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에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떠올린 말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올해는 부디 온갖 사악한 것들을 타파하고 올바른 것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사현정이란 말은 본래 불교용어였다. ‘우리가 일상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속제(俗諦)라 하고, 붓다가 발견한 진리에 근거한 삶의 이치에 관한 담론을 진제(眞諦)라 부른다. 이 두 세계를 걸림 없이 넘나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실천적 도리인 중도(中道)인데, 그 중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인 다르마(眞理)에 어긋나는 것에 맞서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파사현정’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해인 2017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파사현정이었다. 그 말을 추천한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한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드러났는가 하면 정치·경제·교육·법·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끼리끼리 몰아주고, 또 그런 배분의 방법과 룰과 도덕성, 심지어는 아름다운 이미지, 또 그런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그런 광신적 패거리들로 바깥에서는 세월 호처럼 엉망진창으로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절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해본 것이 파사현정이다.’라고 했다. 그와 똑 같은 말을 일 년여 남은 이 정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21세기에 들어 요즘처럼 혼란과 비정상과 천박함이 판을 치는 정치가 없었다. 위의 최 교수가 규탄해 마지않은 지난 정권 말기에는 그래도 지금처럼 막가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적어도 잘못이 드러나면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고 사과할 줄도 아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다. 법치도 상식도 양심도 깡그리 깔아뭉개고, 비리와 부정이 드러날수록 오히려 기세 등등 큰소리치고 역공을 가하는 뻔뻔스러움은 사이비 광신자들의 집단을 무색케 한다.
어느 정권이든 그 당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지난 정권도 그렇고 현 정권 역시 국민들의 지지와 선택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려면 국민이 바뀌어야 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보다 높아졌을 때 보다 나은 정부도 가능해진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극성 지지자들이 많을수록 더 심하게 부패한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끊임없이 우민화정책을 쓴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어리석고 피폐하게 만들어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나치에 휩쓸렸던 독일 국민들이 패망이란 대가를 치르고 정신을 차린 것을 거울삼아, 좌파운동권들의 사회주의적 망상에 휩쓸린 대한민국도 이제는 각성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바른 소리를 내어야 한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댓글이라도 달아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그것이 패역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요, 파사현정이다. 방관하는 것은 방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