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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풍속의 변화

등록일 2023-01-24 19:37 게재일 2023-01-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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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해마다 맞이하는 설날은 가슴 설레기만 하다. 어디든 찾아갈 곳이 있고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가슴 넉넉한 일이다. 가고는 싶어도 반겨 맞는 사람이 없다거나, 산천이 가로막혀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울까? 더욱이 민족의 설명절을 맞이해서는 그지없이 서럽고 가슴 아릴 것이다. 어쩌면 설날은 비로소 새해가 열리는 날에 온 가족이 고향에 모여 조상을 기리며 부모와 형제자매, 친척의 유대감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지만, 세월의 흐름과 여건의 변화에 따라 요즘은 서로 한번 만나고 모이는 일도 쉽질 않아 보인다. 그만큼 세월의 갈퀴질에 시달리거나 코로나19 같은 희대의 역병에 발목 잡혀 쉽사리 어딜 가거나 움직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설 연휴 때의 귀성이나 나들이 차량의 이동은 작년에 비해 36% 늘어날 정도로 많은 움직임을 보였다. 4년째 코로나가 만연해도, 최근의 확연한 확진자 감소세와 정부의 방역대응 완화책 등으로 억눌린 가슴을 떨치기라도 하듯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귀향길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귀성, 성묘차량으로 전국 주요도로에 정체구간이 늘어나고, 겨울 축제장이나 재래시장에도 모처럼 북적이며 인파가 몰리는 등 코로나 이후 3년만의 ‘대면명절’에 활기를 띠는 모습들이다. 설 연휴 해외여행도 동남아와 일본 등으로 떠나는 패키지상품이 대부분 예약 마감되는 등 2020년 설 연휴 때의 52%를 회복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여행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과 코로나시대를 거치면서 명절의 풍속도가 다소 변화하고 있다. 귀성 교통정체를 피한 이른바 ‘역귀성’ 행렬은 이미 한참 전의 일이고, 명절연휴에 가족단위의 해외여행이나 휴양시설 이용객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화상회의 앱 켜고 차례·세배·덕담을 나눈다거나 온라인 추모·모바일 성묘·모바일 세뱃돈으로 대신하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용추세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편리와 효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삶의 양태가 전통의 가치와 고유한 풍습마저 조금씩 변모시키고 있다고나 할까. 시대의 변천 속에 풍습과 문화의 점진적인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은 어린이처럼/티없이 순한 눈빛으로/이웃의 복을 빌어 주는 새해 아침//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대하듯/언제 보아도 새롭고 정다운/고향 산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언제나 서로를 마주 보며 변함없이 사랑하고/인내하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이해인 시 ‘새해엔 산같은 마음으로’ 중

설날에 즈음해 손수 만들어 으레 주고받던 연하장도 대부분 모바일 콘텐츠로 간편하게 나눈다지만, 필자는 수십년째 고집스레 화선지에 수묵을 곁들인 붓글씨로 새해 덕담을 써서 친척과 지인들에게 전하곤 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산 같은 마음으로 소중히 지키고 오랫동안 이어가는 노력은, 산 같은 믿음과 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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