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영국 왕실의 칙허장을 받고 시작한 B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력한 공영방송사로 유명하다. 공영방송이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는 데 있다.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이다. 국가가 재원을 맡아 관리하는 국영방송과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민간방송과는 다르다.
공영방송은 정부나 광고주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엄격하게 공영을 유지하려는 것은 방송으로서 공적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존립해야 하는 이유 중에는 상업방송이 방송의 공익성을 유지토록 견제하는 기능도 있다.
영국 정부가 BBC방송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면허기간이 끝나는 2028년에 폐지키로 했다는 외신이다. 현 총리의 정국 타개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수 백개 채널이 경쟁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으로 존재감을 잃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BBC는 2020년 시청자 평가에서 넷플릭스에 선두자리를 내주었고 유튜브에 추격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최근에는 젊은층이 거의 보지 않는 방송사로 조사돼 수신료 폐지에 결정타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청자나 독자가 없는 언론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냉혹한 현실이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언론사에 시청자나 독자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진보 언론학자 강준만 교수는 최근 야당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녹취 파일 방송과 관련, “공영방송의 선택적 공익”이라는 비판을 했다. 어느 한쪽이 생각하는 공익만으로 진정한 공익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영이든 그 어떤 언론도 본분을 잃으면 수용자가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