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나무와 나무 사이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숲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통상의 인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가지들이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고 엎치락뒤치락 섞여 있을 거라는 일반적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숲에 들어서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져 있는 나무들의 간격이 그들 생존의 간격이고 사랑의 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숲은 제 안에 품은 간격을 한껏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