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과 기대 속에 또 한 해를 맞았다. 오고 가는 무수한 세월 속에 맞이하는 새해는 늘 그렇듯이 담담하고 차분하게 열리는 것 같다. 새날이나 새해가 열린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하루나 일년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새로운 배역으로 삶의 새로운 사연이나 작품을 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하얀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거나 눈 덮힌 광활한 벌판에 자신의 발자국을 새롭게 남기며 걸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현인(賢人)은 ‘눈밭을 걸을 때는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고 했던가. 처음의 시작과 꾸준히 내딛는 발걸음의 자취가 그만큼 중요함을 설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새해가 바뀌는 시점에 새로운 일년을 설계하고 목표와 희망을 다짐하며 보다 밝은 내일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누구나가 새롭고 진보된 모습으로 더 알차고 나은 삶을 희원함은 당연지사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의 반복 속에 버물려 살아가지만, 사람이나 지역, 이념이나 시대마다 각양각색 삶의 단면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그 가운데 분명한 것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삶의 질이나 방향이 편리하고 윤택한 각도로 꾸준하게 변화,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세월의 연륜에 지식과 지혜의 깊이가 더해지고, 숱한 시행착오 속에 세상은 해마다 조금씩 유토피아적인 이상세계(理想世界)로 나아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대의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풍부하고 가치롭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정진하는 것이리라. 어제보다 더 낫고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을 기약하면서 준비하고 계획하며 행복을 가꿔가는 것이리라. 그래서 소박한 꿈이나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잠시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사소하고 미약한 일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듯이(事雖小 不作不成), 몸을 움직여 길을 나서고 생각이 향하는 곳으로 마음을 쏟아야 최소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성취할 수 있다. 노력하고 인내하며 위험을 범하고 모험을 시도하면서 미지의 길을 걷듯이, 새로움을 위한 탐험과 호기심으로 내딛는 첫발은 아름답기만 하다. 열정으로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듯이, 나이와 형편을 떠나 작심하고 입문해서 시도한다는 것은 갈채를 받을 만한 일이다.
작년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은 윤 대통령 부부의 연하장에 사용된 칠곡할매글꼴은,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았던 7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애환의 삶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아름다운 도전의 결실로 여겨진다. 이렇듯이 새로운 도전은 작고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큰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렵거나 큰일도 쉽거나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고 했으니, 작은 목표라도 토끼 같이 귀를 쫑긋 세워 주변에 귀기울이며 영민한 걸음으로 도전하고 꾸준히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