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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의 온기

등록일 2022-12-19 17:06 게재일 2022-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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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따스한 아랫목을 찾게 되는 겨울이다. 북풍에 한설이 휘몰아치고 논배미나 개울가로 얼음이 얼어붙어 스산하고 황량한 겨울 삽화가 그려지고 있다. 인파가 붐비는 길거리에서는 따끈한 호빵이나 군고구마 장사가 등장하고, 간혹 찹쌀떡 장사의 호객 외침이 애절한 듯 천연덕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연말에 추위까지 더해지지만 사람들은 주변을 한번 더 살피고 챙기면서, 뜸해졌던 사람들과 연락하고 소통하며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해를 지내오면서 잊을 건 잊고 지울 건 지워서 다가오는 새해를 보다 새롭고 알차게 맞이하기 위한 송구영신의 모임을 으레 열면서 그간의 안부를 나누며 정을 다지기도 한다.

이른바 송년회란 지난해를 보내며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으로, 연말이 되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지인이나 친구, 직원들 간의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목상 송년회라 하지만, 다같이 모여서 밥 한끼나 술 한잔을 하면서 우애와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싶다. 1년을 줄기차게(?) 살아왔으니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서로 얼굴 한번 보며 건재함을 확인하고, 지난날의 되새김 속에 새로운 날들의 기대와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들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제대로 모임다운 송년회를 열 수 있다니, 그간의 회포를 풀며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까? 그렇게 회합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조금씩 두터워지고 익어가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만남이나 교류를 통해 친숙해지고 소통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모바일시대에 온라인 상의 SNS나 비대면 방식의 소통, 상호작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지만, 사람이 직접 만나 얘길하거나 친분을 나누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직접 만나는 것에는 스스럼없이 악수를 한다거나 가벼운 터치, 익살스러운 농담, 싱그런 웃음, 특유의 얼굴 표정이나 장난기 섞인 언행 등을 서로 주고받거나 부담없이 대하면서 한결 푸근한 정감을 느낄 수가 있다. 그만큼 반가움의 온기가 피어나고 전해진다고나 할까? 애써 시간을 내어 먼 길을 오고 가서 만나는 것도 그러한 설렘과 정겨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이든 예정된 모임이건 만난다는 것은 곧 살아가는 감칠맛을 더해주는 활력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인간 세상은 험한 바다/사람은 모두 외로운 섬/그대와 나 함께 술잔 띄움은/다리 하나 서로 놓는 것”(塵<5BF0>(환)是險洋 人衆皆孤島 爾我共浮杯 一橋相築造) -강성위 한시 ‘致藝誠’ 오언절구 전문

어쩌면 만난다는 것은 뜸해진 가슴에 마음의 다리를 하나 놓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차(茶) 또는 밥이거나 술이건 만날 수 있기에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옷깃을 여미는 계절에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다리를 놓으며 교감과 왕래의 온기를 서로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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