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식과 생활에 탕(湯)이란 말이 있다. 보통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는 끓인다는 뜻과 달여 먹는다는 것, 그리고 목욕간이나 온천 등의 목욕하는 곳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탕문화에 사로잡혀 음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랜 세월동안 한식의 종가 역할을 한 것으로 곰탕, 설렁탕, 갈비탕, 삼계탕, 보신탕, 보양탕, 매운탕 모두가 어른 중심의 보신이 되는 전통음식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쇠고기를 진하게 고아서 끓인 곰국에 밥을 만 것이나 밥 따로 나오는 것이 곰탕이고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족(足) 등을 푹 고아서 차린 것을 설렁탕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탕문화가 서양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 민족은 많지 않다. 북유럽 핀란드와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거의 전부다. 이제는 건강유지에 효험이 있고 질병치료에 덕을 본다고 해서 서양에서도 반신욕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있다. 웰빙음식의 종주국인 한국의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자 비빔밥, 신선로, 불고기에 이어 뚝배기 설렁탕이 이미 미국, 유럽에 상륙한지 4~5년이 흘렀다. 주로 추운 지방에 출시된 건강음식으로 지난 겨울 3개월에 80억원 어치가 팔려 나가면서 침체에 빠진 쌀과 면류 시장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몇 달 전 보스톤의 한국식당에서 포장용 설렁탕을 주문한 일이 있었는데 서구 사람들의 취향과 한국적 솜씨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진한 설렁탕 국물에 쌀 함량 90%의 쌀면을 사용해 맛과 건강은 물론 밥 한 그릇을 말아먹는 영양과 든든함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인기의 비결을 찾아냈다. 고유 전통 제조방식을 대량생산에 맞는 방식으로 사업화 한 것이 급선무이다. 거기에는 옛 방식이 최고다. 우골을 가마솥에서 장시간 고은 것이 가장 맛있는 탕의 제조방식이며 거기에는 순수성만이 존재한다. `신토불이`, 우리의 것이 우리 몸에 최고임을 각성하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