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렬
한번 몸을 뒤튼다 산고(産苦)를 겪는 사람처럼 물줄기는
한번 크게 아파하고 싶은 거다
꽃은 꽃을 피워내어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듯
온갖 자태로 진초록 하얀 꽃을 패워내는 물줄기의 모습은
그 아름다움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아버리고 싶은 거다
그리하여 뒤틀리며 소용돌이치며
저렇게 된통 앓아버리는 거다
먼바다에 닿기 전 한번쯤은 자신의 삶에 대해
깊게 고뇌하고 싶은 거다
여울물 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자연이나 사람이나 극한의 순간에서는 최선을 다해 자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쓴 물줄기들이 개화의 순간 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는다는 표현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사람도 산고의 힘겨운 순간에 몸을 뒤틀고 마침내 새 생명을 낳는 것이다. 시인은 바위틈을 지나고 소용돌이 치는 여울물 흐르는 소리에서 그것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깊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