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 현
꽃댕기 은비녀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옥양목 꼬장주 훌훌 벗어던지고
은장도 하나 오로지 속살 깊이 품고
풀어헤친 머리칼 쥐어뜯으면
타는 속 부글부글 거품 물고
그리움 찾아간다
그리움에 미친년
가도가도 끝없는 칠백리
물새도 울지 않는 그믐밤
초롱불도 없이
울부짖으며 울부짖으며
그리움에 미친년
달빛도 없는 깜깜한 그믐밤 강가에 선 여자를 본다. 아니 그의 속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흐름을 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갈증이 깊어져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본다. 가도 가도 끝없이 흘러가버리는 칠백리 낙동강의 흐름은 유유한데 가 닿지도, 와서 이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야속하기도 하련만 그녀는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는다. 그 그리움은 끝내 울부짖음이 되어 토로되는 여인의 미칠 것 같은 마음의 끝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