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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사를 배우는 까닭

어떤 학자에게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 학자의 대답은 아주 간단 명료했다. 첫째로 역사는 인간사의 판례집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재미있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셋째는 자기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서도 드문 역사책이라 한다. 500년 왕조 동안 임금과 신하가 아침부터 조정에 모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안건을 가지고 누가 어떤 내용의 발언을 했는지 그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가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조선조는 `역사의 나라`였다. 그 내용도 아마추어가 재미로 쓴 것이 아니라 선발된 엘리트 사관이 사명감을 가지고 기록한 것이다. 왜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역사적 집필에 정력을 쏟았는가? 그만큼 후세에 내려질 판결을 의식하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이 기록들은 후손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판례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역사나 재판의 판례는 많은 참고자료가 되는 유일한 문서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축적과 판단의 정확도는 비례한다. 고려의 일연이 쓴`삼국유사`는 역사라고 하는`거대한 이야기 보따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의 구약은 어떤 학자는 유태민족의 역사책이라 한다. 구약의 앞부분은 유태인의 족보 이야기이다. 유태인들은 자기의 역사를 종교화 시킨 것이라 한다. 2천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 다니다가도 결국 조상이 살던 땅을 되찾아 이스라엘을 세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세계의 떠돌이였던 그들이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조국을 그리는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구약에서 나왔으며 구약이 정체성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도 한번 반추해 보자. 삼국시대의 이야기는 너무 먼 이야기라서 접고 6·25 한국전쟁부터 한번 살펴보자. 거지나 다름없었던 나라가 경제대국의 대열로 진입한 것도 국가의 뿌리인 정체성이 확고한 탓인데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1

찌개에 두부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찌개이다. 찌개라 하면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육류, 생선, 채소, 두부 등을 넣고 양념과 간을 맞춰 끓인 반찬이다. 우리 음식의 특징은 끓여 먹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추운 지방이나 주로 하루 중 해가 뜨기 전 해가 질 무렵 추운 시간에 주로 음식을 끓여서 먹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탕문화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한다. 탕의 종류도 많다. 곰탕, 설렁탕, 보신탕, 삼계탕 등 가짓수도 많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매운탕을 비롯해 생선이나 육류가 들어가는 음식에 반드시 두부를 넣는다는 것이다. 두부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음식재료이다. 그 원료가 콩이라서 영양가가 풍부하다. 콩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칭할 만치 단백질과 영양분이 풍부하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농산물 가운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되는 친숙한 곡식이다. 재배하기도 수월하다. 척박한 땅이라도 가물지만 않으면 잘 자라는 식물이다. 뿌리혹 박테리아가 거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료도 필요없는 나무다. 이 지구상에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바로 올리브 기름과 우유, 그리고 두부라 한다. 두부는 인류가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 한다. 어떤 역사학자는 두부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정말 친숙하다. 좀 낙농적인 표현은 두부는 두유를 이용한 치즈의 대용식품이며 중국 송나라에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치즈는 우유가 굳어서 말랑말랑하게 해진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 유부라 한다. 부는 말랑하고 연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두부는 콩국물이 연하게 굳은 상태이다. 유목민이 동물의 젖을 이용해 유부를 만드는 것처럼 농민들은 콩젖에 소금을 넣으면 식물성 단백질이 응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양의 치즈처럼 동양의 두부가 영양가를 높이고 속을 편하게 하는 영양식품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0

실패를 기념으로 삼고

해가 바뀌면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이 캘린더이다. 그 속에는 나의 생일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일도 있고 기념일도 많고 축일도 많으면 두고두고 표시해 두고 기억해야 할 날도 많다. 우리 생활의 계획표가 캘린더 속에 있으며 한 주가 바뀌면 계획을 정리하고 거울처럼 매일 행사에 유념하고 기록해 둔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한 기념일은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애인이나 가족, 특히 어르신들의 생일을 빠뜨린다면 이것은 크나큰 과오가 되고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가정에 부인네들은 조상의 제삿날이나 일가친척, 대소간의 잡다한 일까지도 모두가 기억해 두기 위해서 캘린더에 기록해 둔다. 국가와 사회도 나라의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표시해 둔다. 그런데 인생의 기념일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기념일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에 성공에 기념하는 날은 있어도 실패를 기념하는 날은 없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한 두 번씩 경험한 것이고 기억조차 하기도 싫은 것이다. 철학자 펩스터가 말하기를 “실패는 자본의 결핍보다는 에너지의 결핍에서 때때로 생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시인 롱펠로는 “인간은 한 사람의 인간의 덕(德)에서 보다도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많은 것에서부터 교훈을 얻는다. 그중에 인간은 실패한 날이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성공은 굳이 간직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실패는 철저히 자기자신을 기억하고 간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기념하는 날이 있어야 한다.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우는 일본인 마쓰시타는 “한 번 넘어졌을 때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일곱 번 넘어져도 마찬가지다. 실패에는 원인이 있다”그 원인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는 실패를 기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긍정으로 여겨라. /손경호(수필가)

2012-04-09

건강식품, 국수

세상 떠도는 신문에 의하면 한 때 김영삼 대통령이 국수를 워낙 좋아해서 그 당시 청와대를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국수를 대접했다는 얘기가 세상에 퍼졌다. 어느 TV 방송사가 방영한 내용대로 국수의 역사는 길고도 오래된 것 같다. 그리고 국수는 서민음식이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리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시장에 가면 파는 기계국수가 있어 쉽게 요리할 수 있고 가정에서도 칼국수라 해 편리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국민들은 국수가 값싸고 빨리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상가에 국수집 간판이 총총 들어 서 있어 우리 국민은 정말 국수를 선호하는 민족인 것 같다. 국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도 국수가 있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짓는 농사에는 오곡이 주였다. 그 가운데 쌀, 보리가 좀 나은 편의 곡식이고 옥수수, 조, 밀 같은 곡식은 다소 하품에 속하는 곡식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상당한 계급에 속하는 권속들은 밥을 주로 먹었고 그 밖의 신분에 속하는 사람들은 가루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국수나 수제비, 죽이 전부였고 그런 세월이 연장되다 보니 국수의 역사도 길어졌나 보다. 무엇보다도 재료 구하기가 쉽고 거기에 따른 별 반찬이 필요없기에 서민들이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속설에 의하면 국수는 길어서 수명과도 관계가 있어 장수음식으로 각국으로 전파된 것이다. 갑자기 손님이 닥쳐도 빠른 시간내에 음식을 요리할 수 있어 제격이다. 같은 밀가루 음식인 국수는 우동, 만두, 수제비와 더불어 1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지금은 잡곡을 많이 찾는 우리 사회의 풍습에 따라 국수는 건강식품의 선두에 서고 있다. 특히 차가운 계절에 뜨끈뜨끈한 국물이 있는 국수의 별미에 우리는 입맛을 찾고 있다. 특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6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우리나라 어머니의 교육은 이스라엘 나라 어머니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다고 한다. 두 살도 채 되기 전에 영아원, 유아원,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보내 교육 준비에 열을 올린다. 성미 급하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시켜 상대방 아이와 항상 비교가 되는 무리한 교육을 시킨다. 자라면서 무조건 미술, 피아노, 태권도, 유도, 검도를 가르친다. 아이의 재능과 취미와 소질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교육기관을 의존한다. 그러나 6개월 쯤 지나면 그만 두기로 하고 학원을 바꾸기도 한다. 아이만 갈팡질팡이고 전적 부모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바꿔 버린다. 재능이란 재주와 능력이다. 하고 싶은 욕심과 의지도 없는데 어머니의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의 교육과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사회학자 호메로스는 “어떠한 자도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을 해 낼 수 없다”고 했다. “수사학자 세네카도 “너무 많은 것을 해내는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독일의 시인 괴테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재능을 갖고 하나의 재능을 위해서 태어난 자는 그 속에 그의 가장 아름다운 생존을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능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재능을 적게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어떤 점에 있어서 자기가 남보다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의지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또 어떤 점에 있어서 자기가 남보다 열등하더라도 그것을 과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잘난 사람도 다른점에 있어서는 남만 못할 것이며 못난 사람도 다른점에 있어서는 남보다 나을 수 있다. 자기를 뛰어 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리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거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즉 그는 정신적으로 늘 부담을 느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천직이 있다. 그것이 재능인 것이다. 재능을 감추지 말라. 재능은 사용하는 것이며 방치하지 말라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5

바다의 인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게 식(食)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건강 때문일 것이다. 평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6시 내고향`이나 `전국시대`라는 프로그램에 우리나라의 8도의 음식문화가 소개되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많다. 필자가 지난해 가을에 미국의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이민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한국의 TV는 앞서 이야기한 두 프로그램이라 한다. 그 이유는 고국의 향수에 젖어 옛날에 많이 먹어보던 음식에 관한 향수도 있지만 전국을 소개하는 것이라 고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곳을 가도 그 곳이 고향인 이주민들이 있어 자기 고향 소식에 많은 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요, 산과 들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미향식이나 건강식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우리의 농산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한류바람으로 우리의 음식이 세계에 소개되고 찾는 음식도 많아 건강을 위한 현대인들의 미식(味食)에 대단한 인기가 날로 충천하고 있다. TV에 비춰지는 `고향의 특산물`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해산물이다. 그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이 있는데 해삼은 바다에서 나는 인삼이라고 한다. 선전의 문구가 매력적이다. `밭에는 인삼이요, 산에는 산삼이며, 바다에는 해삼`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삼을 해남자(海男子)라 했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는 `바다의 사나이`라는 것이다. 근육질 몸매에 거칠고 어딘지 모르게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길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구약성서에 보면 건강에 좋은 5대 채소로는 오이, 수박, 부추, 파(양파), 그리고 마늘이며 바다에서 나는 건강식으로는 미역, 조개, 게, 복어, 전복 등이며 해삼은 최상이요 최고로 친 모양이다. 문헌에 보면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서해에서 나는 해삼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에서 옛날 중국으로 사신들에게 해삼을 반드시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4

인재 관찰법으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나 면접시험, 그리고 관상학적 판단으로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송해룡 교수는 3가지 형태로 사람을 살피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즉 인재 관찰법이다. 바로 논어에 나오는 3가지 단계적인 사람 됨됨이를 보는 방법이다. 논어 위정 편 10장에 나오는 것이라 한다. “그 하고 있는 바를 바라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 편안하게 여기는 바를 관찰하면 어찌 자신의 모습을 숨기겠는가”라고 했다. 공자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 안희의 생활을 살펴보고 안희를 평한 후에 나오는 말이니 제자를 평가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공자의 이와같은 평가 방법 이야말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공자의 보고(視), 살피고(觀), 자세히 엿보는(察) 3단계 사람 평가 방법은 가장 깊은 인간영향평가 방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 기술영향평가, 위험영향평가가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위한 방법의 형태로 시스템적으로 접목되고 있는데 인간영향평가라는 새로운 요인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다는 `시(視)`는 사람의 외면, 바로 겉모습을 보는 제1단계이다. 육안의 단계다. `관(觀)`은 마음의 눈, 바로 심안(心眼)이 필요한 제2단계이다. 바로 행동을 보고 판단하고 그 행위의 동기를 살피는 것(觀)이다. 그 후에 어떤 모습으로 만족을 하는 지를 자세히 엿보는(察)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의 인품과 능력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행위, 동기, 목표가 바르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일찍 와서 앞에 앉으며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항시 원하는 직장을 얻는다는 것이다. 수신(修身)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사람은 그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건전한 인격은 기업의 자원이다. 그래서 기업은 스마트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떠한 인생관을 갖고 있는지 보고, 살피고, 엿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3

인생의 속도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거리와 속도가 있다. 인간도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 출발점이요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어릴 때는 세월이 어찌나 더디 가는지 빨리 학교 가고 빨리 어른이 되어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을 다하고 싶었던 세워도 누구에게나 주어졌다. 그렇게 천천히 간다고 느껴졌던 세월이 금방이다. 아이들이 크는 것 보면 노인네가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흐르는 세월은 붙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심지어 세월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하기도 하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마음까지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덧없이 흘러 보낸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이 자본금을 잘 이용한 사람에게는 승리가 오고 성공이 있다. 중국 고사에 소개된 시조 한 편이 있다. “어려서 집을 나가 늙어서 돌아오니/ 말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머리털이 희었구나/ 아이들이 마중나와 나를 맞으면서/ 손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쏘아버린 화살이라 했다. 일단 가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인생이다. 자동차를 두고 말할 것 같으면 50대는 50km, 60은 60km, 80은 80km라 한다. 하루는 천천히 가지만 한 달은 빠르고 1년은 금방이다. 가는 세월에 속도를 잘 맞춰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추구하며 생각이라도 먼 미래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람 있고 신나게 사는 것이 인생의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롱펠로의 `언제나 5월은 아니다`라는 그의 시에서 “사라오가 젊음의 봄을 만끽하라. 나머지는 마음씨 착한 천사에게 맡겨라./세월은 진실을 곧 너희에게 전하리니/ 지난 해의 둥지에 새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황금의 날들은 다 흘러가 버리고 저녁의 밤색 푸른 빛이 비친다. 목동의 가냘플 피리소리도 감추었고 새벽은 이윽고 이슬로 가득하네. 속도는 운전자가 조절한다. 편안한 안전을 위해서. /손경호(수필가)

2012-04-02

정말을 강조하는 까닭

거짓이 없는 진실한 말을 정말이라고 하고 사실에 조금도 틀림이 없고 허위가 없는 것을 참말이라 한다. 정말이나 참말이나 다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에 남에게 많이 속고 억울하게 살아온 경험이 많은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화를 나누면 언제나 그 속에는 `정말입니까, 참말인가요`하는 말들이 많다. 그래서 우스개 말로 새 중에 진짜 새는 참새이고 깨(식물) 중에 진짜 깨는 참깨이고, 말 중에 진짜 말은 참말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뉴스가 있어 발표하면 언제나 그 뒤엔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하고 되물어 본다. 물론 그 말을 꼭 못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말은 너무 자주 쓰는 경향이 많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 사이나 다정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믿을 수 있는 사건인데도 반드시 끝에 가서는 “정말”인지 꼭 물어보고 확인을 받아야 안심이 된다. “자기, 나 사랑해. 그럼 사랑하고 말고” “정말?”“그럼 정말이지, 정말 사랑해.”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지 `정말`사랑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냥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까, 아니면 믿을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속는 일이 많고 피차간의 신뢰가 무너진 탓일까. 정가(政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저는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이고 정말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출마했습니다. 지역구 유권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한결같은 연설문 속에 `정말`이란 말이 꼭 들어가야 할 까닭이 무엇일까. 후보자와 유권자들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관계라면 구태여 `정말`이란 말을 힘줘 말할 필요가 있을런지 의문도 간다. 양쪽 사이에 사랑한다는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의 문제라면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일이지만 그 관계가 사회적 사이가 된다면 얘기는 신빙성이 없어지는 상투적인 것이다. `정말`의 남발은 거짓의 의심만 불러일으킨다./손경호(수필가)

2012-03-30

자녀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2월은 유별나게 걱정이 많았던 달이다. 학생을 둔 가정에서는 졸업을 하고 개학하고 상급학교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그 발표문에는 가해 학생의 처벌과 피해 학생의 안전한 보호 및 교육환경 개선을 담은 정책 과제를 보면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을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대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지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생활 속 실천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좋은 심성을 가지도록 인성교육을 잘 해야 학교폭력이 없어지고 여기엔 학부모의 노력과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말로는 가정이 제1교실이고 학교가 제2교실이며 사회가 제3교실이라 한다. 이러한 교실에서 성실하고 올바르게 교육을 받는다면 크게 어려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뉴스에 의하면 일본도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며 미국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중학생이 총기를 소지하며 그것도 학교 교실에서 급우들에게 총을 난사한 일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처럼 학교 폭력은 바른 인성을 가지지 못한 아이가 저지른 비행이기에 정부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지역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특히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정보통신 매체와 공생하며 집에서도 세상과 늘 연결돼 있다. 따라서 게임에 중독되지 않고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학교폭력을 막는 지름길이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적을 강조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일들과 꼴찌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순위는 정해진다. 나무라기만 하지 말고 자녀의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충분히, 그리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애정이 교감돼 효과가 크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9

우정은 선을 낳는다

간담(간과 쓸개) 상조(서로 비춘다)라는 말은 친구 간에 서로 진실을 털어 놓고 허물없이 사귄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죽마고우(竹馬古友)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릴 때 놀이감이 업어 대나무를 가랭이 사이에다 끼우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기차놀이 하면서 뛰어놀던 친구들을 가리킨다. 중국 당나라·송나라를 연합해서 뛰어난 유학자를 당송팔대가라 했다. 그 가운데 한유라는 사람은 우정을 중시한 인물로서 그에게는 훌륭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 유종원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문장을 잘 쓰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한때 정치개혁에 뜻을 두고 적극 가담했으나 그 당시 수구파의 세력에 밀려 좌천되는 불행을 겪게 됐다. 이때 그의 동료 문인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유우석도 역시 다른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유종원은 친구 유우석이 시골로 전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우석이 가야하는 파주라는 곳은 두메산골로 살만한 곳이 못된다. 더욱니 노모와 함께는 갈 곳이 아니다. 우석이가 이 사실을 어머니께 밝힐 수가 없어서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니 내가 대신 가야겠다.” 유종원은 즉시 황제에게 청원을 했고 그 결과 유우석은 파주보다는 환경이 좀 나은 연주라는 시골로 가게 됐다. 유종원이 죽은 후 당송 팔대가인 한유는 그의 우정에 감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의리를 알 수 있다. 평상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는 서로 그리워 하고 즐거워하며 연회석상에 놀러 다니며 서로 사양하고 쓸개나 간을 꺼내 보이고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죽어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머리카락만큼의 이해 관계가 생기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이 차 넣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행위는 짐승도 차마 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위인으로 자부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3-28

삶을 위로하는 것

많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기를 좋아한다. 위로는 수고를 치하해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용기를 잃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돼라.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마치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처럼 신(神)은 불행한 자를 위로하기 위해서 대를 지배한다고 했다. 위안자의 머리는 결코 아픈 일이 없다. 무식한 욕은 도리어 굶어 죽는 혼에게 떡이 될 수 있지만 발라 맞추는 간사한 위로는 칼 보다도 더 아프게 생명을 갉아낸다는 말도 있다. 장자는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 하루는 식량이 떨어져 감하후라는 자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감하후는 말했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형편이 나도 어렵습니다. 세금을 거둬들인 후에 은자 300냥을 빌려 드리겠습니다”당장 먹을 것이 없는 장자는 한마디 위로도 받지 못하고 무정한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이런 비유를 들었다. “어제 길을 가다가 웅덩이 속에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물고기가 나를 보고서는 “나는 본래 동해에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물이 말라 버린 구덩이에 떨어져 말라 죽게 됐습니다. 나에게 물 한 통만 가져다 주어 목숨을 구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 나는 지금 남쪽의 여러 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곳에는 물이 많으니 물을 가져다 너를 구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물고기는 화를 버럭 내며 “그것이 가능합니까? 지금 나에게는 물 한 통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서강(西江)의 물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나는 이곳에 없고 어물전에나 가야 찾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고어지사`라는 말이 생겨났다.위로와 위안은 말로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물질보다 더 값진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안 주고 쪽박만 깬다”는 말이 있다. 물질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데는 종교와 신앙이 필요하다./손경호(수필가)

2012-03-27

일생을 헌신의 삶으로

한국사람 최초로 미국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는 시력 장애를 뛰어 넘어 장애인 대변자로 살다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났다. 장애인 인권운동의 큰별인 그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간 훌륭한 사람이다.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우한 과거 를 가진 사람이었다. 1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4살 때 중학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시력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넘어진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유일하게 의지했던 누나조차 서울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다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대에 세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서글픈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62년 서울맹아학교 학생 시절 자원봉사를 나온 여대 1학년이던 한 여인의 도움으로 대학교에까지 입학하게 되었다. 1972년 장애인 최초로 국비 유학을 떠나 피츠버그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불굴의 입지적 존재였다. 특히 2011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장애인 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된 인사였다. `눈 먼 새의 노래`로 불리우는 그는 마지막도 아름다웠다. 지난해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4개월여 동안 투병해 왔다. 그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좀더 많은 것을 나누고 좀더 많은 것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온다”며 “하지만 가족이 있어 행복했고 자원봉사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과 두 아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컸기에 행복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한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을 창설하여 운영해 왔으며 지난 1월에는 자신이 40년 전에 장학금을 받았던 국제로타리 재단에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해 생의 마지막까지 봉사하는 삶을 보여줬다. 갖은 장애와 고난을 이기고 68세를 살다간 그의 숭고한 삶에 우리 모두는 그가 우리의 우상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6

탕(湯)의 의미

우리의 음식과 생활에 탕(湯)이란 말이 있다. 보통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는 끓인다는 뜻과 달여 먹는다는 것, 그리고 목욕간이나 온천 등의 목욕하는 곳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탕문화에 사로잡혀 음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랜 세월동안 한식의 종가 역할을 한 것으로 곰탕, 설렁탕, 갈비탕, 삼계탕, 보신탕, 보양탕, 매운탕 모두가 어른 중심의 보신이 되는 전통음식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쇠고기를 진하게 고아서 끓인 곰국에 밥을 만 것이나 밥 따로 나오는 것이 곰탕이고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족(足) 등을 푹 고아서 차린 것을 설렁탕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탕문화가 서양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 민족은 많지 않다. 북유럽 핀란드와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거의 전부다. 이제는 건강유지에 효험이 있고 질병치료에 덕을 본다고 해서 서양에서도 반신욕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있다. 웰빙음식의 종주국인 한국의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자 비빔밥, 신선로, 불고기에 이어 뚝배기 설렁탕이 이미 미국, 유럽에 상륙한지 4~5년이 흘렀다. 주로 추운 지방에 출시된 건강음식으로 지난 겨울 3개월에 80억원 어치가 팔려 나가면서 침체에 빠진 쌀과 면류 시장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몇 달 전 보스톤의 한국식당에서 포장용 설렁탕을 주문한 일이 있었는데 서구 사람들의 취향과 한국적 솜씨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진한 설렁탕 국물에 쌀 함량 90%의 쌀면을 사용해 맛과 건강은 물론 밥 한 그릇을 말아먹는 영양과 든든함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인기의 비결을 찾아냈다. 고유 전통 제조방식을 대량생산에 맞는 방식으로 사업화 한 것이 급선무이다. 거기에는 옛 방식이 최고다. 우골을 가마솥에서 장시간 고은 것이 가장 맛있는 탕의 제조방식이며 거기에는 순수성만이 존재한다. `신토불이`, 우리의 것이 우리 몸에 최고임을 각성하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3

수평선을 바라보며

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보이는 경계선을 지평선이라고 한다면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보이는 선(線)을 가리킨다. 내륙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로 가끔씩 바다에 가면 잠겼던 마음이 확 트인듯 상쾌하다. 도도한 물결이 파도로 변하여 억겁을 같은 모양으로 들락날락해도 바다의 모양은 언제나 한결 같다. 먼 수평선을 향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충동은 삶의 궁지가 너무 삭막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감포바다에서 남동쪽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잠시 숙연해 지는 순간을 느꼈다. 저 멀리 일본 땅 후쿠이현 와카사만(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간 곳을 만이라 한다)에 가면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같은 오바마시(市)가 있다. 경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관계로 필자도 그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오바마시의 역사를 보면 오바마바다에서 북서로 잇는 경주땅 감포에서 고기잡이 소형선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정착한 곳이 오바마이며 그들의 시조는 신라인이란 것을 힘주어 말한다.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에 사찰이 100여개나 있으며 그 중에 가장 큰 절이 불국사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상의 모든 사실이 증명되고 남는 일이다. 그들은 지금의 경주시 감포바다를 수평선으로 바라보며 수많은 인걸들이 다 지나 갔을 것이다. 푸른 수평선에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거칠 것 없는 수평선 위에 윤곽이 뚜렷한 불덩이가 선혈(鮮血)을 흩어 놓은 듯 물결을 선홍색으로 물들이면서 솟아오른다. 이 광경은 언제 보아도 장엄한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화려한 자연의 섭리속에 너무도 작아짐을 느낀다. 소설가 정비석도 “항구의 봄은 줄기줄기 굽이치는 물결을 타고 바다 저쪽에서부터 찾아오는지 아득히 먼 수평선에서는 오늘도 진종일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있다”고 예찬했다. 인생도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바다에 서서 먼 수평선을 응시하며 살아온 과거가 허망하지만 수평선은 말이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2

신속한 신고로

2010년 말부터 경북지방에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그후 4개월 이상 버티더니 해제됐다는 안도의 안숨을 쉬던 찰나, 또다시 4월말 경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제역은 주로 소와 돼지, 양, 사슴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죽의 입(口)과 발굽(蹄) 주변에 바이러스성 물집이 생기면서 문드러지는 급성 질병이다. 치료약이 없고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어린 가축은 감염되면 폐사율이 90%에 달한다. 바이러스는 가축 수입 등으로 직접 전파될 수도 있고 사람이나 물건, 사료,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과 공기, 물, 황사 등에 의해서도 옮겨진다는 것이다. 주로 동남아형으로 우리나라에선 1918년 전국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라 한다. 입술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이 저하되며 바이러스성으로 백신접종, 알칼리·산성제재로 소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소 뿐만 아니라 사람과 개 등도 감염되는 브루셀라병도 확산되고 있다. 가축에게 감염이 되며 새끼를 배지 못하고 세균성 질병이라 타액·분비물로 접촉으로 인한 전염이라 한다. 구제역은 법정 1종에 해당하는 것이라 발생 지점 500m 이내 가축은 살처분 해야 하며 유통이 불가되어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법정 2종에 해당하는 브루셀라는 60도 이상 고온에서 익히면 식용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질병이라고 하면 사람에 국한된 것으로 알아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고 아직도 농촌에서는 가축이 재산 제1호이다. 또한 AI성 조류독감이 난무해 닭·오리 등에 많은 피해를 입어 일단 한 번 걸리면 수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현상도 보게 된다. 이런 전염병이 걸리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행정당국에 급속히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관망하다 보면 손으로 막을 일을 중장비로 막으려 해도 그 때는 속수무책이다. 세상에서 생기는 모든 사건·사고도 신속한 신고만이 만능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1

숲은 인심(人心)과 같다

옛부터 숲속에 바람이 일면 날씨가 변동스럽다고 한다. 갈대숲을 지나는 바람은 계절을 재촉하고 대나무 숲에서 이는 바람은 님소식을 기다린다. 우리 말인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꽉 들어찬 곳을 말하며 삼림(森林)이라고 하고 거기에는 풀, 나무, 덩굴이 한데 엉킨 곳을 가리킨다. 숲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원한 그늘이 연상되고 갖가지 식물은 물론이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곳을 말한다. 숲에는 언제나 주변에 개울이 흐르고 새소리가 들리며 아이들의 함성이 주변을 잠재우고 있다. 태고적부터 숲속에는 귀신이 살고 또한 요정이 살며 식인종도 산다고 믿어 숲 가까이 가기를 꺼려왔다. 그래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나 페루의 마추피츄, 그리고 아마존 밀림이 늦게 인간에게 발견된 것이다. 작은 숲은 신의 첫 성당이라고 불리울 만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곳이다. 숲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며 그 속엔 동화가 있고 전설이 담겨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으쓱한 속에 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쨍쨍한 볕은 우거진 풀잎에 아롱아롱 흘렀다. 이따금 우울한 소나무 끝을 스치는 바람 소리는 시원히 들리나 숲 속은 고요하여 적막감을 느낀다. 시인 박두진의 `숲`에 “찬 바람에 우수수 누렁 나뭇잎들이 떨어지면/귀뚜라미며 풀벌레들이 울고/숲은 쓸쓸하여 숲은 한숨을 짓곤한다/부우연 하늘에서/함박눈이 내리고 눈위에 바람이 일어/눈보라가 휩쓸고/카랑카랑 맵고 춥고/달이며 별도 얼어 떨고/부엉이가 와서 울고 가면/숲은 웅숭거리며/오도도 떨며 참으며/하얀 눈 위에서 한밤 내내 울었다”는 시를 남겼다. 숲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건 바다로 나들이 갔던 바람 한 떼가 숲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진달래 붉게 피고 두견새 녹음 따라 꾀꼬리도 와서 울고 하면 숲은 새색시 같이 즐거웠다”고 숲을 예찬한 노래들이 참 많이 남아 있다. 숲이 무성해야 새가 깃든다. 사람 인심을 말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0

음악은 영혼의 데생

음악은 인간의 언어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통어이다. 1,2,3 하는 아라비아 숫자나 도,레,미는 세계적인 공통어다. 그리고 음악은 천사의 스피리라 하여 심령의 덕육(德育)으로 심핵(心核)에 통하는 것과 같은 음악의 운동을 가리킨다. 음악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병을 검사해야 하며 음악은 조화를 창조하기 위해 부조화를 연구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악성(樂聖) 베토벤은 “음악이 어떠한 지혜, 어떠한 철학 보다도 높은 계시이다. 음악의 의미를 파악하는 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모든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날 것이다”고 했다. 음악이야 말로 진정 정신의 생활을 감각의 생활에도 매개해 주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천사의 미소라면 음악의 그 천사의 음성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음악이란 어느 정도 음과 리듬밖에 없는 단순한 예술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러나 단순한 것은 표현뿐이고 그 기저에는 음악의 심오한 내용을 해석시키는 힘이 있을 뿐더러 그 무한한 복잡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예술에서는 외관적으로 그 복잡성이 윤곽을 드러내지만 음악은 그것을 침묵하고 있다. 어떤 뜻에서 “음악은 가장 세련된 예술이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을 승리의 환성이라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군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은 교만한 마음을 없애기 위함이요 소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은 두려운 마음을 없애기 위함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천주교 신자라서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예의는 밖의 모양을 절도 있게 하고 음악은 마음을 화평하게 하며 절도는 곧 행실을 규제하고 화평은 더욱 덕을 쌓게 하니 두 가지는 한쪽만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덕은 속마음이고 근본이다. 안에 있는 것이 중화(中和), 정상(正常)하여 효우(孝友), 목인(睦姻)이 밖에서 이뤄진다면 음악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인간의 생활이 음악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9

시냇물 추억

시냇물은 산중(山中) 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하천에서 흐르는 물이다. 자연에서 시작되는 물이므로 거의 오염이 되지 않는 깨끗한 물이다. 경북의 최북단 영양군에 가서 아주 수 십년 만에 시내뭇을 건너게 됐다. 시원한 느낌도 상쾌하지만 물이 맑아 공해에 시달린 심신을 정화시키려는 기회가 참 오랫만이었다. 시냇물은 산을 만나면 몸을 좁혀 가늘어져서 바위 틈을 누벼 조용히 빠져 나가고 평야를 만나면 몸을 넓혀 소리없이 퍼져 버린다. 땅위에서의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하면 조금씩 흐르던 물이 지하로 숨거나 하늘로 올라가 비나 구름으로 변신해서라도 다시 땅에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 전진은 계속한다. 조용한 자연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로의 가락으로 노래 부르며 “햇빛에 반짝이는 자길 위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감미로와라./ 잎새 무성한 유월/ 온 밤 내내 잠자는 숲에 고요한 가락으로 노래하는/ 숨은 시냇물 소리처럼/ 세상은 정말 아름답기만 하누나” 냇물은 귀 밑에서 돌돌 거린다. 아니, 발 아래서 사물 거린다. 그 소근거리는 소리에 입김이 섞여 있는 듯 돌아보게 된다. 척척 휘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헤치고 푸른 바위밑을 돌아 함박꽃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돌돌 굴러 내린다. 아침이라 맑음은 오히려 더해서 푸른 리본을 달고 나팔거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용히 흘러 내린다. 산 꼭대기에서 발원된 시냇물은 강을 향해 달리고 그 생명의 끝은 항상 바다이다. 시인 롱펠로의 경험은 “시냇물과 강물이 서로 만나는 곳에/ 나는 나의 걸음을 옮긴다./ 어쩌면 여리고 가냘픈 것 같은 성숙한 여성과 어린아이 같은 시냇물이여”누구나 자연의 흐름과 이동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작고 소리없는 것이 매력의 대상이 된다. 깊숙한 솔 숲속으로 빛의 맑음을 생명으로 알고 마음이 한결 한가로와 언제나 나무 뿌리를 안고 구비쳐 흐르는 냇물의 본성은 순진무궁의 극치라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3-16

신문은 세계의 거울

새로운 소식이나 여론을 전달하는 정기 간행물을 신문이라 한다. 그래서 신문을 사회의 목탁이라 했고 나폴레옹 1세는 세 개의 적의(敵意)있는 신문은 천 개의 총칼보다도 무섭다고 했다. 펜(Pen)이 칼보다 무섭다는 뜻이겠다. `신문이 세상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날마다 거울을 보듯 신문이 없는 날은 정말 갑갑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다. 토마스 제퍼슨의 논설집에 보면 “신문없는 정부든가, 혹은 정부 없는 신문이든가 그 둘 중 어느 것을 취하겠는가 하고 결단을 촉구당한다면 나는 일순의 지체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의 자유는 어떠한 민주국가에 있어서도 생활의 요소이다. 신문은 세상을 알린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할 것 없이 바르고 빠르게 전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소식, 정직한 소리, 그리고 정다운 신문이 사명이요, 생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이 발행된 지 벌써 55년 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크나큰 사건들을 겪고 있다. 신문이 역할을 소홀함 없이 수행할 때 독자의 믿음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강조한다. 세상을 뒤흔드는 뉴스의 힘은 신문에서 나온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보홍수 시대에 소비자들은 신뢰와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 권력 비판과 시대적 아젠다를 담은 기사와 칼럼의 생산을 갈망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문에 대한 한 독자의 조언은 “신문은 단순한 매개체가 아니고 민족과 고난, 그리고 번영을 같이하는 존재이므로 국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피력했다. 취재의 고난도성과 노력, 보도의 파급효과 등의 수준이 날마다 성장되길 기대한다. 미국의 한 정치가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4년 밖에 안되는데 신문은 영구히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한 것이다. 정치가들은 신문에 민감한 것 같다. 의회에는 세 가지의 계급이 있지만 그 맞은편이 이 세 가지의 계급 보다도 중요한 신문기자석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일반 서민의 교수요, 사상의 무덤인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