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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에 출간한 ‘사설시조의 맛과 멋’이라는 신간이 올해 세종도서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됐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전공자가 아니면 그다지 볼 일도 없는 학술서건만 그래도 글을 쓴답시고 밤새 글자 한 자 한 자 뜯어보며 수정하던 지난 날이 문득 떠올랐다.한참 교정을 볼 때였다. 한 지인이 하는 말이 아니, 요새 책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더군다나 인문학 학술서를 누가 그렇게 신경 써서 본다고 그러는지, 단어 하나에까지 참, 대충 좀 하라는 것이었다. 국어과 교수 아니랄까 봐 그렇게 공들이며 시간을 한참 보내는 게 이해도 가지 않을뿐더러 답답해 보인다고까지 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인문학의 가슴 아픈 현실을 일깨우는 말들을 콕콕 집어하는 말이 어찌나 얄밉던지. 오랜만에 본 반가움은 잠시, 말 한마디에 괜히 샐쭉했던 기억이 있다. 결과적으론 오기가 나서 글자 하나에 더 신경 쓴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지만.사실,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말을 잘해 천 냥 빚을 갚기도 하나 반대로 말 한 번 잘못해 멸문지화를 당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조선 개국 공신인 정도전이 공공연히 ‘한 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 고조를 쓴 것’이라며 함부로 말하고 다님으로써 태종의 미움을 받아 끝내 죽임을 당한 일이나 왕자의 난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세 치 혀끝 실수로 죽음에 이른 태종의 처남 민무구 형제 이야기는 설화(舌禍)의 대표적인 예이다.그래서 옛 성현들은 한 번 입 밖에 나온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도 따라잡기가 어렵다 했고, 혀 밑에는 도끼가 들었다 여겨, 늘 조심에 또 조심을 해왔다. 공자가 말을 어눌하게 하라 하고, 또 말조심에 관한 시경 구절을 하루에 세 번씩 읽은 남용(南容)에게 질녀를 시집보낸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양의 고전 ‘탈무드’에도 말이 당신 안에 있을 때는 노예이지만 입 밖으로 나오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고 한 것은 모두 말조심을 강조한 것들이다.이렇게 조심해야 할 ‘말’,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이를 매우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없는 말을 지어내어 타인을 모함하는 것은 예사요, 걸핏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밥 사준다고 불러내서는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들을 험담하고, 파당을 짓고 뒷담화를 하다가 들키면 그나마 사과하는 사람도 있고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발뺌하는 사례 또한 부지기수다. 스스로의 인격을 갉아먹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바야흐로 8월이다. 코로나로 시작한 한 해가 이제 제법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곧 휴가철이니 지인들과 만나 ‘썰’을 푸는 게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좋을 법하다. 다만 ‘썰’을 풀기 전, 작자 미상의 우리 옛 시조 하나 떠올려 보면 어떨까? “말하기 좋다하고/남의 말 말을 것이/남의 말 내 하면/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 많으니/말 말을까 하노라//’.

2020-08-03

나의 三餘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늦장마로 며칠째 계속 비가 내렸다. 예기치 못한 물 폭탄을 맞은 부산과 강원 등지에서는 갑작스런 폭우에 하천 범람, 침수, 산사태 등으로 피해가 속출했고, 인명피해까지 가져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연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함이 다시금 드러났지만, 철저한 대비와 적절한 대처로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는데 지혜와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간간이 소강상태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름날 장마나 소나기가 잦다 보니 농사일이나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아진다.비 오는 날씨에 옷이나 물건을 적셔가며 마음마저 축축해지는 청승맞은 일들을 대부분 꺼리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주로 실내 활동을 하게 되는데, 옛 선비들은 기후나 시간, 계절에 따른 호기(好期)를 잡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글공부와 자기 연마에 힘썼다.이를테면 ‘비오는 날, 하루 중 밤, 일년 중 겨울’이 한가하거나 조용하거나 넉넉한 때이기 때문에 독서와 학문에 전념했다. 이른바 독서삼여(讀書三餘)가 그것이다.빗소리의 리듬에 맞춰 소리내어 책을 읽기도 하고, 쉼이나 잠을 청하는 고요한 밤시간에 명상하듯이 경서를 탐독하며, 동면하는 침잠의 계절에 시문과 기예로 내면을 채워가는 독서와 강학은 선비와 유현(儒賢)의 의례적인 관습이 아니었을까 싶다.시대의 양상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제각각 다른 현대를 살아가면서 필자는 ‘나만의 삼여(三餘)’를 즐기고 있다.즉, 독서삼여를 나의 주관과 취향에 맞춰 살리고 즐거움과 보람을 누려가며 체득한 일종의 자기 만족법인 셈이다. 나름의 특성을 살려 ‘심신삼여(心身三餘)’로 지칭한 필자의 삼여는 서예, 자전거, 교유(交遊)이다.35년여 서예에 매료돼 정진해도 아직 허접하기 이를 데 없지만, 먹과 붓과의 인연을 통해 나름 위안과 흡족을 느껴가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다만 한편의 작품 완성을 위해 고금동서의 시문을 더 많이 접하고 궁구하며 창작해야 하는데, 틈날 때마다 더 깊이 천착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음으로는 10여년 전부터 즐겨 타오던 자전거다. 그 옛날 말을 타고 주유천하 하듯이 은륜을 굴리며 전국의 강줄기와 바닷가를 누비며 자락(自樂)을 일삼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으로 생활 속의 운동으로 여기며 건강한 습관과 두 바퀴 여행까지 겸할 수 있으니, 가히 고마운 애마임에 틀림 없다고나 할까.마지막으로는 좋은 분들과의 교분을 통한 교유다. 어쩌면 진정한 만남은 마음이 맞고 뜻이 통하는 담백한 물 같은 사귐이 아닐까? 남녀노소, 고하귀천없이 유유상종으로 어울리고 의기투합하면 그 자체가 그윽하고 향기로워질 것이다.장마가 주춤하던 지난 주말, 필자는 자전거를 심야버스에 싣고 상경해 임진각~인천~강화도를 주유하는 라이딩을 하며 저녁에는 친구들도 만나 회포를 푸니 넉넉하기만 했다. 거기에 어떤 친구에게는 서예작품이 쓰여진 부채까지 선물해주고 왔으니, 나만의 삼여를 실천한 셈이다.

2020-08-02

바람이 분다

김병래시조시인바람을 쐬려고 들로 나간다. 들판을 가로질러 난 고가철로 밑에 그늘이 생겨 여름날 더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볏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을 본다. 가까이 개망초꽃도 흔들리고 강아지풀도 흔들린다. 풀잎들은 대부분 바람에 잘 흔들리도록 디자인이 된 것 같다.어느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고 했지만, 태풍이나 삭풍의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에 흔들린다는 것은 아픔이거나 슬픔이기보다 환희의 몸짓으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바람이 불면 초록물결이 이는 드넓은 들판은 생명의 환희로 가득해진다.우리 민족은 뿌리부터 바람과 관련이 깊다.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는 환웅이 태백산에 내려와 나라를 세울 때 우사(雨師), 운사(雲師)와 함께 풍백(風伯)을 가져왔다는 전설이 있고, 신라의 최치원은 난랑비서문에서 “나라에 현묘한 도(道)가 있으니 이를 풍류(風流)라 한다. 이 교(敎)를 베푼 근원에 대하여는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이는 유불선 삼교를 내포한 것으로 모든 생명과 접촉하면 이들을 감화시킨다”고 했다.우리말에는 바람에 대한 명칭이 무척이나 많다.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서 하늬바람, 마파람, 샛바람, 된바람, 높새바람 등이 있고 세기에 따라서는 미풍, 태풍, 폭풍 등으로 불린다. 그 밖에도 여러 경우와 상태에 따라 훈풍, 열풍, 삭풍, 돌풍, 산들바람, 소슬바람, 갈바람 등과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치맛바람, 춤바람, 피바람 같은 말도 있다. 풍속, 풍기, 풍경, 풍치 등 사회나 자연 환경을 나타내는 말에도 바람이 들어 있고. 요즘은 잘 안 쓰이지만 거풍(擧風)과 즐풍(櫛風)이란 말도 있다. 거풍은 원래는 쌓아두었거나 바람이 안 통하는 곳에 있어 습기 찬 책이나 옷 등을 바람에 쐬어주고 햇볕에 말린다는 뜻인데 나중에 다른 의미로 변질이 되기도 했다. 햇볕 좋고 동남풍 부는 날 산 위에 올라가 상투를 풀고 햇볕과 바람을 쐬면서 머리를 빗는 걸 즐풍이라 하고, 바지춤을 내려 아랫도리를 내놓고 바람에 말리는 걸 거풍이라 했다. 무더위에도 옷을 벗거나 상투를 풀지 않았던 사대부들로서는 가히 파격적인 풍습이었다.우리는 바람이 많은 민족이다. 바람이 불기만 하면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고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루고 세계 십위 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은 남다른 신바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김일성 왕조도 바람이라면 바람이랄 수 있을 것이다.바람은 자주 방향이 바뀌게 마련이다. 계절과 기상변화에 따라 풍속과 풍향이 수시로 바뀌는 게 바람이다. 인간사회에 부는 바람도 마찬가지다.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태풍이나 폭풍이 불 때도 있고 봄바람처럼 평온한 바람이 불 때도 있다. 촛불바람으로 오른쪽 바람이 꺾이자 그 여세를 몰아 왼쪽 바람이 광풍이 되어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에다 공영방송까지 장악하고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다만 이제 조금씩 역풍의 조짐이 보이는 것에 희망을 가진다.

2020-07-30

방학 사전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이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가 입에서 계속 메아리치는 7월 마지막 주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사람들은 최선의 지혜로 대처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그 지혜들이 모여 사회와 경제가 조금씩 돌아간다.그런데 오히려 퇴보하는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정치와 교육이다. 둘의 공통점은 문제투성이라는 것, 해결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뻔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은 위선(僞善) 덩어리라는 것이다.이 둘은 거짓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 거짓말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육”이다. 더 이상 이 말에 속을 국민과 학생은 없지만, 위선 정치인과 정치로 교육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의 힘을 빌려 이 말을 무한 재생하고 있다. 그들의 뻔뻔한 거짓말 놀이에 이 나라 정치와 교육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 국민과 학생이 단 한 번이라도 주인이었던 적이 있을까?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고, 위선 정치인과 교육인들이 멸종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나라엔 희망의 불이 꺼졌다. 허균이 지금 시대를 산다면 분명 ‘신호민론(新豪民論)’을 섰을 것이다. 허균은 호민론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나누고, 호민을 “사회의 부조리를 냉철히 파악하여 때가 되면 백성들을 조직, 동원하여 사회변혁을 도모하는 백성”이라고 하였다.선거 결과에 도취 된 정치인들은 못 느끼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허균 시대의 호민보다 더 강력한 이성과 힘을 가진 신호민(新豪民)이 늘고 있다. 그 속에는 학생도 많다. 그들이 떨치고 일어설 사회적 명분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상벌점 제도에 상처받고 있는 학생을 위해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인용한다.“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필자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패러디 욕망을 강하게 느낀다. 시인은 사전의 새로운 집필을 꿈꾼다. 그 이유는 사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새 집필진으로 시인을 추천한다. 그가 제시한 예를 읽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단어 본연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을 찾고 있는 필자의 마음에 닿았다.만일 학생이 방학(교육)을 만든다면, 방학(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이다. 그들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불로 가득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가 그 불을 꺼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 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필자는 그 불이 학교와 공교육을 모두 태우는 꿈을 요즘 계속 꾼다. 학생들이 묻는다, “2주 연속 과제형 온라인 수업이 학교 수업입니까? 방학은 왜 있습니까?”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학교는 오지 말라고 하면서 학원에 가는 것은 묵인하는 게 이 나라 학교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상점과 벌점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다. 학생들은 2020 학년도 하계 방학을 어떻게 정의할까?

2020-07-29

포항의 아들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마치 일상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이상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최근 들어 다소 상황이 호전되는가 싶었으나, 재유행의 조짐을 경고하는 방역당국의 안내에 따라 다시 움츠러든 상황이다. 대면활동이 어려우니 예술 활동도 어렵고, 특히 공연예술은 무대를 여는 일 자체가 어렵다. 자구책으로 등장한 언택트 문화가 자리를 잡을 기세다.얼마 전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이 세계의 유료관객 75만 명을 동원하여 25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를 문체부 장관은 ‘신 한류의 새로운 형태’라며 높이 평하였다.아무리 그래도 공연예술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제 맛이다. 마당놀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얼마전 몇 차례 연기하는 우여곡절 끝에 마당극 ‘하얀찔레꽃’을 철길 숲 공원에서 공연하였다. 의외라고 할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았다. 야외공연이라 코로나의 감염위험이 높지 않았으나 모든 관객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에 유의하며 출연자들의 소리와 재담, 몸짓에 환호했다.우리 시민들의 문화예술 감상 수준을 알려주는 방증이며, 공연무대의 갈증이 심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포항의 이야기를 토속민요에 담았으니 이것이 바로 지역문화 콘텐츠가 아니겠는가. 선선한 날씨와 배우들의 열연, 수준 높은 관객들이 잘 어우러진 광경을 보면서 문화예술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기제가 됨을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요즘 트롯 열풍이 대단하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미스터 트롯’에서 포천의 아들임을 자부하는 청년이 진(眞)으로 선정됐다.포천시내 곳곳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고 포천시는 시청사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포천시는 진작부터 그를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그가 미스터 트롯 경연에 출연하자 시청 내부 게시판에 응원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고, 포천시의 공무원들이 자원매니저가 되어 기자들에게 그의 홍보를 부탁했다. 시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약 1천여 명이 똘똘 뭉쳐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시장은 회의 때마다 “홍보대사가 잘돼야 포천이 잘된다”며 지원을 독려했다고 한다.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4중창 그룹을 뽑는 ‘팬텀싱어’는 성악, 국악,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경연을 펼치는 수준 높은 음악경연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장장 3개월에 걸쳐 방영된 ‘팬텀싱어 시즌3’에서 ‘라포엠’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라포엠의 리더인 유채훈은 자랑스런 포항의 아들이다. 포항예고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훤칠한 청년이다.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하였던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힘든 시절, 우리의 귀한 아들이 더욱 큰 나무로 자라고 시민들의 삶에 활력과 자긍심을 높여 지속발전 가능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훈훈한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전설의 테너’라 불리는 팬텀싱어 우승자가 포항의 아들임을 널리 자랑하자.

2020-07-27

그대, 안녕하신가

최미경동화작가지금 이 순간에도 이젤 앞에서 붓을 들고 있는 그대와 지금 이 순간에도 노트북 앞에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그대와 지금 이 순간에도 대본을 쥐고 여러 톤의 감정으로 대사를 뱉어내고 있을 그대여.재료비를 벌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배달을 하고 있는 그대와 공연에 올릴 안무를 구상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손님이 고른 메뉴를 적고 있을 그대와 악기를 사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전전하고 있을 그대여.그대, 젊은 예술가여. 안녕하신가.그림 그만둘까 합니다. 애들 분유 값도 못 버는데 가장은 무슨 가장인가요…. 무대에 서는 일은 나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아직 어머니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린 적 없어요. 이런 제가 무대에서 관객에게 박수받을 자격이 있나요…. 한 문장에 얼마씩 쳐주면 글 쓰겠어요. 그런데 쓰면 뭐하나요. 아무리 열심히 써 대도 발표할 지면 하나 마땅한 곳이 없는데요…. 좋은 작품요? 아니요, 잘 팔리는 작품이 필요해요. 내 작업요? 내 예술관이요? 아니요, 잘 팔아주는 루트가 필요해요. 그래야 작품 팔아서 재료비라도 벌죠….지금 당장 그만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이 불운한 시대를 버티고 있는 그대, 젊은 예술가여.그대의 작업과 삶을 잇는 전선(電線)은 튼튼한가, 그대 삶과 작업 전선(前線)에 전력을 밀어 넣어줄 동력은 충분한가.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나는, 안녕한가. 사는 일에 급급해 쓰는 일은 뒤로 미룬다는 핑계를 아직 입에 달고 사는가. 좀 더 나이 들면 좀 더 안정되면 그때 쓸 수 있겠지, 라는 믿지 못할 약속에 아직 기대고 있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고 순간순간 나를 설득하며 아직 견디는가. 그래서 정작 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그대, 나여. 나, 그대여.이 전선(戰線)에서 오늘 우리가 안녕하길 바라는 건 가혹한 희망인가, 정직한 절망인가. 점점 누추해지는 그대 인생의 봇짐을 단지 그대 한 사람의 잘못으로 내칠 것인가. 아니면 그대와 나, 우리의 봇짐을 모두 풀어내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그대여, 그대 예술가여!하나의 목소리로 날을 세우자. 한 사람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지만 열 명, 백 명, 천 명의 목소리는 허공을 뚫는 피뢰침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예술 환경에 대해 지역작가로서 받는 예술복지에 대해 작품을 판매하는 지역 판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자.숨지 말고 나와서 귀를 열고 눈을 뜨자. 곪은 것은 터뜨리고 해진 것은 기우고 싸워야 할 때는 맞서자. 그렇게 그대의 빵과 그대의 영혼이 예술 전선(電線)으로 튼튼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그대의 작품활동이 그대 가족과 같이 나눌 빵이 될 수 있도록. 그대 전선(前線)에서 예술은 하나의 삶이 되도록.그대 젊은 예술가여. 우리 이제 안녕, 하자. 우리가 이제 안녕, 해야 할 때이다.

2020-07-26

우주여행

김병래시조시인지구의 공전속도에다 태양의 공전속도를 합하면 초속 250km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는 음속(音速)의 700배가 넘는다. 총알의 속도가 소총의 경우 초속 0.6~1km 정도라니 지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가고 있는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아무튼 우리 모두는 총알보다도 수백 배나 빠른 행성을 타고 광대무변의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팔십 년을 산다고 하면 대략 6천300억km를 여행하는 것인데, 도무지 가늠조차 안 되는 이런 엄청난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다.“…. 총알의 수백 배나 쾌속으로 날아서/ 소실점 까마득하게 사라져 가는 지구// 광대무변 우주의 티끌에 불과한 것을/ 무엇이 그리도 대단하고 절박해서/ 폭약을 몸에 두르고 자폭도 서슴지 않는가// 막히고 닫힌 세상 답답하고 울적할 땐/ 밤하늘 별을 보며 우주여행을 떠나자// 음속의 수백 배 빠른 지구호 우주선 타고” - 졸시 ‘우주여행’노년에 접어든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한반도의 남쪽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비행기나 여객선을 타보지도 않았고, 유람선을 타고 가까운 섬에도 가본 적이 없다. 글로벌시대에 골동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다른 나라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는 것은 아마도 시시각각 우주여행을 하기 때문인가 보다. 전에는 외국에 대한 궁금증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상세하게 다 보여주니 그것도 해결이 되었다. 하기야 칸트나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는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도 방대한 철학체계를 완성하였다지 않는가. 일찍이 우주의 이치를 꿰뚫은 노자 역시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이웃나라가 있어도 구태여 갈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과연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안다’ 할 것이다.얼마 전에 지구본을 하나 구입했다. 큰 수박덩어리 만한 지구 모형 한쪽 귀퉁이에 한반도는 손톱 만하게 붙어있다. 그 동남쪽의 한 지점에 앉아서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리며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는 동시에 멀리 성층권으로 나가서 이 세상을 조감(鳥瞰)하는 전지적시점이 된다. 당장 코를 박고 있는 사회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광대무변의 우주가 펼쳐져 있고, 나는 그 속을 쾌속으로 날아가는 우주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우주의 일부이므로 마음을 열면 세상을 직관하고 통찰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너무 거창해서 황당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이 우주의 티끌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우주적 존재라는 인식은 에고(ego)의 질곡으로부터 마음을 열어주는 단초가 된다. 대자연과 소통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도 그런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평생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들이 내세우고 지향했던 대의명분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혜안과 통찰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총알보다도 수백 배나 빠른 속도로 미지의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2020-07-23

확실한 교육 방관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염소 뿔도 녹는다는 한 해의 가장 무더운 절기인 대서가 지나고 있다. 여름이 들기 전에 기상예보 기관들은 올해 여름이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여름이 다 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예보가 오보 수준이다.그런데 덥지 않은 여름을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다. 이번 주 또한 마찬가지다. 7월 절반이 먹구름에 잠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7월을 우기의 달로 재정의해야 할 날도 멀지 않았다.시간의 빠르기와는 달리 아직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경제 활동 재개를 독려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력은 그런 정부의 의지보다 더 강하다. 바이러스와의 대결에서 지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아무리 과학과 의료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그런데 자존심 강한 인간들은 이런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백신 타령만 하고 있다. 과연 백신이 인간을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같은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매일 몇 통씩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보는 사람은 몇 없다. 거의 공해 수준으로 오는 문자 메시지는 분명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 가지만, 지금과 같은 도를 넘는 안내는 짜증만 불러일으킨다.코로나19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은 경제와 교육 분야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 충격과 소비 절벽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라는 뉴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두를 잘 알 것이다. 그래도 발 빠른 경제학자들은 벌써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된 답은 적극적인 소비와 생산이다.경제는 이처럼 답이라도 있지만, 교육계에는 답이 없다.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 사회인을 양성하는 곳이 학교인데, 그 학교가 제 기능을 못 한 지 오래다.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해 보면 이 나라 교육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희망 부재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던 희망이 아예 멸종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수업 때문이다. 6월과 7월에 온라인 수업을 한 학교들이 선택한 수업 유형은 과제 중심형 온라인 수업이다. 4월과 5월에 그나마 5%라도 있던 쌍방향 수업은 거의 실종되었다.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을 철저한 교육 방관자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의 확실한 방법은 적극적인 소비와 공급이다. 이는 교육계에도 통용이 된다.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교육의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육의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가 되는 순간 분명 우리 교육은 입시 공화국에서 벗어나 훨씬 더 생산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특히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을 교육의 확실한 방관자로 만들어버렸다. 학생들이 등교 수업을 거부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2020-07-22

살아남아야 한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요즘 내가 주변의 지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만나서 반갑습니다’이다. 주변의 지인 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리거나,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방심하기도 하지만 뉴스에서 보았던 미국인의 시체들이 짐짝처럼 파묻히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면,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하거나 위생관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1단계 생리적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이다.지금의 이 시대는 2단계인 안전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때이다. 심지어 1단계인 생리적 욕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계까지 위협하면서 슈퍼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 라면이라고 하니, 누군가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먹고,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일단 생명을 유지해야 하고, 생명을 유지했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잘 챙겨서 살아남아야 한다.심리학 분야에서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의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면서 기다리면 좀 더 먹을 수 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지 않고 과자를 먹어버린 아이와 먹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추적해보니, 기다리지 않고 과자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저성취를 이루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인내심이란 성격요인이 성공과 실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은 버텨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절실한 욕구가 되었다.살아남았으면 직업을 얻고 사랑할 날이 올 것이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사랑하다보면, 자녀나 제자, 및 동시대인으로부터 존경받을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에 와서 존재의 빛을 발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도 채워지는 그 날이 올 것이다.우리 모두 잘 살아남아서 이 생에서 존재의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며 견뎌야 할까? 덜 먹고, 덜쓰고, 덜 버리자!필자는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는데 그 시골 냇가에는 검푸른 징거미와 살이 꽉찬 다슬기가 지천이었고, 산에는 다람쥐, 토끼 그리고 노루가 뛰어다녔다. 인간의 욕심과 편리함을 위해 그 냇가는 콘크리트로 뒤덮였고 그 산은 파헤쳐졌다.가끔식 도시에서 살면서 힘겹게 생각될 때 소망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을까?나는 요즘 베란다 텃밭을 가꾸며 매일 소망한다.나와 우리가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소박한 삶을 통하여,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껏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어 함박웃음 웃는 그날이 오기를. 그날까지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2020-07-21

몸과 마음을 하나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어정거리다 보니 벌써 7월 하순,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바퀴가 굴러갈수록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이다. 전혀 생각지도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모르다가 갑자기 알게 되어 의아스럽고 생뚱맞기만 하다. 그래서 세상은 알쏭달쏭 요지경이라 했던가.‘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水深可知 人心難知)’고 했다. 그만큼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겉으로 비치는 얼굴 표정이나 말씨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양심이나 진정성 따위의 속 마음은 대부분 알 수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생각은 복잡미묘하며 표리부동한 언행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본다.시대의 양심가로 비견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세상을 떠났다. 한 치의 의심도 일말의 의혹도 가질 수 없었던 고관대작의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남을 비관하여 절세(絶世)한 듯 보인다.명망 높은 변호사로 희망제작소를 통해 시민사회 활동을 하고 서울시장도 3선까지 지내며 차기 대권 잠룡으로도 존재했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춘사(椿事)로 한 순간에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마음과 양심의 본질이 어디까지 미치고 훼절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지불식 간에 인간의 심성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극단적일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마음은 몸의 주인이다. 몸의 주인인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갈팡질팡하면 이내 몸은 곤고함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이 몸에 주인이 없는 것은(此身無主) 집에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如屋無人)고 한다. 대체로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몸도 따라서 움직이게 되지만, 상황에 따라선 무의식적이거나 자율신경계에 의해 스스로 몸이 작동하기도 한다. 마음은 몸보다 더 미세하고 치밀하여 뜻대로 움직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흐름, 감정, 판단, 의욕 등의 대부분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하기란 쉽질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수련이나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을 갈고 닦으며 다스리는 마음강화 훈련을 하기도 한다.마음이 안정되고 평온해야 몸이 튼튼해진다. 또한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상보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이기도 하다. 마음과 몸이 일치되는 노력을 통해 몸의 각 부분이 원활하게 움직이고 기능이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지런히 운동도 하고,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울 때는 노래도 부르면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하는 건전한 생활습관으로 심신을 수양해 나가면 어떨까?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마음을 먹은 이상 최소한 몸과 합작(?)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다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양심과 적실성(適實性)을 살려 언행일치를 보이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20-07-20

유 선생님과 당신

김현욱시인‘유튜브’를 ‘유 선생님’이라고도 한다. 보통 선생님이 아니다. 가히 팔방미인, 박학다식, 모르는 게 없고, 안 해본 게 없는 선생님이다. 그동안 유 선생님께 배운 실력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6살 소녀는 5개 국어를 유 선생님께 사사(?)했다. 10대 드럼 천재도 유 선생님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개별레슨으로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나도 유 선생님께 주역과 바둑, 통기타, 연필 스케치, 집짓기, 기업 재무제표 보는 법, 스포츠마사지, 전원주택 분석 등의 강의를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듣는다. 물론, ‘광고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해야하는 작은 수고가 있지만, 강의의 수준도 괜찮고 커리큘럼도 체계적이다. 근자에는 김지윤 박사와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의 강의를 유 선생님의 도움으로 듣고 있다. 나는 김지윤 박사와는 일면식도 없고, 홍익대는 가본 적도 없지만, 두 사람의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뛰어난 안목과 식견에 그저 감탄하며 들을 뿐이다. 자연스레 김지윤 박사와 유현준 교수의 책을 구입했고, 밑줄을 그으며 그들의 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무엇보다 유 선생님께 고마운 것은 명상에 대한 폭넓은 가르침이다. 개인적인 병고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절에, 명상을 만났다. 명상과 관련된 수많은 책을 찾아 읽었지만, 실천과 수행의 영역에서 언제나 답답하고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유 선생님께서 거창 붓다선원 진경 스님과 춘천 제따와나선원 일묵 스님의 영상을 보여주셨고, 전현수 박사의 강의를 소개해주셨다. 붓다선원은 방학을 이용해 다녀오기도 했고, 일묵 스님과 전현수 박사의 책은 밑줄을 긋고 또 그었다. 살면서 명상을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사마타와 위빠사나. 모든 명상은 여기에 속한다. 계(戒), 정(定), 혜(慧).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아직은 까마득하고 아득하고 범접할 수 없는 진리의 법이지만,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사마타와 위빠사나 명상 수행을 통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유현준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사람들의 특히,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픈 마음들이 너무 많다. 몸은 성인인데 마음은 아직 유년기에 머물러 불안과 회피를 되풀이하는 어른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을 괴롭히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세계적인 위빠사나 명상 지도자 고엔카는 “진리를 직접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면을 바라보는 것,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외부로 향한 시선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자신을 보라는 뜻이다.내 나이 마흔 중반. 서원(誓願)을 세운다. 상담 공부와 명상 수행을 통해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닿는 데까지 가보련다. 여러 가지로 유 선생님께 큰 은혜를 입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유 선생님은 다름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선배, 동료들이다. 바로 당신이 나의 소중한 유 선생님이다. 정말 고맙다.

2020-07-19

역사의 한 페이지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6·25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며칠 전 별세했다. 그는 김일성의 남침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불굴의 투혼으로 지켜낸 구국의 영웅으로 길이 청사에 남을 군인이었다. 일제치하 만주군관학교를 나와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전력이 있어 좌파 진영에서는 친일파로 매도를 하지만, 그것은 그의 공적에 비하면 옥의 티에 불과한 것이었다. 김일성이 얼마간 항일운동의 전력이 있다지만 북한의 전 주민을 꼭두각시 노예로 전락시키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것과는 참으로 대비가 되는 일이다. 굳이 공과를 따지자면 백선엽 장군은 과 하나에 공이 아홉이요, 김일성은 공 하나에 과가 천이고 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백 장군의 타계 하루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을 했다. 지난 몇 년간 비서로 있으면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경찰에 고소장을 낸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오거돈 부산시장이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까. 아마도 오랜 세월 인권변호사로, 특히 여성인권의 대변자를 자처해온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상반된 행각이 탄로나자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심정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성추행범들과는 달리 박 시장의 경우 선도적 페미니스트로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입장이었기에 죽음 말고는 도피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두 죽음에 대한 이 정권의 태도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될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즉각적으로 애도를 표하고 서울시장(葬)으로 시청 앞에 빈소를 차리는 반면, 백 장군의 죽음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뭉그적거리다가 비난이 일자 마지못해 국군장도 아닌 육군장으로 하고 뒤늦게 조문을 하는 행태를 보였다. 광화문의 분향소도 일부 뜻있는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차린 것이라 한다.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국군의 사투가 아니었으면 한반도는 김일성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지금쯤 우리는 김정은을 절대존엄으로 떠받들며 살고 있을 것이다.잘못을 저지르고 궁지에 몰려 선택한 자살은 비겁한 도피일 뿐이다. 박 시장이 남긴 짤막한 유서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는 것으로 보아 양심의 가책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오로지 그동안 쌓아온 나름의 업적과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걸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반성하고 참회하는 마음이 있다면 죽음으로 도피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위선과 가식과 죄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양심이고 도리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죽음을 미화하고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몰아가려는 자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두 사람의 죽음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민심이 양쪽 분향소 앞에 줄지어 선 모습은, 이 정부가 조장하는 극단적인 대립 양상의 단면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행여 망국의 조짐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2020-07-16

코로나19와 자유학년제 금단 현상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자연의 자리바꿈이 시작되었다. 개망초와 금계국이 일가를 이루던 6월이 갔다. 그리고 자귀 꽃을 필두로 자연의 공생이 시작되는 7월이 왔다. 자귀 꽃의 화려함에 들꽃 무리에서 달맞이꽃이 소소하게 답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안다, 그 소소함이 단순한 소소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먼저 핀 꽃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그러기에 다른 들꽃들도 기쁘게 달맞이한테 자리를 내어준다. 그 마음을 아는 달맞이는 달이 세상을 품듯 노랗게 세상과 사람을 품는다.“(….) 공벌레도 떠난/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하얀 마음으로 뭉게뭉게/피어오른 개망초가/더 넓고 더 큰 꿈을 꾸라며/달맞이를 노랗게 노랗게 밀어 올린다//달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가짐보다/달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는/개망초의 마음을 뿌리로 읽은 달맞이는/공벌레가 끌고 간 길 끝에서/또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 (졸시 ‘달맞이꽃 마음’)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좀처럼 자리바꿈을 하지 못하고 있다.의료진과 국민의 노력으로 코로나 19 상황이 잡히는가 했는데, 최근 들어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나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다.코로나19 사회의 핵심어를 두 가지만 들라고 하면 필자는 “거리 두기”와 “온라인”을 든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되었다. 물론 거리 두기에 민감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자신을 위해 이 규칙은 꼭 지킨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이 죄다.”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간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위협 대상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의 거리 두기 모습은 “온라인 수업”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필자는 아직도 일부 유형의 온라인 수업은 학교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이야기를 할 때 핵심으로 나오는 것이 온라인 수업이라니 참 슬프다.“요즘은 매일 매시간이 수행평가야! 이게 무슨 자유학년제야! 차라리 시험이나 보면 쓸데없는 과제 같은 것은 안 해도 되지!” “너희 잘되라고 하는 거야. 좋은 마음 가지고 해.”이웃집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남학생과 어머니의 대화다. 휴일 저녁 집으로 가는 시간대와 길이 겹쳐서 우연히 듣게 된 대화다. 아이의 냉소적 어조에 필자는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자유학년제란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는 목적을 가지고 도입된 (….) 선생님은 학생의 교과 성취도보다 개별적인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 자유학년제,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이 의미도 찾지 못하는 수행평가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자행되고 있는 학교 모습에서 자유학년제 금단 현상에 고통받을 우리 학생들의 비명소리가 벌써 들린다.학교는 언제까지 학생들에게 뻔뻔한 죄를 지을까?

2020-07-15

제철소의 오리가족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제철소 조업현장에 오리가족이 살고 있어 화제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어미오리 한 마리에 새끼 아홉이 딸린 10마리의 대가족이다. 오리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포항제철소 내 혁신적인 쇳물 제조공정인 파이넥스(FINEX)공장 철광석 원료야드 입구의 침전조 내부다. 언제부터 오리가족이 살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조업현장 근무자의 제보에 따라 필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 촬영한 결과 흰뺨검둥오리 10마리가 살고 있음을 목격했다.척박한 공장지대에서 오리가 산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 같지만 실제 상황이다. 야드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철광석이나 석탄, 부원료 등의 파일(Pile)이 바람으로 인해 날려가는 먼지를 줄이기 위해 필요에 따라 살수를 하게 된다. 이 때 살수된 물이 파일 내부로 스며들었다가 야드 측면의 배수로를 타고 입구에 조성된 침전조(Settling Pond)로 흘러들어 침전물을 가라앉힌 후 폐수처리장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돼있다. 이렇기 때문에 침전조 한쪽에서는 야드에서 살수한 물이 미량의 분진을 머금은 채 유입되고, 대각선 방향의 반대쪽에서는 물이 가득 넘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내부 바닥에는 진흙 같은 슬러지가 조금씩 쌓이고 더해져 물 속에 작은 퇴적층이 형성된 것이다.그러한 상태에서 몇 년 새 풀씨가 날아들고 수초와 갈대 등이 자생하면서 침전조 가장자리에는 작은 수초숲이 저절로 생겨났다. 소량의 물이 계속 흘러들어와 서서히 맴돌이 후 빠져나가니, 마치 내나 강의 물굽이가 치는 곳의 주위가 여울의 천탄(淺灘)에 따라 모래흙이 퇴적되면서 수변 식물이나 동물이 서식하는 환경이 되는 것처럼, 폰드 내부에서도 미생물은 물론 수중, 수상 동식물이 서식할 여건은 어느 정도 되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육중한 공장지역에서 과연 동식물이 장기간 서식하고 살아남는지는 의문스럽기만 할 것이다. 철광석 가루와 석탄 먼지가 조금씩 날아들고, 주변에 벨트 컨베이어나 집진기 설비가 돌아가는 소음 등으로 인해 생육환경이 상당히 열악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오리가족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으니 경이롭기만 하다. 더욱이 폰드의 수초숲에는 잠자리와 나비가 찾아들고 무당벌레 같은 곤충도 보이는가 하면, 야드 주위에 조성된 방풍림에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날아들기도 한다. 이쯤 되면 거의 제철소의 이색적인 생태서식처(?)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만큼 공장환경이 깨끗해졌고 파이넥스가 청정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함께 환경보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요즘이다. 사람은 자연의 생태계 속에서 자연환경을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보다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최근 포항제철소는 1조원 규모의 환경개선 투자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함께 환경개선의 실효성을 더하기 위한 산·학·연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환경변화에 발맞춰 기업시민 포스코가 지향해야 할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하고 지역 환경현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과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2020-07-14

양성평등정책 진단 및 향후 과제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2020년은 북경행동강령이 채택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북경행동강령 이행에 있어서 양성평등 증진과 여성의 대표성에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그 성과가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간 양성평등 증진을 위한 제도적 성과로는 성별영향평가 컨설팅을 통한 정책개선안이 제고됐다. 성별영향평가 업무담당자 실무교육과 1:1 맞춤형 대면 컨설팅 확대·실시로 성별영향평가 보고서 작성 실무역량을 강화하고, 실현가능한 정책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다양한 각도로 개선방안이 제시됨에 따라 정책개선 사례가 증가하고 개선의견 수용률 및 반영률도 높게 나타났다. 성인지력 향상 및 성별영향평가 실행의지가 향상됐다. 정책업무를 추진하는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실무역량강화교육 등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 업무담당자의 전반적 이해도가 점점 향상되고 있으며, 양성평등 의식 및 성주류화 정책 실행의지가 뚜렷하게 보인다. 성별영향평가 결과 정책이 개선된 사례를 발굴해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성별영향평가 제도 추진동기를 강화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성주류화 정책 홍보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지역 차원의 양성평등 정책 성과를 돌아보면서 향후 과제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첫째, 성별영향평가 내실화를 위한 정책개선 성과 도출이다. 성별영향평가 양적 과제 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감 있는 제도의 정착을 위해 질적 성장이 필요하며, 정책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성별영향평가서의 내실화를 기하고, 과제선정과정에서부터 정책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는 정책개선 가능 과제를 발굴해 컨설팅 강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둘째, 정책개선 이행점검 확대이다. 성별영향평가 결과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제로 추진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이행점검은 지속적인 정책개선의 실천과 새로운 정책개선 방안의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도출된 정책개선안이 실행을 통해 정책개선으로 이어져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행점검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세분화된 성별영향평가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개선 사항에 대한 환류 강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셋째, 특정성별영향평가 예산 수립 및 확대이다. 성별영향평가 과제 수가 양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정책개선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자체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추진하여 이에 대한 성인지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넷째,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연계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의 연계는 필수적이므로 성인지 예산에 대한 컨설팅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성인지예산제도 실효성을 위한 조례 제정을 통해 지자체의 실행 의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관리직 공무원 대상 맞춤형 교육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성별영향평가 업무는 다른 부서 업무담당자의 협조가 있어야 원활히 추진되므로 기관장, 부서장 등 관리직 공무원이 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관심,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2020-07-13

글기지개의 기적

김현욱 시인코로나19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우리 반 아이들과 글기지개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3월 2일에 시작해 이듬해 종업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글기지개를 써야하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혹자는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해보면 어떠냐고 했지만, 글기지개의 핵심은 대면(눈맞춤)이고 댓글(관심)이다. 대면(눈맞춤)과 댓글(관심) 없이는 1년 동안 꾸준히 쓰기 어렵다. 다행히 6월 8일부터 반 아이들이 격일제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현재 설레는 마음으로 글기지개를 하루하루 채워나가고 있다.글기지개는 ‘아침 10분 글쓰기 활동’을 가리킨다.매일 아침 학교에 와서 어제부터 오늘아침까지의 겪은 일이나 감정을 공책에 서너 줄로 짧게 쓰는 것이다. ‘아침에 쓰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뭐라고 부를까 궁리하다가 ‘글, 기지개’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글로 기지개를 켠다’라는 의미다. 글기지개를 시작한지도 벌써 9년째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쓰는 글기지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글 쓰는 습관이 잡힌다. 글기지개를 안 쓰면 뭔가 찝찝할 정도다. 무엇보다 서 너 줄 쓰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 어느 순간, 글쓰기를 겁내하지 않는다는 건 참말로 대단한 일이다.대해초 5학년 1반 친구들과 글기지개를 쓴지 한 달이 넘었다. 글기지개를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써온 몇몇 아이들의 소감을 소개한다.“학교에 첫 등교해서 글기지개를 썼는데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솔직히 벌써 한 달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우리가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다 글기지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더더욱 잘 써질 것 같다. 글을 쓰는 게 귀찮기만 했지만 이젠 맨날맨날 글기지개를 쓰니깐 익숙해져서 귀찮지가 않은 것 같다. 우리 담임 샘을 안 만났다면 글을 이렇게 쓰진 못할 것 같다.”“벌써 글기지개가 한 달이 됐다. 나는 벌써 한 달이 됐나, 생각했다. 와우! 나는 글기지개가 너무 재미있다.”“왠진 모르겠지만 글기지개가 무려 한 달이 지났다. 뭔가 뿌듯하다. 처음엔 손이 부러질 듯 귀찮았는데, 이젠 괜찮다. 귀찮은 것보다 이젠 재미있다. 이번년도 선생님은 우리가 귀찮게 생각하는걸 많이 없게 만들어주는 선생님 같다.”“글기지개를 한 달 써보니 뭐 그럭저럭(?)도 있지만, 스트레스 푸는 거에 도움이 된다. 나도 저번에 동생, ‘그놈의 동생’ 때문에 글기지개에 적었는데 진짜,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오늘도 아침부터 글기지개를 쓴다. 글기지개 쓴지 어느덧 한 달, 좋은 점은 뭔가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학교 가는 날에는 글기지개를 아침에 쓴다. 그런데 꼭 학교 나와서(끝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아이들의 글기지개를 읽으면 행복하다. 두 달, 세 달, 일 년…. 꾸준히 글기지개를 써나갈 것이다. 모든 기적은 ‘꾸준히’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2020-07-12

매미소리에 대한 단상(斷想)

김병래시조시인# 매년 이맘때면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뻐꾸기소리가 지칠 때쯤 매미소리가 이어서 배턴을 받는다. 칠월의 폭염과 녹음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뻐꾸기소리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이 산 저 산에서 적막하게 주고받는 뻐꾸기소리와는 달리 매미는 여러 마리가 떼로 운다. 여름 숲의 매미소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시끄럽다고 꺼버리거나 볼륨을 줄일 수도 없다. 여름 한철 산천초목은 매미소리와 함께 떨며 녹음방초 우거진 진경을 이룬다.# 매미는 3~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우화하여 한 달 가량을 산다고 한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으니, 뜨겁게 내리쬐는 폭양과 녹음 우거진 이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찬란할 것인가. 삶이란 이렇게 떨리도록 아름다운 거라고 온몸으로 구가(謳歌)하는 매미소리에 산천초목이 공명하는데, 인간사회에는 오히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끔찍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전쟁과 테러와 폭정이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살상과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부지기수다. 세상사 벗어나 한나절 여름 숲 그늘에 앉아 매미소리를 들어보라. 삶의 온갖 소란과 고달픔을 까마득히 잊고 찬란한 생의 환희에 떨게 될 것이다.‘청량한 매미소리에 여름 한낮이 떤다/ 녹음 우거진 상수리 숲이 떨고/ 높다란 키를 세우고 미루나무가 떤다// 캄캄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 꿈꾸어온/ 이 세상 얼마나 찬란한 곳이냐고/ 매미는 온몸을 떨며 온종일 노래한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인간사 너무 많아/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세상인데// 삶이란 떨리는 거라고, 목청껏 노래를 한다’ - 졸시 ‘매미소리’# 옛날 유학자들은 매미가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추었다고 칭송했다. 머리에 파인 줄무늬가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다고 문(文)을, 나무의 수액만 먹고 산다고 청(淸)을,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 하여 염(廉)을, 살 집을 따로 짓지 않는다하여 검(儉)을, 계절에 따라 오고감에 믿음이 있기에 신(信)을 덕목으로 꼽았다. 그래서 임금이 쓰던 익선관과 오사모의 양쪽 뿔도 매미의 날개를 본떠서 만든 거라 한다. 하지만 매미가 저를 내세우려고 시끄럽게 울어댄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무성한 미루나무가 매미소리를 쏟아낸다. 매미소리가 아니면 미루나무 수만 이파리가 침묵할 수밖에 없고 여름날이 그만큼 숨 막힐 것이다. 미루나무가 수액으로 매미를 키우는 것은 결국 매미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매미가 미루나무 수액을 빨고 내는 소리는 그러니까 미루나무의 소리인 셈이다. 여름 숲은 잎만 있고 입이 없어서 온갖 새소리와 매미소리, 바람소리를 키운다.# 온종일 청량한 매미소리가 들리는 여름 숲은 광합성으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공장이다. ‘저 공장에는 굴뚝이 없네/ 무한정 햇빛을 가공해서/ 뭇 생명의 양식을 만드는/ 저 초록공장에는 매연이 없네/ 온종일 신경 긁는 소음대신/ 청량한 금속성이 들리네// 노동자와 고용자가 따로 없어// 분규도 쟁의도 파업도 없이/ 이 한 철 성업 중인 저 공장으로/ 도시락 싸들고 출근하고 싶네‘ - 졸시 ‘여름 숲’

2020-07-09

학교 설명회에서 받은 교육 화두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지난주 토요일,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지역 집단 감염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설명회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고민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굳이 학교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전국에서 걸려오는 입학 문의 전화가 설명회 개최를 재촉하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학교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이 나라 교육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설명회 당일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운 차들을 보면서 코로나19의 두려움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이 나라 학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였다. 7년째 학교 설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필자의 마음은 더 무겁기만 하다. 그 이유는 설명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의 어둡고 심각한 표정 때문이다.그들의 희망 없는 표정을 볼 때면 필자는 늘 죄인이 된다. 무엇이 저들의 표정을 저토록 슬프게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이다. 병적인 자아도취에 빠진 정부와 교육부는 모든 교육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한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지키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막고 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단 한 번만이라도 산자연중학교 학교 설명회에 와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설명회는 학교 설명회라고 하기보다는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육을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교육 간담회에 가깝다. 설명회에는 흐름이 있다. 처음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 그러다가 학교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일순간에 바뀐다. 그전까지 이야기만 듣던 학부모들은 성난 군중이 되어 저마다 분에 찬 한 마디씩을 던진다. 그 안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비책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모두 듣지 못함이 죄송할 따름이다.설명회가 끝나고 어느 참석자가 조용히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학교 교육이 무엇입니까?” 질문자는 학교라는 말에 강조점을 두었다. 필자는 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자가 정의하고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는 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죄송합니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정말 궁금해서….”필자는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다음 같은 연수 주제를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에게 제시하였다.“학생이 질문합니다. 왜 꼭 학교에서 선생님께 이 단원을 배워야 합니까? 과연 우리는 이 학생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할까! 설명회가 끝난 지금도 필자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안고 시름 중이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다.

2020-07-08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미끈유월과 함께 어느새 반년이 미끄러지듯이 지나갔다. 설마설마하던 전염병의 회오리에 휩싸여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상반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불안과 우려에 발 묶인 채 침울한 하반기를 보내기가 녹록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여름날 해는 길어져 뜨거워지고 장마나 태풍같은 기상의 이변도 예상되는 터라, 여러모로 챙기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언제 닥칠지도 모를 일들을 예단하고, 자신과 주변을 면밀히 살펴 전방위적인 대응과 만일의 태세를 갖추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최근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녹음(綠陰)을 드리우는 마음으로 이웃과 지역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열기가 더위를 무색케했다. 포스코의 특별 봉사주간, 이른바 ‘2020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에 포항, 광양, 서울, 인천지역의 그룹사, 협력사는 물론 세계각지의 해외법인에서 임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과 정성 어린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 것이다.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포스코그룹이 2010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를 올해부터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연계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다.지난 6월 중, 하순에 진행된 ‘글로벌 모범시민 위크’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임직원 개개인이 가진 기술, 특기, 전문지식 등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포스코그룹의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전통시장 장보기 등 소비촉진을 장려하고, 해당지역의 농어촌마을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역활동과 함께 마을 공동시설물 보수, 담장 벽화그리기, 농기계 수리작업 등의 활동을 펼쳤다.또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감염방지 교육, 생필품지원을 위한 무료마켓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 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보훈기념물을 헌정하고,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조경 및 환경미화활동을 펼쳤다.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경제, 문화 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가뜩이나 힘겨운 때, 이웃과 지역민들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의 마음과 따스한 손길을 보여준 포스코의 행복한 나눔과 베풂 활동은 가뭄 속의 단비 마냥 반갑고 착하기만 하다. 포스코는 이뿐만이 아니라 1% 나눔재단·재능봉사단·환경보호 등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최근 2019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한 포스코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기업은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아래 글로벌 철강사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07-07

희망을 기다린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나는 대학시절 20대 초반에 민족종교라는 어떤 종교를 추종한 적이 있다. 그 종교가 좋았던 점은 한국사람이 창시자라는 것, 그 분은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희망을 잃어버리고 도탄에 빠졌을 때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 전세계에 전염병이 돌 때 한국에서 깨달은 자들이 전 세계를 구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 우주의 가을이라서 사람들의 마음도 성숙해져서 깨달은 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 우리의 조상과 부모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 그리고 명상!나는 그 종교의 교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처음 경험한 명상이었다. 나는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때 당시 과학을 추구하는 심리학의 풍토 속에서 나는 나의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 명상은 그때 당시 검증된 과학이 아니었기에 명상을 한다는 것은 다소 비주류 내지는 엉뚱한 행동에 속하던 그런 시절, 나는 명상의 가치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체험했다.명상 그것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누구나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죽듯이 인간은 명상하지 않으면 본성을 잃어버린채 심신이 불안정해지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쉽게 상실될 수 있다.명상은 분명히 머리속의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고 몸의 기순환을 도움으로써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과거로부터 명상을 해왔다. 그리고 현대의 리더들도 누구나 명상을 하고 있다.그리고 일반인들도 자신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지 사실 누구나 명상을 하고 있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 산책을 하는 것, 그림을 감상하는 것, 음악을 감상하는 것, 등산하는 것, 기도하는 것 등이 일종의 명상활동일 것이다. 현실의 근심을 좀 내려놓고 심신이 쉬는 시간, 그 시간이 명상하는 시간일 것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 땅의 대기에 떠돌기 시작한 지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일반인들도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누구나 자가치유를 해야 할 때다. 마음에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 명상은 부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를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로 바꾸어준다. 그리고 면역력을 키워줌으로써 바이러스를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가나 지역사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적 감염방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정신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나 시스템을 고려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명상의 대중화도 그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명상의 대중화에 대한 제안과 함께 심리치료의 원리를 적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방법을 제안해본다. 사람들이 심리적 문제가 생기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1.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습니다. 당신의 과거가 현재의 증상을 낳았습니다.2.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현실적인 생각을 하세요.3. 방법을 3가지로 찾아보세요.4. 교훈을 얻고 미래로 전진하세요.5. 희망을 끝까지 놓지 마시고 노력하세요.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