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고 어떻게 삽니까!”
지난주에 교사 초빙 공고를 냈다. 공고 끝부분에 급여와 근무조건이 다르니 지원하기 전에 꼭 학교로 먼저 문의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공고가 나가자마자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비록 인가 중학교이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가 다른 학교 선생님에 비해 적고, 급여 체계도 다릅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백이면 백 전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가 크게 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혹여나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물어보면, 자본주의가 점령한 이 나라 교육 판에도 오로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필자는 더 힘을 내어 설명한다.
“기숙사 학교여서 출퇴근 시간이 빠르고 늦습니다. 저녁에는 저녁 교육 프로그램 지도해야 하고, 아침에는 식사 지도까지 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한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에 투신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굳이 끝부분의 말은 안 해도 되지만, 필자는 그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꼭 한다. 인내를 가지고 필자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사람도 드물지만, 투신이라는 말이 끝나면 공통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헛웃음이다. 간혹 헛웃음 소리와 함께 비속어가 들릴 때도 있다. 7년 동안 경험한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달랐다.
2020년 12월 31일, 늦은 오후에 역시 문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학교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어 보였다. 듣는 태도가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자세히 학교의 근무 여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통화가 끝나고 필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교사도 사람인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삽니까! 대단하십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으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이 전화 한 통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교육에 투신하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교사도 사람이다. 교사도 월급쟁이가 된 이상 다른 직장인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
또 이를 위해 단체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요즘은 워라밸 대신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의 조화)을 외치기도 한다.
물론 둘 다 필요하다. 교사가 힘이 있어야 교육도 힘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교사의 힘은 예전에 비하면 넘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교육 재건의 몫은 바로 교사다. 교사 개인의 삶도 삶이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번 방학에는 사표(師表)가 무엇인지, 또 진정한 희생과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