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가 전기료를 못 내 끊겼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국가 시설이라 믿고 찾았는데 황당할 따름입니다”
전기차 이용자 권모 씨(35)는 지난 14일 오전 포항우체국 주차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급하게 충전이 필요해 관공서 주차장 충전소를 찾았지만, 충전기는 꺼져 있었고 기기 뒤편엔 한국전력이 발행한 ‘전기공급 정지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전국 1만여 기의 충전기를 운영하는 중견업체 A사가 전기요금을 수개월째 체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본지가 현장에서 확인한 A사의 미납 내역은 초라했다. △2025년 12월분 4만 60원 △2026년 1월분 5만 8930원 △2월분 9만 280원 등 3개월치 합계 18만 9270원이다. 20만 원이 채 안 되는 요금을 내지 못해 지난달 31일부로 국가 기관 내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포항우체국 관계자는 “업체 고객센터 측에선 조만간 해결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 실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 주체인 우체국조차 민간 위탁사의 경영 부실로 인한 파행 운영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A사의 단전 사례는 포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기 화성과 대구 등지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단전을 알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공지문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A사가 독점 운영하는 단지인데 갑자기 충전이 안 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업체의 경영 위기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퍼지며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도는 결코 아니며 직원들도 정상 근무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자금 유동화 과정에서 일시적 지연이 발생해 일부 요금이 미납된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미납 요금을 전액 납부하고 5월부터는 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환경공단을 통해 업체의 요금 납부 계획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약속한 기한 내에 정상화가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