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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월문화제와 호미예술제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포항에서 문화예술제를 처음으로 개척하였던 서상은(徐相殷), 그가 영일군청을 떠난 지 15년 만에 군수가 되어 돌아왔다. 서 군수의 부임은 불과 3회를 끝으로 중단되었던 보경예술제가 새롭게 재출발하는 계기가 된다. 서 군수는 1982년 10월 제4회 보경예술제를 흥해고등학교에서 더욱 성대하게 부활했다. 보경사 내연산악제를 비롯, 민속경연대회, 전국백일장 및 사생대회, 한시백일장, 모포줄다리기, 궁도, 그리고 읍면대항경연 등 모두 15개 행사가 다채롭고 화려하게 펼쳐졌다.특히 영일군내 각 양조장에서 보내온 탁주로 대회장 입구에 `탁주시음장`을 설치하여 이를 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북새통을 이룬 관객들의 흥을 돋우어 보경예술제의 부활을 자축하는 한마당잔치와 다름없었다.서 군수는 행사 이후 보경예술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종합평가회`를 열어 행사명칭을 `일월문화제`(日月文化祭)로 바꾸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가 포항에 비로소 등장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일월지`와 `일월천제`(日月天祭)도 나오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의 일이다.계획대로 1983년 10월 30일 보경예술제를 개칭한 `제5회 일월문화제`가 열렸다. 축제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에는`영일민속박물관`을 개관하고, 오후에는 `연오랑 세오녀 선발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축제 당일 인시(寅時 : 오전 3시~오전 5시)에는 동해면 도구리 면사무소 뒤 소나무 숲에서 처음으로 일월천제를 지냈다. 천제단(天祭壇)을 설치하여, 초헌관은 군수(서상은), 아헌관은 영일문화원장(정봉섭), 종헌관은 영일군교육장(최정석)이었다. 이때부터 매년 10월에 일월천제가 거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영일민속박물관은 전국 최초의 군립박물관이었다. 서 군수는 부임 이후 군청 및 읍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날로 사라져가는 민속자료를 1인당 10점 이상 수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총 4천604점에 달하는 민속자료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를 과거 흥해 현감 집무실이었던 동헌 건물을 활용하여 영일민속박물관으로 개관하였다. 서 군수가 우리의 민속자료를 한데 모아 전시한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공개하지 못한 자료들이 있다고 하니 박물관의 전시 공간 부족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이렇게 발전을 거듭하던 일월문화제 또한 서 군수가 달성군수로 이동하면서 부침을 거듭한다. 이후 간헐적으로 개최돼오다가 포항시와 영일군이 합병되면서 일월문화제라는 명칭이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이를 다시 부활시킨 이가 박승호 전 시장이다. `영일만축제`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가 이후 명칭이 `일월문화제`로 개명돼 지금까지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4·15일 이틀간 개최되었던, 올해로 20회를 맞은 `호미예술제` 또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낳은 산물이다. 특히 2008년 제14회 호미예술제부터 `연오랑 세오녀 추모제`가 서제로 개최되었는데, 제1회 추모제에서 초헌관은 황대봉(연오랑 세오녀 동상 건립자), 아헌관은 김병관(포항노인회장), 종헌관은 필자가 맡았다.이러한 호미예술제가 내년부터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1회 호미예술제부터는 바다의 날인 5월 31일에 맞춰 열리게 되고, 명칭도 `호미바다예술제`로 개칭하여 보다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그는 또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흑구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호미예술제 때 시상식을 가지는데, 이는 포스코의 협찬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다. 호미곶 보리밭마을 구만리에 `흑구문학관`이 건립되어 있는 등 호미곶이 그에 의하여 지역 문화예술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또한 `호미예술지`(虎尾藝術誌)를 발간하고 있는데, 23집까지 나온 것은 물론 `중국 조선족 문학상`도 올해 처음으로 가졌는데, 수백 명의 조선족 문인들이 참가하였다. 여기에 `조선족 청소년 문예공모전`도 개최하여 연길 현지에서 시상식을 가지는 등 더 큰 뜻도 심어가고 있다.한편, 지난 1983년 당시 서상은 군수와 수필가 빈남수, 포항예총지부장 손춘익 아동문학가가 중심이 되어 `한흑구문학비`를 보경사 내연산 기슭에 제막하였는데, 이는 조전목, 이용덕, 하민영, 성홍근 등의 성금으로 이루어졌다.지난 1983년 착공되어 1985년에 개관한 호미곶 등대박물관이 오늘날 국립등대박물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과 `한민족해맞이축제`가 열리게 된 동기 또한 그의 아이디어에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2014-12-04

청렴의 이유

▲ 이상식영덕소방서 소방위 우리는 `청렴`한 사람을 좋아한다. 청렴한 공직자가 있다면 그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청렴한 삶을 살았던 위인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청렴은 사랑이나 배려와 같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미덕이고,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깊게 들여다보면 청렴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의 미디어에서는 종종 공직자의 부정, 부패 관련 사건을 보도한다.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인들이 청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기로 남의 돈을 빼앗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만행 또한 주변에서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역시 청렴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청렴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보다 청렴하지 못한 인생을 사는 주변인들, 공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지금이다.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청렴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품곤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남과 함께 살아가는 만큼 남에게 영향을 받기 쉽다. 공직자 혹은 나의 몇몇 주변인들이 작든 크든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 거짓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을 접하게 되면 청렴하지 않은 인생에 대해 익숙해지고 나 또한 청렴한 인생을 선택하는 것 보다 그렇지 않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청렴이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주변에서 혹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가 청렴하지 못해도 스스로 청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그 노력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청렴해야 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며 그 행복은 단순한 심리적 만족감이나 단기간의 쾌락이 아니라 충실하고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보면, 어떤 두 사람이 있을 때 한 사람은 단기간의 이익, 돈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한 사람은 단기간의 돈보다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고 할 때, 누가 마지막에 자신의 인생이 `참 되었다`, `좋았다`, `훌륭하다`라고 평할 것인지는 모두가 쉽게 말할 수 있다.두 번째 이유는 청렴한 삶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부정과 부패가 아닌 맑고 공정한 절차로서 임하고, 사회 전체가 그 청렴함을 믿는 환경에서, 비효율적인 검열이 축소되고 불신에 의한 사회적 비용이 감소되며, 청렴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된다. 이 같은 청렴한 사회는 미래를 위해 발전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 있고 그 힘을 개인의 경쟁력, 국가의 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 사는 개인은 분명 현재와 미래가 아름다울 것이며 각 개인의 아들, 딸들 또한 안정된 사회에서 사는 만큼 더 좋은 성장의 발판을 지닐 수 있다.청렴한 사회는 개인이 행복해지고 함께하는 미래를 발전시킬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한 사회를 위해 공무원들과 주변인들의 청렴하지 못한 행동을 보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가 청렴을 위해 전진하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자. 그 순간, 나의 청렴한 삶의 방식이 남에게 영향을 주며 청렴한 이가 하나 둘 늘어갈 것이다. 청렴한 사회의 기틀이 나의 노력부터 시작된다. 우리 모두 청렴함을 위해 노력하자.

2014-12-04

전략적 인적자원개발이란?

▲ 박승대경북동부권 인적자원개발위원장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20세기에 인적자원개발은 조직 내 인력의 충원과 유지, 활용 등을 위한 단순한 교육 및 관리 활동만 이루어지는 인사관리 차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과거 인적자원개발만으로는 21세기 정보화·글로벌화로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과 세분화·전문화를 요구하는 기업의 인력니즈(needs)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현대 경영학계의 석학인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의 힘`을 통해 “조직행동, 인사관리 등 현대 경영학의 핵심영역에서 인간은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힘”이라고 강조하며 “인간에 대한 개발, 즉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에 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공 요소(critical success factor)가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최근 기업에서도 단순한 인사관리 차원에서의 인적자원개발이 아닌 조직의 목표와 정렬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을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전략적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이라 한다.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시스템 하에서는 조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지닌 기존 근로자들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신규 채용자들에 대해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무능력을 배양한다.그 결과 기업은 인력니즈에 부합하는 직무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인적자원을 확보해 시장 경쟁력 및 생산성을 증대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역량개발 및 경력경로(career Path) 설계 면에서 진일보 할 수 있어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다.하지만 규모, 근로환경 등 여건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의 지원 없이 전략적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필요성은 절실하나 실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최근 기업의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13년 10월 민간주도의 전국 14개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구성, 매년 지역·산업계의 인력 및 교육훈련에 대한 체계적인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치를 근거로 지역의 공동훈련센터를 선정, 지역·산업 중심의 맞춤형 교육훈련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적자원개발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맞춤형 인력을 제공하고 재직자의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훈련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거버넌스 역할을 하고 있다.우리 경북동부권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의 일환으로 정부기관(고용센터), 광역자치단체(경북도), 기초자치단체(포항시·경주시·영덕군), 유관기관(한국산업인력공단 포항지사), 산업계(산업별 단체·협회), 노동계 등이 참여한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관할지역(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을 중심으로(2015년 경산·청도까지 확대예정) 중소기업 대상으로 인력수요를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훈련과정을 개설해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구직자는 희망하는 일자리를 찾아가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지금까지 지역·산업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은 전국(서울 제외 16개 지역)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본 위원회는 산업계 주도로 구성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동부경영자협회 내에 설치된 경북동부권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운영사무국이 주축이 되어 공동훈련센터로 선정된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와 파트너훈련기관(5개)에서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훈련이 올해 1월부터 실시돼 현재 양성훈련 150명, 향상훈련 1천500명을 목표로 82.4%의 목표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2014-11-28

`보경예술제` 탄생과 발전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이제 사흘만 지나면 한해의 마지막달인 12월이 시작된다. 12월의 의미는 한해를 잘 정리하고, 새해를 잘 준비하는데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아무래도 새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래서 새해맞이 축제나 행사가 많은 곳에서 열린다. 포항에도 이러한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축제가 있다. 호랑이 꼬리에 비유되면서 한반도의 정기가 집약된 호미곶에서 열리는 `한민족해맞이축전`이 그것이다. 올해 마지막 날 밤부터 새해 첫날 아침까지 있을 이번 해맞이축제에도 많은 국민들이 호미곶을 찾아 개인의 소망과 국태민안을 함께 기원했으면 한다. 요즘 포항에는 해맞이축제를 시작으로 포항국제불빛축제 등 계절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크고 작은 축제들이 무수히 열리고 있다. 그러나 50여년 전만해도 포항지역은 축제의 불모지였다.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긴 했지만 이러한 축제의 불모지를 안타까워 하며 개척한 사람이 있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천하의 명당으로 불리는 호미곶 출신으로 영일군수와 구미시장을 지낸 서상은(徐相殷)씨다. 서 전 시장은 포항지역 최초의 축제를 만든 장본인이자 주역이라 할 수 있고, 그가 만든 축제는 오늘날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들의 초석이 됐다고 생각한다. 포항에서 처음으로 문화예술제, 즉 축제가 처음 열리기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4년이었다. 그해 10월 영일군이 보경사에서 `제1회 보경예술제`를 개최하여 농악경연대회 등을 가졌는데, 이 축제가 포항지역 축제의 모태이자 초석이 된 기념비적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축제는 당시 김옥현 군수마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서상은 당시 영일군 공보실장은 관광홍보를 내세워 당시 매일신문사 황영수 포항지사장과 손덕호 보경사번영회장에게 이 축제의 필요성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걸 왜하지`하며,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었다. 서 실장은 두 사람에게 막걸리를 대접하며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마침내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축제를 위해 보경사 내연산 조교(弔橋:양쪽 언덕에 줄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거기에 의지하여 매달아 놓은 다리)가 설치되고, 언론 홍보 및 광고는 황 지사장이 맡았고, 송라양조장을 경영했던 손덕호 회장은 막걸리 2섬을 내놓았다.그리고 보경사 주지스님은 개막식 서제를 담당했다. 축제를 열기에는 열악한 환경 탓에 행사장은 김장섭 국회의원과 영일농협의 상품협찬이 전부였을 정도로 초라했다. 모든 여건이 미숙했지만 축제를 제안한 서상은 공보실장은 이 일로 몸무게가 쏙 빠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노력의 대가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이틀간에 걸쳐 보경사 입구 숲에서 열린 전국 농악경연대회가 순조롭게 마무리됐던 것이다.이것이 포항최초의 축제인 보경예술제의 시작이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서상은 전 공보실장은 아직도 포항에서 지역문화 창달에 자신의 한 몸을 던지고 있다. 실로 존경스럽다. 당시만 해도 포항 주변에서는 보경예술제보다 2년 전인 1962년부터 경주에서 열렸던 `신라문화제`가 거의 유일한 축제였다. 볼거리가 턱없이 부족하였던 때라 신라문화제에는 가을추수를 끝낸 주변 지역의 촌로들까지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이듬해 10월 개최된 제2회 보경예술제는 `신라문화제` 못지 않았다. 보경사 경내에서 개최되었는데, 첫해보다 훨씬 큰 관심과 규모로 치러졌다. 당시 내무부에서 부임하였던 배수강 군수가 깊은 관심을 가졌고, 김인(仁) 경북도지사에게 이 축제를 보고하여 도비지원까지 받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개막식이 열렸던 보경사 대웅전 뜰에는 김인 경북도지사와 김판영 경북교육감을 비롯하여 도 단위 기관장은 물론 포항, 경주, 월성, 영덕, 영천 등 인근 도시의 기관단체장, 여기에 300여 스님들이 자리를 같이 했으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할터다. 실제, 보경사 내연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일대 교통은 마비됐다. 포항시내 상가가 철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보경예술제의 위상이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1966년 초에 서상은 공보실장이 경북도청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해 10월 열린 세 번째 보경예술제는 축제를 만든 사람의 열정과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그 수준과 위상이 크게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였던 예술제가 이후에는 아예 중단되고 말았다. 이러한 아픔과 위기를 겪었던 보경예술제는 훗날 보경문화제, 일월문화제 등으로 변모를 거듭, 오늘에 이른다. 다만, 포항항이 1962년 6월 12일 국제개항장으로 지정·선포된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제1회 포항개항제`가 1966년 7월 13일 전 시민의 참여 속에 성대하게 치러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2014-11-27

포항시의회 유럽연수기

▲ 안병국 포항시의회 의원로컬리티 건물에서 `브리게이드`(Brigade) 식당까지는 버스로 10분 정도이다. 템즈강을 건너 영국연방법원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5분 정도 걸어 식당에 도착했다. 템즈강을 건널 때 버스 차창 저 멀리 런던브리지를 보는 것으로 영국의 볼거리는 다본 셈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식당은 한산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말쑥하게 차려입은 런던 시민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은 장기실업자나 장애자 같은 취약계층을 적극 돕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그 중 한곳이 방문한 `브리게이드`레스토랑이다. 더불어 함께 일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노숙자와 범죄자 등 사회극빈층을 요리사로 길러내는 곳으로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첫 시작은 2006년 설립자이면서 요리사인 사이먼 보일이 시작했고, 그후 보일은 작은 주방을 임대해 노숙자 3~4명을 대상으로 요리에서 손님 응대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쳤다. 5년 동안 런던을 중심으로 16~60세 다양한 연령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요리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2011년에 소방서 건물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정부에서 노숙인에게 지급하는 교통비 뿐이고, 나머지 모든 비용은 레스토랑에서 지원한다. 그들의 사회적 풍요는 약자를 배려하는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브리게이드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 후 런던의 서쪽에 위치한 베드제드(Bedzed) 주거단지 기관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영국 런던의 남쪽 써튼(Sutton) 자치구에 2002년에 가장 먼저 건설됐고 가장 규모가 큰 친환경 탄소제로 마을인 작은 주거단지(82가구)인 베드제드(Bedzed). 베딩톤 제로 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이란 뜻으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개발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한적한 베드제드에 들어서면 빨강과 노랑, 파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닭 벼슬모양의 환풍기가 달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어린이 방송프로그램인 텔레토비에 나오는 집을 닮았다고 해서 텔레토비 마을로 불린다. 베드제드는 원래 쓰레기가 버려지던 공장터였다. 그러다가 환경컨설팅 기구인 바이오리저널과 친환경 건축가 빌 던스터, 그리고 자선단체인 피바디 트러스트 등이 친환경주택단지로 개발해서 탄소제로 도시 개발의 모델로 주목 받게 된 마을이다. 베드제드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배출을 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건축 설계이다. 앞에 언급한 텔레토비의 집 같은 형형색색의 환풍기가 바람에 따라 회전하는데, 열 교환기가 부착돼 있어 바깥의 찬 공기가 실내의 더운 공기와 섞이면서 따뜻해지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방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집들은 모두 남향으로 지어져 있고 남쪽 벽면은 온통 유리로 돼 있어 온실처럼 태양열을 공급한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해서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추운 스칸디나비아에서 수입한 3중창으로 에너지 낭비도 최소화 했다.베드제드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20%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을 통해 생산되고, 잔디는 빗물을 흡수해 저장하고 이 빗물은 지하에 설치된 빗물탱크로 보내져 정화과정을 거친 다음 화장실과 정원에서 재활용된다. 이런 시설로 인해 베드제드의 사람들은 물 소비량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수도꼭지 또한 물이 많이 나오지 않게 만들어졌다. 전기와 가스계량기도 주방의 한 쪽에 설치돼 있어 수시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고 베드제드의 건물에는 가정집과 사무실이 함께 있다. 낮에 햇빛이 잘 드는 남쪽은 가정집으로, 컴퓨터 등 사무기기에서 발생하는 열로 공간이 따뜻해질수 있는 북쪽은 사무실로 사용한다. 탄소배출 제로인 베드제드의 건물은 주민들의 생활양식까지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우리나라도 베드제드와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아파트식 주택을 도시 옆 근교에 짓는다면 화석연료 고갈시대를 맞아 대체에너지를 이용하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4-11-27

53만 시민의 힘으로 산불을 막읍시다

▲ 이재열포항시 건설도시국장 인류는 자연속에서 불이라는 강대한 에너지를 얻게 됨으로써 난방과 조명, 음식을 조리하고 준엄한 자연의 제약에서 해방돼 자연을 지배하게 됐고 오늘날과 같은 문명국가를 이룩했다.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소중한 불이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화마(火魔)로 돌변해 조상들로 물려 받은 귀중한 자연유산들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게 하는 무서운 양면성도 함께 지녔다.매년 산불로 인해 소실되는 산림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산불은 생태학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한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숲이 정상을 되찾기까지 짧게는 40년 길게는 10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포항시는 지난 14일 시청 대잠홀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산불감시원, 의용소방대, 시민단체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불 제로화를 결의하는 등 산불방지 발대식을 가졌다. 2015년 5월까지 7개월 동안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할 계획이며 대책본부는 소방서 등 관계기관과의 치밀한 공조로 산불예방 및 진화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우리나라는 산림이 울창하고 가연성 낙엽 등이 많고 산림구조, 지형, 기후상 산불이 발생할 개연성이 상당히 높으며 산불은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발생한다.실제로 산불의 피해를 보면 등산, 행락인구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가 대부분(47%)이며 바람이 많이 부는 건조기에 논, 밭두렁 및 농산폐기물 태우기에 따른 산불도 많이 발생 (19%)하고 있다.또 산불발생시 초동진화의 어려움이 많다.산악형 산림으로 산불발생 시 즉각적인 지상접근이 곤란하고 연기와 고온 및 난기류, 진행방향 급변으로 근접진화 위험, 불기둥높이 20~30m, 중심부화염 1천200℃, 주변연기 600℃가 넘으며 임도 및 사방댐, 취수원 부족 등 진화기반시설이 미약하며 강풍과 야간산불 시 헬기에 의한 진화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산불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포항시는 산불전문진화대 28명, 산불감시원 236명을 지역 내 457곳의 산불취약지에 배치했으며, 신속한 초동진화를 위해 담수용량 3천500ℓ의 대형헬기를 운영키로 했고, 산불감시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을 상시 운영해 봄철에 집중했던 논밭두렁 잡초 등 산림인화물질을 가을철에도 집중적으로 제거해 산불발생 요인을 사전에 없애기로 했다.산림에 대한 사랑은 산불을 예방하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포항시 또한 지난해 3월 9일 한 중학생이 장난삼아 나뭇잎에 불을 붙이다 발생한 용흥동 산불로 막대한 인명적, 재산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산불피해지 62㏊ 중 올해까지 30.4㏊를 복구해 화목류 등의 힐링 숲과 편백나무 등의 경관 숲을 조성했으며 또 재해 위험지 6.4㏊는 사방사업을 함께 시행했고, 주변여건 등으로 미복구된 31.6㏊는 힐링 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울창한 숲은 가꾸기는 어렵지만 훼손은 한 순간이다. 산불예방은 쓰레기 한 조각, 논밭두렁 몇 평 , 담배 한 개비 태우는 것을 산림 내에서는 자제하면 되는 것이다. 이같이 소중한 산림을 지키는 것은 곧 나라를 지키는 것이고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더 나아가 산림내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하면 즉시 제지하고 계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산불을 발견하면 즉시 행정관서나 119에 신고하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대피해야 한다.산불예방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53만 포항시민 모두가 산불예방의 첨병이 돼 단 한 건의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아름다운 푸른 강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2014-11-24

탄소 전성시대

▲ 박양덕㈜씨알텍 CTO 최근 탄소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많아졌다. 특히 경상북도가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탄소소재 산업을 새로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관련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탄소소재를 수입해 사용하는 업체에서는 국산화에 대한 기대 또한 매우 크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소소재가 최근에 개발된 첨단소재로 인식하고 있으나, 인류가 탄소소재를 사용한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탄소소재에는 3형제가 있다. 가장 작고 최근에 태어난 것이 탄소나노튜브, 그라팬과 같은 나노소재이지만, 우리는 이미 소나무의 진을 태워 그름을 모아 먹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카본블랙은 타이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이다. 둘째는 가장 아름답고 강한 형제인 다이아몬드가 있다. 다이아몬드는 천연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는 인공적으로 흑연을 고온고압으로 처리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흑연이 있다. 흑연은 탄소소재 중에서 가장 안정된 물질로서, 연필심을 만드는 원료일 뿐만 아니라, 고체 윤활유, 전극봉, 도가니 등의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탄소소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사용돼 왔으나, 탄소소재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대량생산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이 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탄소재료에 대한 높은 관심은 탄소재료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탄소재료는 제철, 반도체, 태양광 등의 수요산업을 비롯하여 항공우주산업의 필수소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자동차의 경량화 및 고성능화를 위한 전략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보잉사는 일본의 토레이사와 10년 간 2조원 규모의 탄소섬유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유럽의 에어버스사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스마트 폰의 보급 확대와 더불어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로서의 전지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고성능 리튬 2차전지의 음극재인 흑연소재의 성능향상 및 수요확대가 이뤄지고 있다.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다름아닌 창조경제 선도지역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정목적은 기업주도형의 대·중소·중견기업 연계 및 협력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정책이 본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업추진주체인 기술주도형 강소기업 육성 및 지원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외부에 철강도시로만 알려진 포항이지만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광석과 탄소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쇳물을 판재나 봉재로 뽑아내기 위한 노즐이나 열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내화물, 고로 하부용 블록 및 도금강판 생산용 도전 롤,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등 제철산업에서 사용되는 탄소재료만 해도 엄청나다. 또한 자동차나 전자부품 생산을 위한 금형생산에도 흑연전극을 이용한 방전가공이 필수적이며,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가니와 발열체, 원자로의 구조재 등도 모두 탄소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재료를 탄소 성형체라 부르며, 아직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포항시가 철강도시에서 탈피해 새로운 첨단소재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경상북도가 정부과제로 추진 중인 탄소소재 육성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창조경제 선도지역 조성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당분간 지역경제의 활성화 동력을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포항시에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지역에 있는 기술주도형 탄소소재 전문기업을 발굴하고 강소기업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관련 산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탄소소재 육성 클러스터 사업과 창조경제 선도지역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4-11-21

경조사비

▲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결혼은 둘이 다리 하나씩 묶고 뛰는 이인삼각이다.윤달 9월이 끝나자 청첩장이 쌓인다. 해를 넘기려하지 않으려는 예비부부들로 인해 올해는 12월, 1월이 결혼 성수기가 됐다. 음력 10월이 시작되는 주말부터 예식장 서너 군데를 찾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이럴 때마다 봉투에 얼마나 넣어야 할지를 두고 잠시 머리를 굴린다. 친분도 따지고 전에 내가 얼마를 받았더라 하는 생각이 들면 제 낯이 뜨겁다. 사람의 관계를 금액으로 환산해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얕은 짓인가.결혼식 평균 비용이 억대를 넘어서니 부조금을 받지 않고서는 감당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청첩장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 받는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18세기에 등장한 현금부조는 그 편리함 때문에 계속 확대됐다. 원래는 흉사(凶事)에만 장례용품으로, 몸으로 돕는 품앗이가 많았다. 생활이 빈곤했던 일제강점기엔 몸으로 돕는 품앗이와 혼례식에 쓰일 물품 부조가 현금보다 많았으나 시대모습에 따라 요즘처럼 변해서 20세기 후반부터 현금부조가 극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두 해전 월 100만원을 넘게 연금을 받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용처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65%는 생활비로, 16%는 경조사비로 지출했다. 의료비(8%)와 여가비용(7%)의 곱절이 됐다. 활동 범위가 넓고 적금 붓는 마음이어서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직장인도 이 비율과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다.경주시 천북면으로 귀향을 했다 다시 서울 살던 집으로 돌아간 군 출신 고위직 인사는 골프보다 경조사비 끊기가 더 힘들었다고 한다.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가 무서워 역 도피이민을 한 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야 할 지방 생활에서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사람 행세가 어렵다. 먹고살기에도 빳빳한 연금을 체면치례에 넣는 실정이자 축의금, 부의금의 무게에 눌려 마음 병(病)을 앓는 셈이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특히 우리 경조사는 손님이 북적거려야 체면이 쓴다고 여겨진다. `갑`의 논리가 통하는 모순사회다. 고위공직자가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자식 혼사를 치렀다는 뉴스가 돋보이는 것 자체가 그렇다.결혼 시즌이 되는 봄. 가을엔 직장인 은퇴자 가릴 것 없이 받을 때 상황과는 달리 비명을 지른다. 작은 결혼식 캠페인이 신문지면을 채우고 `가족 친척 중심으로 간소화하자`는 개선의지는 보이지만 현실은 꿈쩍도 안 한다.병원과 장례식장이 한 공간에 배치된 장례문화도 기이한 풍경으로 꼽히지만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가 보다는 유족에게 눈도장 찍으러 온 조문객들로 북적이고 현금을 넣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이웃 일본도 조의금은 받는다. 그 대신 우리처럼 무차별 부음을 날리지도 않고 상을 치른 다음날부터 조문객들에게 답례품을 보내어서 정중함을 나타내는 것이 완전 틀린다.우리나라에서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한 외국인은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결혼식을 치르려고 값비싼 드레스를 빌려 입는 것도 이해가 안됐지만 입장, 혼인서약, 축하 연주까지 일사천리로 해 치우는 것이 너무 정신없고 놀라웠다”고 지적했었다.축의금, 조의금을 받지 않는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얘기가 아니다. 모두가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합의정신이 보편화 됐으면 한다. 부조금은 글자 그대로 서로 돕는 정신이다. 억대가 넘는 결혼식 씀씀이가 청첩장을 뿌리게 만들었다. 미국의 결혼비용 3만8천 달러의 무려 다섯 배에 이른다. 검소한 결혼식을 치룬 부부일수록 행복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조사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우리사회 모습이다.

2014-11-21

철강산업대상은 지역발전 동기부여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필자가 영일군에서 건설부로 전출했던 1969년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시동을 건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서서히 뿌리를 내렸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국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잉태하던 시기였다. 필자가 1995년까지 건설부에 근무했던 26년간은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든 역동적인 개발시대였고, 그 중심에는 건설부가 있었다.필자의 건설부 첫 근무처는 `중기공장`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미군에서 발주하는 공사로 겨우 연명하였을 정도로 열악했기 때문에 건설 중장비를 보유할 여력은 더더욱 없었다. 당시 건설업체들이 현장에 투입하였던 중장비는 모두 건설부 중기공장에서 대여한 것이었다.특히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중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다른 건설현장에서는 중장비를 대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필자는 경부고속도로가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중기공장으로 들어온 잉여 중장비들을 포항종합제철 건설에 최우선 투입시켰는데, 고향발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공직에 투신한 이후 고향의 일이라면 유난스럽게 나섰던 필자는 지난 12일 경북매일신문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공동주관하는 `2014 포항철강산업 대상`에서 분에 넘치게도 `특별공로 감사패`를 받게 됐다.지난 35년간의 공직생활, 특히 영일군과 건설부, 경북도에서 근무하면서 포항종합제철 건설과정은 물론 지역발전에 미력하나마 일조한 것이 감사패를 받게 된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하지만 이번 감사패는 필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포항이 훌륭한 철강도시로 승승장구하기까지 포항제철과 지역발전에 기여했던 수많은 분들을 대신해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필자는 운이 좋게도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주도했던 포항제철 건설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건설부와 경북도에서 근무했는데, 지역발전을 위한 그때의 행위들이 오늘에 와서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아 기쁘고, 이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특히 이번 수상은 필자가 1998년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지 16년여 후에 받게 된 것이어서 그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사실 9급에서 출발하여 1급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표창과 감사패를 받았지만 이번 감사패만큼 그 의미를 크게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이러한 수상제도를 만든 포항이 또한 자랑스럽다. 비록 그 역사는 고작 2년에 불과하지만 포항이 `철강산업대상`이라는 수상제도를 가졌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포항 철강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수상제도가 보다 널리 알려진다면 이 대상을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 생겨날 것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인다면 바로 지역발전으로 나타나고, 이는 곧 포항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다.과거 포항과 함께 울산, 여수, 구미 등 여러 지역에서 건설부 주도의 국가기간산업 건설이 활발하게 추진되었지만 그 당시의 행위들을 발굴해 이를 기리고 본받는 수상제도를 가진 지역은 아마 포항이 유일할 것이고, 현직 국토부 직원들은 물론 건설부 출신들이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상이 좀 더 일찍 제정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포항이 대통령을 배출하였던 시기에 이 상이 제정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고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한편으로 철강도시 포항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포항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철강도시지만 이를 상징하고, 이에 걸맞은 철강구조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스틸하우스와 같이 시내 곳곳에 지역철강을 활용한 디자인 구조물들이 다양하게 창조되어 철강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한다.포항은 또한 고품질의 훌륭한 철강소재를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이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철강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없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철강 산업의 전 과정이 갖춰져 철강을 생산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소비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끝으로 지역의 대표언론인 경북매일신문에서 이러한 수상제도를 발굴해, 후배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함께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

2014-11-20

포항시의회 유럽연수기

▲ 안병국 포항시의회 의원10월28일이다. 아침 7시 식사 후 8시 버스를 타고 런던시내를 가로질러 `로컬리티`(Locality)를, 점심시간에는 사회적 기업인 브리게이드 식당, 오후에는 베드제드 타운 기관을 각각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시간 약속을 엄격히 지키는 영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미리 가서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10시 정각에 미리 약속된 로컬리티에서 파견 근무하는 서울시 직원 전영우씨와 연락이 닿았다. 연수단 일행은 로컬리티 건물 안 회의실에 모두 착석했다.작년부터 한국에서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마을공동체`로 구성된 `돌봄사회`의 패러다임이 떠오르고 있는데 연수단의 방문 목적은 이를 배우기 위함이다. 한국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단체가 방문한 관계로 로컬리티는 영국에서 가장 바쁜 곳이 됐다. 그리스털 주어링 로컬리티 개발담당관의 인사와 함께 로컬리티의 워크숍은 시작됐다. 그녀는 29세의 네덜란드인으로 영국 런던에 있는 로컬리티 본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동체 조직리더를 선발, 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로컬리티는 2011년 4월에 만들어졌다.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1992년 시작된 마을만들기 사업체 연합과 `세틀먼트운동`을 시작한, 100년 역사를 가진 BASSAC(British Assocation of Settlements and Social Action Centres)이 합쳐진 단체이다. 세틀먼트 운동은 1880년대에 옥스퍼드·캠브리지 대학생들이 빈곤한 지역에 가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영국 각 지역에 확산돼 전 세계로 이어졌다. 지금도 예전 세틀먼트 운동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현재 로컬리티 회원 단체는 영국 전역에 750여 개다.로컬리티의 각 지역 주민조직체(Community)가 자산을 갖는 과정은 다양하다. 시청의 땅과 빌딩 중 쓰지 않는 공간을 주민조직체가 이윤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시청에서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주민조직체가 대출을 받거나 지원금을 받아서 직접 매입하기도 하며, 슬럼화된 상업지역에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상점을 인수해 공동운영 하기도 한다. 또 폐교되는 학교를 주민 모금한 돈으로 리모델링해 공동체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 활동을 강화하여 자산을 취득하고 있다.주민조직체가 자산을 가지게 되면 사업도 생기게 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시작되고,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지면서 주민들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변화된다. 영국은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제도로 2011년 `로컬리즘 액트(Localism Act)`라는 지역주권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는 지역의 토지·건물 소유자가 자산을 매각할 때 주민조직체가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판단되면 그 소유자는 6개월 동안 이를 개인 매수자에게 팔 수 없고 지역조직체가 돈을 모을 때 까지 기다리게 하는 법률이다.그리스털 주어링씨는 조언한다. 한국의 마을 만들기는 주민조직체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초기단계이고 사회적 기업 형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주민조직체가 사업적 모델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마을 기업을 보면 정부나 지자체 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독립 사업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10시에 시작해서 한 시간 반이 흘렀다. 다음 일정만 아니라면 질문과 토론을 계속할 태세였지만 다음 기관 방문이 기다리고 있어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통역을 맡은 서울시 파견 직원인 전영우씨와 그리스털 주어링씨에게 점심식사를 제안했고 준비해 간 의회기념품을 전달한 뒤 브리게이드 식당으로 이동했다.

2014-11-19

가장 한국적인 문화 `김치 한 데이(day)`

▲ 박경해영양군 공보담당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로 가요뿐 만 아니라 TV드라마의 수출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인이 즐기고, 느끼고, 먹고 하는 삶 자체가 조명을 받게 됐다. 그만큼 어느 곳에 있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한국문화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하고 싶다.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월~8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수는 943만4천2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불고기, 비빔밥 그리고 김치는 한국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한류로 자리매김 됐다.특히나 대한민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뉴욕타임즈에서는 세계5대 건강식품으로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일본 콩, 인도 렌틸콩, 한국 김치가 발표되면서부터 김치에 대한 관심은 세계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나 또한 김치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부터 김치는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요, 정신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색 있는 김치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저마다 최고를 자처하며 지역소득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지역 김치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판매에만 집중하다보니 본연의 지역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김치가 세계화에 걸맞게 역사성과 변천사에 대한 충분한 고증이나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반성도 해야 할 것 같다.가장 한국적인 맛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느리면서도 제대로 된 맛을 상품화 하겠다는 영양군의 모습은 좋은 예(例)가 될 것이다.`여중군자(女中君子)`로 불리는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자,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다. 1672년께 경북 영양군에 살던 석계 이시명의 부인인 장계향 선생이 썼다. 재령 이씨 가문의 며느리들에게 자신의 음식비법을 전수한 것이다.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 조리법과 저장·발효식품, 식품보관법 등 모두 14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중에 김치는 꿩고기 김치법, 꿩고기 잔 짠지, 꿩고기 짠지김치에 대한 3가지 조리법이 소개되고 있다. 영양군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가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이 책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디미방`이 영양의 미래 소중한 자산이자 보물임이 틀림없다는 단체장의 혜안(慧眼) 또한 높이 사줘야 할 것이다.2008년부터 음식디미방 보존회가 결성, 레시피 연구와 음식재현을 통해 340여년 전의 반가음식을 제대로 맛 볼 수 있게 됐으며, 이제는 지역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게 대중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2014 빛깔찬영양김장축제`가 오는 22일부터 12월7일까지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고추특구에서 열린다. `Mom에 쏙! 입에 쏙!`이란 주제로 청정영양에서 자란 청정 무공해 고랭지 배추, 감칠 맛 나는 매운 빛깔찬 영양고춧가루, 최고의 양념재료로 대한민국 명품김치로 탄생을 기다리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는 올해는 가을배추 가격의 하락으로 수확까지 포기하는 농민들이 있어 실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실정이나 영양지역은 다수가 계약재배가 이뤄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이번 축제는 지리적 여건상 유동인구가 적은 산간오지라는 악조건 속에도 산나물 축제의 성공을 교훈삼아, 일회성 행사에 치우치지 않고, 엄선된 최고의 재료를 쓴다는 약속의 축제로 만들어 나간다면 반드시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본다.이번 축제는 1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16일간 이어지는 타 자치단체와는 차별화된 저예산, 100% 지역주민 참여 축제를 유도하고 있다. 음식의 삼합(三合)이란 3가지 요소가 합해져 가장 절묘한 맛을 내듯이 영양김장축제 또한 역사적 전통이 뿌리 깊고, 최고의 명품농산물이 있고, 주민 참여의지가 높은 축제이니 만큼 제대로 큰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의 초입에서 영양김장축제가 초콜릿, 사탕처럼 지인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김장한포기를 선물하는 일명 `김치 한 데이(day)`가 문화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11-13

포항시의회 유럽연수기

▲ 안병국포항시의회 의원 유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면 어느 곳을 가고 싶은가?”라고 질문한 결과 유럽 지역이 62%로 1위를 차지했다.유럽여행이라 하면 10~20일 간의 일정으로 여러 국가의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을 둘러보는 여정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여행일정은 런던으로 들어가서 파리로 나온다. 유럽 내 교통수단의 경우는 10일에서 20일짜리 유레일패스가 주로 이용되는데 우리는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또한 여행자들이 거쳐 가는 도시와 일정 또한 비슷한 관계로 성수기의 경우는 런던, 파리, 로마와 같은 대도시의 유명 관광지는 마치 한국을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가는 곳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행을 한다면 유럽 각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서 깊이 있는 체험과 느낌을 받기 힘들 것이다.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진정한 낯선 이방인이 되어 그들의 문화와 먹거리, 그리고 역사적 정치적 풍습들도 몸소 체험하며 느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경험은 진정한 국제화의 산 경험일 뿐 아니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통제함으로써 자아의 발전과 발견에도 한 몫을 하리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 전체를 짧은 기간에 여행하는 것 보다는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그 중 영국은 이러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안성맞춤이다.프랑스나 스페인 등에 비해 특색 있는 관광지가 드물고, `피쉬 앤 칩스`가 상징하듯, 음식이 특색 없다는 등의 이유로 여행지로서 과소평가 받고 있는 영국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무한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이며 과거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던 영화를 간직한 나라, 과거 유적에서 느껴지는 고풍적인 느낌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나라, 방대한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 3대 박물관(대영박물관) 중 하나가 있는 나라, 스톤헨지와 아더왕의 전설이 살아있는 신비의 나라,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영화의 나라, 축구의 종가로 프리미어리그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축구의 나라, 비틀즈, 엘튼존, 스팅, 퀸 등 전설적인 가수들이 태어난 음악의 나라,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디킨스, 코난도일 등이 태어난 문학의 나라, 홍차의 나라, 신사의 나라 등 최고의 관광지로 불릴 자격을 갖춘 나라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런 영국을 어찌 여행하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하지만 포항시의회 연수단 일행은 매력의 영국 관광을 모두 다 뒤로 하고 첫 일정 부터 강행군을 예정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새로 출범한 의회의 격에 맞게 의원들이 모두 초심으로 뭉쳐 있었기에 연수단에는 여행의 설레임이 아닌 긴장감 마저 감돌 정도였다. 일정은 도심 재생과 사회적 기업들의 활동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마을만들기 사회적 연합인 로컬리티, 노숙자를 교육시켜 전문요리사로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 브리게이드 식당, 탄소제로의 그린타운 베드제드 등 3곳의 기관 방문 워크숍으로 일정을 채워넣었다.10월27일 건설도시위원회와 경제산업위원회 두 상임위원회로 구성된 의회연수단은 기내식을 두 번이나 먹으면서 거의 12시간의 길고도 지루한 비행 끝에 런던 히드로공항 상공에 현지시간 오후 5시30분에 이를 수 있었다. 한국시간보다 영국이 8시간 느리기 때문에 시계바늘을 8시간 뒤로 돌렸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버스에 오른시간이 이미 6시를 넘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공항에서 멀지 않은 프리미어호텔(PERMIER INN)이란 곳에 짐을 내렸다. 내부는 미로처럼 긴 복도와 삐걱거리는 바닥이 걸을 때마다 신경 쓰이고 오래된 조립식 건물의 소음과 퀴퀴한 냄새는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지만 긴 비행시간으로 지친 몸을 뉘일 침대가 반가웠다.

2014-11-12

원전 관련보도, 정확·신중해야

▲ 이규찬 한국수력원자력㈜월성원자력본부 홍보팀장최근 들어 잇따라 원전과 관련된 시민들이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터져 나와 원전 홍보팀장으로서 경주시민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보도 자료나 언론매체의 기사가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문구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장이나 잘못된 내용의 폐해, 즉 원전지역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주변에는 마치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오인받게 하거나 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흠집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걸까.다수 언론매체는 지난 4일자에 `월성원전 방사능 유출 은폐 충격`, `연간 피폭 한도 1만 배` 등의 제목으로 `5년 전 월성원전이 폐연료봉을 떨어뜨려 계측 한도를 넘는 1만mSv 이상의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마치 5년 전 월성원전에서 대형 방사능 누출 사고라도 난 듯한 보도였다.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원자로에서 빠져 나와 로봇에 의해 물 속으로 운반돼야 할 직경 1cm, 길이 50cm 폐연료봉 한 개가 오작동으로 물 속이 아닌 곳에 떨어졌다. 물론 떨어진 곳은 외부와는 완전 차폐된 밀폐 건물이었다. 그곳의 방사선량을 측정해본 결과 짧은 시간 내에 사람이 접근, 작업하면 인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됐다.절차에 따라 작업 도구를 준비, 여러 차례 시험작업을 거친 뒤 작업자를 투입해 떨어진 연료봉 한 개를 물 속에 밀어넣은 것이다.당연히 이때 외부 환경으로의 방사능 누출은 없었고, 해당 작업자도 미량의 방사선에 노출됐지만 원전의 작업자가 일반적으로 받는 수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건강검진 결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원전의 작업자는 방사선에 노출돼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물론 방사선 노출량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1978년 고리1호기 가동 이후 36년 동안 국내 원전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작업 종사원이 단 한 사람도 방사선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또 일부 매체는 지난 5일자로 `삼중수소 농도 심각`, `생명 위협 시한폭탄` 등의 제목으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문제를 다뤘다.월성원전은 중수로 원전으로 설비특성상 국내 다른 원전보다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발생량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것이 기준치 이내에서 관리되는지, 인체나 환경 영향이 있는지 등 판단의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월성원전은 삼중수소 방사선량을 일반인 법적기준치(1mSv)의 5%인 0.05mSv를 관리기준치로 정해 놓고 관리 중이다. 이번에 언급된 2013년 월성원전 삼중수소 연간 배출량은 법적기준치의 5%로 정한 관리기준치의 2.9%에 불과하다. 법적기준치를 기준으로 0.8% 정도이며 캐나다 등 해외 중수로 원전에 비해서도 19%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양이다. 하지만 월성원전은 중수로 종주국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삼중수소 제거 설비를 갖춰 삼중수소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안전이라지만 언론이 방사선이나 원전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언론을 통해 사안이 부풀려지거나 왜곡되면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원전 또는 방사능과 관련해서는 그 피해가 막대하다. 원전이 전문 분야여서 일반 국민이 잘 알기 어렵고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막연한 공포감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정보 또는 현장 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를 없애고 신뢰를 회복해 가려는 원전과 한수원의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언론매체들이 국민들의 관심사인 원전과 방사선 등과 관련된 보도를 할 때는 막연한 공포감이나 에너지시설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지 않도록 심사숙고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익보도, 다수이익을 지향하는 언론으로서 관련시설 지역민들이 입게 되는 경제적·정신적 손실도 고려해 보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2014-11-10

강동 유금~흥해 성곡 우회도로 탄생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길은 사람과 재화는 물론 문화, 지식정보, 기술 등을 끊임없이 왕래시킨다. 그래서 길이 생겨나면 주민생활은 보다 편리해지고 윤택해지며, 주변토지의 이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지역발전이 촉진된다. 이렇게 도로가 주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히 크다. 이러한 도로는 인류의 경제활동에서 사람의 생명과 활력을 유지시키는 동맥과 같은 절대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도로가 정체를 일으키게 되면 경제활동이 동맥경화를 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1980년대 들어 교통량이 급증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도로개설은 한참 따라가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요도심은 정체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급기야는 체증몸살에 시달려야했다. 시외지역 국도 역시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정체와 함께 병목현상이 일어났다.포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경주를 지나 포항시내를 거쳐 영덕과 울진 등 동해안 방면으로 나가는 국도7호선의 포항시내 정체는 한마디로 극심하였다. 이러한 시내지역 정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시내를 우회하는 도로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는 가장 시급한 지역의 현안이었다.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도심 우회도로가 건설되었다. 바로 현재의 용흥동 남부초등학교에서 우현네거리를 연결하는 총연장 3㎞ 정도의 도로이다. 하지만 이 우회도로로는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연일읍 유강리가 고향인 필자는 늘 유강 앞 국도7호선이 원활하게 소통되기 위해서는 유강 진입 전인 경주 강동에서 포항시외로 우회시켜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필자는 1983년 건설부 도로시설과 근무 당시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포항시 우회도로 건설을 제안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건설부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던 1984~85년에 이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경주 강동 유금 나들목에서 포항시 흥해읍 성곡 나들목까지, 국도31호선을 경유하며 국도7호선인 소태지로와 연결되는 국도28호선(동해대로)이 바로 포항시 우회도로였다.이 도로는 총연장 13.7㎞로 1천1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1991년 9월에 착공하여 7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998년 12월에 개통되었다. 이렇게 이 도로에 대한 구상과 계획은 1980년대 초·중반에 이루어졌으나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1년에 와서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사실 이 도로는 당초 강동 유금에서 흥해 시내를 우회하여 청하에 이르는 20여㎞에 이르는 우회도로로 구상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회 등에서 우회도로가 20㎞를 넘어서는 예산형편상 적절치 않다는 반대의견이 나온 것은 물론 절차상 복잡한 문제들까지 얽혀 흥해 성곡까지 13.7㎞로 줄어들게 되었다.이렇게라도 우회도로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회 건설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던 지역출신 황대봉 의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리고 당시 포항출신 최래형 부산국토관리청장도 이 도로를 시행하는 등 한몫을 하였다.필자는 아직도 이 도로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당초 구상이었던 흥해 시내를 우회하지 않아 우회도로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현재 흥해 시내 우회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도로는 국도7호선 흥해 초곡리 ~ 용천리 간 연장 6㎞, 4차로로 건설될 예정이다.지역출신 이병석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흥해 시내 우회도로가 조만간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시팽창에 따른 도시개발행위는 지자체가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국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이 도로가 개설되면 포항~대구 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동해안 관광객 및 인구 증가로 교통량이 한계에 달하여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흥해 시내 국도7호선의 교통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2014-11-07

자장암

▲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한국의 늦가을은 유난히 아름답다. 아침녘 운제산 자장암의 단풍은 별보다 더 반짝이고 늦가을 햇살은 비단결처럼 살갗을 간질인다. 바람이 한번 스칠 때마다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단풍의 행로(行路)는 진정 시어(詩語)같고 몸을 굽혀 낙엽을 주어보니 수정 같이 반짝이는 이슬이 묻어 있다. 생명의 순환(循環)이치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이별을 두려워하는 이의 한 방울 눈물 같다고나 할까.해발 600m 운제산 벼랑에 걸린 자장암에의 범종소리는 위로는 산마루 하늘까지 사무처 울려 퍼지고 아래로는 인간세상을 지닌 깊은 곳까지 뚜렷하게 잠기니 바로 신라 사람들이 경주 성덕대왕 신종에 새겼던 일승원음(一乘圓音)의 세계이자 무생(無生)의 지혜(智慧)를 닦는 곳이다.자비심과 연민이 절로 솟는 암자이다.신라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나무가 무성하고 산과 계곡이 험준해서 자장, 원효의상, 혜공 스님은 구름을 사다리로 삼아 왕래(往來)했다 해서 운제(雲梯)산으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자장암이 세속(世俗)에서 일어났던 그동안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대중 중심의 사찰로 거듭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하순 새로 부임한 주지스님(覺泉)은 숨을 헐떡이며 자장암을 오르는 절손님들을 따뜻하게 맞고는 청국장이 곁들인 점심공양(산채비빔밥)까지 내놓는다. 대중에게 다가서는 불교가 되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절 인심이 단박에 후해졌다.오어사의 산내(山內) 암자인 자장암은 신라 진평왕(578년) 때 자장율사가 창건(創建)했고 신라 4성인(원효대사, 자장율사, 의상대사, 혜공대사)이 수도해서 일찍부터 불적(佛的)의 영험(靈驗)이 서린 유명한 기도처이다.천자봉에서 동남쪽으로 여의주를 품은 등용이 굽이치듯 자장암으로 내려뻗은 산세로 인해 신라 당시부터 기도처로 이름났다. 지금도 석가모니를 따랐던 16제자를 모신 나한전엔 기도하는 불자(佛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자장암엔 세속인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다. 오대산 상원사의 적멸(寂滅)보궁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불자들조차 모르는 적멸이 숨어 있다.사적(史蹟)을 탐사(探査)해 보면 신비스럽다. 20년 전 풋나지나윙 태국 승왕으로 부터 진신사리 7과를 기증받은 태국 유학승 정신스님이 자장암에서 심야기도 중 사리에서 등롱의 불빛처럼 은은한 빛이 쏟고 향기가 방을 채우는 불가사의한 기적이 일어나던 해(1998년, 불기 2542년)에 자장암 주지 삼현스님에게 기증, 보탑(寶塔)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이곳은 화엄학을 일으킨 원효스님과 혜공대사, 신라 2대 남해왕비 운제부인의 성모단의 연원 설화 등 우리 고대사에 얽힌 귀중한 얘기들을 간직한 곳이자 불교성지이다.불교도 이제 많이 변했다. 강산이 숱하게 변하는 사이 유행도 `웰빙`과 `힐링`을 지나 `명상`으로 건너온 것이다. 자장암 역시 해발 600m의 수려한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수행과 명상을 체험하고 재충전과 치유를 얻어가는 산사로 거듭나면 더 많은 대중(大衆)이 찾을 것.기복적(祈福的)이고 대불전(大佛殿) 중심적인 신앙은 한계에 온 것 같다. 성과주의에 매달린 중생들의 삶 자체의 균형(均衡)이 깨지고 그래서 더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운제산 자장암이 갖는 좋은 환경과 전통의 모습은 몸과 마음의 균형(均衡)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주는 곳이다. 새로 부임하신 각천스님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을 나와 현대불교이론이 밝은 학승이시다. 월산 대종사 시자와 불국사 문화, 총무국장, 조계종 총무원 호법국장을 거쳤다. 자장암은 오어사 주차장에선 200m 암벽의 가파른 길을 올라야한다. 이 길이 부담스러우면 영일만 온천 입구에서 차로 3km거리에 있다.자장암 이웃엔 오어사와 오어지 들레길, 원효암, 솔 향이 진동하는 3시간 거리의 천자봉 등산길을 비롯 대송면 산여리의 조선후기시대 도요지 등 늦가을 추정(秋情)과 함께할 볼거리가 많다.

2014-11-07

포항~건천IC 산업도로 탄생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1973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조강 100만 t의 포항제철 제1고로가 쇳물을 쏟아냈을 당시 물동량의 4분의 3은 서울방향으로, 나머지 4분의 1은 부산·울산 방면이었다. 그러나 이 중후장대한 물동량을 해결할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수송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급한대로 국도7호선 포항~경주 구간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포장했다. 1980년 완공된 `경주포항산업도로`가 그것으로, 35분 이상 걸리던 포항~경주 간 주행시간이 20분 이내로 단축되어 포항제철의 수송이 어느 정도 나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당시 이 도로는 건설표준이 엄격하게 적용됐다. 형산강 변에 침하지역이 존재하는 데다 대부분 물동량이 무거운 철강제품이어서 그렇게 시공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던 것. 따라서 여느 도로보다 이 도로는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또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과적차량검문소까지 두고 국가기간산업의 유일한 수송로를 관리하기까지 했다.일반적인 수송체계는 그 생산지가 시내든 시외든 곧바로 주 수송도로에 붙이는 것이지만 포항제철 수송은 그야말로 비정상체계였다. 시외 생산지를 출발하여 포항시내로 들어와 다시 시외로 나가 경주시내를 거쳐 또 다시 시외로 나가 주 수송로인 고속도로에 올려야 했던 것이다.1969년 건설부로 전입하였던 필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항시내를 거치지 않고 형산강을 따라 경주 강동에 접하는 8㎞정도의 신설도로 개설을 포스코 박태준 회장에게 건의하였으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지역에서는 철강공단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천IC를 연결하는 신설도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고향의 도로문제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던 필자는 신설도로의 경우 수많은 난관과 시간이 걸리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보다 용이한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고심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연구하다 국도20호선의 종점을 경주 건천에서 포항까지 연장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재임 당시였다. 국도의 호선 명칭은 동서축은 짝수, 남북축은 홀수가 붙여지는데, 국도 20호선은 `일반국도노선지정령`(대통령령 제15101호)에 의거하여 경남 산청군 시천면이 기점이고 경주건천이 종점인 동서축 도로에 해당됐다.일이 되려고 그런지는 모르지만 당시 건설부 도로국장이 동지중 7·포항고 7회 출신인 최주영씨였다. 최 국장은 필자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최 국장은 타 부서를 끈기게 설득해 가며 종점을 포항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 성사시켰다. 경주 건천이 종점이었던 이 도로가, 현재의 포항~건천 간 자동차전용도로로 까지 확장된 비화다. 최 국장은 이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까지 지내며 고향에 많은 힘을 보탰다. 국도 20호선 종점이 포항으로 되는 데에는 역시 부산국토관리청장을 역임한 최 국장의 친형 최래형(동지중4·포항고4회) 씨도 발벗고 나섰다. 두 형제는 보기 드물게 당시 건설부 요직에 올랐는데, 재직하는 동안 고향 도로 등 SOC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겼다. 포항시민의 한사람으로 지금도 감사드린다. 이는 왜 지역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필자가 제출한 아이디어, 국도 20호선을 포항까지 연장하는 일반국도노선지정령 개정은 1996년 7월 1일 이루어졌다. 2000년대의 교통수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반국도 3개 노선을 새로이 지정하고 행정구역변경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노선의 기점 및 종점을 조정한다는 것이 개정 이유였다. 그리고 이 개정안은 국도20호선을 비롯하여 14호선 등 6개 노선의 기점 및 종점을 변경하고, 행정구역변경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41개 노선의 중요경과지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으로 국도 20호선은 종점이 건천에서 포항으로 연장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공사 또한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다.포항~건천 간 산업도로는 신설도로가 아닌 연장도로였기에 그 추진이 가능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런 아이디어를 내기까지 고뇌했던 그때가 새삼스럽다. 자화자찬 같지만 정말 그 당시 이 문제 해결에 많은 땀을 흘렸다. 막상 노선연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니 포항출신을 제외한 도로 관계자 대부분이 포항~경주 간 기존도로가 있는데 `왜 굳이 도로연장이 필요한가`라는 이의를 달며 반대했던 그 장면들이 지금도 선하다.길이 30.3㎞인 이 도로는 총사업비 5천502억 원을 투입, 1997년 2월 3일 현곡~천북 구간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가 2005년 8월 31일 건천IC~현곡 구간이 마무리되면서 완전 개통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도로 개통전만 하더라도 포스코를 비롯, 포항철강관리공단에서 생산된 철강 물동량은 모두 포항시가지를 경유, 수송해야 했으나 개통 후부터는 이 도로를 통해 곧바로 고속도로 1호선인 경부고속도로와 접속이 가능케 됐다. 포스코 가동 후 30년 동안 숙원으로 남아 있었던 이 사업은 결국 필자의 아이디어와 지역출신 최주영·래형 형제가 고향이라는 동질감을 갖고 머리를 맞댔기에 가능했다고 자부한다. 지역출신 인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길 소망하는 이유다.

2014-10-30

원전의 퇴로 원전 해체산업도 경주가 주도해야

▲ 최양식경주시장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우리의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건설됐던 원전도 수명을 다하면 부셔 없애야 한다. 그런데 방사능에 오염돼 있는 원전의 구조물을 그냥 일반 건축물처럼 파괴해 없애 버리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건설,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가 설계수명 만료 후 2007년 10년 연장운행이 결정됐던 고리원전1호기와 최초 운영허가 기한(30년)이 2012년 11월 종료돼 가동이 정지된 월성원전1호기는 언제가 되든 간에 `퇴로(out)`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집약되고 체계화한 원전 해체(제염 및 방제) 기술이 없다. 따라서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원해연)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1개 원전 해체에 드는 비용은 최소 6천억원으로 추정돼 현재 원전 23기에다 추가로 5기를 건설 중인 우리나라에서도 퇴로를 통한 돈벌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435기) 중 30년 이상 된 것은 212기, 영구 해체를 앞둔 원전은 135기로 집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해체 시장이 2030년에는 500조원, 2050년에는 1천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재 가동 중이거나 당초 설계수명을 다해 수명 연장 심의를 받고 있는 월성원전1호기 등 원전 23기에 대해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20년까지 12기가 영구 정지되는 등으로 향후 70년 간 14조원의 원전 해체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이 같은 천문학적인 돈벌이 시장 규모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 선진국들이 앞다퉈 한계수명에 도달한 원자력시설 해체 사업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가 2012년 11월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 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예상되는 국내·외 원전 해체에 대비해 원자력시설 해체 기술 종합연구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 사업은 2019년까지 총 1천473억원을 들여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연구 개발과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설·장비 등 기반을 구축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우리나라 원전 해체 기술력은 핵심기반 기술 38개 가운데 17개 만 개발을 마쳤고 나머지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대비 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으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명을 다한 원전의 안전한 해체 기술 개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최근 경주시민들은 방폐장 등 원전 관련시설이 망라된 경주에 `원해연`유치는 필연적이라는 논리로 범시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사업 이행률이 8년째 42.5%에 그치는 등 미온적인 가운데서도 경주시민들은 똘똘 뭉쳐 국책사업인 방폐장을 수용한데 이어 원전 산업의 종지부인 해체 시장을 주도할 원해연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경주는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국내 원전 집적지이다. 그런데도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안전 및 개발 관련시설 17개 중 경주에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경주시와 경북도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사업 추진에 따라 국제원자력인력양성원, 제2원자력연구원, 원자력기술표준원 등 원자력 핵심기관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또 지역의 원전기능인력양성사업단과 동국대·위덕대, 포스텍 등과 연계한 국내 최고의 해체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따라서 이번에 신규 설립하는 원해연은 반드시 경주로 와야한다. 원해연의 효율적 운영과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관련시설들이 집약돼 있는 경주가 그 산실이 돼야 한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없다. 그만큼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4-10-27

김무성 정치적 성장과 부친 후광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지난 일요일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포항남구와 울릉군의 당원들 행사에 참여했다. 그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김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경엔 훌륭했던 부친의 피를 물려 받은데다 부친이 생전에 남긴 큰 발자취의 후광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김 대표는 이날 “여당의 대표가 되어 고향에 금의환향하게 되어 기쁘다”고 고향방문의 소감을 밝혔는데, 필자 역시 김 대표의 마음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김 대표의 부친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포항의 근대화 과정에서 적잖은 영향을 끼친 해촌 김용주(1905~1985) 선생이고, 그의 형은 전방(주)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김창성(83) 회장이다.해촌 선생이 포항과 깊고 오랜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23년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포항의 조선식산은행 행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부터다. 당시 포항은 그야말로 자그마한 어촌도시에 불과하였고, 대부분 어업 종사자들은 단순히 고기를 잡는 일이 전부여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해촌 선생은 이러한 어업 환경에서 산업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1926년 20대 초반에 독립을 결심한다. 그리곤 곧바로 `삼일상회`를 설립, 어업의 길을 걸었다. 상호는 3.1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어업에 종사하다보니 수산물을 대도시로 운송할 수단이 필요하였고, 해촌 선생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대 중반에 운수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가 포항지역 운수업의 효시다.해촌 선생의 사업 수완은 남달랐다. 동빈동에 포항 최초로 들어선 비누공장도 혜촌선생이 설립했다. 당시 영일만 일대 근해에는 정어리와 청어가 많이 잡혔다. 정어리가 얼마나 많이 잡혔던지 생선 취급을 받지 못했다. 현재의 송도다리 건너 좌측에 일본인이 경영했던 정어리기름공장이 있었는데, 당시 정어리가 얼마나 흔한 생선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정어리기름은 주로 식용과 함께 비누 및 약품 제조 등에 이용되었는데, 해촌 선생이 이 정어리기름을 활용하여 비누공장을 설립했던 것이다.해촌 선생은 지역의 근대교육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어쩌면 이는 해촌 선생이 후대에까지 길이 존경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선생은 20대 초반부터 포항청년회 독서회를 만들어 민족운동을 전개하였고, 노동야학을 개설하여 조선인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쳤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언론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특히 해촌 선생이 포항에서 자주 회자되는 것은 거액의 사재를 털어 구 제일교회 앞에 소재하였던 영흥학당을 정규과정의 영흥보통학교로 만든 장본인이어서다. 포항 최초의 사립 초등학교였던 이 학교는 해방이 되면서 공립학교로 헌납됐으나 개교 100년을 훌쩍 넘겨 그동안 많은 인재를 배출해 냈다.해촌 선생은 20대 초반부터 지역경제를 비롯하여 지역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손대는 것은 포항서는 모두가 최초이다시피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지평선이 하나 둘 열렸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혜촌 선생을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또 교육자로, 정치인으로 높게 생각하는 것은, 선각자라는 이런 배경이 뒤에 있다. 앞으로도 포항 현대사에서는 해촌 선생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렵다.해촌 선생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도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1913~1975)의 결혼이다. 해촌 선생은 이 결혼식의 주례를 맡았는데, 이 결혼식이 포항서 큰 화제를 모은 것은 포항 최초의 신식 예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식결혼식은 해촌 선생이 권유, 성사시켰다. 신식 결혼식의 첫 신부가 되었던 김 회장의 부인은 흥해 출신으로 당시 영흥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해촌 선생이 연결해 줬다. 포항 최초의 신식 결혼식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겠지만 노인들이 이전의 전통혼례와 달리“새색시 얼굴 실컷 봤다”며 얘기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파격적인 사건들은 이렇듯 대부분 해촌선생이 주도하며 이끌었으니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촌 선생은 해방 이후인 1948년에 한국해운공사를 창립하여 해운업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고, 1950년에는 미군정 하에 있던 일본에 주일 한국외교사절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1960년에는 부산에서 참의원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민주당의 원내총무를 맡는 등 한때 한국 정치를 이끌기도 했다.포항은 물론 대한민국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해촌 선생이 1985년 운명을 달리하자 우리 정부는 선생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였다. 김 대표의 형인 김창성 회장도 지난 1991년 필자가 건설부 과장으로 재임할 당시 재경의 고향 지인들과 포항향우회와 영일향우회를 통합한`재경포항향우회`를 발족시켰는데, 그 초대회장을 맡아 고향 향우회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4-10-24

老少美醜(노소미추) 가리지 않는 성범죄

▲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여름 해수욕장의 비키니는 여성 신체의 10분 1만 가린다. 올 여름 SNS에 떠돈 말은 “점잖은 남성들은 여성이 가린 그 10분의 1만 바라봤다” 시원스런 가을바람이 내리나 여성의 치마길이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전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여성 연구원에게 노출 정도를 달리한 옷을 입혀 클럽으로 보내 남성의 접근빈도를 체크해 봤다. 40%쯤 신체를 드러낸 여성 연구원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40%의 노출은 민소매에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수준이다.옛날도 아니고 한 세대 전까지는 신체 선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이는 곳은 얼굴과 손끝뿐이었으나 한 마리 나비가 춤추듯 아름다움을 뽐냈다. 하긴 피부 보호를 위해 노출을 최대한 억제한 골프장 캐디가 성희롱을 당했으니 성범죄와 노출과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다.한국의 성범죄 발생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2위, 사회적 유대감은 32위, 일과 생활의 균형감은 34위, 사회적 갈등부분은 부끄럽게도 같은 2위를 차지했었다. 모두가 부정적인 모습이다.성폭력 발생률이 OECD의 다른 국가보다 1.5배에서 2.5배정도 높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신고 율이 10%정도에 그친다는 사회적 통념을 감안하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성폭력 발생건수는 2008년 1만5천970건에서 2010년 2만375건, 2012년 2만2천935건으로 뛰고 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이 가장 많이 늘어나 더 우려스럽다. 더욱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의 50%이상이 주변의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 한 여성 정책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발생건수는 지난 2008년부터 인구 10만명당 34건이 넘어섰다고 한다.이러니 딸 키우기가 무섭다는 말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당연한 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2008년)를 보면 아버지의 딸 선호도는 40대 27.9%, 30대 37.8%, 20대 38.9%로 나이가 젊어질수록 높다. 출생성비도 남아가 갈수록 떨어져 2008년부터는 106.4명이다. 역전되지 않더라도 이런 걱정이 나올 만하다.문제는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뚫리고 있으며 터지는 종류도 다양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 종교계의 스타 목사, 검찰, 군부대, 고위 공무원, 교육계, 노인(2013년 1422건),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이나 상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연루되는 추악한 성범죄들이 신문 사회면을 도배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민은 절로 커진다.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져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접촉의 강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마저 제 각각이다.최근 서울시는 성희롱을 하다 적발된 공무원은 해임 파면 등 정직이상의 중징계 처벌 안을 들고 나왔다. 피해자를 적극보호하지 못한 부서장도 연계책임을 물겠다고 할 만큼 서열을 무겁게 생각하는 공직사회에서 마저 이런 안을 내놓고 있으니 사회 전체분위기를 알만하다.학교에 가던 아홉 살 소녀가 술 취한 사람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원이에게 법이 내린 형량은 성폭력범이 술에 취했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12년이었다. 장애인 성폭력문제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은 공권력과 저널리즘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데 대한 사회적 저항이기도 하다.당국이 4대사회악의 하나로 보고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단속을 강화하지만 진척이 없는 성범죄는 대부분 충동적으로 발생된다. 이런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려면 개성보다는 자기 방어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피해가는 방법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에서 범람하는 사회 환경에서 이만큼이라도 바로 자라준 우리아이들이 고맙긴 하다.

2014-10-24

귀를 열어야 포항시의회 미래가 열린다

▲ 이칠구포항시의회 의장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명대사 중에 “힘없는 백성들이 기댈 곳은 미우나 고우나 정치뿐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이다. 참사로 모든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으며, 자식 가진 부모는 내 자식을 잃은 것과 같은 마음으로 적어도 한 달 가량은 패닉상태에 빠졌었으리라. 세월호 사건 이후로 국가에 대해, 정치에 대해 생긴 불신은 좀처럼 회복이 안되고 있다. 사회 곳곳이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긴 터널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미국 기술자이자 실업가인 헨리 포드는 이런 말을 했다. “잘못된 점만 찾지 말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고. 이제 더 이상 불평과 불신은 접어 두고 고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을 때다.미우나 고우나 시민들이 기댈 곳은 정치뿐이기에 서로 소통하고 고쳐나가면 될 것이다. 제7대 포항시의회는 소통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귀를 열어 놓을 것이다. 방법을 들려달라. 언제든 바꾸고 뛸 준비가 돼 있다.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한 책무와 사명이 주어진 때인 만큼, 비록 필자의 의정 경험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9년차에 들어선 중견 의원으로서, 지난 의정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새로운 제7대 의정활동의 나침반으로 활용할 것이다.그 첫 번째로, 포항시의회는 그동안 관행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많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곳곳에 쌓인 적폐들을 해소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원칙 바로 세우기는 시민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시의회가 부정부패와 비리,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솔선수범하고 제도적인 기틀 또한 마련해 나갈 것이다.둘째, 창조도시 포항을 향한 포항시의 정책에 시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감시해 나가겠다. 지난 시간동안 우리는 의회와 집행부,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 부재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재정적인 손실을 가져왔는가를 경험했다. 제7대 의회에서는 지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집행부와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되 철저한 견제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셋째, 우리시의 경제적 재도약과 번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년 3월 KTX 개통을 시작으로 동해남부선과 동해중부선, 영일만항 인입철도,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이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 포항공항과 함께 육상, 해상, 항공 교통의 요충지로 새롭게 변모해 산업, 경제, 문화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 산업의 다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편리한 교통인프라는 산업 물류 및 우수한 인재의 활발한 교류를 불러와 강소기업 육성에 큰 길을 열게 될 것이고, 영일만항 활성화의 기반이 되어 중국, 북한, 러시아로의 진출을 앞당겨 환동해물류중심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또한 영일만대교, 두호 마리나리조트, 영일만관광단지 조성 등과 연계해 천혜의 해양자원을 자랑하는 해양관광도시의 기틀을 마련해 시민이 행복한 창조도시 포항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에 포항시의회는 산업구조의 다변화를 위한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 32명 의원 모두 머리를 맞대어 창조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발굴해 우리 포항을 창조도시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마지막으로, 포항시의회는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포항발전과 53만 시민의 행복을 위한 봉사자로서 맡은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책임의회를 열어 갈 것이다. 소수의 큰 이익보다는 시민 모두의 작은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며 작은 변화라도 그것이 시민에게 이롭다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제7대 포항시의회는 `소통하는 참된의정, 시민중심의 열린의회`를 구현하고, 힘들고 지친 시민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항상 53만 시민 여러분의 곁에 서 있을 것을 약속한다.

201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