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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애인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다

등록일 2015-02-03 02:01 게재일 2015-0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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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호포항시 노인장애인복지과 노인요양담당
매년 연말연시면 `함께 사는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외치며 기업과 개인들이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앞 다퉈 선행을 한다. 하지만 그때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선행도 많겠지만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선행으로 인해 오히려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은 커녕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 되기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의 대부분이 도심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히 이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고령과 신체적 제약으로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이지만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혐오시설`로 낙인찍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건립되는 자체를 꺼리는 님비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나이 들거나 만일의 불행한 사고로 인해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 될 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2007년의 일이다. 마침 장애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한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장애인 생활시설을 마련해서 운영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위한 생활시설이 크게 부족했던 상황이었던 터라 정식 절차를 거쳐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지가 선정되고부터는 도무지 일이 진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장애인시설이 지역에 들어오게 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물론 장애인들이 보균하고 있는 질병들이 공기와 호흡기를 통해 지역 내에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루머가 퍼져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왜 시설이 필요한지부터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었고, 공사현장을 몸으로 막아서며 장비의 출입을 막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시설이 건립하게 됐다.

장애인시설 뿐만 아니라 노인시설 역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만 나돌면 주민들은 지역 곳곳에 습관처럼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어떤 경우에는 마을과는 많이 떨어져 있어서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해당 지역의 이름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세게 반대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일들로 인해서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받는 이웃인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들은 설치 자체가 무산되거나 시 외곽으로 장소를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올해 포항시 노인인구는 전체 11.8%인 약 6만2천118명, 장애인은 정체 인구의 4.9%인 2만5천770명에 이른다. 이중 노인시설에는 1.5%, 장애인시설에는 1.2%만이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장기치료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우리 부모형제이자 이웃이다.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아무리 훌륭하고, 주변 환경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사랑스러운 가족과의 만남이 어렵고, 이웃들의 도움의 손길이 찾기 어려운 외딴 곳에 위치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을미년 새해, 양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포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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