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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무심기를…

등록일 2023-04-04 18:53 게재일 2023-04-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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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대지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4월이다. 이상고온현상으로 개화시기가 빨라져서 일찍 꽃이 진 자리마다 잎새들이 일제히 돋아나며 생명의 등불을 켜고 있다. 나무에 물이 오르면서 꽃이 피거나 잎사귀가 앞다투어 드리워지니, 산과 들은 나날이 연둣빛과 초록빛의 융단을 펼쳐 가는 듯하다. 낭창한 나뭇가지마다 앙증스럽게 움이 트고 잎차례가 연이어 벌어져서 그야말로 4월은 연초록의 잔치가 열리는 잎새달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린 잎새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어 살랑거리면서 많은 얘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스쳐가며 별빛이 내려앉는 잎새들은 저마다 나무의 일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잔잔하게 나부끼거나 보채기도 할 것이다. 새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가는 구름도 쉬어 가게 하는가 하면, 빗물을 받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를 머금으면서 점차 하늘빛을 닮아 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무의 둥치가 커지고 가지를 튼실하게 하는데 한 잎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무는 온갖 사연을 품고 다독이며 거목으로 우뚝할 수 있는 것이리라.

잎새의 온갖 사연이 켜켜이 나이테마다 스며든, 나무로 만든 책이기에 책장마다 나무의 결이 느껴지고 나무냄새가 나는 걸까? 그래서 ‘어느 시인은 책이 무거운 이유가/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일까? 사계절의 변화무쌍함과 누세월의 응축된 풍진이 쟁여져 나무의 무게감과 책의 웅숭깊음이 배어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무와 책은 예나 지금이나 경외스럽고 위중(威重)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 박고 서 있는/그 나무 때문이다” -맹문재 시 ‘책이 무거운 이유’ 중

아련한 초·중등시절, 식목일에 등교하거나 또는 마을단위의 부락에서 나무심기를 의무적으로 실시했는가 하면, 봄에 심은 나무에 비료를 주거나 가지치기, 잡목솎아내기 등으로 나무가꾸기 분위기를 조성한 ‘육림(育林)의 날’도 있었다. 국민 식수와 산림녹화를 위한 인식을 높이고 산림사업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국민운동처럼 일어나 나무를 가까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예전에 딸이 태어나면 시집보낼 밑천으로 장롱을 만들기 위해 집 주위에 오동나무를 심었을 정도로 나무는 유익함이 많았다. 필자는 꼭히 그런 심산은 아니었지만, 30여년 전 딸 아이 태어난 기념으로 고향집 언덕에 ‘동갑내기 자두나무’를 심어 자식을 나무처럼 키운다며 한동안 주위에 회자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식목일인 오늘, 격세지감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소회일까? 나무심기는 고사하고 식목일 무렵에 전국적으로 발생되는 크고 작은 산불로 인해 애써 심고 가꿔놓은 산림이 훼손되고 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나무가 사라짐은 책장이 찢기는 것과 진배없다. 숲과 나무에서 들리고 보이는 이야기와 평온함이 책으로 고스란히 담겨서 모두에게 울림과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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