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가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우리네 아버지들에게는 평생 품고가는 운명의 자국들이 있다. 어떤 이는 손바닥에 돌처럼 박인 굳은 살이고 어떤 아버지에게는 시인의 아버지 등에 찍혀있는 지게자국이 바로 그 숙명의 자국이다.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온갖 힘겨움과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어둠 속에서 혼자 울어야 했던 아버지로서의 자존의 시간들 혹은 상처들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나로 설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다. 아버지 평생의 삶은 거룩한 희생이 아닐 수 없고 그 숙명의 자국들은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