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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리며

등록일 2023-03-28 18:06 게재일 2023-03-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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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벌써 몇 차례의 꽃이 피고지면서 3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새봄과 함께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을 하게 되는 3월은 언제나 설레고 희망차다.

지천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의 자태에 마음이 쏠리기도 하지만, 유난히 많은 것을 생각하고 기억하게 되는 3월이기도 하다. 삼일절을 비롯 3·8민주의거, 3·15민주의거기념일, 서해수호의 날 등과 함께 필자는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인 3월 26일을 짐짓 기억하며 경건한 마음을 되뇌어본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를 맞은 올해 3월에 본 영화 ‘영웅’은 벅찬 감동과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26일, 민족의 원흉 이토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처단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 준비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를 담은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촬영 이후 거의 3년만인 작년 말에 개봉한 영화로 뮤지컬로도 동시 개막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나라를 위해 싸웠다면 과연 누가 죄인이고 누가 영웅일까? 냉혹하고 암울한 시대에 단지동맹(斷指同盟)까지 하며 혈서를 쓰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의 유지에 힘쓰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결의, 숨막힐 듯 긴장되고 급박한 상황을 드라마틱한 연기와 완급의 뮤지컬로 풀어내며 박진감과 호소력을 더한 보기 드문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 일정 부분의 연출과 각색을 곁들였지만,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의 숨겨진 이야기가 원작 뮤지컬 영화 출연진의 열연과 음악, 노랫말의 힘으로 되살아나, 영화의 웅장한 스케일과 뮤지컬의 깊은 울림으로 절절한 감동과 자긍심을 선사했던 것 같다.

오로지 구국의 일념,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으로 군인의 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다한 안중근 의사의 잊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풀고 바로잡아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순국 직후 일제가 자행한 안 의사 주검의 비밀스러운 은닉으로 현재까지도 유해를 찾지 못해 안 의사는 그토록 원하던 독립된 조국의 품에 잠들지 못하고 있으며, 여순 옥중에서 집필하다가 만 미완성의 동양평화론 원본이나 이등박문의 저격장면을 담은 원본필름 등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해도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사형집행이 예정된 날에도 담담하게 휘호를 하며 안중근 의사를 경외한 일본 간수에게까지 유묵을 전하는 등 현재 70여 점 남아 있는 묵적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치와 의미부여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에서 총성을 울린 지 딱 다섯달만에 평화와 독립을 부르짖으며 가장 치열하게 빛나는 서른 한 살의 생을 마감했다. 생명을 바쳐 독립운동을 실천한 애국자요 한국 침략의 원흉을 처단한 민족의 영웅이자 살신성인의 애국선열을 길이 기리며 기억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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