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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정치

등록일 2020-08-20 19:36 게재일 2020-08-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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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시조시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무리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데, 당시의 아테네와 같은 ‘폴리스’를 최종적이고 이상적인 공동체로 보고 그 속에서 의식주의 자급자족은 물론 토론과 논의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공동선(共同善)을 이룰 수가 있다고 했다. 물론 오늘날의 자본주의 국가의 정치체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사람과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에는 다름이 없을 터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는‘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직접민주제가 아니라 선거 등의 절차로 대표를 선출해서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범법(犯法) 등의 결격사유가 없는 한 만 18세가 되면 투표를 통해 대통령과 지방단체장,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선출하는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에 대해서는 자질이 불량할 때 투표로 파직할 수 있는 주민소환권도 가진다.

하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국민의 정치참여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참여의 하나이다. 그들의 국가경영 성패는 곧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권의 잘잘못에 대한 심판은 선거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기에, 여러 경로로 감시하고 평가하여 다음 선거 때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까지 국민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해서 부강해진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나라를 망친 경우도 적지 않다.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은 전쟁으로 패망했고, 김일성을 선택한 북한과 차베스와 마두로를 선택한 베네수엘라는 결국 거지꼴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도 정부수립 이후 70여 년간 어느 정권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임기 중에 쫓겨나거나 시해를 당한 대통령도 있었고, 가족이나 본인의 비리로 교도소에 가거나 자살을 한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가 나중에 사형선고를 받은 대통령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정부를 수립해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한 대통령과 혁신적 산업정책으로 경제적 기반을 다진 대통령, 민주화에 기여를 한 대통령들은 역사가 특별히 기억할 것이다.

국민들 각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때 나라는 안정되고 부강해질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우 우선 지양해야 할 것은‘패거리의식’이다. 이념이나 성향으로 편을 갈라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데서는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가 없다. 자기편은 무슨 짓을 해도 용인을 하고 상대편이 하는 일은 무조건 폄훼하고 반대하는 것은 국력을 소모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패거리들과는 거리를 둔 냉철한 이성을 가진 국민이 많을수록 나라의 근간이 튼실해진다. 현 정권이 크게 우려스러운 것도 바로 이 패거리정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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