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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멀리 가는 소걸음

등록일 2021-01-05 20:01 게재일 2021-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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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한 세월 또 잊어야만 시간이 흘러 2021년으로 세월의 바톤이 넘겨졌다.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고 새 출발은 늘 설레고 희망찬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밝아오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빌고 각오나 포부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내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괴질이 일상을 위협하더니, 급기야 온 나라 아니 세계인들의 연례적인 해맞이 행사마저 가차없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저무는 경자년과 함께 약삭빠른 쥐 같은 바이러스가 죄다 떨어져 나갔으면 바랐었는데, 보란듯이 변이, 변종까지 파생시키며 몹쓸 바이러스는 갈수록 집요하게 삶의 근간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나라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해외 백신 조달과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도전과 응전의 원리’가 말해 주듯이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고 생존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어쨌든 새해는 밝았고 모든 것이 녹록잖은 한 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만 한다. 경제와 무역, 산업과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위축과 침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는 현실에서 저마다 자중하고 결연한 의지와 인내심으로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서두름 보다는 차분함으로, 한숨 보다는 진중함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에게 배려와 위로의 손길을 내밀며 공생의 묘안을 찾아 우직하고 한결같이 밀어 부쳐야 한다.

그것이 신축년 소의 해에 대두되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느릿느릿 황소 걸음도 만리에 이른다(牛步萬里)는 말처럼, 꾸준함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기도 하고(水滴穿石) 사람이 산을 옮기기도(愚公移山) 한다. 소걸음은 더디지만 부지런히 멀리 갈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보는 것처럼 빨리, 먼저 가는 것만이 굳이 능사가 아님을 주위에서 흔하게 보아왔다. 말 가는데 소도 가듯이,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음(一勤天下無難事)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편리하고 스마트해지는 사이 그 이면에는 암울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첨단과학문명의 발달로 개인화가 증가함에 따라 인간성이 메말라 간다든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하여 곤경에 빠지게 하는 등으로 어쩌면 인간사회에 모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 나 없이 모두 어렵고 힘든 작금의 상황에 미련스럽게 보일지라도 필자는 우보만리의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단계별 거리두기를 빈틈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하나씩 지키고 참여하여 과정을 밟아 나갈 때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느리지만 신중하게 방역의 기본과 원칙을 따르고, 불편하지만 타인과 사회를 배려하면서 소의 걸음으로 방역지침을 착실하게 이행해야 함께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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