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신 선
그것으로도 모자라
부은 양 어깨와 등짝 속 깊이깊이
새빨간 잉걸불 몇 덩이를 뜸장들로
박고 견디는
제 발원에 뜸 뜨고 섰는
강진만 길 저문 해안도로 옆
전신에 땀 비 오듯 흘리고 섰는
주변에 살 타는 매운내 진동하는
늙은 동백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박모(薄暮)의 이십세기
어느덧 그렇게 쉰 나이 지난
나를 만났다
20세기의 끝자락에 남도를 기행하며 만난 늙은 동백나무에서 시인은 자신을 본다. 능지처참으로 사지가 끊기고 어깨와 등짝 속 깊이 새빨깐 잉걸불을 박고 선 늙은 동백나무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보고 있다. 상처와 시간의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견디며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살아온 시인의 쉰 해 동안의 삶을 성찰하는 시인의 눈이 깊이 젖어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