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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날 생각

등록일 2020-08-24 19:58 게재일 2020-08-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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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여름의 끝자락 처서(處暑)가 지나면 가을바람이 분다. 그리고 음력 7월7일 즉 칠석(七夕)이 있다. 하늘나라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너서 1년에 한 번 만나 회포를 푸는 날, 우리에게는 익숙한 전설이다.

이 견우직녀 설화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옥황상제가 손녀인 직녀와 강 건너 견우를 혼인을 시켜 주었는데 둘이 사랑에 빠져 게으름을 피우기에 화가 나서 은하수 양쪽으로 갈라놓고 1년에 한 번 만 만나게 했단다. 이날 까마귀와 까치들이 하늘로 날아가서 다리를 놓아 서로 만나게 했고, 그래서 이날 까마귀들이 안 보이는데 다음날 보면 머리가 벗겨져있고 그 다리를 오작교(烏鵲橋)라 한다.

사실 이날쯤 천문학적으로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독수리자리에 있는 견우성과 거문고자리에 있는 직녀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고 하는데, 수 천 년 전에도 은하수와 별자리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살피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설화도 만들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요즈음 도시에 사는 일반인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아도 1등성 밝기의 견우와 직녀별을 살펴보기도 어렵겠지만 은하수의 흐름도 느끼기 어렵다. 수년 전 몽골여행 때 그 넓은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까만 하늘에 꽉 차 있는 수많은 별을 보고 감탄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공해로 낮에도 흐린 하늘을 보지만 수천 년 전 그때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하늘의 끝까지 보였었겠지.

여름 밤하늘을 보며 아기자기한 별들의 얘기들을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잘 때면 그나마 은하수를 보며 어릴 때를 기억해 보곤 한다.

우리는 기억이 없는 사람들에게 ‘까마귀 고기 먹었나?’ 하고 핀잔을 주는데 기억력이 으뜸인 까마귀를 왜 건망증과 관계를 짓는지 모르겠지만, ‘까마귀는 칠월칠석은 안 잊어버린다.’고 할 만큼 칠석이 중요했던가 보다. 그러니 이번 칠석날에도 까마귀와 까치들이 오작교를 놓으러 올라가겠지. ‘칠석날 까치 대머리 같다.’는 속담도 있으니 다음날 들판의 전깃줄에 까맣게 앉은 까마귀들의 머리가 벗겨진 것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칠석우(七夕雨) 즉, 칠석날 비가 오면 견우직녀가 만나는 기쁨의 눈물이고 다음날 비가 오면 헤어짐을 슬퍼하는 눈물이라는데, 올해 8호 태풍 바비(BABI)가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칠석 전후쯤 우리나라 남쪽으로 상륙하여 큰 눈물을 보일지도 모른다니 지난번 물난리를 겪은 지방에는 견우직녀의 이별이 매우 서러울까 염려될 것 같다. 제발 둘이서 즐겁게 놀다가 내년의 만남을 약속하며 웃으며 헤어지기를 갈망해본다.

그러나 칠석날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들거나 땀띠나 부스럼 등 병을 쫓는 영험이 있어 옛사람들은 빗물로 목욕하고 물맞이를 하였다고 하니 태풍이 오더라도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심해서 맞으면서 나라의 안녕을 빌어보자.

칠석날에는 옛 풍습대로 오이와 참외 먹으며 더운 마음 씻고 한창 익을 호박으로 부침 만들고 밀국수 한 그릇 말아서 칠성님께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빌어볼까. 그리고 그동안 습기 찼던 옷과 책들을 꺼내어 햇볕에 말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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