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누그러진 탓일까? 간간이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비가 멎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달갑잖은 미세먼지가 나타난다. 코로나의 지겨움은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지만, 물가상승과 경기불황, 정국 경색이 미세먼지마냥 희끄무레 감돌면서 칙칙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나날이다. 거기에 안개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주말 안동으로 가는 길은 안개 속의 유영같았다. 흐릿한 날씨에 엷거나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감싸고, 차창 밖으로 다가오는 원근의 풍경은 늦겨울의 수묵화마냥 담담하게 펼쳐졌다. 안동지역에 있는 두 개 큰 댐의 영향인지 한낮이 다 돼 가는데도 좀처럼 안개가 가시질 않았다. 하필이면 안개 잦은 지역에서 안개낀 날의 회동 탓인지, 안동에서 열리는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 제28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자욱하게 낀 안개는 모종의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경북도내 20개 시군지부에서 모여든 400여 명의 문인들이 치열한 이파전의 경선에 뛰어들어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나 할까?
경상북도문인협회는 한국문인협회 창립 이듬해인 1962년 2월 지회가 결성, 공식적으로 출범하여 유치환, 김춘수 등 한국문단의 걸출한 문인들이 초창기 지회장을 맡으면서 기반을 다져 올해로 61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여 개 시·군지부와 시·시조·수필·소설·평론·희곡 등의 분과위원회를 두어 지역문학의 활성화와 창작활동의 증진으로 경북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문단의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선출하는 지회장은 지역ㆍ관록을 고려해 추대하거나 후보자 간의 경선을 통해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임해 왔으며, 이번 제28대 임원선거는 초기부터 팽팽한 접전에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역대 최다 회원이 참석할만큼 양 진영의 높은 관심과 뜨거운 의지를 드러냈다.
과연 피 말리는 한판 승부였다. 한 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하고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는 드라마틱한(?) 선거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검표과정만 5번 반복할 정도의 초접전에 일부 신입회원들의 선거권 미부여에 거친 항의, 투표권에 대한 모호한 정관 조항 등으로 고성이 오가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지역별 정서나 성향, 장르, 연령, 관점 등이 서로 다른 373명의 회원들을 애써 양분하기도 지난할텐데, 어떻게 극적인 한 표 차이로 갈라놓을 수 있는지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선거의 무서운(?) 힘이 아닐 수 없다.
한 표 차이의 신승(辛勝)에서 경북문인협회의 새로운 미래가 보인다. 화갑(華甲)에 접어든 경북문협이 이번 선거에서 보인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가히 역대급이다. 경북문학관 건립 추진, 문예발전기금 확충 등 공약과 지상과제가 많겠지만, 한 표 차이의 의미를 되새겨 배려와 포용으로 상대 측을 아우르며 화합과 성숙으로 지속가능한 경북문협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