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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소리가 없다

등록일 2015-11-05 02:01 게재일 2015-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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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열
정작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이대도록 까맣게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늘 어드메쯤에서 길 떠나

지상의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

내 가슴이 텅 빈 이후에야 알았습니다

비에도 길이 있어 그 길을 따라

바다에 가 닿으면

파도소리가 나고

키 큰 나무에 내리면

푸른 나뭇잎소리가 나고

시골 학교 운동장에 가 닿으면

맑은 노래 환한 웃음소리가 난다는 걸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날

인사도 없이 돌아선 그 날

내 가슴으로 내리는 비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야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떨어지는 비가 어디에 닿느냐에 따라 소리가 나고 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허망하고 외로운 가슴에 내리는 비는 소리가 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비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경쾌한 음악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맑은 노래 환한 웃음소리로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날 혹은 텅 빈 가슴으로 허망한 시간들이 이어지는 때에는 가만히, 소리없이 비가 내리는 것이다. 마음의 무늬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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