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시인보이저(Voyager) 호는 1977년 8월 20일과 9월 5일에 각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무인 우주탐사선이다.8월 20일에 발사된 것이 보이저 2호, 9월 5일에 발사된 것은 보이저 1호다. 보이저 2보다 보름 정도 늦게 출발했지만 보이저 1호는 지름길을 이용하여 1979년 3월에 목성을, 1980년 11월에는 토성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 1990년 2월 14일, 태양에서 61억km 떨어진 지점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였다. 그 사진이 바로 칼 세이건(1934~1996·미국의 천문학자)의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다. 당시 보이저 계획의 화상 팀을 맡았던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고 동명의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저서에 이렇게 소감을 적었다.“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중략)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의 마지막에 이 사진이 삽입되었는데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했다. 지구 온난화를 지금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앨 고어는 이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상 기후의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창백하게, 두렵다.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