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청소년들을 상대해 보면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받았던 세뱃돈도 보관해 둔다고 해놓고 돌려주지 않고 옷을 사주고 외식도 시켜 준다고 하면서 약속을 어기고 실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 상대방과 서로 결정하여 두는 일을 말한다. 중국 고사에 전해 내려오는 얘기 가운데 두 사나이의 약속에 관한 것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 산양지방 금향이라는 곳에 자(字)가 거경이고 이름이 범식이란 청년이 살고 있었다. 일명 범이라고 불리우는 그는 어려서부터 태학에서 공부를 잘하여 제생이 되어 그의 명성이 뛰어났다. 어느날 범식은 친구 장소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훗날을 이야기 했다. 범식이가 장소에게 말했다. “2년 후에 고향에 돌아갈 때에는 자네의 부모님께 인사하고 자네를 만나겠네” 그러고 약속 기일을 정하였다. 그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장소는 어머니께 범식을 위해 그를 맞이할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장소의 어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년간 헤어져 있었고 천리나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 둘의 우정으로 약속을 하였으니 어찌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범식이는 “거경은 신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반듯한 선비로서 반드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거경이의 인품을 믿고 어머니께 정중하게 말씀을 올렸다. 장소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당연히 너의 친구 범식이를 믿으니 음식을 준비하고 잔치를 벌릴 것을 모자는 약속했다. 2년 전 약속한 그날이 되자 거경은 잊지 않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는 당에 올라 장소의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정성껏 보고했으며 그들의 돈독한 우정에 모두가 감동이 되어 잔치는 밤이 늦도록 열렸다고 한다. 비록 2년 전의 약속이라도 친구의 체면이 달린 것으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