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조용히 눈감고 고개 흔들고 있는 것들아
여린 가슴 잔뜩 안으로 감싸고 있는 것들아
그렇게 웅크려 떨고 있는 것들아
저희들끼리 모여 저희들 이름 부르고 있는 것들아
단단함으로 단단함 불러 제 단단함 다지고 있는 것들아
우기적거리며 아랫배에 힘 모으고 있는 것들아
그래도 속으로는 온통 세상 뒤흔들고 있는 것들아
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것들아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아
아흐, 이 바윗덩어리들아
무정물이기도 하고 생명감이 느껴지지 않는 바위덩어리에서 생명의 기운을 읽어내는 시인의 역동적인 호흡을 만날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만히 놓여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속으로 온통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고 단단함으로 단단함을 불러 더 단단해지는 힘 있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강한 생명의식과 힘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생명의 근원을 탐색하는 시안이 놀랍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