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우리는 낯선 이들의 친절함에 감명을 받고,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로운 여명에 대한 희망에서 편안함을 이끌어 냅니다. (….) 크리스마스의 빛, 이타심,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다가올 시간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성탄 메시지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2020년! 언론들은 성탄을 맞아 세계 지도자들의 희망 메시지를 보도하였다. 그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문 이야기다.그나마 인류가 길고 긴 코로나 터널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무조건적인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선별 진료소, 병원, 보건소, 소방서, 지자체 코로나 대응부처, 질병관리청 등은 바로 코로나 영웅들이 있는 곳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많은 사람, 그들이 바로 우리 삶의 영웅들이다.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특별법을 만들 정치인이 없다. 혹여 있다고 해도 떼거리 정치꾼들에게 밀려 소리조차 못 내고 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곳, 그곳이 바로 이 나라 정치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민주주의, 개뿔이라고 해라!”최근 떼거리즘에 빠진 인간들의 말도 안 되는 소음에 귀가 아프다. 그들이 공통으로 쓰는 단어는 “일개”다. “행정법원의 일개 판사가 (….)”, “일개 재판부가 (….)” 정말 웃기지도 안 된다. 만약 그들에게 일개 방송인, 일개 정치인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의도, 기본도 없는 일개(방송, 정치)인의 오만방자를 국민이 심판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일개인들의 정신없는 소리에 묻혀버린 어느 학부모님의 이야기를 전한다.“전학이 가능할까요?” “왜 전학을 하시고자 하는지요?”최근 들어 전학 문의가 부쩍 많다. 대상 학생은 대부분 중학교 2학년이다.“아이가 시험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1학년까지는 자유학년제 한다고 시험도 안 보다가 2학년에 와서 갑자기 시험으로 압박을 하니 아이가 견딜 수가 없어 해요.”이 말이 나오는 순간 필자는 죄인이 된다. 처음에는 전학 상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학교 교육, 특히 자유학년제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성토로 이어진다.“올해는 더군다나 5월 중순부터 학교에 갔는데 6월에 바로 중간고사를 쳤어요. 온라인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EBS 보거나 과제를 하는 거였어. 뭐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데, 시험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일개인들은 어떤 답을 할까! 그들은 생뚱맞게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중학교 2학년이 걱정이다. 코로나야 백신이라도 있지만, 학생들의 방황에는 약도, 답도 없다. 이 나라 일개 방송·정치인과 교육 관료에게 학부모님의 말씀이 여왕의 말씀처럼 전해지길 바란다.
202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