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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등록일 2015-07-10 02:01 게재일 2015-07-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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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도 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나무와 나무 사이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숲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통상의 인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가지들이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고 엎치락뒤치락 섞여 있을 거라는 일반적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숲에 들어서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져 있는 나무들의 간격이 그들 생존의 간격이고 사랑의 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숲은 제 안에 품은 간격을 한껏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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