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영 칠
지나가다 돌탑을 보거든
돌 하나 얹어 주오
억겁을 쌓아온
업보를 품기 위한
풀잎 같은 발원이니
행여
지나가더라도 돌아와서
돌 하나 얹어 주오
내생에 나아갈
긴 연등 행렬에
새순 같은 축원이니
행여
지나가서 못 돌아와도
돌 하나 얹어 주오
꿈꾸는 성불을
오솔길 돌아오듯
기다리는 마음이니
인생이란 끝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리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기원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길고 긴 연등 행렬 같은 인생길에 새순같은 바람을 품고 살아가는 시인의 바람을 본다. 그것이 성불을 위한 것이던 한 생을 걸고 추구하고 갈구하는 그 어떤 목표이던 그것의 성취를 위해 끝없는 기다림과 기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겸허하면서도 질긴 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