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다시 또, 새로운 시작

등록일 2023-01-03 19:18 게재일 2023-01-04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김없이 또 한 해가 밝았다. 매일같이 뜨는 해지만, 연도가 바뀌는 새해의 첫날에 뜨는 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움과 처음에는 신선함과 설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을 새로움으로 처음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아침 뜨는 해는 어제와 다르고 어제 본 강물은 오늘과 다르듯이, 날마다 새롭고(日日又日新) 처음과 같은 마음과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단조롭고 낡은 일상의 반복 같은 지루한 나날같아도, 기실은 매순간 무엇인가가 변화하고 나타나거나 소멸하면서 시간의 바퀴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첫 시작을 잘해야 어떤 사물이나 경기, 시스템 등이 순조롭고 원활하게 작동될 것이다. 예컨대 옷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이 제대로 입혀지듯이, 길을 걷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처음의 방향이나 시도가 분명하게 잡히고 길목에 제대로 들어야 목적을 향해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그만큼 첫출발이 중요함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새롭게 바뀐 새해 첫날에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거나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힘찬 새출발을 기약하는 걸까?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처럼, 일단 첫 마음으로 확고하게 다짐하고 쌈박하게 첫발을 내디뎌야 의지를 줄기차게 펼쳐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안도하는 모양새다.

새해 첫날의 이른 아침, 꼭 1년만에 형산갓바위를 다시 찾으니 과연 예년 못지않게 해맞이객들로 붐볐다. 운무가 끼어선지 여명은 밋밋했고 형산강 하류의 물길과 주변의 시가지는 베일에 싸인 듯 흐릿하기만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솟아오른 계묘년 태양은 가뜩이나 상기된 듯 발그스름했지만, 사람들은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향해 기도를 하거나 연신 사진으로 담기에 바쁜 모습들이었다.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필자 역시 준비해간 연하장을 펼치며 촬영하는 나름의 ‘해맞이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우연찮게 지인을 만나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었다. 서로 몇 마디 새해인사와 덕담을 건네면서 ‘밝고 희망찬 새날’ ‘좋은 일로 껑충껑충 뛰는 힘찬 2023년’‘遠禍召福(원화소복)’ 등의 붓글씨로 적힌 연하장을 건네주며 신년의 다복과 평안을 기원했다.

“첫눈, 첫사랑, 첫걸음/첫 약속, 첫 여행, 첫 무대/처음의 것은/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숨어 있습니다//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우리의 첫 열정을 새롭히며/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다시 살게 하십시오//새해 첫날/첫 기도가 아름답듯이/우리의 모든 아침은/초인종을 누르며/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이해인 시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중

1년이라는 기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시간의 선물을 본인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달라지게 된다. 순간은 영속의 실재이듯이, 하루하루 저마다 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이 일년 내내 옹골차고 야무지길 기대해본다.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