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때문에와 덕분에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걸 먹을까, 저걸 입을까, 어느 쪽으로 갈까, 누굴 만날까 등 어찌보면 사람의 모든 행위나 생활 자체가 모두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반사적이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수두룩하지만, 할까 말까 또는 갈까 말까 처럼 순간의 판단이나 이미 마음먹은 선택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먹거나 말하고 행동하는 자체는 순전히 그 행위자의 생각과 의사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물인 셈이다.어떤 현상이나 일을 두고 생각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대립되고, 찬성과 반대가 양립할 수 있다. 그것은 곧 개개인의 마음먹기와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닌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소중하면 남도 귀중하듯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이고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숱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충족시켜 주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인간사회에서의 예의와 범절을 알고 기본과 상식을 지키는 것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쪽이 잘 되면 저쪽이 잘 안될 수 있고, 한쪽이 손해보면 다른 쪽은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것은 곧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어떤 사안에는 명암이 존재하고 유불리가 상존하는 것이 다반사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냐는 관점과 태도, 자세에 따라 결과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똑같은 일이나 현상을 놓고도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졌다 하기도 하고 ‘~덕분에’ 힘이 나고 수월해졌다 하는 부류가 나타나게 된다.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의미하는 ‘때문’은 부정, 긍정적 맥락에서 모두 쓰이지만 부정성이 많고,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의미하는 ‘덕분’은 자연히 긍정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쓰이게 된다. 즉, 때문에는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을 뜻하는 ‘탓’이라는 의미가 강하고, 덕분에는 수긍하고 호응하는 자세로 감사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희대의 전염병 때문에 사회전반의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언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만 탓하고 경기침체를 한탄만 할 것인가. 암울한 난관에 직면해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지방의 모방송에서는 지역의 대기업체 때문에 야기되는 환경, 질병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명확한 인과관계와 진실규명도 하지 않은 채 여과없이 파헤치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듯하니 무슨 의도와 뒷북인지 모를 판이다.가뜩이나 민감하고 조심스런 시기에 누구 때문에 무슨 탓(?)을 하기 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덕분에 다행스럽고 안심하다는 선의적인 발상과 전향적인 맥락으로 막막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2021-01-19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해 계획은 늘 세웠던 기억이 있다.그런데 이번은 그런 생각이 일도 없다. 오직 코로나19의 종식만을 바라는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먼 나라의 불행한 이야기라고 생각한 코로나19가 작년 2월부터 슬며시 대한민국을 덮친 후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인 해였고, 신축년 새해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만연하여도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 또 새해를 맞았다.그랬다. 경자년은 모든 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대로 정지된 한해였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한해였지만 잠시 멈춘 일 년 세상 덕에 좋은 것도 있다. 황사 걱정 없이 맑은 봄 하늘도 만끽했고 높은 가을하늘도 유난히 높았다. 세상은 다 나쁜 것도 다 좋은 것도 없다.이 시기가 엄청 힘들긴 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만남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던 것 같다. 가족도 장모님도 보고 싶다.그리고 교실도 문이 닫힌 한해였다. 등교를 하지 못했고, 원격수업에 쌍방향 수업, 아침에 줌으로 조례를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고 새로운 학습을 했기에 아침 조례에 들어오지 않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조·종례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다. 또한 국가적인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학생 없는 종업식을 하고 또 학생 없는 졸업식을 한다.이규홍님의 시에서는, ‘옳음과 외로움이 / 빈자리를 요구할 때’새해는 실천하며,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안타깝고 가련한 이웃들을 힘껏 돕겠다는 말이다.부처님의 대자대비를 빌고, 예수님의 무한 사랑을 얻어와, 모처럼 다시 맞은 새해 벽두에 우리들의 눈과 몸을 정화하고 서로를 아끼며 정체성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답답했던 마스크 착용이 이제는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버리고 평범한 삶의 소중함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 교훈을 준 값진 한 해였던 것 같다.신축년에는 ‘몸, 비워 주리라 / 저 찬란한 햇살 / 세상을 향해 훨훨 타오르도록’이라는 시구처럼 남을 위해 학생과 함께 봉사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신축년에는 저 찬란한 햇살처럼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고, 취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직장을 주시고, 수업시간에 수업을 할 수 있게 해주시고, 학생들과 함께 졸업식을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학생들과 마스크 벗고 이야기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학생들과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축년이 되기를 기원한다.소소한 삶이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깨달은 신축년에 가족과 함께 산책도 하고, 여름날 텐트를 치고 캠핑도 하고, 학생들과 함께 눈 맞추며 수업하는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하고 건강한 꿈이 이루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2021-01-18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下)

김현욱 시인지난 글에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의 ‘팔자 고치는 법’을 소개했다. 적선(積善), 스승 만나기, 독서, 명상(기도), 명당, 자신의 사주팔자를 아는 여섯 가지 방법이 그것이다.첫 번째, 집콕 시대에 비대면으로 적선(積善)하기. 두 번째는 랜선을 통해 좋은 스승을 찾아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이번에는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는 방법으로 독서와 명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책 판매량이 조금 늘었다고 한다.나도 2021년 1월을 두 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정재승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으로 신축년 독서 마라톤의 출발선을 끊었다. 독서 마라톤이라고 했으니 함께 뛰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마음이 통하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읽는 게 좋다. 같은 책을 읽고 오붓하게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낱말이나 구절,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는 것이 전부다. 만나서 밑줄 친 부분을 읽으며 소감을 나누면 된다. 다음 주에 지음(知音)을 만나서 오붓하게 책담을 나누기로 했다. 책갈피처럼 설렌다.정재승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에 밑줄도 긋고 형광펜도 칠했다.“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를 읽고 흠뻑 취했다. 마종하 시인의 시집을 구하고자 했지만 모두 절판이었다. 중고서점을 뒤져 몇 권을 찾았다. 시집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조용헌 교수는 “독서는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했다. 운이 나쁠 때는 집에서 책이나(?) 읽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면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대는 운이 나쁜 시대가 맞다. 운이 나쁠 때는 싸돌아다니면 손해다. 집에 편히 누워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눠보자.정재승 교수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전작 ‘열 두 발자국’으로 나는 이미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동시에 마종하 시인을 소개해줘서 곧 만날 예정이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을 읽고 영화 ‘작전명 발키리’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동급생’의 첫 문장이 압권이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이 첫 문장을 읽고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안 읽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의 결정적 스포일러가 되니 함구.명상은 짤막하게 한 마디만. “왜 명상을 하나요?” 오프라 윈프리가 답했다. “명상은 제 삶을 1000% 나아지게 하기 때문입니다.”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는 방법 4가지를 소개했다. 지금 당장 전화기를 들거나 모니터 앞에 앉거나 책을 펼치거나 방석을 깔면 좋겠다.

2021-01-17

세한도(歲寒圖)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미술품 소장가인 손창근 씨가 대를 이어 간직해온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보 180호인 세한도는 1844년 58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문인화이다. 귀양살이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 사신의 통역관으로 중국에 갈 때마다 최신의 서적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그려 보낸 것이다. 세한도는 이상적 사후에 민 씨 일가로 넘어갔다가 일본인 후지스카의 손에 들어간 것을 서예가 손재형이 간곡하게 부탁하여 양도받았다고 한다. 그 후 사채업자 이근태를 거쳐 개성 갑부였던 손세기가 수집한 것을 아들 손창근 씨가 소장해오다 기증을 한 것이다.세한도란 제목은 논어 자한편의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에서 따온 것인데,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추사는 세한도의 발문에서 이상적에게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곤경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나의 곤경 이후의 그대는 역시 성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그림을 받은 이상적이 청나라에 가져가서 장악진(章岳鎭), 조진조(趙振祚) 등 문인 16명의 찬시(讚詩)를 받은 데다, 뒷날 김준학의 찬(贊)과 오세창, 이시영의 배관기(拜觀記) 등이 함께 붙어서 세한도는 10m가 넘는 긴 두루마리가 되었다. 지금까지 전해진 내력이 파란만장한 만큼 문화재적 가치는 더 높아져 값으로 매길 수가 없지만 굳이 따진다면 1천억 원도 넘을 거라 한다. 나는 물론 세한도의 진본을 본 적이 없다. 본다고 한들 일천한 감식안으로 그 예술적 가치나 담겨 있는 고매한 정신과 품격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그래서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지 특별하고 절실한 감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추사의 그림보다 내가 더 감동하는 세한도는 겨울 들판이다. 겨울 들판에는 송백(松柏) 대신 억새와 갈대, 쑥대 같은 마른 풀들이 한 올 미련도 회한도 없이 허허로운 모습으로 삭풍에 전신을 내맡기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 밑에는 혹한에도 얼어 죽지 않고 월동하는 풀들도 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사는 데까지는 살아 있으려는 생명이 참 엄연하다. 더 경이로운 건 이 황량한 들판에서 겨울을 나려 온 철새들이다. 가끔씩 고니와 기러기도 보이지만 대부분이 청둥오리들인데, 수백 마리가 군무를 펼치며 날아와 들판에 내려앉는 걸 보며 오씩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콤바인으로 추수해 낟알초차 없는 이 얼어붙은 들판에서 도대체 무얼 먹고 영하의 엄동을 견디는지, 방한복을 껴입고 들길을 걸으면서 나는 내내 마음이 시리다. 고상한 품격이나 높은 뜻이 아니라, 그냥 생명의 엄연함이 시리게 와 닿는 것이다. 걸핏하면 죽네 사네 소란을 떠는 인간들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나약하고 엄살이 심한가. 나는 오늘도 살아있는 세한도를 한 바퀴 돌아왔다.

2021-01-14

학교가 답이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인천 ‘라면’ 형제, 정인이, 혹한 속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3세 아이” 등 최근 우리 사회에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황당한 기사를 보았다. 필자를 당황스럽게 만든 기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CEO 월드의 기사였다. 이 회사는 신생아 사망률, 병원 수, 학교 수, 미취학 아동 수, 문맹률 등을 지표로 삼아 ‘아이가 태어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발표했는데, 웃기게도 우리나라가 97.26점으로 노르웨이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과연 이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동 학대’라는 항목을 넣어도 과연 결과는 같을까? 기사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 산부인과는 산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작년 사상 첫 인구 감소, 출생 27만 사망 30만 명 ‘데드크로스’”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붓고 있지만, 인구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찾고 있지만, 기껏 내놓는 정책이 또 재정지원이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진작에 해결됐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 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았다. 어쩌면 아래 기사 내용처럼 국가 소멸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지방 소멸 이미 현실이 됐다. 전남 828개교, 경북 729개교 ‘폐교’”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참담한 뉴스 속에서 살아야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하지만 앞 사건들에서도 보듯이 그 희망들을 우리 스스로가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보다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다. 물론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 지수다. 아이가 행복하면, 어른도 행복하다. 어른이 행복하면 어쩌면 인구문제는 저절로 해결될지도 모른다.그럼 아이들이 행복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아래에 있다.“인천 ‘라면’ 형제 형 오늘 퇴원, 빨리 학교 가고 싶어요. 친구,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모든 학생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또 학교에 가서 행복한 나라! 그런 학교가 전국에 단 한 곳이라도 있다면, 인구문제는 물론,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혁신 학교, 미래 학교 등을 말하면서 떠들어대지만, 이 나라에는 그런 학교가 없다. 자유학년제를 비롯해 지금도 많은 교육 실험이 전국 학교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런데 성공한 것은 단언컨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학교를 믿지 않게 되었고, 주인을 잃은 학교는 불행과 혼돈의 장이 되어버렸다.그래도 답은 학교밖에 없다. 학생들은 마루타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낯선 교육 이론이 판치는 실험 학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시험 맹신 학교! 새해에는 이런 학교들이 없어져 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한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2021-01-13

움직이고 어울리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해마다 새해 소망의 단골 중 ‘건강’이 빠지지 않는다. 더욱이 2년째 지리멸렬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 보다 더 중요한 화두가 또 있을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종식’이나 ‘마스크 벗기’ ‘경제 회복’ 등이 급선무로 대두되지만,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건강이야 말로 누구나 일년 내내 아니 평생 바라는 우선적인 염원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일신의 건강이 확보돼야 일상을 지탱하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예전부터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몸이 건강해야 온전한 삶이 가능하고 건강한 신체는 장수와 직결된다. 인간의 건강한 삶과 생명연장을 위한 과학자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한 연구나 건강식단, 건강보조제 등이 학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세포 분열 후 짧아진 텔로미어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이 효소가 잘 활성화된다면 건강 장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즉,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움직이냐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가 달라지며, 나이가 들수록 무조건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항간에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 소식하기, 스트레스 안 받기, 체내의 활성산소 줄이기, 칼로리 제한, 충분한 수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고 꾸준히 지켜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일에 쫓기고 바빠지는 현재의 곤고한 삶에서 오는 괴리가 커져 많은 사람들이 건강수칙을 간과해버리는지도 모른다.필자도 비슷한 처지지만, 적어도 두 가지만큼은 꾸준히 실천하며 나름대로의 건강법(?)을 터득해 나간다고나 할까? 그것은 곧 움직이고 어울리기다. 자연만물도 움직임이 있음으로써 오묘한 작용과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듯이, 사람도 움직임이 있어야 육신에 생기와 활력이 생기게 된다. 건강과 직결되는 움직임은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50대가 운동 안하는 30대 보다 텔로미어가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운동은 건강의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위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다. 즉, 가족이나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관심과 사랑, 사회와 주변에 대한 봉사, 그리고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다. 이를테면 가족애를 쌓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우정을 넓히며 사회나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과 나눔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커지게 되면 ‘좋은 호르몬’이 생성되어 건강수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결국 편안한 어울림으로 친화력을 높이고 공헌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것도 심신의 건실함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생명연장의 꿈은 다 같이 오래 사는 건강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와사보생(臥死步生)을 염두에 둔 적절한 운동, 어울림으로 친근한 신뢰 쌓기, 공익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선한 영향력으로 불로장생을 추구해보자.

2021-01-12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1인 가구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2019년 기준)라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거주공간들도 소형아파트나 소형주택이란 이름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전해 들은 고독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고독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고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이런 고독의 문제는 대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고,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잠재되어 있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이후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해지게 된다.최근에 필자는 60대의 1인 가구 여성을 심리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표면적인 호소는 잠을 못 잔다고 것이고 병원에서의 진단은 우울증이었다. 그녀를 세심하게 상담해보니 그녀의 문제의 본질은 고독이었다. 일찍이 사별하여 홀로 산 세월이 30년, 우연히 만난 이성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그러다가 결별. 그리고 찾아온 집착 및 우울. 그녀의 고독이 우울증이란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인 우울, 불안, 분노는 심한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생명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감정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감정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상담현장에서 느낄 때가 많다. 즉, 외로움도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감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지금까지 외로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고 SNS상의 구독과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오면 우리는 외롭다.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게 된다.외로움 때문에 술을, 외로움 때문에 친구를, 외로움 때문에 게임을, 외로움 때문에 도박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외로움이란 감정도 인간의 적응을 위해서 진화론적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외로우므로 친구를 찾고 연인을 찾고 결혼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외로움이 역시 오래가고 심하면 마음의 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가치유 내지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바야흐로 필요한 시대가 온 것으로 여겨진다.나의 ‘힐링을 노래하라’라는 책에는 100여 편 이상의 잠언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시들은 외로운 그 어느 날 하나씩 쓴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잘 보낸 긍정적 결과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그 시는 책으로 출판되고, 출판되면 뿌듯할 것이고, 더욱더 외로움을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가는 것이다.외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2021-01-10

파사현정(破邪顯正)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신년 벽두에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떠올린 말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올해는 부디 온갖 사악한 것들을 타파하고 올바른 것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사현정이란 말은 본래 불교용어였다. ‘우리가 일상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속제(俗諦)라 하고, 붓다가 발견한 진리에 근거한 삶의 이치에 관한 담론을 진제(眞諦)라 부른다. 이 두 세계를 걸림 없이 넘나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실천적 도리인 중도(中道)인데, 그 중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인 다르마(眞理)에 어긋나는 것에 맞서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파사현정’이라고 한다.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해인 2017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파사현정이었다. 그 말을 추천한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한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드러났는가 하면 정치·경제·교육·법·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끼리끼리 몰아주고, 또 그런 배분의 방법과 룰과 도덕성, 심지어는 아름다운 이미지, 또 그런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그런 광신적 패거리들로 바깥에서는 세월 호처럼 엉망진창으로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절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해본 것이 파사현정이다.’라고 했다. 그와 똑 같은 말을 일 년여 남은 이 정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가.21세기에 들어 요즘처럼 혼란과 비정상과 천박함이 판을 치는 정치가 없었다. 위의 최 교수가 규탄해 마지않은 지난 정권 말기에는 그래도 지금처럼 막가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적어도 잘못이 드러나면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고 사과할 줄도 아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다. 법치도 상식도 양심도 깡그리 깔아뭉개고, 비리와 부정이 드러날수록 오히려 기세 등등 큰소리치고 역공을 가하는 뻔뻔스러움은 사이비 광신자들의 집단을 무색케 한다.어느 정권이든 그 당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지난 정권도 그렇고 현 정권 역시 국민들의 지지와 선택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려면 국민이 바뀌어야 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보다 높아졌을 때 보다 나은 정부도 가능해진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극성 지지자들이 많을수록 더 심하게 부패한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끊임없이 우민화정책을 쓴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어리석고 피폐하게 만들어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나치에 휩쓸렸던 독일 국민들이 패망이란 대가를 치르고 정신을 차린 것을 거울삼아, 좌파운동권들의 사회주의적 망상에 휩쓸린 대한민국도 이제는 각성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바른 소리를 내어야 한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댓글이라도 달아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그것이 패역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요, 파사현정이다. 방관하는 것은 방조하는 것이다.

2021-01-07

교사가 답이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그렇게 하고 어떻게 삽니까!”지난주에 교사 초빙 공고를 냈다. 공고 끝부분에 급여와 근무조건이 다르니 지원하기 전에 꼭 학교로 먼저 문의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공고가 나가자마자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비록 인가 중학교이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가 다른 학교 선생님에 비해 적고, 급여 체계도 다릅니다.”여기까지 말하면 백이면 백 전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가 크게 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혹여나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물어보면, 자본주의가 점령한 이 나라 교육 판에도 오로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필자는 더 힘을 내어 설명한다.“기숙사 학교여서 출퇴근 시간이 빠르고 늦습니다. 저녁에는 저녁 교육 프로그램 지도해야 하고, 아침에는 식사 지도까지 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한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에 투신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어렵습니다.”굳이 끝부분의 말은 안 해도 되지만, 필자는 그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꼭 한다. 인내를 가지고 필자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사람도 드물지만, 투신이라는 말이 끝나면 공통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헛웃음이다. 간혹 헛웃음 소리와 함께 비속어가 들릴 때도 있다. 7년 동안 경험한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달랐다.2020년 12월 31일, 늦은 오후에 역시 문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학교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어 보였다. 듣는 태도가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자세히 학교의 근무 여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통화가 끝나고 필자에게 따지듯 물었다.“교사도 사람인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삽니까! 대단하십니다.”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으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이 전화 한 통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교육에 투신하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교사도 사람이다. 교사도 월급쟁이가 된 이상 다른 직장인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또 이를 위해 단체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요즘은 워라밸 대신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의 조화)을 외치기도 한다.물론 둘 다 필요하다. 교사가 힘이 있어야 교육도 힘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교사의 힘은 예전에 비하면 넘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교육 재건의 몫은 바로 교사다. 교사 개인의 삶도 삶이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번 방학에는 사표(師表)가 무엇인지, 또 진정한 희생과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

2021-01-06

천천히, 멀리 가는 소걸음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한 세월 또 잊어야만 시간이 흘러 2021년으로 세월의 바톤이 넘겨졌다.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고 새 출발은 늘 설레고 희망찬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밝아오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빌고 각오나 포부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내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괴질이 일상을 위협하더니, 급기야 온 나라 아니 세계인들의 연례적인 해맞이 행사마저 가차없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생각 같아서는 저무는 경자년과 함께 약삭빠른 쥐 같은 바이러스가 죄다 떨어져 나갔으면 바랐었는데, 보란듯이 변이, 변종까지 파생시키며 몹쓸 바이러스는 갈수록 집요하게 삶의 근간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나라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해외 백신 조달과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도전과 응전의 원리’가 말해 주듯이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고 생존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어쨌든 새해는 밝았고 모든 것이 녹록잖은 한 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만 한다. 경제와 무역, 산업과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위축과 침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는 현실에서 저마다 자중하고 결연한 의지와 인내심으로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서두름 보다는 차분함으로, 한숨 보다는 진중함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에게 배려와 위로의 손길을 내밀며 공생의 묘안을 찾아 우직하고 한결같이 밀어 부쳐야 한다.그것이 신축년 소의 해에 대두되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느릿느릿 황소 걸음도 만리에 이른다(牛步萬里)는 말처럼, 꾸준함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기도 하고(水滴穿石) 사람이 산을 옮기기도(愚公移山) 한다. 소걸음은 더디지만 부지런히 멀리 갈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보는 것처럼 빨리, 먼저 가는 것만이 굳이 능사가 아님을 주위에서 흔하게 보아왔다. 말 가는데 소도 가듯이,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음(一勤天下無難事)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세상이 편리하고 스마트해지는 사이 그 이면에는 암울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첨단과학문명의 발달로 개인화가 증가함에 따라 인간성이 메말라 간다든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하여 곤경에 빠지게 하는 등으로 어쩌면 인간사회에 모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너 나 없이 모두 어렵고 힘든 작금의 상황에 미련스럽게 보일지라도 필자는 우보만리의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단계별 거리두기를 빈틈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하나씩 지키고 참여하여 과정을 밟아 나갈 때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느리지만 신중하게 방역의 기본과 원칙을 따르고, 불편하지만 타인과 사회를 배려하면서 소의 걸음으로 방역지침을 착실하게 이행해야 함께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21-01-05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 (上)

김현욱 시인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2020년의 마지막 날, 글기지개에 공통으로 ‘지옥 같았던 2020년’이라고 썼다. 소풍은커녕 운동장에서조차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던 아이들이다. 특히, 1학년 아이들은 순한 사슴처럼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투명 가림막 안에서 생활했다.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었을까? 2021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우리 아이들의 소망이 과연 이뤄질까? 안타깝지만, 2021년도 기약하기 어렵다.전문가들은 팬데믹(pandemic)이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의 전조도 전 세계에서 연일 보고되고 있다.12월 31일, 겨울방학식은 줌(Zoom)으로 진행됐다. 화면 속에 아이들은 자기 방이나 거실에 앉아서 멀뚱멀뚱 캠 카메라를 쳐다봤다. “겨울방학 동안 방역수칙 잘 준수하고 독서, 글쓰기, 운동 꾸준히 하기. 알았지? 약속!” 나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힘주어 말했지만, 어딘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원격으로 ‘지옥 같았던 2020년’을 마무리 짓는구나, 하는 서글픈 기색이 서로 역력했다.2021년 새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일이 커다란 민폐가 되고 있다. 올해도 역시나 ‘집콕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집콕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문득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의 ‘팔자 고치는 법’이 떠오른다.조용헌 교수는 적선(積善), 스승 만나기, 독서, 명상(기도), 명당, 자신의 사주팔자를 아는 여섯 가지 방법으로 팔자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집콕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적선(積善)이라고 꼭 만나서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SNS나 통화로도 얼마든지 선을 쌓을 수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부를 전하는 일 따위가 모두 적선(積善)이다.조용헌 교수는 “적선(積善)이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자기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투자하는 이치와 같다. 주변이 우호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다.”면서 적선(積善)을 팔자 고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했다. 나는 요즘 카톡 창에 생일이라고 뜨는 지인이 있으면 정성껏 챙긴다. 몇 글자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는 것만으로 그들은 기뻐하고 감사해한다. 연락처를 살피며 오래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한다. 얼마나 좋은가. 집콕 시대에 비대면으로 적선(積善)하기.두 번째 방법은 스승을 만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집콕 시대에 절묘한 해법이다. 물론, 위대한 감화를 주는 스승을 랜선으로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랜선을 통해 세상에 숨은 고수들을 만나 다양한 잡기를 배울 수 있다. 배우고자 하면 랜선으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갈고 닦을 수 있다. 올해는 피아노 기초를 배우고자 한다. 피아노 반주를 넣어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 구독과 ‘좋아요’로 스승을 정했다. 뭐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 올 연말에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 2는 다음 회에.

2021-01-04

불면의 밤에

류영재포항예총 회장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가 넘친다는 성탄절 밤을 불면으로 지새웠다. 아마도 회개해야 할 일이 많았던가 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참된 회개는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축복의 통로가 되겠지만 신앙심이 깊지 못한 나의 경우는 그것이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회한의 감정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밤잠을 설치게 한 번민들이 희망의 새해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신축년 새해에는 날마다 숙면에 들 수 있는 평화가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예술가에게 어느 정도의 불면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예술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당연히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고, 고요하게 가라앉은 심야가 되어야 영감의 깊이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이젤에 캔버스를 올려놓고는 항상 주변 청소부터 하는 등 붓을 잡기위한 이른바 루틴이 있으니, 어느 정도 주변정리가 되어야 비로소 작품 구상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에스키스 과정을 거치고 물감을 짜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금연하기 전까지는 습관적으로 담배도 물었고, 커피도 마시며 뜸 들이는 시간이 또 필요하였으니 정작 붓을 잡고 화면에 몰두하기 시작하는 시간은 늘 밤이 깊은 시간이었다. 시작 시간이 그러니 밤샘 작업이 일쑤요,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라 잠 안자는 밤이 숱하게 많을 수밖에. 그러나 그건 젊은 시절의 일이다. 요즘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잠 잘 시간에는 덮어두고 잠자리에 든다. 나이가 드니 밤샘하여 일 할 에너지가 달리기도 하고 애써 해봐야 별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 잠자리에 들고도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는 고통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잠은 모든 생물의 생존에 필요하다. 특히 인간의 경우는 매일 밤 이런 휴식이 꼭 필요하다. 일정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의 활동을 쉼으로써 피로한 근육이 이완되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상태로 정돈되고, 하루 동안 습득한 지식이나 정보들을 잠자는 동안 뇌 속에 저장한 후 새롭게 머릿속을 포멧함으로써 또 다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잠이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해야할 경우가 있으니 밤잠이 부족할 때가 허다하다. 잠이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일을 미루기도 곤란하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일 때문에 안자는 게 아니라 자고 싶어도 불편한 상념들 때문에 못자는 거라면 그건 불행이다. 이 경우는 그 원인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불면의 원인은 카페인 성분의 과다섭취나 잠자리의 온도 등과 같이 조절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와 걱정 등은 내 맘대로 제거하기가 어렵다.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보신각 타종도 온라인으로 실시하였고, 해마다 열리던 호미곶 해맞이축전도 취소되어 쌓이는 스트레스의 탈출구가 없다. 여기에다 검경갈등과 여야의 막장대결 등 끝없는 정쟁, 사회안전망 곳곳에 난 구멍들로 피로와 불안이 더욱 쌓여가고 있으니 맘 편하게 다리 뻗고 숙면할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2021-01-03

‘검찰개혁’이라는 막장드라마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2020년 대한민국 정국은 일련의 막장드라마였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사고가 버라이어티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드라마의 표면상의 주제는 검찰개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주연을 맡고, 그 안티히어로 격인 상대역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두 캐릭터의 등장 배경부터가 격렬한 갈등과 충돌을 예감케 한다. 거기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까지 겹쳐서 드라마 전편에 음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더했다.남자 주인공은 소위 ‘촛불혁명’이란 민중봉기에 고무된 검찰의 선봉장이 되어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모조리 법정에 세우는 공로를 인정받아 일약 검찰총장이 됐다.그는 임명하는 자리에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비리가 있으면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의례적인 덕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도 법의 칼끝을 들이대었다. 화들짝 놀란 대통령은 측근 실세인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하여 검찰개혁을 구실로 제압하려 했으나, 하자가 많은 인물이라 야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한 달여 만에 물러나고 만다. 후임으로 판사출신에다 5선 국회의원으로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를 임명하면서 드라마의 막이 오른다.주역을 맡은 추미애 장관은 기대 이상의 맹활약으로 막장드라마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등장하자마자 마구잡이로 인사권을 휘둘러 정권실세들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하는 ‘학살인사’를 두 차례나 단행해서 검찰총장의 수족을 다 잘라버리는 위력을 과시했다.검찰개혁이란 한갓 허울일 뿐이고, 속속 들어나는 비리와 부정을 덮고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라는 걸 잘 아는 야권의 반발과 검찰내부의 집단 저항에 부딪치자 한술 더 떠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일단계로 총장의 직무배제에 들어갔지만 법원이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하는 바람에 무산되자, 이번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서 두 달 간의 정직(停職)처분을 내렸다. 그마저도 절차상의 하자와 징계사유의 부당성을 이유로 또다시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어 드라마는 바야흐로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막장드라마’란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설정으로 사회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를 속되게 일컫는 말이다. 지난 한 해 매스컴을 온통 도배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 활약상은 한 편의 막장드라마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법무장관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법은 물론 일말의 양식도 깔아뭉개는 인성의 막장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광기어린 오기와 독기로 시청자들의 분노게이지를 높여가는 전개는 가히 막장드라마의 끝판이라 할만 했다.일 년 내내 숨 가쁘게 달려온 드라마는 추미애 장관의 사의표명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막장드라마답게 한국사회에 끼친 해악은 결코 적지가 않지만, 한편으로는 집권세력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서 맹종하던 민심이 이반하는 순기능도 없지 않았다. 새해에도 새 장관이 임명되면 검찰개혁 막장드라마의 속편이 또 시작될 것이다. 모쪼록 후속 편에는 반드시 사필귀정의 결말이 있기를 바란다.

2020-12-30

일개인(一介人)들이 멸종하는 새해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우리는 낯선 이들의 친절함에 감명을 받고,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로운 여명에 대한 희망에서 편안함을 이끌어 냅니다. (….) 크리스마스의 빛, 이타심,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다가올 시간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성탄 메시지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2020년! 언론들은 성탄을 맞아 세계 지도자들의 희망 메시지를 보도하였다. 그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문 이야기다.그나마 인류가 길고 긴 코로나 터널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무조건적인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선별 진료소, 병원, 보건소, 소방서, 지자체 코로나 대응부처, 질병관리청 등은 바로 코로나 영웅들이 있는 곳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많은 사람, 그들이 바로 우리 삶의 영웅들이다.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특별법을 만들 정치인이 없다. 혹여 있다고 해도 떼거리 정치꾼들에게 밀려 소리조차 못 내고 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곳, 그곳이 바로 이 나라 정치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민주주의, 개뿔이라고 해라!”최근 떼거리즘에 빠진 인간들의 말도 안 되는 소음에 귀가 아프다. 그들이 공통으로 쓰는 단어는 “일개”다. “행정법원의 일개 판사가 (….)”, “일개 재판부가 (….)” 정말 웃기지도 안 된다. 만약 그들에게 일개 방송인, 일개 정치인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의도, 기본도 없는 일개(방송, 정치)인의 오만방자를 국민이 심판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일개인들의 정신없는 소리에 묻혀버린 어느 학부모님의 이야기를 전한다.“전학이 가능할까요?” “왜 전학을 하시고자 하는지요?”최근 들어 전학 문의가 부쩍 많다. 대상 학생은 대부분 중학교 2학년이다.“아이가 시험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1학년까지는 자유학년제 한다고 시험도 안 보다가 2학년에 와서 갑자기 시험으로 압박을 하니 아이가 견딜 수가 없어 해요.”이 말이 나오는 순간 필자는 죄인이 된다. 처음에는 전학 상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학교 교육, 특히 자유학년제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성토로 이어진다.“올해는 더군다나 5월 중순부터 학교에 갔는데 6월에 바로 중간고사를 쳤어요. 온라인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EBS 보거나 과제를 하는 거였어. 뭐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데, 시험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일개인들은 어떤 답을 할까! 그들은 생뚱맞게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중학교 2학년이 걱정이다. 코로나야 백신이라도 있지만, 학생들의 방황에는 약도, 답도 없다. 이 나라 일개 방송·정치인과 교육 관료에게 학부모님의 말씀이 여왕의 말씀처럼 전해지길 바란다.

2020-12-29

그러던 어느 날, 빈 캐럴이!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추수는 끝났지만, 다시 푸름으로 조용히 분주한 12월 들판을 본다. 11월까지 콤바인이 그리는 그림 제목은 ‘비움’이었다. 기계는 들판의 바닥을 향해 나아갔다. 바닥에는 농부들의 발자국이 화석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유례없는 태풍에 인간사회는 초토화되었지만, 벼는 풍년이라는 선물을 농부에게 주었다. 그 이유를 서로 엉켜 하나 된 발자국을 통해 알 수 있었다.지금 사회는 진리가 죽은 사회다. 물론 그 원흉은 자신들의 헤게모니에 빠져 절대 진리조차 그들의 입맛대로 바꾸는 떼거리 정치인이다. 천지를 모르고 날뛰는 그들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식인은 변(便)을 피하듯 그들을 피하고 있다. 가면 갈수록 우리 사회에는 변을 치울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는 구린내만 진동한다.사람의 감각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은 후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적응이 빠른 감각 또한 후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썩는 냄새를 못 맡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때는 불처럼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때 냄새가 너무 강해서인지 사람들은 그보다 더 썩은 냄새는 맡지 못한다. 이는 후각의 진리인 ‘베버2013페흐너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다.비록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베버와 페흐너는 다음과 같이 후각의 특징을 말했다.“지독한 냄새를 맡고 난 후 99%의 냄새를 제거해도 1%의 냄새만 있어도 사람은 30% 정도 악취를 느낀다. 그만큼 독한 냄새를 맡게 되면 이후 조금의 냄새만 있어도 독하게 느낀다.”필자는 한때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라는 말에 모든 감각이 열린 적이 있었다. 곧 신세계가 펼쳐지는 줄 알았다. 헌법에서조차 소외된 대안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회 약자들이 최소한 법이 정한 정당한 대우라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말이 독인지는 몰랐다. 무감각할수록 상처는 커진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상처가 너무 크다.그러던 어느 날, 필자에게 감각을 되찾아 준 것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필자는 눈을 뜨고도 못 보는 무지에 빠져 살았다. 절기는 소설과 대설은 물론 동지까지 지났는데, 들판은 다시 푸름으로 영롱하였다. 필자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내려 푸름이 자라고 있는 들판으로 갔다. 거기에는 마늘 싹이 푸른 길을 내고 있었다. 순간 마늘이 매운 이유를 알았다. 소한과 대한을 지내려면, 그들을 오롯이 들이지 않고는 안 된다는 것을 마늘은 땅한테 독하게 배웠을 것이다. 독함과 매움, 삶이 같은 단어라는 것을 마늘은 푸르게 말해주었다.마늘과의 교감을 끝내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거는데, 캐럴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너무 슬프게 들렸다. 소리는 있지만 모든 것이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어느 학생의 울부짖음이 메아리 되어 들렸다.“학교 가기 싫어요! 집에서 과제만 하라는 게, 이게 무슨 학교에요!”2020년 캐럴과 학교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둘 다 텅텅 비었다는 것이다. 빈 캐럴은 끄면 되지만, 빈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20-12-23

비움과 채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날 선 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드는 계절, 모든 걸 얼려버리고 움츠리게 할 듯한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기만 하다. 갈수록 으스스해지는 기온에 코로나19의 난맥상마저 가중되니 세상이 정말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도 모를 불안과 위축이 휑한 가슴에 스며들어도 수묵빛 세월은 또 한 겹 연륜을 두르며 세모로 치닫고 있다.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 동짓달은 한겨울의 길목이자 한 해를 갈무리하는 매듭달이다. 추위와 매듭에 즈음해서 버릴 것은 떨구고 남길 것은 거두고 새길 것은 쟁이는 정리와 동장(冬藏)의 시간이다. 즉 불필요함을 없애고 내밀함을 채워가는 과정이랄까? 비웠다가 채우고 채웠다가 비우는 자연 순환이 그러하듯이 세상만사 돌아가는 이치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들판에 가득했던 곡식을 거둬들이고 텅 비게 남은 들녘이나 무성했던 잎새와 열매를 떨군 채 빈 가지로 떨고 있는 나목은 결코 쓸쓸하다거나 허전하지가 않다. 채움으로서 비로소 비워낼 수 있고 비움은 또 다시 새로운 채움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사람이건 동물이건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배를 채우고 배설로 비워낸다. 비움으로써 더 가벼워지고 넉넉해지며 아름다워질 수 있다. 산사의 범종도 소리를 울려 떠나 보냄으로써 골과 마루에 은은한 종소리가 가득해진다. 그래서 ‘텅 빈 충만’이라 했던가.봄에 핀 꽃의 향기와 여름날에 드리워진 시원한 녹음과 가을날에 내려앉은 색조 고운 단풍을 모두 채우고 떠나 보내며, 이제는 겨울날의 허허롭지만 을씨년스럽지 않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어째보면 비웠다가 채우고 채웠다가 비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인간의 습성이다. 즉, 비움과 채움은 자연의 이치면서 인간사회의 논리가 아닌가 싶다. 노력과 성공으로 야망을 채우고 비움과 떠남으로 용퇴와 양보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비쳐진다. 떠남과 물러남을 아는 지혜와 판단은 누구에게나 통용되지만 그렇게 결단을 내리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그 모든 것들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남이며,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깊이라 했다. 세상만물은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는 말이다. 채움에도 깊이가 있고 비움에도 정도가 있다. 채웠다고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없으며 비워내도 마음 켕기는 구석이 있다. 적절히 채우고 적당히 비워내는 것이야 말로 개인과 시민사회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희망과 욕심으로 채워진 가슴을 만족과 불욕(不辱)으로 마무리하는 용단과 슬기가 있어야 한다.칩거와 동안거(冬安居)에 드는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집콕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절체절명의 시대적인 상황이라지만, 이런 때일수록 욕심과 마음을 비우고 책과 다양한 콘텐츠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가면 어떨까? 부질없는 마음을 내려놓고 새롭고 신선한 생각을 채워가면 의식과 행동에 작지만 큰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욕심을 줄일수록 잡다함이 사라지고 마음을 모을수록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2020-12-22

말이 시(詩)가 된다

김현욱 시인사람은 말로 배우고 말로 사귀고 말로 싸우고 말로 사는 존재다.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은 이유도 말의 무게 때문이다.정약용의 ‘이담속찬’에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는 속담이 전한다.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도 말조심하라는 뜻인데 조금 다르다. 평소 무심코 하던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 불길한 말, 안 좋은 말보다는 즐겁고 이로운 말을 많이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사람에게 한 개의 입과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 ‘이청득심(以聽得心)’이 좋은 예다. 친구 사이에도 자기 말만 하는 친구보다 잘 들어주는 친구가 인기가 많고 대접을 받는다. 그뿐이랴. 가족이나 친구 말을 잘 들으면 마음도 얻고 시도 얻을 수 있다. 말이 씨가 되는 게 아니라, 말이 시가 된다.전동재의 ‘요섭이의 말’이라는 시가 그렇다. “걸어오는데/ 요섭이를 만났다// 요섭이가 갑자기/ 동재, 우리 반 김욱현 샘 좋지?/ 그 샘 누구?/ 우리 담임 샘!//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김현욱 샘? 이라고 말하니/ 요섭이가/ 아, 맞다. 하하하!// 요섭이는 샘 이름도 모른다.”// 네이버 카페 ‘시와 노는 교실’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시를 쓴다. 2주에 한 번꼴로 시를 쓰는데, 아이들의 쓰고 싶은 마음을 북돋우기 위해 가장 애를 쓴다. “아파트에서 생긴 일”, “기억에 남는 말을 떠올려 시 쓰기”, “억울하면 시 쓰자!” 같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시작한다. 알맞은 마중시가 있으면 읽어주고 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억에 남는 말을 떠올려 시 쓰기”를 할 때는 배한권의 ‘엄마의 런닝구’를 읽어준다. 엄마의 사투리 부분을 맛깔나게 읽으면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반 아이들에게 낭송을 부탁하면 더 재미있게 읽는다. 시 쓸 분위기 조성에 안성맞춤이다.매년 아이들과 “기억에 남는 말을 떠올려 시 쓰기”를 하는데 곧잘 재미있는 시가 나온다. 전동재의 시 ‘요섭이의 말’이 그렇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났는데도 요섭이는 자기 담임 선생님의 이름을 거꾸로 알고 있다. 동재와 요섭이는 같이 학교에 오다가 요섭이가 김현욱 선생님을 김욱현 선생님이라고 하는 게 참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아침에 동재가 말로 먼저 내게 그 얘기를 들려줬다. 나는 ‘옳다구나!’ 동재에게 다음에 시 쓸 때 그걸 써보라고 했다. 동재는 요섭이 말을 잘 듣고 나는 동재 말을 잘 들었다. 말이 시가 된 것이다.우리는 말의 세상에 살고 있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공인들이 종종 말실수를 해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본다. 아이들의 세상에서 ‘말’은 시의 씨앗이다.누군가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은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잘 들으면 시가 생긴다. 말이 시가 된다.

2020-12-20

겨울밤 이야기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밤밤 겨울밤은 추워도/ 우우 우리들은 즐거워/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호호 밤을 구워 먹으며/ 먼먼 옛날얘기 듣지요.// 밤밤 겨울밤은 깊어도/ 우우 우리들은 안 졸려/ 손 쳐들고 그림자놀이/ 멍멍 바둑이도 나오고/ 깡충 옥토끼도 뛰지요.” 어렸을 적에 불렀던 노래다. 독일 민요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동요인데,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지요.”라는 노랫말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겨울밤의 정경이다.동지(冬至) 무렵이면 밤이 낮보다 네 시간이나 더 길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물론 전깃불조차 없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동짓달 기나긴 밤’이었다. 그 겨울밤 어둑한 호롱불 밑에서 할머니는 바느질을 하거나 이를 잡고, 아이들은 숙제를 하거나 손장난 발장난을 하며 놀았다. 위의 동요에 할머니와 아이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이들과 할머니가 한 방을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왜 그런지 할아버지가 없는 집이 많았다.창호지문 하나로는 겨울밤 바깥의 한기를 다 막기에 역부족이면 방안에다 화로를 들였다. 군불을 때거나 저녁을 짓고 남은 잉걸불을 재와 함께 무쇠나 놋쇠로 된 화로에 담아 방안에 들여놓으면 그 열기가 오래 갔다. 화로를 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둘러 앉아 손을 쬐면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던 정경이 눈에 선하다. 화로의 용도는 난방뿐이 아니라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먹을 수도 있고 할머니 담뱃불을 붙이는 불씨가 되기도 했다. 이를 잡을 때도 옷을 화롯불에 쬐면 솔기에 숨어있던 이들이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기어 나왔다.밤늦도록 놀다보면 배가 출출해지기 마련이다. 화롯불에 구워먹을 밤이나 고구마가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밭머리에 묻어둔 무를 꺼내와 깎아 먹는 것도 겨울밤의 요긴한 간식거리였다. 감나무가 있는 집에는 홍시나 곶감을 만들어 두고 겨우내 먹기도 했다. 그도 저도 없으면 처마 밑의 고드름이라도 따다 먹었다. 동네 총각들이 사랑방에 모여 놀다가 닭서리를 하는 것도 겨울밤이었다.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없던 그 시절에는 할머니의 옛날 얘기가 드라마나 영화 이상의 몫을 했다. 효녀 심청, 흥부 놀부, 콩쥐 팥쥐, 장화홍련, 우렁각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선녀와 나무꾼, 소금 맷돌…. 여러 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심심할 때마다 그 얘기를 또 해달라고 할머니를 졸랐다. 긴긴 겨울밤 할머니의 ‘이바구’는 권선징악(勸善懲惡)과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교훈과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소재이기도 했다. ‘옛날 어느 고을에’로 시작해서 ‘잘 묵고 잘 살았더란다’로 끝나는 해피엔딩의 재미와 감동은 안정된 정서의 바탕이 되고 굳건한 삶의 근간이 되었던 것 같다.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 겨울밤이 문득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 박용래 ‘겨울밤’

2020-12-17

제자리 온라인 수업과 후퇴 정치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2020년이 마지막까지 힘들다. 정확하게는 힘듦을 넘어 최악으로 가고 있다. 최악 중 최악은 정치다. 한풀이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막가파 쇼는 통제 불능이다. 현대판 민주주의는 떼거리 정치임을 잘 보여주는 밀어붙이기 달인의 불도저 정치에 희망은 뿌리째로 짓밟혔다.지천명(知天命)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필자는 하늘의 뜻 대신 윈스턴 처칠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통치체제를 제외하면 최악의 통치체제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대체해서 쓸 수 있는 말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숫자 놀음이다. 누군가는 집단 운영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다수결 원칙을 말하지만, 이 역시 숫자 놀음이다. 수가 많은 쪽이 무조건 갑이 되는 것이 현대판 민주주의다.정치인에게 있어 생명은 국민이 아니라 숫자다. 정치인 그들을 탄생시킨 것도 숫자고, 또 그들을 죽이는 것도 숫자다. 링컨의 연설을 이 나라 정치인에게 대용하면 아마 “숫자의, 숫자에 의한, 숫자를 위한 정치”라는 정치 구호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들이 지지율과 통계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정말 정치가 정의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는 가면 갈수록 왜곡되는 정치에 종교와 학문 등 모든 것이 왜곡되고 있다. 지금의 극심한 혼돈, 국민이 겪는 고통 또한 왜곡 정치의 결과이다. 하지만 왜곡 중독에 빠진 다수 정치인은 모른다.왜곡된 정치의 대표적인 결과는 왜곡 교육이다. 현재 교육을 두고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지금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보면 더 그렇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수도권 모든 학교가 등교 중지 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또한 부분별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 유형을 보면 실망 그 자체다.지난 9월 15일 익산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의 학사 운영 및 원격수업 질 제고’를 위한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 후 교육부는 다음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원격수업 기간 중 모든 학급에서 실시간 조·종례 운영, 학생과 쌍방향 소통하는 수업 비율 점진적 확대, 주 1회 이상 학생·학부모와 상담하는 등 원격수업의 질 제고 (….)”온라인 수업을 실시한지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과연 학교 현장에서의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학교는 오리 새끼와 같다. 알을 깨고 나온 오리가 가장 처음 본 걸 엄마라고 생각하듯이 학교는 처음 시작한 것을 절대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 형태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는 온라인 수업이 처음 나왔을 때 수업 형태로 콘텐츠 활용 수업과 과제 중심 수업을 선택했다. 학부모들은 학생을 방치하는 수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소리는 학교 담장을 넘지 못했다. 당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5%도 안 되었다.과연 지금은 어떨까! 퇴보하는 정치처럼 온라인 수업 질 역시 더 최악으로 가고 있다.

2020-12-16

꿈을 키우는 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방탄소년단(BTS)의 맹활약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방탄소년단을 ‘올해의 연예인’으로 선정했다. BTS는 팝의 본 고장 미국에서 지난 9월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차트(핫100) 1위에 오르더니, 지난달 30일에는 한국어 노래인 ‘라이프 고즈 온’으로도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한 빌보드 싱글·앨범·아티스트 차트의 세 부문에서 그룹으로 동시에 1위를 한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하니, 한국 대중가수로는 단연 최초이거니와 비영어권 곡으로 데뷔하자 마자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보여주는 이와 같은 지표만 봐도 BTS의 독보적인 음악과 눈부신 활약상이 실감된다. 더욱이 암울의 터널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겨워하는 때, 끊임없이 대중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음악으로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이를테면 ‘다이너마이트’가 밝고 경쾌한 톤의 ‘힐링송’이라면, ‘라이프 고즈 온’은 서정적인 분위기로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단순한 K팝 선두주자가 아니라, 세상이 멈춘 듯한 시기에 사람과의 연결, 다정함, 안심, 긍정 에너지로 세계적인 BTS팬덤을 구축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만 하다.방탄소년단이 어떻게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했을까? 독창적인 음악성과 퍼포먼스, 팬들과의 교감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필자의 관점에서는 포용과 희망, 융화와 시스템의 진화가 압도적인 성공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엔터테이너와 팬들 사이의 진정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음악의 소비방식에의 새로운 변화, 현실을 반영한 진정 어린 메시지를 SNS 메커니즘으로 유효적절히 활용하며 가수멤버와 스태프가 혼연일치로 만들어낸 꿈과 상상력의 다이나믹한 표출로 여겨진다.이 모든 것들은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현재진행형으로 꿈의 현실화는 계속되고 있다. 과연 꿈은 무엇일까? 꿈은 인생의 길이며 목표이며 그 빛깔이다. 또한 꿈은 강력한 에너지이다. 때로는 빛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밝혀 주기도 한다.‘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남 모르게 흘리는 땀이 비범을 낳으리라/처절한 몸부림만이 경이를 보이리라//막연한 꿈은 부질없는 바램이다/활시위의 긴장과/눈물 같은 땀방울로/무진장/뒤척거리는 고독/기적의 꽃이 피리라’ -拙시조 ‘꿈-기적의 꽃’중현재의 BTS가 세계적으로 우뚝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 좌절과 인내가 있었을까? BTS의 RM 김남준이 UN연설에서도 밝혔듯이, 진정한 사랑은 자신에서부터 시작되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에 대한 얘기로 자기만의 빛나는 별무리의 꿈을 이루는 것을 강조했었다. 많이 휘청거리고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지침없이 나아가려는 노력이야말로 꿈을 향한 줄기찬 도움닫기가 아닐 듯싶다.꿈은 끼를 먹고 자란다. 끼가 있는 당찬 포부와 눈물겨운 노력으로 기적의 꽃은 피어난다. 긍정과 용기, 시도와 모험으로 꾸준히 추구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마침내 BTS처럼 꿈은 현실화되는 것이다.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