑 강이랑 이뤄그 푸담한 젖을 키우는울렁이는 내 산천인데머지 않아 나는 아주죽히우러 가야만 할 사람이라는것이라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시를 써온 시인의 현실인식이 치열한 시다. 외세와 식민지적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기가 시 전편에 깔려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핵과 전쟁, 테러로부터 소중한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받아야 함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어 깊이 동의하고 싶은 작품이다. 시인
2015-11-04
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저 건너 강기슭에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은 아버지는 그때쯤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이 소 받아라인생이란 부모로부터 목숨을 받아 태어나 살면서 끝내 그 부모님의 끈을 이어받고 다시 자식에게 그 끈을 물려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시인의 의식이 자연스레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다. 섬진강 강가에서 태어나 거기서 아이들을 가치는 선생이 되어 평생 고향을 지킨 시인의 가족사적 순응과 계승의 아름답고 정겨운 끈을 본다. 시인
2015-11-03
미안하다방이 더럽고 누추해서줄 것이 별로 없어서힘들여 열어논 서랍엔너의 슬픔을 잠재울 것 대신세상의 아픔을 기록한요오드징크빛 서한과결린 데 바르는 물파스뿐이어서훔쳐갈 무엇이 있는 것처럼도금을 한 채 살아서이 시대의 시인이면서네가 훔쳐갈 좋은 시 하나 갖지 못한 채부자로 살아서 미안하다전문의로 일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 감동적이다.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재화를 모을 수 있는 처지에 있지만 청빈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양이 정겹게 다가온다. 또한 시대 정신을 꿰뚫고 치열하게 시를 쓰지 못하는 자신의 문학적 자세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 더욱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한다.시인
2015-11-02
깃발을 흔들던 미친 바람은 어디로 갔는가?돌멩이를 쪼개던 햇빛의 망치는 또 어디로 갔는가?차가운 강물에 손을 담그고 이제발톱이 자라면 발톱을 깎고눈썹이 자라면 눈썹을 깎고설움이 자라면 설움을 깎고담담하게 현실에 대응하겠다는 차분하고 건강한 시인의식을 본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그 어떤 절망의 장벽과 힘겨운 상황일지라도 유연하고 담담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겠다는 강단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 때 치열하게 현실에 맞섰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시인
2015-10-30
국화축제가 한창인 광장 한 켠국화빵 가게가 홀로 피어 있다사람들은 노랗고 빨간 꽃의 난무 속을 걸어국경처럼 남루한 가게에 도착한다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의 어느 나라처럼1톤 트럭 짐칸은 붐비는 천막밀가루 반죽을 채워 넣고 그 위에꽃술 같은 팥 앙금을 살짝 포개면화분마다 둥근 압화들이 피어난다우리는 모두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초조한 시간 여행자출입증 같은 빵 하나씩 받아들고사람들은 조금씩 겨울이 되는 걸까호호, 뜨거운 김을 삼키며더러는 서로의 표정을 곁눈질하며천둥과 비바람과 뙤약볕으로 속이 꼭 찬빵 속으로 계절의 난민 몇 걸어가고 있다맞다, 우리 모두는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의 여행자인지 모른다. 국화꽃 피어 향기롭고 환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 쓸쓸하게 저무는 시간을 품고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골목의 국화빵 가게에서 뜨겁게 눌린 국화꽃, 압화 한 봉지씩 들고 말이다. 그래도 국화빵이 전해주는 따스함과 구수한 내음에 행복해하며 우리는 겨울에 들고 있는 것이리라. 쓸쓸하고 차가워지는 늦가을이지만 정겹고 따스한 그림 한 장을 본다.시인
2015-10-29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가난하고 외로웠던 유년시절을 돌아보며 뜨겁게 눈시울을 적시는 시인을 본다. 가난과 병마에 찌들고 힘들었던 유년의 시간이 이 땅 어딘들 누구엔들 없었으랴. 시장에 열무 팔러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몰려오는 두려움과 배고픔과 그리움에 젖었던 어린 시절이 아프게 새겨져 있는 것은 비단 기형 도시인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유년의 윗목엔 지금도 눈시울 뜨겁게 만드는 상처의 시간들이 있는 것이다. 시인
2015-10-28
행여 지나가다 돌탑을 보거든돌 하나 얹어 주오억겁을 쌓아온업보를 품기 위한풀잎 같은 발원이니행여지나가더라도 돌아와서돌 하나 얹어 주오내생에 나아갈긴 연등 행렬에새순 같은 축원이니행여지나가서 못 돌아와도돌 하나 얹어 주오꿈꾸는 성불을오솔길 돌아오듯기다리는 마음이니인생이란 끝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리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기원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길고 긴 연등 행렬 같은 인생길에 새순같은 바람을 품고 살아가는 시인의 바람을 본다. 그것이 성불을 위한 것이던 한 생을 걸고 추구하고 갈구하는 그 어떤 목표이던 그것의 성취를 위해 끝없는 기다림과 기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겸허하면서도 질긴 정신을 본다. 시인
2015-10-27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언덕에 서서내가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밤새언덕에 서서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그 까닭만은 아니다언덕에 서서내가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그 까닭만은 아니다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다고 고백한 `소풍`으로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한 시인 천상병의 생을 관조하는 시다. 천진무구함으로 우리가 가야할 생의 길을 일러준 시인의 눈에 비치는 강물은 무엇일까. 강물을 바라보며 온종일 울기도 하고 해바라기처럼 서서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기도 한 강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은 사념에 빠져들게 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시인
2015-10-26
어떤 것은 벗기면 초라해지고저 잘났다고 설치는데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간장을 쏟아붓고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두부를 제재로 쓴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어우러져 하나됨`에 시인정신이 집중되어 있음을 본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두부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살다보면 각자의 개성이 돋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더 소중한 것은 어우러져 하나됨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두부를 통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10-23
올 가을엔예쁜 독사진 하나가지고 싶다빛바랜 미소 하나힘없이 나부끼는그곳에빨갛게 단풍 들어도떠나지 않을잎새 하나새로이 매달고 싶다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시인은 결핍과 생성에 대한 시안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간절히 기원하고 소망하는 그 무엇이 있다. 예쁜 독사진이나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떠나지 않는 잎새 하나를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가을의 황량함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시인의 가슴에 담고 싶은 그 무엇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 규정하기 힘든 그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시인
2015-10-22
능지처참으로 사지 끊긴그것으로도 모자라부은 양 어깨와 등짝 속 깊이깊이새빨간 잉걸불 몇 덩이를 뜸장들로박고 견디는제 발원에 뜸 뜨고 섰는강진만 길 저문 해안도로 옆전신에 땀 비 오듯 흘리고 섰는주변에 살 타는 매운내 진동하는늙은 동백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박모(薄暮)의 이십세기어느덧 그렇게 쉰 나이 지난나를 만났다20세기의 끝자락에 남도를 기행하며 만난 늙은 동백나무에서 시인은 자신을 본다. 능지처참으로 사지가 끊기고 어깨와 등짝 속 깊이 새빨깐 잉걸불을 박고 선 늙은 동백나무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보고 있다. 상처와 시간의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견디며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살아온 시인의 쉰 해 동안의 삶을 성찰하는 시인의 눈이 깊이 젖어있다. 시인
2015-10-21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쪼잔하고 술수에 등하고 권력에 업혀 권세를 누리며, 돈 좀 가지고 있다고 목에 힘주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자들이 세상에는 많다. 이런 세상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의롭고 고결함으로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립다라는 시인의 현실인식이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하는 시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올곧은 시정신으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를 써온 시인이야말로 그가 간절히 기다리고 기리는 바로 그 사람이 아닐까. 시인
2015-10-20
송홧가루 노랗게버무려진산 꿩 소리한 입 베어 물고새벽 산 오르다입 안 가득메아리치던그 이름 삼키리꾸역 꾸역씹어보지만첫 산모룽이돌기도 전에참았던 너를꺼이꺼이뱉고 만다지금은 조금 떨어진 곳의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주형 선생님의 시다. 몇 해 전 지역의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겪은 일을 시로 표현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등굣길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사랑하는 제자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쾌유를 위해 시인의 헌신적이고 치열한 애씀을 곁에서 보아온 필자로서는 이 시 몇 줄이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시 전편에 스민 제자 사랑의 마음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사진
2015-10-19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사랑하지 못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미움을 받는 이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미워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우리는 누구나 다 삭이기 힘든아픔 하나남몰래 가슴에 묻고 그렇게 사나 봅니다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하길 원한다면우리는 누구라도별처럼 아름다운 잣대 하나씩갖고 있어야 할까 봅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아픔은땅의 척도로만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요인생의 원형질에는 아픔이 깊게 스며 있다는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다. 그 어떤 사람도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으리라. 우리 모두는 삭이기 힘든 아픔 하나씩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땅의 척도로는 도저히 그 아픔을 잴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별처럼 아름다운 잣대 하나씩 갖고 살아가기를 시인은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10-16
멀리서 보면 고요한데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흐른다돌에 이마를 부딪치며오만 잡쓰레기들이 얼크러져서로 기대고 또 감싸 안고피 튀기며 거칠게 비켜서서숨 돌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깊은 설움은 더 깊이 다스리고치받는 신명은 소용돌이쳐 푼다간발의 틈도 없이사정없이 부닥쳐박살이 나면 다시 몸 추슬러 더욱 세차게몰아친다삶의 이 진저리나는 격렬함그러나 다시 멀리서 보면한강은 백치같이 무심한 얼굴로또한번 우리를 갈긴다서울의 온갖 구정물과 더러움을 안고 유유히 한강은 흐른다. 시인은 한강을 얘기하면서 피튀기며 거칠게 살아가는 힘겨운 삶을 말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깊은 설움에 들기도 하고 비켜서서 숨 돌릴 곳 조차 없는 문명의 극한인 서울에서의 생이 얼마나 격렬하고 힘겨운지를 암시하고 있다. 이 모든 상처와 아픔을 듬듬하게 품어주면서 한강은 무심히도 흐르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10-15
반가사유상그 기원이궁금해질 때바람이 마음 언저리를 맴돌다꽃들 속으로 사라진다반가사유상을 보면왕좌를 버리고 진리를 찾아 떠난싯다르타처럼나 또한 무언가 버려야 할 것 같은고약한 생각에 내가 갇힌다막상 버릴 수 있는 것들 없어당황스 런 순간인생, 왜 이 단어가 떠오르는지난감 하다어쩌면 태초에 큰 것들인생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않는지도 모를 일어쩌면 내 삶작은 것들 하나 그리고 또 하나그 먼지 같은 것들삶을 관조하는 시안이 깊다. 영원의 사색이 빠져있는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살아온 자신의 한 생을 돌아보고, 가야한 먼 길을 바라보고 있다. 인생. 거창한 의미와 가치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작고 미미한 것 혹은 볼품 없는 것들에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만히 가지고 있다. 시인
2015-10-14
뒷울타리의 산수유꽃흙담장 아래 코딱지꽃부황든 들판의 보리꽃수채구멍의 지렁이꽃누이 얼굴의 버짐꽃빚 독촉 아버지의 시름꽃피는 봄밤에 몰래 집 나왔었는데이젠 다시 살구꽃 피는고향 그리워평화롭기 짝이 없는 농촌 풍경 한 장을 본다. 갖가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가난한 농촌 현실이 슬며시 비쳐 있어서 더 정겨운 작품이다. 이러한 고향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무한한 생명의 젖줄이 흐르고 사람다움의 향기가 오롯이 간직돼 있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한 아침이다. 시인
2015-10-13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갈대는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울고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외로워서, 건너온 시간들이 힘겹고 아파서, 누구에게도 건너갈 수 없는 고독감에 갈대는 서걱서걱 울고 있으리라. 우리도 자주 운다. 서럽고 외로워서다.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기도 힘에 부치기도 하여,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존재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빠져 울고 또 울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갈대처럼 조용히 우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사진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