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윤 규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가련한 이 정체불명의
어둠이여 나는 왜 손끝 하나에서
별을 뿜어내지 못하는가
그리고 꽃이여
마침내 쉼표 하나 찍고
시 한 편 쓰기가 이렇듯 어렵고 수월치 않듯이, 그 시적 지향이 별이나 꽃으로 상징되는 것들이라면 더 말할 것 없이 쉼표 하나 찍고 마는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 시를 생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필자에게도 절실한 육성으로 들린다. 시를 생각하지 않는 많은 생활의 시간을 벗어나 시를 쓰려고 다잡고 앉으면 무디어진 감각과 언어의 빈곤 속에 허덕이곤 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다. 집중과 선택의 연속 속에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혼란이 아닐까.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