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바퀴 달린 냉장고의 약진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듣던 국산 자동차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잇달아‘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동차 선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주요 자동차 시상식 10곳 중 6곳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최고상 없이 부문별로만 발표하는 왓카와 카앤드라이버를 제외하면 8개 시상식에서 6개를 받아 사실상 올해 주요 자동차 어워즈를 휩쓴 셈이다.현대차그룹은 각 국가 및 지역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가 평가하는 북미·유럽·세계·캐나다·독일 등 5개 시상식에서만 3관왕을 차지했다. 엘란트라는 북미 올해의 차, GV80은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아이오닉5는 독일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가 발표하는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왓카·카앤드라이버·탑기어·모터트랜드·오토익스프레스 5개 시상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모터트랜드 올해의 SUV(GV70), 탑기어 올해의 차(i20 N),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아이오닉5) 등으로 3번의 최고상을 차지했다. 폭스바겐, 토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회사들을 압도한다. 특히 의미있는 것은 영국의 자동차 전문매체‘탑기어’의 평가다. 탑기어가 지난 2004년 현대차를‘바퀴 달린 냉장고 또는 세탁기’에 빗대 조롱하며 “영혼과 열정이 없다”고 비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그후 17년이 지난 올해 탑기어는 현대차의 유럽 전용 소형 해치백‘i20n’을 올해의 차로 선정하며 “경주 트랙이나 일반 도로 어디서든 안정적이고 재밌는 주행능력을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K-자동차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왠지 가슴 뿌듯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15

이전투구(泥田鬪狗)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기에 등장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때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조선왕조가 세워지자 본격 활약을 시작한다.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을 비롯해 현재 경복궁과 도성 자리를 정하고 이름도 그가 지었다.하루는 태조가 개국공신인 정도전을 불러 우리나라 팔도사람의 특징을 네 글자로 표현해 볼 것을 명한다. 이때 이전투구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함경도 사람을 이전투구에 비유했다.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하다는 뜻이다.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그의 말을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짓자 그는 “돌밭을 가는 소와 같다.”라는 뜻의 석전경우(石田耕牛)처럼 함경도 사람은 우직한 성품을 가졌다는 말로 바꾸어 설명했다고 한다.참고로 그가 지역별 사람의 특징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사람은 거울에 비친 미인(鏡中美人)으로, 충청도 사람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春風明月)과 같고 전라도는 부드럽고 양반의 품성(風前細柳), 경상도 사람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松竹大節), 강원도는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岩下老佛)라는 네 글자로 표현했다.이전투구는 원래 함경도 사람의 강인한 성격을 평하는 말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뜻으로 변형이 됐다.교수들이 뽑은 올해 한국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 가운데 이전투구가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코로나나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마치 이전투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정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14

메타패션

패션과 메타버스·NFT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입을 수 없지만 디지털세계에 존재하는 ‘메타패션(meta fashion)’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지난 9월 크리스털, 금, 은 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한 드레스, 재킷, 왕관 등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는 ‘가상 패션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홉 작품을 경매에 부쳐 총 560만달러에 팔았다.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RTFKT는 지난 2월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셔스와 손잡고 600종의 가상 스니커즈 NFT를 판매 7분 만에 완판해 3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이같은 추세는 메타패션을 주도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SNS, 메타버스 속의 나’를 현실의 나만큼이나 중요한 자아로 여기는 데다 NFT화된 디지털 패션이 투자 수익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구찌, 휴고보스 등도 디지털 의류와 신발 등을 선보였다. 구찌는 지난 10월 ‘구찌 스니커 개러지’라는 스마트폰 앱을 출시했고, 가상 신발을 구매한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을 비추면 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 피팅’이 가능하다.아바타만 입을 수 있는 디지털 드레스도 인기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오브오티디(OFOTD)가 가수 이효리가 최근 열린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입은 드레스와 재킷을 디지털 옷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밝혔다. 대다수 디지털 패션은 NFT로 제작된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소유권을 확실히 하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메타패션의 눈부신 진화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13

커피 공화국

올해 발표된 여러 통계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커피전문점 증가다. 동네 곳곳에서 마주치는 커피점을 볼 때마다 많이 늘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까 싶다.올 11월까지 전국에 커피점은 1만4천800개가 늘었다. 작년 한해 1만4천개 기록을 벌써 넘었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6천개의 커피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한다. 꼽아보니 하루 44개 커피점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꼴이다.커피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일부 상류층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음료다.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황제는 커피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는 커피를 가배, 가비라 불렀고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 하여 양탕(洋湯)이라고도 불렀다.본격적으로 커피가 대중화된 시기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다. 이제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 세계 3위 국까지 올라섰다.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기호품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의 커피 사랑만큼 특별한 나라도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벅스가 한국에 온 지 22년만에 1천300개 점포를 확장했고, 작년기준 매출액이 1조9천억원이라 한다.스타벅스 말고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호시탐탐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인 한 사람이 커피점에서 쓰는 비용이 연간 11만8천원 정도 된다고 하니 눈독 들일만 한 시장이다. 한때 커피는 유해론도 있었으나 지금은 적당한 섭취는 스트레스 해소 등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설이 더 많다.한국인이 한끼 식사값과 맞먹는 커피를 즐겨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은 없다. 그러나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는 한국인의 대중속으로 스며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9

디지털 장의사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디지털 장의사란 새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디지털 기록을 지우는 작업을 통해 원치 않는 정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주는 비즈니스다.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유포(보복성 음란물), 사적인 이미지와 정보 유출 그리고 오래전 남긴 SNS 게시물이나 댓글 등 원치 않는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다. 숨기고 싶은 SNS 게시글이나 ‘흑역사’ 사진, 비방글, 악성 댓글, 욕설과 고객 문의 게시판에 남긴 개인정보 등도 포함된다.우리나라에는 2020년말 기준 디지털 장의사 업체 2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작업 과정은 일단 의뢰인과의 상담 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뢰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긍정적인 게시물과 부정적인 게시물로 분류하고, 악성 내용과 허위사실을 파악한다. 이 내용을 의뢰인과 공유해 삭제 요청 여부를 논의하고, 위임장을 받아 각 사이트에 기록 삭제 요청을 진행한다. 삭제가 완료된 후에는 1년간 모니터링한다.디지털 장의사는 공간 임대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1인 창업으로 시작하기에 알맞고, 나이와 성별, 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직업이다. 대신 하루에 1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읽으며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말의 뉘앙스에 따라 비판인지 비방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높은 분석력이 요구된다.현재 국내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닌 민간자격증으로, 한국직업능률개발원, 한국디지털평판관리협회 등에서 발급하는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이 있다. 의뢰인당 3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 정도를 받으며, 업체당 연간 의뢰 문의만 해도 수천 건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 직업이란 말이 실감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8

울릉도 뱃길

고려말 왜구의 침입으로 무인도가 되었던 울릉도는 조선초 이래로 육지에서 사람이 건너가 살기 시작했다. 자료에 의하면 1911년 울릉도의 인구는 8천73명(1천414가구) 정도였다고 한다.울릉주민의 가장 큰 숙원은 육지를 오가는 뱃길 확보다. 해방 전까지 일본 화물선을 이용해 육지를 오가기도 했으나 그나마 기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섬주민의 육지 나들이는 꿈같은 이야기다. ‘동해 절해고도 울릉도’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말이다.해방후 대한해운공사의 여객선이 부산∼울릉도를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중단됐다. 전쟁 이후 150t 화객선 금파호가 취항, 부산∼포항∼울릉을 월 3∼4회 운항한 것이 정기선 운항의 시초다.1963년에는 380t급 철선 청룡호가 정기운항 했으나 울릉과 포항간 운항시간이 12시간이나 소요됐다. 기상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1977년 도동항의 접안시설이 완공되면서 여객선 한일1호 등이 투입되고 운항시간은 6시간대로 줄었다. 일일생활권이란 말이 이때 처음 나왔다.이후 카페리호의 취항으로 울릉∼포항간 3시간대 주파가 가능해지고 관광 성수기에는 하루 두차례 왕복운항도 가능했다. 새로운 울릉도 관광시대가 열렸던 것이다.지난 9월 울릉크루즈 ‘신독도 진주호’ 취항 이후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었다는 소식이다. 11월 중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만 2만3천여명으로 울릉군이 관광객을 집계한 이후 가장 많다고 한다. 1만9천t급, 승객 정원 1천200명의 역대급 크루즈 여객선 취항 덕분이라 한다. 이철우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울릉도가 이제 육지가 됐다”고 언급했다. 2025년 비행장 완공을 앞둔 울릉도의 변신이 기대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7

공정경제의 모범 ‘상생결제’

공정경제의 모범사례로 ‘상생결제’가 주목받고 있다. 상생결제는 협력업체가 결제일에 현금지금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대기업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결제 제도를 말한다.연쇄 부도의 위험이 높은 어음 결제 대신 중소기업의 사업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음의 경우 상환청구권으로 어음 부도 시 연쇄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결제일 장기화로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상생결제는 납품대금이 상생결제 예치계좌에 보관됐다가 하위 거래기업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부도나도 압류 및 가압류를 할 수 없어 연쇄 부도 위험이 높은 어음보다 안전한 결제수단이다.또 만기일 전 대기업 신용의 저금리 할인으로 금융 비용이 절감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올해 상생결제 확산 모범사례로는 LG전자가 선정됐다. LG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5개 관계부처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서 개최한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에서 상생결제를 공정경제 모범사례로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 해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방식으로 7조148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5천314억원이 2차 협력사에 지급됐다. 상생결제를 통한 낙수율(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물품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전달되는 비율)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공정경제의 모범인 상생결제를 적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욱 늘려야 한다. 상생결제의 보편화가 공정경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6

기대 수명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란 11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300∼400명의 슈페센티네리안이 존재한다고 하나 정확한 조사는 없다.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은 기네스북에 오른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고 연장자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까지 122살을 생존한 유일한 여성이다. 1995년 그녀의 삶은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파리 에펠탑이 완공되기 14년 전에 태어났으며 빈센트 고흐(1853∼1890년)를 직접 본 인물로 화제가 됐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말까지 산 근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1800년의 인간 평균수명은 26세였다. 1900년 31세, 1950년 49세였으며 2000년에 들어 66세까지 높아졌다. 국가에 따라 평균수명은 조금 차이가 나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인 일본은 2000년에 81세를 기록했다.남자보다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5세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살이라고 밝히면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2020년 한국인의 생명표가 발표됐다. 생명표는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유지된다면 특정 나이의 사람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짐작게 하는 나이 통계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10년 사이 3년이상 늘었다. 작년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보다 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는 82.9세, 경북 사람은 82.6세로 전국 평균 83.5살보다 낮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얼마나 더 늘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5

집단면역의 실패

집단면역이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늦어지거나 멈추게 되면서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많은 어린이가 홍역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과학자들에 의해 관찰되면서 집단면역의 효능이 입증됐다.1977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 천연두는 집단면역의 결과다. 18세기 유럽에서만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40만 명에 달했다. 치사율 30%의 전염병이 집단면역 효과로 지구를 떠난 것이다.LA타임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전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팬데믹의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보도했다. 세계 최초로 접종률 60%를 달성했던 이스라엘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를 억누르지 못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80%의 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신규 확진자는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19 종식을 학수고대했던 국민 모두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 사례가 빈발한 가운데 최근에는 델타변이 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백신접종은 병세 악화를 막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미국의 전문가들도 집단면역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을 아낀다고 한다. 온 국민이 고대했던 집단면역 날 새고 만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12-02

Z세대 신조어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Z세대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고,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Z세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틱톡, 트위치, 아프리카에서 트렌드를 선도한다.이들은 2000년대 초반 ‘즐’, ‘OTL’, ‘깜놀’, ‘갑툭튀’ 등을 채팅 용어로 썼으나 자연 도태됐다. 새로 등장한 Z세대 신조어로는 ‘어쩌라고’라는 뜻의 신조어로, ‘어쩔티비’가 대표적이다.‘어쩔티비~ 저쩔티비~’ 또는 ‘어쩔티비~ 어쩔냉장고~’ 식으로 쓴다.‘완내스’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는 뜻으로 음식, 장소, 사람 등이 마음에 들때 쓴다.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고?’란 뜻이고, ‘반모’는 ‘반말 모드’의 줄임말이고, 반대인 ‘반말 모드 박탈’은 ‘반박’이다. 더 이상 반말 모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킹리적 갓심’은 ‘합리적 의심’이란 말에다 ‘킹’과 ‘갓’을 붙여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실에 기반해 매우 의심할 만한 상태를 가리킨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뜻인 ‘꾸안꾸’에 이어 ‘꾸꾸꾸’는 ‘꾸며도 꾸질 꾸질’이란 뜻이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로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인 말이다. ‘박박/나나/짜짜’는 각각 대박, 겁나(혹은 비속어 X나), 진짜를 두 번 반복한 말을 줄인 말이다.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인 ‘갓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말하고, ‘캘린더 박제’의 준말인 ‘캘박’은 일정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뜻이다.Z세대의 신조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문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1

허경영 현상

허경영 국가혁명당 20대 대통령 후보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특이한 대목을 마주할 수 있다. 취미는 평범한 등산이라 했지만 좋아하는 운동은 축지법과 공중부양이라 했다. 애창곡도 특이하게 은하철도 999라 했다. 보통의 생각과는 분명 다른 면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그는 17대 대선 출마 때는 결혼수당 남녀 각 5천만원, UN본부 판문점 이전, 국회의원 출마 고시제 도입 등을 주장했고 국회의원 수도 1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만 다소 황당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예전에 발표한 공약의 일부가 20대 대선에 와서는 다른 후보의 벤치마킹이 된다는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그는 정치인이자 가수다. 폴리테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두 번의 대선에서 낙마하였지만 특이한 정치 공약을 내세운 탓에 다수 국민의 기억에 각인돼 있는 인물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번 20대 대선에 나섬으로써 그는 대통령 선거만 세 번째 도전한다.이번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결혼하는 부부에게 3억원 지급,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1억원과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자신 공약이 포퓰리즘은 아니라 했다. 국회의원 수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대통령 월급도 없앤다고 했다.지난 24일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조사한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 그는 4.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 후보(45.5%)와 이재명 후보(37.2%)에 이어 3위를 해 주목을 받았다. 황당하다고 했던 그의 공약이 이제와 먹혀드는 것일까. 허경영 현상이 지지율 변화로 이어갈지 궁금하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30

공포의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델타변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이어서 지구촌이 또 한 번 코로나 변종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B.1.1.529)를 ‘우려 변이(VOC·variant of concern)’로 지정하고,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ο)이란 이름을 붙였다.이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된 건 지난 달 9일 남아공에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5번째로 지정된 우려 변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비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약 50개 부분에서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인체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S) 유전자 단백질에서 30개 이상의 변이가 확인됐으며,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D614G·N501Y·K417N 등)에서의 변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한때 이 바이러스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로 진단할 수 없다는 낭설이 번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오미크론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의 진단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린다.특정 유전체(4000여개)를 분석하는 유전체 분석에는 검체 확보 후 3일, 전장 유전체 분석(3만여개)에는 5일 가량이 걸린다.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달도 채 안 돼 우려 변이로 지정돼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지, 중증도, 백신 효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선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류가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와 위협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9

개천용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개천처럼 작은 물고기만 사는 곳에서 용이 난다는 것이니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낸 성공한 사람이란 뜻이다. 자수성가(自手成家)와 비슷하다.개천용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개천용이 사라지게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어려서부터 좋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부유한 집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빈익빈 부익부 측면에서 로스쿨을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부모찬스 전면 폐지의 명분으로 수시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국사태 이후 더욱 부각된 우리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이슈로 삼은 것이다.개천용 불평등지수를 처음 개발한 서울대 주병기 교수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발간 브리프에서 ‘대학입시 성과에 나타난 교육기회 불평등과 대입전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주 교수는 논문에서 “출신 환경이 좋지 않으면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주 교수는 “명문대일수록 계층간 격차가 컸고 특히 수시전형에서 출신지역간, 가구환경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이동이란 사회적 불평등 체계 안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서열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과거 소득수준이 낮아도 노력에 따라 충분히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그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는 것을 말하는 연구결과다. 우리 사회 기회 불균형이 악화된다는 것은 사회의 폐쇄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후진적 현상이라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8

모병제(募兵制)

모병제는 직업군인으로 지원한 사람을 모아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징집제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세계적으로 보면 과거 징집제를 실시하던 많은 나라들이 대부분 모병제로 돌아가는 추세여서 우리나라 징병제도 시간이 필요할 뿐 모병제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다.아직은 남북 대치 등 안보와 관련, 민감한 현안이라 유력 후보들 사이에서는 노골적 공약이 나오지 않으나 반전 기회를 노리는 군소 대선후보들은 내년 대선에 맞춰 모병제를 공약으로 채택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준모병제 도입을 공약했다. 전문 부사관을 군병력의 50%까지 확보하고 징병되는 일반병의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병역의무를 마친 청년에게는 사회진출지원금 1천만원도 제공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단계적 모병제를 내세웠다. 2029년까지 의무복무 4년의 전문병사를 혼합 운용하는 징집·모병 혼합형태를 제시했다.일부 군소후보의 모병제 공약이 얼마나 먹혀들지 알 수 없으나 생활밀착형 공약으로서 상당한 관심거리다. 우리나라 징병제는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기회비용 상실과 남녀간의 갈등 유발 등 최근들어 자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의 합당한 보상이 없는 부분도 정부의 부담이다. 최근에는 남녀평등 군복무를 이유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모병제는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정예 부대화하고 현대화, 과학화된 장비로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등 위협받는 한국 안보와 재정적 문제가 걸림돌이다. 모병제 공약이 특별히 주목되는 만큼 선거에도 먹혀들 지는 미지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5

영화 ‘아마겟돈’

영화 ‘아마겟돈’은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시속 2만2천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어 핵탄두를 폭발시켜 행성을 둘로 쪼개 충돌을 피하는 스토리다.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물체를 강하게 충돌시켜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할 우주선이 미국에서 발사돼 화제다. 미래에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상황이 됐을 때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물을 구할 방어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으로, 내년 9월쯤 우주에서 실제 충격 실험이 이뤄진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을 수행할 우주선을 발사했다. DART 우주선의 임무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비행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DART 우주선은 태양계 소행성인 디디모스(지름 780m)와 디디모스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 격의 작은 소행성 디모르포스(지름 160m)에 내년 9월쯤 바짝 접근한다. NASA는 DART 우주선을 디모르포스에 시속 2만4천㎞로 충돌시켜 궤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실험에 성공한다면 지구가 소행성에 의해 실제로 해를 입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 대응할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과학계에선 지름 300m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대륙을 파괴하고, 1㎞ 이상이면 지구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룡을 비롯해 전체 생물의 75%가 사라진 6천600만년 전에는 지름 10㎞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설명이다. 우주에서 닥쳐올 위기도 유비무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4

가정맹어호

세금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등장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뜻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다. 예기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을 넘어가던 중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흐느껴 우는 여인을 발견한다. 사연을 알아보니 산 중에 살다보니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이 잡혀 죽었고, 이제는 아들마저 호랑이 밥이 됐다고 한탄했다. 공자는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곳에 살면 무거운 세금을 내거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당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가렴주구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산을 뺏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당시 전국시대는 패권다툼으로 전쟁이 끊이는 날이 없어 벼슬아치들의 세금횡포가 횡행했다.정부가 올해 종부세를 대폭 인상 고지하면서 종부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다. 1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수백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고 2주택 이상자 가운데는 1억원의 고지서를 받은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납세자 1천여명이 위헌소송 준비에 나서면서 현정부의 종부세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다.세금은 국민이면 누구나 내야 할 법적 의무다. 그렇지만 국민으로부터 거두는 세금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뿐 아니라 징수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세금의 보편성이나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금 부과에 앞서 국민적 정당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면 국민생활이 피폐해지고 민심이반이 일어나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옛 성현의 경고는 새겨 둘만하다. 이번 종부세에 대한 저항은 세금으로서 과도했다는데 초점이 있다. 법적 판단에 따라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세금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3

종부세 폭탄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이중과세이며 위헌이라는 주장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시도별, 주택유형별, 공시가격 구간별 주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주택 1천834만4천692가구 가운데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1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총 34만6천455가구로 전체 주택의 1.9%에 불과하다.지역별로는 서울이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이 총 30만가구(전체 주택 291만6천535가구 중 10.3%)로 가장 많았다.경기가 3만4천919가구(전체 주택 445만 9천963가구 중 0.8%)로 뒤를 이었다. 부산은 전체 주택 125만8천384가구 가운데 0.5%를 차지하는 6천410가구, 대구가 전체 80만3천305가구 가운데 0.4%를 차지하는 3천201가구, 대전이 전체 주택 49만2천185가구 가운데 0.5%를 차지하는 702가구가 공시가격 11억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 납부 고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하자마자, ‘종부세 폭탄’에 대한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것.올해부터 종부세율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기존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올랐다. 2주택 이하도 0.5∼2.7%에서 0.6∼3.0%로 상향됐다. 정부가 부담 경감을 강조한 1주택자 역시 세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단일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약탈이며, 이중과세이고 위헌”이라고 주장해 종부세 폭탄론에 힘을 보탰다.조세저항을 일으킨 종부세의 운명이 어떻게 결말지어질 지 궁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2

포항 과메기

과메기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이때가 지나 과메기를 맛보려면 또 한해를 기다려야 한다. 제철 음식이 좋은 것은 싱싱하고 맛있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포항은 과메기 집산지다. 전국 과메기 생산의 9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과메기가 전국으로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겨울철 밥상이나 식당에 과메기가 등장할 만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으니 격세지감이 있다. 주생산지인 포항도 과메기 덕분에 과메기 도시로 유명해졌다. 과메기가 음식으로 고안된 것은 내륙지방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하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 안동에서 생선 맛을 보려면 소금으로 간을 쳐 잘 보관해야 가능하다. 안동의 고등어 간잡이는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숙성시키는 기술자란 뜻이다. 생선을 주로 먹는 나라마다 간잡이가 있다.과메기도 겨울철에 많이 잡히는 청어나 꽁치를 오래 두고 먹고자 고안한 방법이다. 꽁치를 그늘에 늘려두고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혔다 하며 말린 후 먹는 요리다. 일본 내륙지방 교토에서도 청어의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훈제와 말리는 과정을 거쳐 만든 ‘미가키 니싱’이란 과메기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과메기는 말리는 과정에서 맛이 담백해지고 영양가도 높아진다.포항 구룡포과메기 서울홍보 및 체험행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과메기 도시락에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했다. 코로나로 등장한 배달트렌드에 맞춰 언제 어디든 과메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콘셉트로 삼았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판매가 잠시 주춤했다. 올겨울은 위드 코로나와 함께 포항 과메기가 다시 대박났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21

킹메이커

로저 스톤은 부동산 재벌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인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그는 정치인이자 타고난 선거 전략가로 평가를 받았지만 권모술수에 능란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정치 자문가인 동시에 ‘더러운 사기꾼’으로도 통했다.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는 로저 스톤의 탁월한 전략이 있었다. 그는 트럼프와 30년 지기로 같이 활동하면서 그의 개인 정치고문 역할을 줄곧 해왔다. 둘은 여러 면에서 궁합도 잘 맞았다고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톡톡 튀는 발언 가운데는 로저 스톤의 조언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그의 정치적 신념을 엿보게 하는 말로 그가 자주 쓴 표현 중 “완전 무명보다는 악명이 낫다”는 말이 유명하다. 그는 스스로 스톤의 법칙을 만들어 그 룰에 따라 정치 전략을 구사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말 것” “모든 것을 부정할 것” “공격당하면 반격할 것” 등이 핵심이다.그의 정치 역정은 미국 넷플릭스에서 ‘킹메이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그는 2019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이용, 그를 감형한다. 사상 최악의 부패행위라는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그해 11월 실시될 선거에 그의 정치 전략이 필요했었다는 분석이다.우리 정치사에도 킹메이커가 등장한다. 노태우, 김영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김윤환 전 의원과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킨 김종필 전 총재 등이 그들이다. 내년 대선을 두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등장했다. 선거 열기 속에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18

남극의 ‘인천빙하’

남극에 ‘인천 빙하’가 생겼다.영국 남극지명위원회가 최근 서남극 갯츠 빙붕(Gets Ice Shelf)에 연결된 빙하 9개 중 1개의 이름을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로 지었다고 인천시가 밝혔다.위원회는 서남극에서 아직 이름이 없었던 빙하 9개에 주요 기후 회의를 개최했던 전 세계 도시 9곳의 이름을 붙였다.인천시는 2018년 10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를 개최한 인연으로 빙하 이름을 부여받게 됐다.남극지명위는 인천 외에 제네바·리오·베를린·교토·발리·스톡홀름·파리·글래스고 등 총 9개 도시 이름을 서남극 빙하 9개의 새 이름으로 명명했다.빙하에 도시 이름을 붙인 것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다.올 2월 한국 극지연구소와 영국 리즈대, 스완지대 등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번에 이름이 새로 붙은 9개 빙하 등 서남극의 14개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14개 빙하가 녹으면서 남극 바다로 떠내려가는 속도가 1994년과 비교했을 때 25년 만에 23.8%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인천 빙하’의 이동 속도는 25년간 2.9% 빨라지는 데 그쳐 14개 빙하 중 변화 폭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논문에 따르면 인공위성 관측 결과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약 3천150억t의 얼음이 이 지역에서 사라졌다. 이는 전 세계 해수면을 약 0.9mm 높일 수 있는 양이다.인천시는 ‘인천 빙하’이름이 생긴 것을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탄소 중립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