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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학교 운명은?

등록일 2020-08-19 18:49 게재일 2020-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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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선생님, 2학기부터는 매일 등교하래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중학교 1학년 자녀가 필자를 보더니 도저히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따지듯이 물었다. 필자의 놀람에 아이는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만약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면 국가가 책임 져 주나요? 학교에 가면 수행평가밖에 하지 않는데 왜 학교에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 말씀 좀 해주세요.”

아이는 정말 진지하게 말하였다. 그 어조를 그대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이를 만나기 며칠 전 필자는 아이의 놀람이 담긴 공문을 보았다.

“현재 감염병 위기 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전제로, 지역사회 여건 및 기초학력 보장 등을 위한 대면 수업 확대 요구를 반영하여, 전교생 매일 등교수업을 권장함.”

이제는 매일 등교수업이 이상한 시대가 되었다. 또 교육청에서 등교를 권장하는 시대라니 필자는 너무도 낯선 지금의 상황에 코로나 멀미가 날 지경이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하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학부모와 학생 중 코로나19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코로나 트라우마로 등교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매일 등교가 낯선 것은 분명 학생들만이 아니다. 과제 학습에 익숙해진 교사들은 낯섦을 넘어 짜증이 날 것이다. 걱정보다는 편함을 반납해야 하는 그 심정은 어쩌면 짜증을 넘어 화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 화가 부디 학생들에게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과연 지금까지 원교 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낸 그 많은 과제를 교사들은 평가했을까? 물론 학생 개인별로 피드백을 해준 교사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제를 정리하여 책으로 만든 교사도 필자는 안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아이 중 학교에서 과제에 대해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았다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피드백 대신 벌점을 받은 아이들을 필자는 알고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의 방향은 늘 자기 쪽이다. 그 방향은 익숙함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익숙함이 강해질수록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혹 누가 뭐라고 하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 앞에 적대(敵對)라는 말이 붙는다. 그것은 학생도,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댓글을 잘 읽어보고 답을 좀 해대라는 메시지가 왔다. 지인은 “교육부 2단계에도 교사는 출근 이후 등교·원격수업이 원칙”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댓글을 모두 읽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광복절 기념 축사를 다 듣지 못하고 구역질 때문에 채널을 돌린 그때의 느낌과도 같았다. 교사와 일반인으로 편이 나뉘어 싸우는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이제 이 나라 교육도 문을 닫아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가 학교 기능을 하지 못한지가 오래이지만, 그래도 좋든 싫든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에는 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생과 교사 모두 학교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자율성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8월 학교 교육도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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