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희
저 잘났다고 설치는데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
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
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
간장을 쏟아붓고
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
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
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
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
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
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
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
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
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
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두부를 제재로 쓴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어우러져 하나됨`에 시인정신이 집중되어 있음을 본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두부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살다보면 각자의 개성이 돋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더 소중한 것은 어우러져 하나됨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두부를 통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