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생각해 보셔요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지요앞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밤길에 늑대 그림자에 쫒기듯이자식놈들 손잡고 허겁지겁 달려온 길이었지요어느 날이던가, 어머니사람 살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러셨지요사람 숨쉬는 값 무섭다 그러셨지요`연등`이라는 시의 일부다. `어머니의 회갑에 부쳐`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어머니의 회갑을 맞아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으신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에 바치는 헌시다 . 이 땅 어머니 누군들 이런 희생과 시련 많은 삶이 없었을까마는 눈물겨운 어머니의 한 생에 바치는 이 시에는 어머니의 특별한 헌신의 생이 비쳐져 있다. 참교육을 위한 교사운동으로 해직되는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힘이 되어준 어머니의 거룩한 모성이 스며있기 때문이리라.시인
2015-10-09
그리움에 미친년꽃댕기 은비녀초록저고리 다홍치마옥양목 꼬장주 훌훌 벗어던지고은장도 하나 오로지 속살 깊이 품고풀어헤친 머리칼 쥐어뜯으면타는 속 부글부글 거품 물고그리움 찾아간다그리움에 미친년가도가도 끝없는 칠백리물새도 울지 않는 그믐밤초롱불도 없이울부짖으며 울부짖으며그리움에 미친년달빛도 없는 깜깜한 그믐밤 강가에 선 여자를 본다. 아니 그의 속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흐름을 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갈증이 깊어져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본다. 가도 가도 끝없이 흘러가버리는 칠백리 낙동강의 흐름은 유유한데 가 닿지도, 와서 이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야속하기도 하련만 그녀는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는다. 그 그리움은 끝내 울부짖음이 되어 토로되는 여인의 미칠 것 같은 마음의 끝을 본다.시인
2015-10-08
개미는 허리를 졸라맨다개미는 몸통도 졸라맨다개미는 심지어 모가지도 졸라맨다나는 네가 네 몸뚱이보다 세 배나 큰 먹이를끌고 나르는 것을 여름언덕에서 본 적이 있다그러나 나는 네가 네 식구들과 한가롭게 둘러앉아저녁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것을 본 적 없다너의 어두컴컴한 굴속에는 누가 사나햇볕도 안 쫴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가 사나부지런함의 대명사로 개미를 든다. 맹목적이라 할 만큼 개미는 부지런히 뭔가를 나르기도 하고 열심히 제 길을 간다. 개미구멍에는 그들이 구축한 생의 성과들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새끼를 키우고 번식하며 그들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으리라. 시인의 눈과 마음은 개미 얘기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에 가 있다. 여왕개미는 부를 축적한 악덕 자본가를 이르는 말인데 그들에 대한 시인의 분노가 읽혀지는 대목은 시인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엿볼 수 있다. 시인
2015-10-07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 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화려한 색채로 그린 채색화가 아니고 묽은 먹으로 쓰윽 쓰윽 그린 풍경 한 장을 본다. 이 시의 제목처럼 이 것은 실제 그림이 아닐지 모른다. 그림의 내용이 화려한 색칠이거나 거창한 구도를 가진 그림이 아니다. 그저 편안하고 따스한 일상의 한 풍경이다. 묵묵히 하루를 함께 견디며 서서 먼 산을 같이 바라보고 고독한 하루의 시간을 함께한 소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 묵향이 진하게 번져오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시인
2015-10-06
물은 냄새가 없다물은 색깔도 없다얼음장 밑깊은 어둠 속에서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물은 흐른다낮은 곳으로생명이 있는 곳으로흐르는 것이 순리라는 듯이물은 흐른다막힌 길은 트며주저하지 않고섞여드는 더러움은스스로의 힘으로깨끗하게 만든다물은 흐른다생명이 있는 곳으로생명이 있어야 할 곳으로물은 생명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생명을 구축하고 죽음에서 생명을 회복시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물은 모든 길로 흐른다. 아니 전방향으로 어떤 여건 속에서도 흐른다. 생명의 촉수로 번져가는 것이다. 주저하지 않으며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정력을 가지고 오직 생명을 향해 생명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사진
2015-10-05
꽃은 피었다말없이 지는데솔바람은 불었다가간간이 끊어지는데맨발로 살며시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와불님의 팔을 베고겨드랑이에 누워푸른 하늘을 바라본다엄마 …시인이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배우기 전에 그의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도 엄마 앞에서 엄마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가만히 운주사 누운 부처님 곁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불러 보았다. 그의 눈에 가슴 속에 어머니의 인자하고 사랑스러운 얼굴과 “그래 우리 아가야”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인은 죽어 그리도 그리던 엄마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시인
2015-10-02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가 지고 걸어온 길 끝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지게자국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우리네 아버지들에게는 평생 품고가는 운명의 자국들이 있다. 어떤 이는 손바닥에 돌처럼 박인 굳은 살이고 어떤 아버지에게는 시인의 아버지 등에 찍혀있는 지게자국이 바로 그 숙명의 자국이다.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온갖 힘겨움과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어둠 속에서 혼자 울어야 했던 아버지로서의 자존의 시간들 혹은 상처들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나로 설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다. 아버지 평생의 삶은 거룩한 희생이 아닐 수 없고 그 숙명의 자국들은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5-10-01
첫날 장미를 택했다장미의 살점을 똑 똑, 뜯어냈다하나, 둘, 셋, 넷….떨어져나온 살점이 끔찍하게 예뻤다잘못 두 장을 겹쳐서 뜯어낼 땐가늘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중략)나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다넓은 정원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는 그 정원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정원에 피어난 장미를 뜯어내며 정원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면, 비밀스런 것들에 눈과 귀,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실상만이 전부는 아닌 법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외양 외에 더 깊고 아름다운 모습을 내밀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시인
2015-09-25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눈이 없네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이다 돌아선다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두고 왔네시인의 절박한 심정을 읽는다. 살아가면서 듣고 보고 겪는 수많은 현상과 일들 속에 진작 그 주체가 되는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자신을 본다. 어쩌면 우리도 한 생을 방관자이거나 역외자가 돼서 대충대충 살아왔는지 모른다. 실존적 깨달음에 가 닿지 못한 채 마치 내 자신이 중심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없고 내가 있는 그런 삶 말이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보고싶은 아침이다.시인
2015-09-24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그가 던진 말 몇 개가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탁…. 굴러와 박혔으니가을숲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고, 그 소리는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하다는 시인은 환하게 귀를 열고 있다. 아니 마음의 귀를 기울이고 있으리라. 가을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성숙에 이르른 소리다. 겨울, 봄, 여름으로 이어져온 숲의 생태는 시리고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견디고 이기고 이뤄어낸 성취의 시간들이 열매 맺어진 시간이리라. 시인은 이런 가을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시인
2015-09-23
화랭이가 안내한 바닷길 구만리살은 볏짚으로 덮고뼈는 갈매기 둥지에 품고 살아가리남도 바람에 세간일 듣고관고개 넘나드는 까마귀 등에서날 보내다가낡은 어선으로 어망질하여한 삼년 살다보면조금은 서운해도품은 뼈에선 극락조가 날으리라팔목의 한은 염기로 녹슬이고동공은 낙숫물로 씻다보면두고 온 아내삼년길 다 간 후에다시 둥질 틀다보면사방으로 사방으로외로운 삼년이 지나리라초분은 남도의 장의풍속에 나오는 무덤 형태이다. 자연에서 왔으니 죽어서도 가만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례 풍속이다. 인간의 죽음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살은 볏집으로 덮고 뼈는 새들이 물어다 나르도록 하는 이러한 풍습은 온갖 인위가 판을 치고 화려하고 거창한 장례의식이 행해지는 우리 시대를 향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인
2015-09-22
갯쑥이 웃자란 모래 두둑을 따라길은 산뿌리까지 가서 끝을 둘로 갈랐다말똥게 구멍이 머금은 건 날물인가굴 껍질에 올라앉은 볕살이 희다보리누름 자란바다 감상이 들고푸른빛 단청 하늘엔상날상날 배추나비배 끊긴 솔섬에선때 아닌 울닭 소리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을 보리누름이라 부른다. 양력 유월 초순의 초여름햇살 아래 펼쳐진 솔섬 바다의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들게하고 있다. 이 땅 어느 바닷가나 섬의 풍경이 이렇게 평화롭지 않겠는가. 시인은 푸른빛 단청 하늘과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배추나비가 자아내는 기막힌 그림 한 장을 우리에게 건내주고 있다. 푸른 평화경이다. 사진
2015-09-21
섣달 보름 찬 달빛 아래한 사나이터벅터벅 세상의 길을 간다밤하늘의 별빛은너무 맑고 고와서차라리 내 가슴 시리도록 에이는데벗이여우리네 살아간다는 것은저 노숙의 차가운밤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처럼그 머나 먼 길을쉼없이 걸어가는 것이네맞다. 어쩌면 우리는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노숙의 차가운, 날아가는 기러기와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쉼 없이 한 생을 걸어가고 있지 않는가. 책임져야 할 식솔들을 안고 업고 붉은 노을 속으로 꾸역꾸역 걸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짐 지워진 운명 같은 것이리라. 그 힘겨움 속에 살아가는 재미도 행복도 스며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5-09-18
우리들이 허기진 일상은 출항의뱃고동소리를 싣고 둔탁한 음향을 내며사방으로 노다지 번져갑니다공사장 햄머 소리가 몽둥이처럼아프게 떨어지는 어시장 입구를 향해사람들은 백지마냥 구겨져 가고하늘 두어 장 내려 앉고 있습니다산울림 허공을 하염없이 맴도는들판에서 내 노래가 생동감 있게되살아나는 부활의 종소리가온종일 도란대며 속삭이고 있습니다출항의 뱃고동소리 자욱한 포구, 활기찬 어시장의 새벽, 부활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들판. 시인이 제시하는 시적 상황들이 역동적이고 활기차기 짝이 없다. 어쩌면 시인은 이런 활기찬 시적 현장을 노래하면서 재미없고 감동이 없는 현실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부활의 종소리로 들려오는 아침이다.시인
2015-09-17
귀가 어두워서가 아니다한 끼 굶은 몸을 데리고중국집에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데맞은 편 앉은 손님참선짜장을 주문한다참선짜장?그래 짜장 한 그릇 비우는 일도참선이란 생각이 든다고픈 배 추스르는 한 그릇 참선삼선짜장이 참선짜장으로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충만하다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시안이 참 밝고 진지하다.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참선짜장을 시키는데, 그것이 삼선짜장이면 어떻고 참선짜장이면 어떤가. 그저 맛있는 한 그릇의 자장면이면 된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조금더 나아가 고픈 배를 추스르는 그에게는 그것이 욕망에서 해방시켜주고 평화를 주는 참선에 이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는 깊은 시적감흥을 불러 일으켜주고 있다. 재밌고 의미 깊은 시다. 시인
2015-09-16
바람결 저무는 적막이 어둑어둑 눈을 뜨는빈 비인 보리피리 소리별이 일렁이는 푸른 달빛을 잘게잘게 써는석양의 시간을 간략한 언어로 그려내는 울림이 큰 시다. 고요하고 편안한 저물녘의 적요를 뚫고 들려오는 비인 보릿대의 보리피리 소리는 무한한 평화경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그 피리소리는 우리를 별이 일렁이는 푸른 달빛 위로 편안하게 눕게해 주고 있음을 느낀다.시인
2015-09-15
아버지가 모종컵 속에 나를 심는다 아가야, 어서어서 피어라 너를 팔아 새 눈알을 사야지 그 때서야 내 너를 볼 수 있지 나는 빛나는 아버지를 쬔다 일렬로 줄을 선 모종컵 속으로 골고루 아버지가 비친다 아버지는 사흘만에 핀 떡잎을 보고 주문을 왼다 너를 팔아 새 다리를 사야지 그때서야 내 너를 업어주지 아가야, 어서어서 피어라 아버지의 얼굴에 무수한 길이 난다 아버지, 나는 어디서 나를 사나요 분무기에서 수천의 아버지가 쏟아진다 몰라, 몰라 이 길을 다 지워야겠어 내가 온 길을 되돌아가야겠어 나는 찢어지는 아버지를 받아 마신다 나는 쑥쑥 찢어진다 아버지가 환해진다 모종컵 속에서 아버지의 사지가 하나씩 피어난다 거울을 매체로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 혹은 명령과 체제의 강압성과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는 당연히 사회적 질서 혹은 명령이나 체제를 의미한다. 나는 아버지에 의해 제압되기도 하고 재배되는 존재다. 나를 피우기 위해 아버지가 찢어지고 아버지를 피우기 위해 내가 찢어지는 순환구조를 통해 자기분열, 소외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우리를 지배하는 질서 명령 체제가 우리를 가두고 억압하고 있다는 독특한 시인의 인식을 본다.시인
2015-09-14
그러나 오징어들은 오랫동안 서울 시인의 안주가 될 것이다. 적당히 말려 씹기 좋은 부드러움의 선물을 쭉쭉 찢어 먹으며 서울 시인은 바닷가 시인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마다 서울 시인은 자신의 입 속에서 터지는 바다의 시를 읽을 것이다. 생각하면 그 오징어들도 신이 나 그 바다로 돌아가며 자신들을 홀린 집어등보다 더 빛날 것이다. 선물(膳物)이란 말에 숨어 있는 착한 선(善) 자처럼.선물(膳物)이라는 글자에는 선(善)자가 들어있다. 착하고 고운 마음씀은 나누고 번져가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또 다른 선물로 태어나고 다시 누군가에게도 번져가는 아름다운 순환의 원리를 가졌다고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참 재밌고 되새겨봄직한 시다.시인
2015-09-11
새는 자꾸소리가 오는 쪽의 중심에 앉는다탱자나무 가지에서가지 사이로 이어지는 새의신경의 올은 팽팽하다바람 소리 거칠게 찢어진다하늘은 거칠게 찢어진다달빛도 거칠게 찢어진다새 때문에 그렇다거친 나무 속에서 내다보는….예민하게 감각을 세우고 살아가는 새의 생태를 관조하면서 인간을 얘기하고 있다. 거친 나무 속에서 신경의 올을 팽팽하게 세우고 사는 새들처럼 우리도 험난하고 힘겨운 삶의 현장에서 예민하게 감관을 열고 살아가고 있다. 바람소리도 하늘도 달빛도 거칠게 찢어지듯이 우리네 삶 가운데도 그러한 힘겨운 고통의 시간들은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그런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리라.시인
2015-09-10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꽃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꽃이 진다는 자연현상 앞에서 시인은 우주적 질서 앞에서 순응하고, 좀 더 나아가 영원에 이르는 어떤 법칙이랄까 현상을 발견하고 있다. 비록 낙화의 슬픔과 외로움, 우수에 찬 심정을 맛보지만 거기에 주저앉아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이 다시 떠오르듯이, 다시 꽃은 피어날 것이고, 잊을 수 없는 사랑도 다시 회복 되리라는 확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시인
201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