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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익어가는 가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을이 깊어가자 봄날에 지천으로 꽃이 피듯 온 산천이 울긋불긋 풍엽으로 물들고 있다. 꽃이 차례대로 피고지고 하듯이, 푸르고 무성함을 자랑하던 초목도 기온의 변화에 따라 저마다의 색과 빛으로 한껏 피어나다가 하나, 둘 시들고 떨어지는 조락(凋落)의 시기를 맞게 된다. 가을임에도 마치 봄날같이 자연의 색조가 여지없이 입혀지기에 두번째 봄이라 하기도 하고 소춘(小春)이라 칭하기도 한다. 다만, 봄날이 여성의 화사한 아름다움이라면 가을날은 남성의 수수한 멋스러움(?)이라 해야 할까?그래서 가을을 남성의 계절이라 했던가? 스산한 바람소리나 떨어지는 낙엽에도 왠지 마음 뒤숭숭하고 헛헛해지는 듯한 느낌은, 아마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심하게 받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센티멘탈해지고 일시적인 우울감에 빠져드는 것도 계절의 변화로 찾아오는 감정의 기복이 어쩌면 남자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일과 회사밖에 모르다가 퇴임한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어쩌면 떨어지는 낙엽이나 길거리에 뒹구는 고엽(枯葉)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여겨져서 자신도 모를 속울음이 더욱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아내들은 일벌레처럼 일만 하다가 은퇴한 남편들을 ‘누레오치바(젖은 낙엽)’라 빗대며 쓸모없고 귀찮게 하는 처치곤란한 존재라 했을까?그렇다고 여성들이 가을날을 무덤덤하게 대하고 아무 거리낌없이 보낸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가을은 감상적이며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색의 계절이다. 결실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미어지고 상실감에 젖어들게 하는 아이러니한 우수(憂愁)의 나날이기도 하다. 텅 빈 충만감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무엇인가 부족하고 결핍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는 상심(傷心)의 여울같은 것이랄까? 그렇기에 가을에는 누구나가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고 그냥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꽃이 진 자리마다/열매가 익어가네//가을이 깊을수록/우리도 익어가네//익어가는 날들은/행복하여라//말이 필요 없는/고요한 기도//가을엔/너도 나도 익어서/사랑이 되네”(이해인 시 ‘익어가는 가을’ 전문)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사람도 익을수록 벼처럼 머리를 숙이고 자신을 낮출 수는 없는 걸까? 사람에 따라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 생각 등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대상을 두고서라도 관점이나 감정이 달라지게 됨은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듯이(過猶不及), 과욕이나 과잉에서 비롯되는 행태나 폐단을 익히 알면서도 줄이거나 멈추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독단이나 아집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려와 존중의 마음이 부족하고 경청과 절제의 미덕이 결여되기에 겸손과 포용의 가슴을 넉넉하게 펼 수가 없는 것이다. 가을을 탄다는 이유만으로 감정이 격해졌다고 치부하는 궁색함보다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떨구고 비워내는 나무의 순연(純然)함을 배울 일이다. 가을처럼 온전하게 익어가는 보법(步法)을 익히며 푸른 하늘을 닮아갈 일이다.

2022-11-14

그립고 아름다운 울릉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난 2일 오전 울릉도 전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 중 1발이 울릉도 방향으로 날아온데 따른 경보발령 조치였다. 비록 날아가다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지긴 했지만, 1분만 그대로 날아갔더라면 울릉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평온한 섬 울릉도에 갑자기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 긴급대피령이 내려지자 당국과 주민, 관광객들은 놀라움과 함께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과 1주일 전에 울릉도를 다녀오고 이번 주 또 다시 울릉도에 입도하는 필자 역시 당황스러움과 함께 일말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울릉도는 필자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40여년 전 고교시절에 친구따라 강남가듯이 처음으로 가본 울릉도엘 몇 번 가족과 함께 들어가서 성인봉을 오르고 독도를 찾았는가 하면, 직장 동료들과는 자전거를 타고 섬 일주로를 따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내수전옛길 트레킹도 즐기는 등 과연 울릉도에 각별한 애착(?)이 있어 보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관광이나 탐방을 위한 입도는 차치하고라도, 울릉도에는 인연따라 마음따라 이어지는 지인이 있고 애틋한 사연과 추억이 물결처럼 늘 가슴 속에 일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가운 울도(울릉도)엘 늦가을의 소슬바람따라 이번에 또 들어가게 된 것이다.울릉도는 찾으면 찾을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명소나 관광지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한 번 가보고서는 절대 다 보고 알거나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울릉도는 더욱 그러하다. 풀꽃 하나라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듯이, 울릉도·독도 전역이 국가지질공원이니 적어도 수 차례쯤은 가봐야 절해고도의 지질과 자연,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섬사람들의 풍습과 애환을 느끼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울릉도는 구석구석 신비로움에 쌓여있기에 사시사철 매혹적이고, 골골샅샅 호기심이 묻어나기에 늘 가슴이 울렁거리는지도 모른다.“삐죽삐죽 구불구불 위태위태 난 길따라/도동에서 통구미로 설레여 밟는 페달/태고의 신비 벗기듯 한 꺼풀씩 저어가네//낙타등 같이 굴곡진 태하령과 현포고개/숨소리 거칠어도 구슬땀이 달가운데/마루턱 언저리에는 바람의 결 정겹기만//파도의 하얀 안부 갈매기의 추임새에/코끼리바위(孔岩)이 꿈틀대고 삼선암이 들썪이네/어느새 관음도 눈썹이 노을빛에 수줍은 듯/애환 서린 내수전 옛길 아슬한 걸음으로/휘청이며 비틀대도 끌고 들고 메고 가니/두 바퀴 펼치는 세상 봉래폭포 환호성” - 拙시조 ‘울릉도 라이딩’ 전문이렇게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울릉도에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표적이 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고 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갈수록 많아지고 과격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단호한 응징과 안보태세를 굳건히 갖춰야 할 것이다. 울릉도에 현재 상대적으로 취약한 안보, 방공시설의 확충과 방위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2022-11-07

낭송으로 피는 詩香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잎들이 곱게 물들며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푸르기만 하던 숲에는 어느새 하늘빛 그리움이 내려앉아 잎새들은 저마다의 감성으로 노란빛을 띠거나 홍조(紅潮)의 가슴으로 땅을 향한 연서(戀書)를 쓰고 있다. 이른 홍엽(紅葉)들은 벌써 땅 위로 떨어지며 포도(鋪道) 위를 뒹구는 몸짓으로 가을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고, 길섶의 들국화는 서리를 맞을수록 외려 꼿꼿하게 제 멋 떨구는 자태로 만추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빛과 색의 향연이 풍엽(楓葉)으로 펼쳐지는 들길이나 숲길에 들면, 가을의 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것 같고 계절의 시가 저절로 흐르는 듯하다.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미틈달 11월은 시의 날(11월1일)로 시작된다. 언어의 다양성 확보, 인간의 내면 정화, 청소년 교육, 문화 교류의 수단 등 시의 다양한 역할을 알리고 시를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시의 날’은 매년 3월 21일이지만,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의 신체시인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한국 최초의 월간지인 ‘소년’ 창간호에 발표된 1908년 11월 1일을 ‘시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시의 보존과 확장을 위해 시와 음악·미술·영화·연극 등 예술분야 간의 접목, 시 낭송회 개최, 홍보를 통한 시의 현대적 이미지 구축, 젊은 시인을 위한 중소 출판사업 등을 장려하고 있다.결실과 수확의 계절 답게 시의 날을 전후해서 포항지역에서는 시낭송회 등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어서 한결 넉넉하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안도의 가슴으로 시를 읽고 감상하며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와 시의 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시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고, 고뇌와 애환의 그루터기를 가늠하며 공감과 감정의 정화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가슴에 품은 시를 목소리에 담아 낭송으로 울림을 주면 시의 향기가 세상에 널리 홀씨처럼 퍼지게 될 것이다.지난 주말, 구룡포를 사랑한 시인들과 시낭송가들이 구룡포수협 창립 100주년 및 마을시집 발간기념으로 흥취로운 시낭송 마당을 펼쳐서 고무적이었다. ‘漁花滿代 구룡포, 詩가 되다’를 주제로 시낭송, 시극, 시노래, 참여시인 낭송 등으로 시종 다채롭게 열려 구룡포 일대가 온통 시의 꽃으로 피어나는 듯했다. 또한 이번 주말, 포항시낭송회에서 주최하는 제1회 정기 시낭송 발표회는 오낙률 시인의 근작시를 ‘포항 12경, 四季로 만나다’로 각색해 시낭송과 영상, 성악과의 콜라보 등으로 이색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라서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이러한 시낭송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시를 낭송으로 승화시키는 언어예술로, 영혼을 맑게 하고 심금을 울려주며 힘겨움을 완화시키는 위안과 치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감동과 행복으로 피어나게 하는 시낭송 문화가 풍요로운 가을의 서정을 한결 섬세하고 정갈하게 수놓아 줄 것이다.

2022-10-31

마음의 습기 말리는 가을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높푸르러 가는 하늘에 떠도는 구름이 한가롭다. 누렇게 물결치며 여물어가던 들판에 수확의 손길이 더해지고, 언덕배기의 주홍빛 감들은 속소그레 대롱거리며 정겹게 익어가고 있다. 구절초, 쑥부쟁이가 반기는 들길을 거닐거나 산국(山菊), 감국(甘菊)이 손짓하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문득 어디선가 피어나는 가을의 향기를 듣게 된다. 딱히 그 냄새가 보이거나 풍기지는 않지만, 지나가는 바람의 결이나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잎새들의 몸짓에서 계절의 향긋함과 스산함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우수(憂愁) 배인 향수(鄕愁)같고, 여수(旅愁)가 묻어나는 애수(哀愁)같은 아련하고도 애잔한 가을의 갈피에는 왠지 모를 시름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가을을 우수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인간의 생애주기를 놓고 볼 때 가을은, 혈기왕성한 여름날에 비견되는 청장년(靑壯年)을 지나 결실과 숙성의 내공으로 직장이나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장년(長年)층에 해당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장성한 자녀들이 출가를 하게 되고 삶의 척추 같은 일터에서는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중책이 주어지기도 하는가 하면,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인 역할과 기여가 커지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길잡이를 해야 하기도 한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행로에 막간의 여유와 안도의 가슴으로 주변을 살피며, 내실과 농밀함으로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지향해야하는 때이기도 하다.그러한 차제에 삶의 전반적인 요소마다 이것저것 헤아리고 가늠하며 꼼꼼히 챙기고 보살피다 보니 어쩌면 근심 걱정이 떠날 수 없게 되는지도 모른다. 근심을 뜻하는 수(愁)는 가을철에 거둬들이는 벼(禾) 옆에 불(火)이 있는 걸 밑에서 받쳐주는 마음(心)이 조합된 한자이니,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고 거북스러운 상태를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풍요로운 결실을 수확하는 중에도 짐짓 걱정이 도사릴 수 있듯이, 가을걷이 같은 풍성한 삶의 숙성기에도 모종의 우려가 스며들고 파고들 수 있음을 암시하기에 가슴 한구석이 허허롭고 알 수 없는 수심(愁心)에 잠기게 되는지도 모른다.“서느런 바람 결에/구름밭 쟁기질로//번뇌도 빛이 되어/감감히 아려 오며//내 혼의 습기 말리는/서럽도록 부신 날!” -拙시조 ‘청추(淸秋)’전문사람은 어찌 보면 한평생을 외롭거나 시름 속에 살아가야 하기에 끝없는 나그네길이라 하는 걸까? 정처없이 떠도는 구름도 흩어졌다 모이면서 수시로 하늘의 눈물 같은 비를 내리는데, 하물며 인간세상에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상념이 끊이질 않아 함께 있어도 쓸쓸하고 기쁨 속에서도 슬픔을 지워버릴 수 없는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싸움터 같은 세파에 시달리는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을 터, 지치고 멍들게 하는 상흔이나 묵은 때를 지워버리는 것이 근심을 줄이는 것이리라. 눈물도 투명한 빛이 되어 흐를 것 같은 서럽도록 부신 날, 마음의 습기를 말리는 밝은 가을날을 엮어가자.

2022-10-24

축제 같은 나날, 일상을 예술처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먼 들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가고 있다. 온통 푸르던 산과 들이 차츰 붉고 누렇거나 갈빛을 띠며 물들어가고,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서 들판의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번째의 봄’이라는 말처럼,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오며 홍엽(紅葉)의 환호 속에 즐김과 누림의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문화의 달이기도 한 10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천랑기청(天朗氣淸)한 때라 야외활동이나 행락객이 많아지고, 지역별 특색을 살린 볼거리와 먹거리가 푸짐한 문화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넘쳐난다.오감으로 느끼는 축제의 계절이기에 가을이 한결 풍성하고 설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억눌린 가슴을 한껏 펴고 지리한 바이러스의 아귀를 떨치기라도 하듯, 2~3년만에 재개되는 축제의 마당에 몸을 맡기고 흠뻑 빠져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편안히 즐기고 빠져드는 축제도 자신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축제의 양상도 다변화돼,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과 현실의 결합이나 비대면 방식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의 다채로운 테마와 복합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서 축제가 한결 흥미롭고 열기가 고조되기도 한다.그런 가운데 일상 속에서 축제를 손쉽게 만나고 여유롭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면 보다 문화적인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이를테면 걸어가면서 길거리에 마련된 시화작품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이색적인 체험코너나 즉석 공연 이벤트에 참여하고, 아늑한 호텔방에 전시된 미술품이나 공예, 사진작품 등을 감상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생활 속에 젖어드는 예술문화적인 삶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생활과 실용에 어우러지는 예술이야말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생활예술의 효용가치를 높여줄 것이다.아트페어는 그러한 관점에서 예술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의미있는 매개체로 여겨진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아닌 실생활이나 외출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호텔아트페어나 뱅크아트페어, 호텔사진전 등은 객실이나 홀, 복도에 이색적인 작품전시와 홀로그램 영상 등으로 방 한 칸마다 갤러리 하나씩이 자리잡아 개성과 격조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써 관람객과 컬렉터의 관심을 사기도 한다. 포항에서는 지난 주 라한호텔과 포스텍 국제관에서 각각 독특한 주제의 호텔아트페어가 성황리에 열렸으며, 송도 코모도호텔에서는 ‘사진의 섬 송도’ 사진전이 해마다 절찬리에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무릇 축제나 예술은 관객이나 향유층이 있어야 활기를 띨 수 있다. 아무리 소문난 잔치도 손님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듯이, 난해하고 추상적인 작품의 발길 뜸한 관람보다는 쉽고 부담 없이 참여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생활문화형 예술이 각광받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 일상적인 문화로 어우러져 매양 축제 같은 나날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2022-10-17

꿈결 같은 설악산 단풍산행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 가을채비를 나서는 발길이 가뿐하기만 하다. 계절의 수레는 어김없이 빛과 색과 열매를 드러내며 부지런히 굴러가고 있는데, 너무 바쁘거나 궁색(?)하게 계절의 변화와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아집에 사로잡혀 외곬스럽게 살아갈 수 있으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이웃과 사회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좀 더 열리고 트인 가슴으로 자연과 교감하고 만상(萬象)과 공감하는 여유와 감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하루는 연휴 내내 이불 속에서 뒹굴어도, 바깥에서 활기차게 움직여도 어김없이 지나가게 마련이다.그래서 떠났을까? 근 5년만에 설악산에 다시 올랐다. 1990년 초에 처음으로 대청봉을 오르고 그 풍광에 매료되어 자주 찾아야지 해놓고는 쉽사리 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었는데, 그나마 5년만에 다시 오를 수 있어서 다행스럽기만 했다. 톱니바퀴같이 돌아가는 일상을 벗어나서 마음이 끌리고 몸이 향하는대로 누구라도 홀가분히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현실의 짜인 일들과 주어진 역할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낡은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가슴이 뛰고 심신의 건재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나름의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과연 설악산은 명산답게 새벽부터 등산객들로 붐볐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시작되는 본격적인 새벽 등산코스는 초입부터 상당히 가팔랐다. 랜턴을 비추며 수많은 계단과 비탈길을 오르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발길은, 어쩌면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밟고 지나가야 하는 삶의 단계적인 수순과 절차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힘들면 쉬엄쉬엄 숨을 고르며 완급을 조절하고, 갈증과 허기를 달래는 물과 주전부리는 등반의 추동력을 유지시키는 연료 같은 것이었다. 마침 서녘하늘에서 반기던 새벽달이 넌지시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아서 산행의 발걸음이 한결 수월해진 것 같았다.“구름이 넘나드는 숨막힐 듯 우뚝 솟은/암봉(巖峰)에 달라붙어 기는 듯 줄을 타고/각고의 끈덕짐으로 한 걸음씩 옮긴다//쭈뼛쭈뼛 칼날바위 안간힘으로 오르고/위태위태 바위부리 부여잡고 지나며/아찔한 공룡의 등짝 곡예하듯 밟는다//험난함이 커질수록 비경(秘境) 외려 빛나던가/추색(秋色) 짙은 천화대 하늘에 핀 꽃송이들/골골이 뼈대같은 기암 염주처럼 얽혔네//한시름 넘기면 또 한고비 다가오듯/시련의 마루터기 악착같이 넘고 나니/마등령 갈림길에서 들려오는 산의 말씀” -拙시조 ‘설악산을 오르며’운무가 수시로 끼고 걷히는 선경(仙境)같은 능선을 타면서 더해지는 감흥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오른다(登高自卑)는 것을 보여주며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낮춰야 함을 새삼 일러준다. 또한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듯이 높은 곳에 거처하면 떨어질 것을 생각한다(居高思墜)는 평범한 가르침이 떠오르기도 했다. 새벽안개가 피어나는 서북능선의 몽환적인 단풍숲에 꿈결처럼 파고드는 아침햇살은 그야말로 절정과 찬탄의 서정시를 쓰고 있었다.

2022-10-10

포은선생의 충절과 학덕의 창조적 계승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선선한 바람 결에 코로나19의 지긋지긋함을 털기라도 하듯 크고 작은 축제가 각처에서 열리면서 문화의 달을 실감케 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등이 성황리에 마쳤거나 열리고 있으며, 진주남강유등축제 등이 다음 주부터 열릴 예정이라서 모처럼만의 가을축제가 활기를 띠는 듯해 다행스럽다.포항에서는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는 ‘제13회 포은문화축제’가 당초 9월초에 개최될 예정이었이나, 난마 같은 태풍의 무자비한 내습과 피해복구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태다. 태풍의 상흔은 좀체 가시질 않지만, 언제까지 탄식만 하고 주저앉을 수 없는 일이라 주변을 추스르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인적, 물적인 피해가 컸었던 오천읍 지역은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자취가 서린 영일정씨의 본향이기도 해서 동방이학(東方理學)의 비조(鼻祖)인 포은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충효와 학문을 재조명해 계승, 발전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 일환으로 최근 포은선생 추모백일장을 열고 오천서원 일대에 포은선생의 시문을 석각(石刻)한 비림(碑林)이 국내 최초로 제막돼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포은의 본향에서 선생의 충효정신을 기리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성현의 사상과 업적을 일깨워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열린 백일장은 서원향교 활용화사업 차원에서도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향유하며 숨결을 불어넣은 계기가 돼 이채로웠다. 또한 오천서원 경내에 국내의 저명 서예가들이 포은선생의 시와 명문을 필묵(筆墨)으로 남기고 돌에 새겨 만세(萬世)에 전하려는 비림 조성사업은 우리의 전통 서예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연차적으로 입비(立碑)를 추진함으로써 서원에 학자와 예술인들이 즐겨 찾고 머물면서 격조 높은 문화공유와 후학들의 인성지도·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한편, 전통과 현대의 퓨전문화로 재창출, 전파할 수 있어서 사뭇 주목된다.그에 더하여 5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열리는 ‘제5회 포은서예국제대전’과 교류전은 세계 11개국 서예 지망생들과 저명작가들이 출품하여 포은선생의 학맥과 자랑스러운 기풍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회와 예술적인 교감을 도모해 한결 고무적이다. 각 지역이나 특색에 따라 공모전이 넘쳐나는 시대에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제교류전과 문화예술로의 소통은 문화도시 포항을 한층 고양시키며 한국의 예술문화를 단계적으로 글로벌화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역사적인 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유적을 생각하고 돌아보며 학문과 사상을 널리 알리고 진작시키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지역민들의 의식과 지자체의 안목에 달려있다. 그것은 곧 그 도시나 지역의 문화적인 품격과 자산이며 비전이기도 하다. 포은선생이 남긴 대쪽 같은 절의와 충·효·예의 정신문화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이 꽃피고 포항이 포은 정몽주의 고장임을 각인시키며 미래지향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2022-10-04

철옹성의 신음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느새 가을이다. 들판의 곡식이 익어가고 열매가 영글어 가는 9월이 가고 있지만, 월초에 들이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한 상흔과 시름은 깊기만 하다. 삶의 터전이 하루 아침에 물에 잠기고 생계 현장이 송두리째 초토화된 현실은 비애의 갈퀴 마냥 서럽기만 한데, 피해복구와 재난수습은 막막해 암담하다. 문명은 발달해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지만, 부지불식 간에 엄습하는 자연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허다하니 좀더 주의와 경계,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과 중장기적인 풍수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사시사철 하얀 목화송이 같은 증기를 피우며 거친 숨을 내쉬던 포항제철소가 수해의 몸살을 앓고 있다.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오천읍 지역을 관류하는 냉천이 범람하면서 인접한 제품생산 공장이 순식간에 침수되어 조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한없이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 같이 조업 개시 49년간 한번도 멈춘적 없는 철옹성 같은 제철소가 수마의 손아귀에 휩싸여 여지없이 주저앉다니, 참으로 어이없고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형산강 너머 밤이면 오색영롱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며 지역과 나라의 희망을 밝게 비추던 제철소가 한동안 암흑천지로 돌변했으니, 이 어찌 억장이 무너지고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랴.“미래의 꿈을 위해/모랫벌에 혼을 심었던 우리/모진 바람 불어도/거친 파도가 쳐도/신새벽 雄飛의 빛살로/도약의 비전/원대한 꿈을 키워온/도전자 아니었던가//….혼신의 몸부림/껍질 벗기는 아픔이 있었기에/제철소는 사시사철/하얀 목화송이를 피워대질 않는가!//靑春의 산맥을 넘으면서/영일만 신화를 창조했고/壯年의 강을 건너면서/바야흐로/변화와 혁신의 물꼬 트는 포항제철소!” -拙詩 ‘포항제철소장 헌정시’중포항제철소의 냉천범람 피해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고 극심하다. 노도(怒濤) 같은 황토물이 비좁아진 냉천교 교각 사이를 원활하게 흘러가지 못하고 제방을 넘어 시내 쪽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 동해안로와 오천지역으로 연결되는 해병로를 따라 거센 물길이 생기면서, 그 주변이 설마 하던 홍수로 대부분이 잠겨버렸다. 특히 제철소 압연라인의 특성상 단층건물과 지하설비가 많은 걸 감안하면, 사람 키 높이 이상 물밀지듯 속속들이 파고드는 물살로 공장전역은 무참히 뻘물로 찰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전무후무한 참사에 포스코는 창사 이래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일에 부닥쳐도 살아나갈 희망이 있다. 재앙을 당하면 서로 도와주듯이(患難相恤) 포스코의 선제적이고 발 빠른 수해복구 대처와 임직원들의 전력투구에 민관군의 손길이 더해지니, 복구작업에도 한결 속도가 붙는 듯하다. 지역사회를 위해 베풂과 나눔을 실천하던 회사가 공전의 수난과 곤경에 처하자 포항은 물론 멀리 광양에서까지 자매마을과 자생단체들의 도움과 물품지원이 답지하고 있어서 아름답고 고맙게만 여겨진다. 하루 빨리 포항제철소의 침울한 신음이 환한 웃음으로 피어나길 학망해본다.

2022-09-26

詩와 음악의 가을 마중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을을 시샘하는지 또 다른 태풍이 지나갔다. 비록 한반도 아래쪽으로 비껴가긴 했지만, 2주 전에 휩쓸린 태풍피해가 워낙 커서 바짝 긴장과 조바심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의 상흔이 곳곳에 아직 생채기처럼 남아 있는데, 가공할 태풍이 연이어 위협하게 된다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태풍 대비에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시행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활동을 지원하며 만전을 기했다.계절의 바뀜이 예사롭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지만, 수십년 전부터는 복병 같은 태풍이 가을날의 길목에서 산천을 할퀴고 들판을 쓸고 가니 천지간에 무엇 하나 순탄치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만큼 지구의 환경이 변하고 세상이 달라져서, 에너지의 순환이 점차 거칠어지고 만물의 움직임이 급작스레 코로나19같은 돌연함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난마 같은 기상이변도 계절의 수레바퀴 한 켠에서 무모한 듯 솟아오르는 상사화의 꽃대를 누르지는 못하고,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흰눈 같은 하늘거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마치 가을을 마중이라도 하듯이 일제히 긴 목을 뽑아 붉은 꽃을 피운 상사화가 초록에 어우러진 한켠에서 지난 주말, 시와 음악의 향연이 꽃무릇의 운치 마냥 멋스럽게 피어나고 들꽃 같은 문학 얘기가 도란도란 엮어졌다. 온갖 나무와 화초들이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자리잡아 가지런하고, 새들의 지저귐 따라 바람 결에 수런대는 잎새들도 함께하며 반겨맞는 그곳은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소재한 기청산(箕靑山)식물원이다.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식 식물원에서 경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공감놀이터 ‘어링블’에서 주관한 ‘이정록 시인 초청강연·시낭송·노래가 된 시’를 테마로 시와 음악의 콜라보를 선보인 ‘붉은 상사화 음악회’가 싱그러움 속에 이채롭게 열린 것이다.시낭송과 수필 낭독이 차분한 음색으로 흐르고 성악과 악기 연주가 우렁차면서도 매끄럽게 울려 퍼지는가 하면, 어링블 꿈다락 어린이들의 이정록 동시집 ‘지구의 맛’ 동시 낭송은 맑은 목청과 고운 표정으로 자연사랑과 환경보전을 환기시켜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선한 눈길과 맑고 밝은 언어로 많은 독자들과 호흡해온 이정록 시인의 구수한 입담과 해학적인 표현으로 ‘쑥은 쑥스럽게, 바람은 바람직하게’라고 말하는,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짧으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더욱 아름다워지고 바르게 되는 계기로 시를 쓰게 된다는 세상을 보는 너른 시선이 인상적으로 여겨졌다.상사화 피는 때에 맞춰 소소하고 수수하게 열린 숲속 음악회가 조금이나마 태풍의 상처와 코로나의 상심을 보듬고 다독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현실의 삶이 복잡하고 힘에 부칠수록 자연과 예술을 찾아 교감하며 마음의 안정과 위무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시와 음악으로 가을 마중하듯이, 공감과 치유의 마음 마중으로 정갈한 가을을 열어가자.

2022-09-19

자연재난의 경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1주 전 포항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의 상흔은 깊고도 참혹했다. 하천과 강물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금세 평정을 되찾아 유유하게 흐르고 있지만, 역대급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는 상상을 초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피해와 손실을 가져왔다. 가증스러운 불청객 가을태풍이 영남의 남동부지역을 휩쓸어 예기치 못한 인명피해와 수많은 풍수해를 입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시름겹고 망연자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을의 길목에 들이닥치는 태풍은 가공할 위력으로 삶의 터전을 위협하며 여지없이 사람들을 곤경과 실의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추석날 오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태풍피해의 현장은 쑥대밭이 따로 없을 정도로 비참하기만 했다. 과연 어디까지가 하천이고 도로이며 주거시설과 공장지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수마(水魔)는 인정사정없이 엄습하고 파고들어 삼키고 휘젓어 댔으니, 도저히 믿기지 않은 현실 같았다. 뿌리채 뽑히거나 줄기가 꺾어진 나무들이 즐비하고, 가로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거나 육중한 콘크리트 하천 둘레길이 끊어졌는가 하면,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량이 인도 차도 구분없이 뒤엉키고 부딪쳐 있으니, 정말 몸서리 쳐지고도 남을 기현상이었다.더욱이 냉천 하류의 범람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압연지역 대규모 침수사태는, 포스코 49년 조업 사상 초유의 전 공장 조업중단과 물류 마비를 초래해 실로 천문학적인 피해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필자의 라이딩 코스로도 자주 오가는 포항제철소 앞 6차선 도로가 성인 키 높이 이상 뻘물로 잠겼으니, 다품종의 철강제품을 마무리 생산하는 냉천 인근의 제철소 내 공장 곳곳은 얼마나 아수라장이었을까? 지하실 설비로 진흙탕물이 유입되고 공교롭게도 전기실 화재까지 발생돼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재해와 재난 앞에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의 인명피해 참사가 발생된 곳을 숙연한 마음으로 찾았다. 작년 6월 그 아파트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께 장수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애절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군데군데 진흙탕과 쓰레기 더미, 침수라인이 역력한 차량 수십대가 발 묶인 아파트 단지는 참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순식간에 너무나 많은 피해와 슬픔을 당해 안타깝기만 하다. 작년 8월 하순경의 죽장수해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자연재난을 겪게 된 포항시민으로서는 침울함과 함께 분통을 터트리기도 할 것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냉천의 범람위험이 수차례 지적·제보되고 구룡포 등 연안 재해방지 사업 등이 시급한데도 예산타령과 주민 편익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리니 말이다. 포항지역이 ‘연안 위험지도’ 최고등급인 5단계임을 감안하면 주저하거나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자연재난의 경고는 이처럼 엄중하고 혹독한데, 철저한 대비나 선제적인 조치를 소홀히 하게 되면 또다시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2022-09-12

태풍에 대비하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을의 길목에 달갑지 않은 태풍이 들이닥쳐 온나라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그것도 한반도에 가장 큰 피해를 준 1959년의 사라호나 2003년의 매미를 능가할 강도의 ‘역대급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오늘 새벽 남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라니, 불안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늦여름에 돌연한 집중호우의 상흔이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엄청난 위력의 회오리가 한반도를 할퀴면서 또 어떤 피해와 상처를 남길지 착잡하기만 하다. 벼나 과일 등 여러 농작물이 무르익어가고 민족의 명절 추석을 목전에 둔 시기에 이 무슨 자연의 내습이며 변고란 말인가?태풍은 자연현상의 한 부분이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발생빈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구 온난화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실제로 태평양보다 평균적으로 수온이 1~2℃ 높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은 태평양의 태풍보다 훨씬 집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2013년 이후부터는 기후 변동으로 인해 태풍 시즌이 늦어지면서 여름 태풍이 줄고 가을 태풍은 늘고 있으며, 대체로 가을 태풍이 더 큰 피해를 남기곤 한다. 태풍이 몰고 올라오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의 열기가 남하하는 시베리아의 냉기와 충돌하면서 거센 바람과 함께 폭우를 뿌릴 가능성이 높고 농작물들의 수확을 앞둔 시기라 도복, 낙곡, 낙과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음력 7월 15일을 전후한 시기는 해수면이 연중 최고로 높아지는 시기라 해일이 일어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진다.이러한 불가피한 태풍의 내습 앞에서는 선제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준비태세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태풍의 진로와 시기는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고 상황에 따른 조치와 대비는 사전에 충분히 할 수 있다. 저지대 가옥 침수나 하천 범람에 따른 농경지 유실,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과 절개지의 산사태 등의 위험개소에 대한 사전 점검과 배수로 청소, 둑 보강, 방류, 결속, 유도 등의 예방조치가 필요할 것이다.그에 따른 국민행동요령과 사전대응을 정부에서도 강조하며 자연재난에 대비한 태풍상황 점검과 확인을 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준비하면 근심이 없다(有備無患)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대응해도 돌발적인 상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도 있으니 간곡하고 적극적인 태세로 풍수해의 대비와 사전조치, 상황에 직면한 적절한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특히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반지하 주택지와 해안가 저지대 등 취약지역에 대한 점검과 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태풍 전야는 고요하기 마련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나무랄 수도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그저 태풍 전의 고요함처럼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12시간 동안 국립보호구역이라는 ‘힌남노’처럼 한반도를 보호하며 사뿐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2-09-05

마실가듯 즐기는 ‘포항철길숲 夜行’ 축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처서매직이 신기할 정도로 조석의 선선한 기운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서늘한 바람의 구름밭 쟁기질로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요란하던 매미울음 대신 저마다의 풀피리 음조같은 풀벌레들의 합창이 맑고 또렷하기만 하다. 폭우와 가뭄의 상반된 피해를 남기고 심드렁하던 여름날이 뒷전으로 물러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계절은 살랑살랑 건들바람으로 초가을을 부르고 있다. 아직은 한낮의 노염(老炎)이 꼬리를 무는 듯해도, 물빛과 하늘빛이 서로를 닮아가며 동동거리던 8월을 어련히 재우고 있다.이른바 천랑기청(天朗氣淸)한 계절의 바퀴에 맞춰 자연만물의 빛깔과 움직임이 달라지듯이, 사람사는 세상에도 계절의 시계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마당이 펼쳐져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각종 활동이나 행사를 비롯 지역별 특색과 테마를 살린 축제가 다양하게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라서 다행스럽고 흥미롭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출렁이며 구름이 흘러가듯이, 사람들도 서로 소통하고 왕래하면서 활동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공감과 향유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깨어 있고 살맛나는 문화의 맛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가증스러운 코로나19로 3년째 멍울진 가슴이었으니 오죽하랴.그런 차제에 지난 주 금~토요일 포항에서 처음 열린 ‘2022 힐링필링 포항철길숲 야행’은 늦여름 밤의 선물처럼 다가온 즐김과 누림의 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효자동과 양학동에 이르는 2~3km 구간을 청사초롱과 백열등으로 밝히고 곳곳에 테마존과 체험코너, 버스킹, 전시코너, 라이팅쇼, 플리마켓 등을 마련해 마치 마실가듯이 참여한 시민들이나 타지의 관광객들에게 부담없는 볼거리와 느낄 거리를 안겨준 포항의 대표적인 야간축제였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함께 즐기는 코로나의 팬데믹과 엔데믹의 힐링(Healing)과 필링(Feeling)을 위한 축제로, 철길숲을 자전거 타고 수시로 드나드는 필자에게는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면서 이색적인 체험과 스탬프 랠리로 곳곳을 눈요기하는 등 짧게나마 설레고 흥겨운 문화축제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아마도 포항철길숲이 조성된 이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들기는 처음인 것 같다. 특히 개막식과 달빛음악회가 열린 주무대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분수 주변의 돗자리 휴식존이나 세대공감 놀이존 등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100년 역사의 철길이 상생과 어울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다양한 테마와 즐길거리로 도시의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비록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공식적인 ‘문화재 야행’ 축제는 아니지만, 이와 같이 지자체의 안목과 기획에서 비롯되는 테마형 문화축제는 시민들에게 큰 공감과 호응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욱 알차고 흥미로울 내년의 야행축제가 사뭇 기대된다.

2022-08-29

無信不立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언제나 그렇듯이 자전거를 타고 탁 트인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가뿐하기만 하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 결에 철마다 피고지는 꽃들이 특유의 웃음으로 반기고, 강물을 활주로 삼아 날아오르는 오리들의 날갯짓은 라이딩 마냥 가볍고 활기차 보인다. 그렇게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강둑에 줄지어 선 백일홍과 무궁화꽃의 환호(?)를 받으며 자출을 하거나 한가로이 주말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여유롭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주위를 완상하는 자전거 타는 풍경은, 어쩌면 낭만적이다 못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해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할 것이다.모처럼만의 여유로운 휴일을 맞아 나홀로 라이딩을 나선 것은 그냥 바람이나 쐬기 위함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두 바퀴를 굴리며 오가는 강둑길이지만, 무엇인가에 쫓기거나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페달을 밟으며 두리번거리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이색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길섶에서 간간이 자전거 바퀴에 채일 듯 튀어오르는 방아깨비나, 멈춘 듯 흐르는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약을 달리는 중에도 얼마든지 눈으로 스캔할 수가 있는 것이다.자세히 보거나 오래 보지 않아도 익숙한 길에서는 이처럼 다채롭게 보이거나 들리는 것들이 많아서 한편으론 따스한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도 모른다.그러나 핸들을 틀어 형산대교를 건너고 구룡포 방면의 대로변으로 지나가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P사나 H사의 부지경계 측면의 가로수나 가로등 등의 기둥에는 요즘 때아닌 대자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초긴장의 형국이다. 입추가 지났어도 초록에 지쳐 단풍 들기는 아직 한참 이른데, 이곳뿐만이 아니라 포항시내 전역에는 붉고 누런 현수막의 물결이 마치 단풍처럼 울긋불긋 외치듯이 펄럭이고 있으니 이 무슨 기현상일까? 더욱이 핫플레이스 명소 등으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여름 관광철에 난데없이 엇비슷한 색깔과 다소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이 길거리를 온통 도배한 듯하니, 사뭇 의문과 역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2월의 요원의 불길 같은 현수막의 난립과 악몽이 재연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無信不立)는 말은, 개인의 관계나 직장, 사회생활은 물론 정치에서조차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서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신뢰(信賴)가 아닐까 싶다. 지난 2월에 공식적인 약조가 있었고 또 과거 수십년간 지역상생과 동반성장의 기치로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해 왔음에도, 이런 식의 일방적·배타적 논리와 주장은 결코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것이다.여름의 문서를 벽장 속에 넣어 마감한다는 처서인 오늘, 칡과 등나무 줄기를 잘 추스르고 악담대신 악수로 마무리하여 자전거 두 바퀴처럼 잘 굴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08-22

포항의 걸출한 문인, 한흑구 선생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40여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고교시절 문예실 주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포항문학’ 창간호. 그 책에 실린 ‘한흑구 선생 특집’란의 글을 읽고 흑구(黑鷗) 한세광 선생을 우연찮게 알게 됐다. 그리고 지난 주,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린 한흑구 문학의 장르별 조명과 한국현대문학사의 의의를 다룬 ‘한흑구 문학연구 학술대회’에서 한흑구 선생의 진면목이 뇌리에 각인됐다. 한참의 세월을 거슬러 책을 통해 본 문인을 학술대회에서 제대로 알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한흑구 선생은 명작 ‘보리’ 수필 외에도 시, 소설, 평론, 번역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학세계와 명징한 작품을 창작했음에도 문학작품과 공적이 제대로 조명, 평가되거나 예우받지 못한 은둔의 문학인으로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에 평양과 미국을 오가며 선구적 지성과 폭넓은 문학관으로 한국문학을 새롭고 풍요롭게 만들면서도 단 한 토막의 친일 문장을 쓰지 않은, 의지와 불굴의 지사형 문학가였다. 또한 도산 안창호 선생이 주도한 흥사단의 활동가로서 민족독립을 위해 1년여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일제식민지 시대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길을 걸었던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특히, 한흑구 선생의 수필은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독특함으로 우리나라 수필문학 성립기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수필은 말 그대로 독백의 문학이기에 자신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것에 우의(寓意)하여 객관의 세계를 묘사하게 되는데, 선생은 나무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바다를 통해 우주를 설명하며 시적인 비유와 상징, 풍자의 수사법으로 서정성과 간결성을 더해 수필의 완숙도를 높였다. 60, 70년대의 교과서에 2편의 수필이 실린 정도로 선생은 민족혼을 일깨우며 자연애와 시적인 수필세계로 근대 수필론 정립에 크게 기여한 걸출한 문인이요 관조적 사색가였다.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한흑구 선생의 생시나 현재까지 그의 문학적 업적을 제대로 평가, 인정받지 못했고, 그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니와 정부에서조차 추서한적이 없으니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 중심의 중앙문단에서 벗어나 외진 포항에서 주변 장르인 수필을 주로 발표한 변방성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과 문단의 비평에서 다소 벗어났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탄생 100주년인 지난 2009년, 민충환 문학평론가에 의해 ‘한흑구 문학선집 1·2권’이 출간돼 한흑구 문학의 꽃이 부분 개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이에 ‘한흑구문학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2022년 3월 출범, 포항시와 함께 선생의 문학세계와 문학사적 의의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하여 문학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기획·추진 중이라 하니,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사상, 철학, 문학에 대한 다층적인 탐색과 깊은 연구를 통해 ‘한흑구문학관 건립’ ‘한흑구 문학 정본전집 발간’ 등 의미있는 사업추진으로 포항의 뿌리깊은 문화자산과 정체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한세광 선생은 포항문학과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2022-08-15

이열치열 여름나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염천에 폭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일찌감치 벌써 가을의 시작임을 입추가 알렸어도, 바짝 달궈진 대지는 보란듯이 후끈한 열기로 초목을 시들게 하고 사람들을 피서지로 내몰고 있다.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라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찾거나 그늘로 모여들어 조금이나마 된더위를 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작업현장이나 일상에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더위를 먹지 않도록 경계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오히려 더위에 맞서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움직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푸르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산을 오른다거나 매미소리 경쾌한 강둑길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다 보면,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고 등줄기에도 땀이 배여 옷이 소금기로 절여지게 된다. 움직이고 오를수록 땀이 비오 듯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힘겨움 보다는 묘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더 가열차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온몸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쾌하기만 하다. 필자가 수년째 즐기듯 터득하고 있는 ‘이열치열 극서(極暑) 대처법’이랄까, 열(熱)은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은 덥거나 열이 날 때에 오히려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를 마셔서 이긴다는 논리이다. 한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 라이딩(20km)과 도보(4.4km)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나름의 흡족한 비법(?)이 아닐 수 없다.이열치열은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운동이나 산행 등으로 굳이 땀을 쏟아내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삼매(三昧)에 빠짐으로써 얼마든지 충분하게 삼복더위를 밀치고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서나 시낭송으로 삼매경에 든다거나,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한더위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실제 그러한 일들은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포항시 포은도서관 상주작가와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낭송이 나리는 금요일’이나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펼치는 서예체험학습 테마의 ‘찾아가는 서예교실’ 등의 활동은 정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고 끼와 재능을 나누는 가치로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로 한여름의 열기가 더 달궈지는지도 모를 일이다.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라는 말을 나름 긍정적으로 해의하여, 여름날에 화로를 대하듯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서 땀을 흘리고 몰두와 전념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만큼 무슨 일이든 주관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 열중하며 진취하는 사람에게 더위란 강인함을 끊임없이 다듬질해주고 받쳐주는 모루일 것이다.

2022-08-08

쉼이 있는 삶의 리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휴가의 절정이다. 연이은 태풍 북상 예보에 고온다습한 날이 계속돼도 휴가를 떠나는 발길은 급증하고, 피서지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복을 넘긴 7월말~8월초가 하계휴가 절정기로 전국민의 60% 이상이 피서나 휴양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토교통부에서는 안전한 교통환경과 원활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기 위해‘특별교통대책’을 마련·시행할 정도다. 코로나19의 6차 대유행 조짐으로 불안과 긴장을 떨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바캉스 행렬은 왕래부절이니 우려와 설마가 넘나드는 딜레마 같은 나날이랄까?그래도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신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더군다나 3년째 발목 잡아온 거리두기로 사람들은 얼마나 시달리고 억눌렸는지, 웬만하면 일단 집을 나서 시원한 콧바람을 날리며 그간의 지긋지긋함을 떨쳐 버리려는 모양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낯선 환경과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신경 써야 하고 부담스러운 것들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며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희망사항일 것이다.휴가는 어쩌면 그와 같은 방편과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휴식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일만 하는 ‘개미의 삶’에서 벗어나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휴식, 무위(無爲)에서 오는 자유감, 자유시간 동안 빈둥거릴 수 있는 게으름 등도 아주 훌륭한 여가활동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휴가를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계처럼 일만 한다고 해서 결코 능률이나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쉼과 여가생활이 있는 일터의 리듬이 진정한 효율과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논리다.그래서 지난 주말, 평소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과 부산 나들이를 다녀온 것은 여유로운 쉼과 함께 삶의 리듬을 새삼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최대한 편하고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다가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관광명소를 찾아 눈요기를 하고, 주변 맛집에서 별미 먹거리로 입을 즐겁게 하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쐰다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의 리듬을 물결치게 하기에 충분했었다. 더욱이 부산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에 유치해 콘서트’장면을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솟아오르는 밤하늘의 불꽃쇼가 마치 관광객을 반기는 축포로 여겨져 한결 여흥을 돋우는 듯했다.재충전의 시간은 빼곡한 일상의 갈피에서 벗어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구름처럼 움직이고 물결처럼 흘러가는데 몸을 맡기는 것이리라. 쉼과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일을 잘 하듯이, 일만 하고 쉴 줄 모르는 자는 미래 경쟁력인 창의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쉼은 준비와 도약을 위한 워밍업이자 삶의 리듬을 채워주고 생기를 더해주는 일상의 여백이며 행복의 텃밭이 아닐까.

2022-08-01

물소리 물장구소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지만, 너무 덥다 보니 각종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 경보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수온상승으로 인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과다한 지열 탓에 자연발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은 보통 난리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습격인지, 산업 문명화의 경고인지, 기상이변에 따른 걷잡을 수 없는 재해재난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꺾이는가 싶던 코로나19 변이종이 교묘하게 재확산되고 날씨마저 극성이니, 정말 한여름의 고역이 아닐 수 없다.타는 듯한 삼복(三伏)더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다. 가마솥이나 찜통 더위로 비유되는 복더위는 작렬하는 태양이 내뿜는 후끈한 열기로 대지를 인정사정없이 달구고 있다. 간혹 소나기나 장마가 열기를 식혀주기도 하지만,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를 피해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발길이 중복을 전후해 많아지는 하계휴가가 집중되기도 한다. 경제활동을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특히 혹서기에는 쉼과 힐링이 있는 삶이 중차대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일손을 놓고 일상을 벗어나는 피서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봄날 아침에 들길 거니는 것/여름 한낮에 계곡에서 멱 감는 것/가을 저녁에 오동에 걸린 달을 보는 것/겨울밤에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 듣는 것(春朝行郊外/夏日泳溪中/秋日望桐月/冬夜廳松風)” - 강성위 한시 ‘四時四快’ 오언절구 전문. 여름날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하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오래 전 당시 초·중학교를 다니거나 들일로 개울가를 지나치다가 좀 덥다 싶으면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자맥질을 일삼기도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채반이나 반도로 천렵을 할 때면 거의 한나절 이상을 물 속에서 살다시피 하곤 했다. 또한 달 없는 밤엔 비누와 수건을 챙겨 동네의 빨래터나 물목 좋은데로 가서 몸의 때를 제대로 벗기고 씻으며 가슴 속까지 서늘해지는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었다.‘석양이 함께 와/물장구치던 시냇가//그 물결 부드러워/바위들도 옷을 벗고//물소리/물장구소리/먼 옛날 그 시냇가//가슴 결에 묻어 놓은/수줍은 생각 하나//물결이 칠 때마다/애잔한 모습 되어//소년은 냇가에 앉아/지난 세월 줍고 있다’ -拙시조 ‘시냇가에서’ 전문. 밤낮없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고향의 시냇가를 거닐다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물보라로 일어서거나 물빛 웅성거림으로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나뭇잎배를 띄우며 바다에 이르는 마음을 그려 보기도 했었고, 풀섶의 반딧불이를 쫓으며 작은 꿈이나마 오래도록 초롱하게 빛나기를 보듬기도 했었다. 잔잔한 여울의 속삭임이 유년의 재잘거림처럼 다가오고, 세차게 굽이치는 물살이 소년의 다부진 포부 마냥 거침없이 달려가던 시절이기도 했었다.하천정비사업으로 물길이 달라지고 아늑한 예전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은 여전히 부드러운 율(律)과 한결 같은 격(格)으로 여울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없는 경전의 올을 풀어내고 있다. 물소리에 스민 사연과 물장구에 어우러진 무구함이 때때로 삶의 장단을 부추기는 듯하다.

2022-07-25

詩의 향연 속으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폭염과 소나기를 번갈아 가며 여름날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반짝이는 모래와 찰랑이는 파도가 사람들을 부르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그늘이 도심을 벗어난 발걸음을 반기는 듯하다.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증가세로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해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거침없어 보인다.교외로 떠나는 발길만이 분주해진 것이 아니다. 300만 도민의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화합과 감동의 축제로 성황리에 막이 내렸는가 하면, 찾아가는 음악회나 춤 공연, 전시회, 시낭송회 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크고 작은 행사가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모처럼 활기띠는 도심과 명소 곳곳엔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니,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가운데 살맛나는 세상이 한결 느껴지게 되는 것이리라.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경상북도교육청 시낭송 in 포항 페스티벌’은 시낭송과 춤, 노래의 어울림으로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시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동해 바다와 연오랑세오녀, 향가, 독도아리랑 등을 비슷하거나 다르게 시낭송의 이미지화, 시노래, 시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시가 어떻게 낭송으로 꽃피워지고 이채롭게 표현, 전달되는지 멋스럽게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문자로 쓰여진 시가 음성과 몸짓으로 청중들에게 스밈과 울림으로 다시 태어난 복합적인 콘텐츠였다.이러한 콘셉트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서 주최하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기획한 시낭송 축제로, 경북을 4개권역(서부권, 동부권, 북부권, 중남권)으로 나눠 각 권역별 시낭송가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시를 이색적으로 각색, 연출하여 시의 저변확대와 시낭송문화를 일궈 나가는 아이템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구미에서 ‘행복한 꿈의 詩작’을 시작으로 7월에는 포항권역에서 ‘동해 백만의 詩 꽃피우다’를 주제로 포항시낭송회와 소리나눔, 경주시낭송회 등의 시낭송가들이 참여했으며, 10월 안동, 11월 경산에서 열린다 하니 사뭇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시 삼백편을 알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詩三百 思無邪)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만, 시는 일상의 양념이나 윤활유처럼 부드러움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해준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달래며 삶의 의욕을 부추기는 매개물로 시낭송이 주는 위안과 효능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지난 주말 비 내리는 저녁답에 포항철길숲 한 켠에서 열린 포항문인협회의 ‘문학이 흐르는 숲길’ 주제의 시낭송과 수필, 소설 구절 낭독 등의 문학행사는 지나가는 시민들도 동참해 시를 향유하는 등 의미있게 열렸었다.시를 읽고 낭독을 즐기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수록 그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좋은 문학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대중과 사회가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지향하며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지역의 꿈과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2022-07-18

옛 자취를 돌보는 아름다운 손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만에 내연산 계곡을 찾았다. 녹음이 깃들고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골짜기가 싱그럽기만 하다. 이른 아침부터 보경사를 찾거나 계곡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걸 보니 확연히 일상의 리듬이 되살아난 듯하다. 코로나19에 억눌린 답답함을 바람 결에 날려 보내고 얼룩진 마음을 청아한 계류(溪流)에 씻어내려는 듯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밝게만 보인다.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내연산에는 약 14km에 이르는 기암절벽의 골짜기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12개 폭포가 줄지어 있는 아름다운 갑천계곡이 있다. 연산폭포나 상생폭포 등은 협곡 사이로 물줄기가 나는 듯 떨어지는 비경으로 겸재 정선이 그린 ‘내연삼용추도’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고, 천년 고찰인 보경사에는 원진국사비 등의 보물이 있는 등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계곡 곳곳에는 사연이 깃든 옛 자취들이 또 다른 보물처럼 남아있어서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보경사 앞을 지나 상가 쪽으로 흐르는 중산보(中山洑)가 400여년 전에 설치되고 보수한 공덕을 기린 송덕비가 길섶에서 반기고, 내연산을 지키는 남녀 산신을 모신 ‘내연산 산왕대신지위’ ‘고모당신지위’ 비석이 제단과 함께 조성돼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바위굴의 협암수로(挾巖修路) 유공비 등이 한적한 옛길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다.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거나 모르고 지낼 수밖에 없는 옛 자취에 유독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가꿔 나가는 손길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문화재나 유적, 유산을 소중하게 보호하고 돌보는 것은 제대로 된 역사인식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애써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조들의 얼과 삶을 반추하고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지식과 사유의 폭을 넓히며 답사와 학습, 돌봄과 보전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포스코 문화재돌봄봉사단(약칭 포문돌)’이 그들이다.포문돌은 포항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 등의 문화재를 보존하여 포항시의 역사와 전통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계승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문화재 가치, 문화의식 함양 교육, 주변 환경정화 활동 등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방치, 열화, 훼손되지 않도록 유지, 보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장기면 마현리 장사랑훈도이눌공 사적비의 이정표와 안내해설판 설치, 석곡선생 묘소 이정표 보수, 칠포리 암각화군 주변 수목정리와 해설판 설치 등의 두드러진 활동을 전개했었다.옛것을 소중히 여겨 성의껏 돌보는 것은 단순히 문화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옛 자취를 보듬는 손길에는 옛것을 본받고 배워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근본을 잃지 않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이 배여 있을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알리며 보존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의미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짐짓 기대해본다.

2022-07-11

친환경 예술의 관점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이른 무더위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니 저마다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안도 속에 일상회복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그간 참고 미뤄왔었던 일들이 도처에서 자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들의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각종 행사나 레저활동, 문화예술 전시, 공연 등도 눈에 띄게 많아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를 되찾아 가는 모습들이다.이미 예보가 있었지만 올 여름도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홍수, 태풍 등으로 만만찮은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는 자연과 환경의 파괴로 자원순환사회의 메커니즘이 어긋나면서 예측불허와 악화일로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중요하며, 자연재난의 예방과 대응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이나 환경오염, 생태환경의 급변은 결국 인간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역습으로 작용해 급기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어쩌면 이러한 심각성으로 인해 신음하는 지구를 지키고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친환경 예술이 대두된 것인지도 모른다. 비단 친환경 예술뿐만 아니라,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업에서는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ESG경영이나 재생에너지 활용, 탄소중립 등의 현안은 전 세계적인 관심과 화두가 되고 있다. 그만큼 코 앞까지 다가온 기후위기가 환경오염과 생태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친환경 예술은 이러한 측면에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환경 친화적인 요소로 생태와 환경, 재생 이슈를 예술적인 콘셉트로 재해석해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즉, 차고 넘치는 쓰레기와 폐기물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나 환경이슈 등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환경보호 실천을 도모하는 친환경 예술활동인 셈이다. 이를테면 캔과 페트병 등을 활용해 자원순환을 강조하는 예술품과 재생품을 만든다거나 나뭇잎 간판, 이끼로 만든 벽화, 친환경 소재의 예술조형물 등을 통해 환경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해 친환경 예술 프로젝트로 연계, 확장시키는 개념이다.‘아트따릉이’는 2021년 시민공모로 선정된 디자인으로 서울시 공공인프라를 활용해 각광받은 친환경 예술 프로젝트다. 또한 포스코 ‘1%나눔 아트스쿨’은 지역사회 아동들에게 4년째 친환경 테마의 예술체험교육과 창작활동 지원으로 환경의식과 실천의지를 심어주고, 예술활동 콘텐츠를 활용해 작지만 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변화에 기여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러한 시도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공무원과 임직원들의 재능 나눔과 봉사, 기업체의 지속적인 메세나 활동의 선순환고리로 이어져 활동의 결과물이 결국 지역사회로의 환원과 유지발전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할 것이다.친환경은 단순히 줄이고 다시 쓰는 것도 좋지만, 환경자원을 도덕적, 윤리적인 개념을 포괄하여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 예술은 우리의 소중한 환경을 지키면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적극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202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