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는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울고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외로워서, 건너온 시간들이 힘겹고 아파서, 누구에게도 건너갈 수 없는 고독감에 갈대는 서걱서걱 울고 있으리라. 우리도 자주 운다. 서럽고 외로워서다.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기도 힘에 부치기도 하여,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존재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빠져 울고 또 울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갈대처럼 조용히 우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