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승 자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최승자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적 태도는 거의가 비극적이고 절망적 상황이나 인식에 가 닿아 있음을 본다. 이러한 절망과 비극적 태도는 자칫 미화되어 시를 깊이 읽는 독자들을 오도해갈 위험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시의 마지막처럼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기다린다고 말한 시인의 의도는 절망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희망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희망적인 자세에로의 전환의지가 아닌가 느껴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