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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명은 한계가 있어

이 땅에 존재하는 동·식물에는 생명이 있고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일생일사(一生一死)의 철칙이 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의 목숨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더 없다. 그래서 성서에도 “목숨은 천하하고도 바꾸지 아니하고 세상을 다 준다해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생명은 살아 있는 목숨이다. 생명은 예지 보다도 운수에 매어 있어 청년에게는 난폭이, 노년에게는 성숙이 그 생명을 빼앗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생명만큼 오래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도 없지만 이것만큼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도 없는 것이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보면 “거짓말 하고 생명 건지는 것이 누명을 쓰고 죽는 것보다 나을 뿐만 아니라 크게 보면 이름없는 몇몇 격노한 백성에게 희생으로 드리고 많은 선한 인물들을 구하는 것이 상책”이라 했다. “인생은 사랑이요, 그 생명은 정신”이라고 시인 괴테가 말했다. 사랑하는 것은 두 가지의 기쁨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검은 대륙의 성자로 불리우는 슈바이처 박사는 “나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라도 의미없이는 따지 않는다. 한 포기의 들꽃도 꺾지 않는다. 벌레도 밟지 않도록 조심한다.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벌레가 날개가 타서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을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고 했다. 요즘 세계 각국의 통계에 의하면 스스로 자기 목숨을 함부로 던지는 자살자가 그 수가 많고 또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일수록 자살자가 적은 반면 OECD국가로 불리우는 나라에서 그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슈바이처는 그의 저서`나의 생애의 사상`에서 “인간은 생에 대한 의지 자기분열의 법칙에 얽매여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고 자기 생명을 유지시키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했다. 생에 대한 외경에 빠지면 그 존엄성을 더욱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5-10

이기려면 포용하라

아시아인 최초로 한국사람 김용 박사는 미국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되었다. 그는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은 충분히 갖고 있는데 부모들이 한사코 그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자신은 지역사회나 후진국을 위한 봉사활동에 뜻이 있어도 부모들이 자식의 공부와 출세에 지장이 있을까봐 반대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끼리끼리 어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인종 차별 등 보이지 아니하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탄할 일만 아니다. 미국의 백인, 흑인, 히스패닉(스페인어계 미국 주민) 가릴것 없이 두루두루 어울리고 세계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그 재능에 맞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동안 서적가에서 인기를 끈 책 가운데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라는 베스트셀러의 선두에 선 일이 있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살아나고 싶다면 포용만이 살 길이다`라고 했다. 포용은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나와 다른 의견과 문화, 방식을 참고 견뎌내며 받아들이는 것이라 했다. 또한 포용력은 개인의 품성이 아닌 행동하고 실천하는 가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곤충과 포유류가 살아남는 것은 포용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거대 초식 공룡은 식물한테 물려주는 것 없이 먹어 치우기만 했고 숲은 황폐화 됐다. 반면 곤충을 꽃가루를 묻혀 보냄으로 식물의 가루받이를 통한 번식을 도왔다. 포유류도 배속에 각종 식물의 씨앗을 감추었다 이리저리 퍼뜨렸다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어서 함께 번성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포용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를 좀더 넓게 정의하는 `자아확장`의 이념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 경청과 관찰, 여유와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한 자만이 능할 수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9

약을 남용한 탓으로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영양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으로 산다고 한다. 노인이라는 나이에 들면 매일같이 많은 약을 복용한다. 제일 많이 먹는 것으로 소화제, 두통약, 고혈압, 관절염, 그리고 당뇨약이라 한다. 전문의에 의하면 약은 어느 것이나 새로운 병을 가져 올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병 때문이 아니라 약 탓으로 죽는다. 약은 병자를, 수학은 슬픈 인간을, 신·철학은 죄많은 인간을 낳는다고 한다. 약의 최악의 결점은 하나를 먹으면 또 다른 약이 필요하게 되는 점이다. 모든 약의 효능은 인체라고 불리우는 기관과 분비액과 호르몬의 가장 복잡한 조직에 작용함으로써 활력을 강화하고 그것에 의하여 신체를 저절로 낫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약 없이는 못 살것 같다. 날이 갈수록 병원의 수도 늘어나고 옛날에는 병명조차도 모르던 질환까지 연구 개발되어 이제는 온통 병균의 침공, 포위, 작전 속에서 인간의 실날 같은 남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으로는 병의 종류가 많은 것은 음식 탓이나 생활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많고 또 어떤 이는 약의 남용으로 인한 병의 유발 원인이 된다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약을 먹는다. 필자도 냉장고 속에서 오래 전에 먹던 약을 찾았으나 무슨 약인지 몰라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가정에서 수거한 폐의약품이 348t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사람들이 먹지 않고 집에 쌓아둔 약을 약국이나 보건소가 수거한 물량이 이같이 집계됐다”고 한다. 해마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거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의약품은 새로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먹고 남은 약을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린다. 주택가 눈에 잘 띄는 좋은 장소에 폐의약품 배출 장소로 삘리 선정하는 것이 오염 방지의 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값으로 따지면 엄청난 액수인데 너무 남용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8

구정물을 마셨다가

요즘 TV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부정부패의 선봉에 서는 사람들이 자주 방송된다. 그중에는 정치인, 법조인, 경찰관, 기업인, 금융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치인의 고백은 `악마의 덫`에 걸려 패가망신한 것을 토로했다. 바르지 못한 행동인 줄 알면서 얽히고 설킨 인맥에 벗어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평생에 쌓은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고사(故事)에 의하면 하루는 공자가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저물어 사방이 어두웠다. 공자는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다음 마을로 계속 걸어갔다. 그 이유는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된 자로서 그러한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유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 얼마후 도천(盜泉)이라는 샘물을 지났을 때도 몹시 갈증이 났지만 그 샘물에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이유는 `도천`이란 `도둑의 샘물`이란 뜻을 가졌으므로 그 샘물을 마시는 것조차 도덕군자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육기라는 시인은 다음과 같은 구절의 시를 남겼다. 날이 저물어 더이상 갈 시간이 없었지만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마음에 걸려 그 곳을 피했고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기를 꺼렸고 더워도 악목(惡木)의 그늘에서 쉬지 않는다. 더위를 피하기에는 그늘만치 좋은 곳이 더 이상 없지만 나무의 이름이 악목이라 험한 이름으로 인해 그늘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기라는 선비도 역시 고결한 학문의 길을 걷고 있었으므로 도천이나 악목과 같은 나쁜 이름을 가진 곳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이 말라도 도둑의 샘물은 마시지 않았고 제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지라도 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아무리 갈증이 나도 냄새나는 구정물을 마시면 배탈이 나고 병원에 가야 한다. 돈의 냄새도 잘 맡아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7

한 때의 꿈 - 남가일몽

고사성어에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꿈과 같이 한 때의 헛된 부귀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 풀이로서는 남쪽 가지에서의 한바탕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다. 때로는 꿈속에서 호사스런 생활을 하거나 권력을 잡고 휘두른 이야기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많은 꿈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밤이나 낮에도 잠들면 꿈을 꾼다.그러나 그 꿈들이 꼭 이뤄질 그런 꿈이 아니라 허황한 것들이 많아서 좋은 꿈이라도 잠이 깨면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꿈은 언제나 꿈으로 끝내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청운의 꿈같이 원대한 희망을 가지고 힘쓰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발명가나 과학의 꿈을 가지고 연구하고 실험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 방면에 기어이 1인자가 된 입지적인 꿈을 달성하는 사람도 많다. 남가일몽은 당나라 덕종 때의 일이다. 광릉에 사는 순우분의 집 남쪽으로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하루는 순우분이 느티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보랏빛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저희는 피안국 임금의 명을 받고 당신을 모시러 왔다”고 했다. 꿈에 나타난 자를 따라가니 대피안국이라 쓴 현판은 황금빛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육중한 성문이 열리자 임금은 그를 반가이 맞이했으며 며칠 후에는 딸을 줘 사위로 삼았다. 순우분은 순식간에 명예와 권세를 누리는 신분이 됐다. 그의 명성이 전국에 퍼지게 됐고 옛 고향 친구들도 높은 지위를 갖고 만나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꿈속에서만 존재할 뿐 잠을 깨고 나니 모두가 달아나고 없어지는 꿈속의 일일 뿐이었다. 단맛도 달아나고 남는 것은 그저 허탈한 마음,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 인간은 그런 꿈속에서 살아간다. 헛된 것인지 알면서 속는다./손경호(수필가)

2012-05-04

쪽지의 큰 울림

이미 기사에 실린 글이다. 충북 청주시 어느 아파트의 엘리베이트 안에 삐뚤삐뚤한 글씨와 크레용으로 그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새로 이사온 일곱살 먹은 아이는 온 정성을 다해 이웃 어른들에게 “저 12층에 이사 왔어요”하고 인사를 하면서 이웃 어른들에게 자기 가족을 소개했다. 비록 철자법은 틀린 곳이 있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까지 담았다. 어린 아이의 마음은 이웃을 움직였다. 406호 아줌마와 605호 아저씨도 손으로 답장 메모를 써 빼곡히 붙이기 시작했다. “준희야, 이사와 반가워”“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통로에 큰 선물을 주셨구나….”이런 따듯한 모습을 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물가 불안에다 빈부격차, 정치 대립으로 언제나 뿔난 얼굴인 어른들보다 일곱살 준희가 백번 낫다고 한다. 영국의 시인 윌리암 워드워즈가 그의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준희의 쪽지에서 그 뜻을 완전히 알 것 같다. 돌아보면 우리의 살림은 고도성장으로 발전되었지만 우리의 삶은 삭막해 지고 있다. 단칸방에서 현대식 아파트로 옮기면서 이웃 사촌이란 말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준희의 쪽지는 그래서 더 정겹고 각별한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회에서 삭막한 아파트를 벗어나려는 흐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은 전국 주택의 절반이 아파트이다. 더 이상 벗어날 곳도 없을 만큼 국토는 좁다. 이제는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아파트, 따뜻한 이웃사촌을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일곱살난 준희의 쪽지에서 그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살맛나는 세상을 누가 거저 가져다 주겠는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첫 단추는 오랜 전통으로 여기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살리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일곱 살 아이가 가르쳐 준 대로 오늘부터 아파트 이웃 주민과 반갑게 인사하면 어떨까. 아이의 작은 쪽지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3

남을 배려하는 마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를, 그리고 불교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법전 종정이 2012년 신년 법어(法語)를 각각 발표한 것이 뉴스에 실렸다. 정 추기경은 “예수님의 성탄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신다”며 “특별히 버림받은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희망과 기쁨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온 인류가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올바른 삶의 자세”라며 “공동체가 하나가 되기 위해 다른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진정으로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살맛을 느끼게 한다. 법전 종정께서는 이날 발표한 법어에서 “여러분의 눈앞에 좋은 날을 만드는 묘용(妙用)이 있으니 버린 자는 얻고 취하는 사람은 잃는다”며 마음속 본래의 자리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치우치면 일승(중생이 성불할 수 잇는 유일한 길)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융통하면 걸림없는 자재(自在-속박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오묘하고 심오한 말씀이라 선뜻 듣기는 어렵지만 여러번 삭히면 그 말씀의 진리를 알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인간은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다, 물론 갈 때도 빈손으로 간다. 그러므로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필요없다. 길어야 100년 사는 인생, 시기, 질투, 고발, 모함, 그리고 사고와 질병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지리멸렬한 상태로 이전투구하는 몰골이 가증스럽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무엇을 어떻게 하다 가느냐도 정한 것 없이 정신없이 허기지게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요, 생각하면 모든 것이 허무요 공(空)인 것이다. 가지면 더 가지고 싶고 권좌에 앉으면 더 높은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인데 늙고 병들면 모두가 부질없다고 하지 않은가. /손경호(수필가)

2012-05-02

약속은 지키는 것

어린 청소년들을 상대해 보면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받았던 세뱃돈도 보관해 둔다고 해놓고 돌려주지 않고 옷을 사주고 외식도 시켜 준다고 하면서 약속을 어기고 실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 상대방과 서로 결정하여 두는 일을 말한다. 중국 고사에 전해 내려오는 얘기 가운데 두 사나이의 약속에 관한 것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 산양지방 금향이라는 곳에 자(字)가 거경이고 이름이 범식이란 청년이 살고 있었다. 일명 범이라고 불리우는 그는 어려서부터 태학에서 공부를 잘하여 제생이 되어 그의 명성이 뛰어났다. 어느날 범식은 친구 장소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훗날을 이야기 했다. 범식이가 장소에게 말했다. “2년 후에 고향에 돌아갈 때에는 자네의 부모님께 인사하고 자네를 만나겠네” 그러고 약속 기일을 정하였다. 그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장소는 어머니께 범식을 위해 그를 맞이할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장소의 어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년간 헤어져 있었고 천리나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 둘의 우정으로 약속을 하였으니 어찌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범식이는 “거경은 신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반듯한 선비로서 반드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거경이의 인품을 믿고 어머니께 정중하게 말씀을 올렸다. 장소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당연히 너의 친구 범식이를 믿으니 음식을 준비하고 잔치를 벌릴 것을 모자는 약속했다. 2년 전 약속한 그날이 되자 거경은 잊지 않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는 당에 올라 장소의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정성껏 보고했으며 그들의 돈독한 우정에 모두가 감동이 되어 잔치는 밤이 늦도록 열렸다고 한다. 비록 2년 전의 약속이라도 친구의 체면이 달린 것으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1

위기를 지배하려면

요즘 기업인들이 많이 찾는 서적 가운데 대다수가 리더(leader)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분야라고 한다. 그중에 눈에 띄는 책이 `위기를 지배하라`는 제목의 책이다. 명령 계통의 사회에서는 리더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리더가 될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으며 거기에 대처할 지식과 상식을 쌓고 남의 경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듣고 메모한다. 많은 직장인들의 꿈은 한결같이 사장이 되고 총수가 되고 싶어한다. “아! 언제 사장이 되나”그러나 실제 사장이 되면 좋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책의 내용으로 보면 내가 대리나 과장이었을때 `사장이 되면 내 면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늘 확실한 정보 아래 자신있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대표가 되고 보니 공포나 두려움은 똑같았다고 한다.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리더들에게 꼭 한 마디 남기고 싶은 말씀이 바로 위기를 지배하라고 종용한다. 그 책의 저자는 현재 한국이 북한문제와 내부정치, 세계 경제라는 삼각파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내부적 위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금년에 한국은 총선과 대선을 통해 리더십의 교체기에 놓여 있다. 먼저 리더 스스로 위기를 맞아 차오르는 두려움과 맞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한다. 자신감과 투지를 조직과 공유해야 조직 전체가 위기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낙관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피해도 안되고 비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정예의 핵심인력을 꾸려 결정사항을 신속하게 행동에 옮기라 했다. 거기에는 철저히 검증된 인재를 모으라는 것이다. 평화의 상황과 위기의 상황이 있다. 평화로울 때는 안정된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확장해야 하지만 위기에서는 격변하는 환경에서 생존력을 높이라고 조언한다. 변화의 모습에 적응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30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우리에게 면학시로 잘 알려진 주자는 중국 송대의 문학가이다. 소년시절에 때에 맞춰 열심히 학문에 연마하라. 시간이 그렇게도 많은 것도 아니지 모든 것을 때를 잘 맞추라고 권면한 시가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듯 하다. 캐캐묵고 낡은 사상인 것 같지만 주자의 심회훈(十悔訓)이라는 것이 있다.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무슨 말인가 하고 이야기 할 줄 모르지만 그 뜻을 깊이 새기면 우리에게 큰 생활의 지침서가 되고 교훈이 되는 말씀들이다. 우리의 생활에는 항상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뉘우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음을 강조한 좋은 격언들이 많다. 1. 부모에게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돌아가신 뒤에는 후회해도 이미 늦은 것이라 했다. 2.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가까이 있을 때 정말로 가진 것 있을 때 잘하지 못하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3. 젊어서 노력해서 부지런히 익히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는 것이다. 젊음은 길지 않고 배우기는 어려우니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 4. 편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을 생각치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편할 때 위험에 대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5. 재산 많을 때 아끼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 쓰기는 쉽고 모우기는 어려우니 근검 절약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했다. 6.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가을에 수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 7. 도둑 맞고 사립 고친다는 것. 모든 일은 사전에 대비 없이는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8. 색(色)을 삼가하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는 것, 지나친 방탕은 곧 자멸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9. 술에 취해 실수한 일은 술깬 뒤에 뉘우친다. 술과 말을 항상 조심하라는 것이다. 10. 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그가 떠난 뒤에 뉘우친다.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7

받기만 했던 사람들

최신 유행의 `셔플댄스`를 추면서 아이들이 부른 아일랜드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의 가사에는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높은 산에 오를 수 있고 폭풍이 이는 바다도 건널 수 있어요”였다. 함께 장단을 맞추며 듣던 관중들도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 2월 하순 서울의 어느 보육시설 소속 아이들과 그들을 2년간 지원해 온 한 단체가`행복드림봉사단`을 조직해 노인요양센터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요양원에서 아이들과 봉사단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청소를 하고 노인들을 부축해 산책도 한 것이다. 가정 형편 탓에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받는 일에 더 익숙했지만 이날 만큼은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방 청소를 맡은 한 아이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찼다. 손을 많이 타는 침대 손잡이나 창틀을 열심히 닦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움만 받아온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남을 돕는다는 일에 즐거움을 가져야 겠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2010년부터 동생 두 명과 함께 이 보육시설에 있는 한 학생은 지난해 요양원, 그리고 다른 보육시설 등에서 114시간이나 봉사활동 하여 `봉사왕`으로 뽑힌 사실도 있었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곳도 있지만 참고 기다리는 인내는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격언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한 결과라 한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 학생은 “나보다는 활달한 성격으로 오늘 부를 노래를 열심히 준비한 동생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가 부를 노래를 통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래를 듣고 그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 보육원 아이들의 소망이었다. 정말 가난한 형편은 수치가 아니다. 희망과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받기만 했던 아이들-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 대견하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6

맛있게 먹어야 보약

보통 밥이라 하면 쌀, 보리, 좁쌀 따위를 씻어서 솥에 안친 후 물을 부어 낱알이 풀어지지 않게 삶아 익힌 음식을 말한다. 한국사람들은 평생동안 하루 세끼씩 주로 먹는다. 물론 밥 이외에 국수나 그 밖에 다른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밥이 우리 생활의 위주이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지만 밥도 맛있게 먹어야 보약이 된다고 한다. 밥을 맛있게 먹는 첫 번째 조건은 쌀이다.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밥을 해도 맛있다. 두 번째는 불 조절이니 그것 또한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잘 짓는데 밥알이 부드럽고 기름 지며 윤기가 흐른다고 했다. 좋은 밥을 짓는 핵심 조건으로 재료와 기술을 꼽았다. 다음은 계절에 맞고 장소에 어울리는 반찬이 중요하다. 그리고 때에 따라 나오는 반찬이 잘 맞아야 한다. 그 다음 좋고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야채이다. 씹으면 상큼한 맛이 풍기는 것으로 계절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밥상 오른쪽에는 국을 놓고 왼쪽에는 밥을 놓는다. 그럴만치 밥상에는 국이 반드시 낀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밥을 언제 먹느냐는 것이다. 음식은 때를 맞춰 먹어야 한다. 산해진미가 차려진 진수성찬이라도 배부를 때 내놓은 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밥상에 국 한 사발 놓였어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미요, 보약이 된다. 그 다음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그릇에 따라 그 품위가 달라지고 음식의 효과도 달라진다. 그릇에 사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과 그릇이 조화를 이루면 음식이 더욱 맛깔스럽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음식맛도 달라진다. 음식을 먹는 가장 의미있는 것은 동반자이다. 누구하고 어떤 관계의 사람하고 밥을 먹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4-25

토종과일의 인기

가야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다 경북 성주에 들린 적이 있다. 들판에 비닐하우스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참외하우스 단지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과일로 전국 생산의 60% 이상을 재배한다는 농가를 방문했다. 영농가의 말로는 “참외는 우리 민족의 과일”이라고 열을 올리며 설명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토종 과일이기 때문이라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에도 없으며 오로지 한국이 그 원산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여름 과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사시장철 참외를 맛볼 수 있어 그 인기도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 참외가 수출돼 오히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과일로 변한 것이다. 참외가 민족 과일이라는 것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짓이 아닌 참`외`인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것으로 `오이`의 준말이라고 나오나 오이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모양은 물론이요, 품위와 당도가 달라 값의 차이도 엄청나다. 참외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한자로 오이과(科)를 쓰는 과일이나 채소가 몇가지 있다. 참외로 그중에 하나인데 진짜라는 뜻에서 진과(眞科)라고도 한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오이라고 하는 채소는 토종의 진짜 오이가 아니라 서역 오랑캐 땅에서 전해졌다는 뜻에서 호(胡)과다. 호박은 남과(南)과이고 원산지가 남미이다. 그래서 남쪽이란 뜻이고 사과를 서(西)과라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참외는 우리에게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빈부귀천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릿고개를 맞은 농민들은 가을에 벼를 수확할 때까지 식량이 부족하면 밥대신 먹는 양식이기도 했다. 노랗고 고운 빛깔이 일본인에게 매료되고 있는 과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3

기준이 무너지면

옛날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국민학교 때와는 달리 전공 선생님이 모두가 다르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 맞이하는 선생님의 성품을 몰라 긴장된 사람들이 많았다. 전공 선생님 중 가장 학생들이 두려워 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은 체육교사이다. 생긴 모습도 우람하고 목소리도 차랑차랑해서 겁부터 먼저났다. 처음의 수업시간에 훈련시키는 것이 도열이다. 넓은 운동장에 60여명을 모아 놓고 키 큰 선두가 기준이 되어 좌우의 열을 맞추는 훈련이 긴장된 시간이었다. 기준이 옮겨감에 따라 그 이하의 줄도 기준에 맞춰 신속하고 반듯하게 정돈하는 수업인데 한 눈 팔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겨 전체가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위기가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막강한 제국들도 나라 안의 문제로 무너지는 사례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내부의 기강이 해이되고 기준을 잃으면 나라는 망하게 되고 정권은 무너지고 만다. 나라나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데모대에는 물대포가 난무하고 국회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것은 뭔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고급관리들이 부정부패에 휘말려 뉴스시간이면 매일같이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고 누구는 몇 년 형을 받고 받은 액수가 수 억원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거라고 한 쪽에서 발뺌만 하고 있다. 경제는 위축되고 정치는 혼란스러워 국민들만 불안한 가운데 양극화만 점점 벌어지고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로 일관하고 있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가치판단에 갈등이 적다. 내가 하면 잘 한 것이고 남이 하면 국익이 생기는 일이라도 흠집을 내고 결사 반대하는 풍조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이 뻔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0

다시 3불(不) 정책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간섭과 제한을 받고 성장해 간다. `하라`는 것 보다는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떠들지 마라, 울지 마라, 동생 때리지 마라 등 통제가 너무 심했다. 기독교 교리인 십계명에도 아홉가지는 하지마라 이고 `하라`고 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집에서도 전부가 하지마라 인데 오로지 하라고 하는 것은 공부 뿐이다. 한 때 3불(三不)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의 세 가지를 금지하는 교육정책이다. 본고사는 대학이 정부가 허용하는 논술이나 면접 외에 자체적으로 주요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학력격차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에 기부금을 내거나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의 후손에게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다. 본고사는 고액과외를 부추기고 고교 등급제는 학교를 서열화 하며 기여입학제는 부유층에 특혜를 줘서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란 이유로 강제로 금지한 것이 3불이다. 정책을 수립한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오랜 세월을 끌고 왔다. `3불`을 둘러싼 논쟁은 다분히 이념적인 것이었다. 여야가 대립된 처지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오랜 시간 논쟁만 해왔지 어느쪽 우세한 곳이 없다. 지지하는 쪽과 폐지하는 쪽은 기회균등과 평등을 앞세우고 반대쪽은 자율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지향점 자체가 달라서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격론이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 생긴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졌다. 교과부는 앞으로도 수능을 계속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고교 내신 평가방식이 지금까지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교육정책이 한 해도 몇 번씩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믿을만한 정책으로 교육의 지표를 기대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9

복지의 효율화

정책에 대해서 언제나 찬·반이 생기는데 어찌 된 것인지 복지에 관한 한 보수·진보가 별로 다르지 않다. 복지확대에는 의견이 같다. 필자도 복지정책에 대한 강의를 많이 듣고 가르친 적도 있다. 하나같이 복지는 돈(예산)이다. 세입·세출은 유동적이다. 세입은 그대로인데 복지 지출만 늘리면 다른 예산은 줄여야 한다. 부산의 한 지자체는 기초노령연금을 못 줄 정도라 한다. 내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도 검토 중이라 한다. 수입을 같이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복지지출만 늘리면서 벌어진 사달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 없게 되었다. 무분별한 처사라고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일로 공감하고 있다. 어느 복지 전문가의 견해도 “사회 복지만 복지가 아니라 터널사업 같은 교통사업도 보편적 복지”라 했고 “복지예산을 무조건 많이 주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복지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건 규모가 아니라 그 효과이다. 최소의 지출로 최대 만족을 얻는 복지 지출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출이 불어난다고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복지 예산은 연평균 9%씩 늘어나지만 복지 확대를 체감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비효율적인 복지 시스템 탓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전달체계가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원스톱 복지 서비스는 커녕 엉뚱한 사람이 그것도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이 `공돈`을 받아가는 유령 연금 등이 생각보다 그 수가 상당하고 금액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건 그야말로 큰 낭비인 것이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는 게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적은 돈을 쓰면서도 더 큰 효과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복지 대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류하여 복지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증세 주장보다 복지 효율화를 먼저 생각하자. /손경호(수필가)

2012-04-18

게임문화

오늘날 우리사회에 게임중독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장래를 망치는 경우가 곳곳에 생겨 커다란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고질적인 것으로 게임하면 어린 학생인 주로인 청소년이 먼저 떠오르지만 기성세대인 어른에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이 파산되고 재산을 잃고 죄값을 치루는 어른들도 많다. 게임은 취미에서 시작되어 취미로 끝나야 하는 것인데 거기엔 반드시 중독성이 깊숙히 잠재돼 사회와 가정이 병들고 있다. 노름이라고 하는 도박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노름`이라고 하는 말은 재물을 걸고 주사위, 골패, 마작, 화투, 트럼프 따위를 사용해 서로 따먹기 내기를 하는 짓을 말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름은 놀음(놀이)에서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여가를 선용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건전한 놀이가 변한 것이라 한다. 청소년에게 있어서 게임문화는 이제 청소년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여유시간이 부족한 한국 청소년에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는 좋은 오락거리다. 그러나 새로운 현상에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PC방에 갈 용돈이 부족한 일부 학생은 친구의 돈을 빼앗는다. 게임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게임의 논리에 따라 레벨 업(Level up)이 필요하기에 공부를 등한시 한 채 게임에 매달리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폭력적인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실제 현실의 폭력에 무감각 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폭력을 모방하는 사회학습이 발생해 폭력적 행동을 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되거나 중독된 청년으로 인해 각 가정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 이러한 문제의 사전예방책으로 청소년들이 게임 대신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여가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갈 곳을 놔두고 그 곳으로 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학교와 가정에서 내몰린 폭력 청소년을 따뜻하게 수용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중독은 안된다./손경호(수필가)

2012-04-17

궤변으로 항변해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는 것처럼 꾸며 내는 일을 궤변이라 한다. 최근에 발간된 책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번역서가 화제다. 인지심리학에 입각해 인간 정신력의 한계와 인간의 무지를 경고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은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간은 흔히 자기가 보려고 하는 사물에 주의를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주의력 착각`에 빠져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교훈은 인간 주의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주지주의적 오만함을 일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을 조금 달리 해석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남남갈등`에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남갈등이란 한국 사회에서 여러 쟁점에 대해 여론이 나뉘며 분열하는 이념적 갈등의 제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일상화돼 있다. 한 가지 예가 천안함 피폭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는 갖은 소문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현정부와 미국의 합작에 의한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그후 4개국 국제전문가가 포함된 민군합동조사단이 최종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천안함에 대한 뒷소문이 정가와 사회단체에 떠돌고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친북이나 종북단체의 궤변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으며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념 지향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우리의 안보를 되돌아 보고 슬픔을 당했던 유족을 위로하고 함께 사는 진정한 동족의식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궤변은 억지요, 인정하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으며 믿는 사람도 없다. 억지는 무리요 무식이며 현명치 못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6

인생은 무상이다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를 거두고 놓는데 또한 걸림이 있겠는가.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 지구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점점 혼탁해져 가고 있다며 정신 수행을 통해 모든 이들이 대자유와 밝은 지혜를 얻기 바란다는 유명한 법어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스님은 모든 수행자들의 스승으로 선출되게 되었다. 그 분이 평소에 자주 쓰는 법어로 마음을 낼 것 같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현전하고 마음을 내지 않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숱한 꽃들이 피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자고새 우는 곳에 온통 꽃들의 향기가 가득하네. 두 칸 토굴에 다리를 펴고 누웠으니 바다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몸은 뜬 구름같고 마음은 청풍이라. 세계평화는 만세토록 영원할지라고 했다. 1953년 경남 남해 출신의 스무 살 청년은 친척과 함께 가까운 암자를 찾았다고 한다. 종정을 지낸 석우 스님이 거처하던 해관암이라 한다. 스님은 이 청년의 자질이 뛰어난 것을 보고 “한 번 `중놀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청년이 다시 “중놀이를 하면 어떠한 좋은 점들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스님의 대답은 “범부가 위대한 부처가 되는 법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화의 인연으로 출가한 청년은 50여년 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에 추대됐다. 모든 종교의 경우처럼 인생은 무상이요, 허무한 것이며 빈 것(空)이라 했다. 풀잎에 맺힌 이슬같고 지나가는 바람같고 흐르는 물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무상과 허무와 빈 것에서 진리의 구도를 찾고 삶의 참 뜻을 찾는 구령자가 바로 종교의 선지식이라 할 수 있다. 종교와 신앙이 없다면 인간은 방황하고 살 길을 잃어 제 명(命)을 다하지 못하고 나그네처럼 떠돌다 암흑으로 사라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진리에 고개 숙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3

인간은 가능성의 보따리

사람을 가리켜서 인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목숨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동물로 태어나지 않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돼지가 되어 즐거워 하는 것보다 사람이 되어 슬퍼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그런 까닭으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인간의 올바른 면모를 갖기가 정말 어렵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탈무드`에 보면 “이 세상에는 그릇된 생활을 하고 있는 세 가지 인간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금새 화를 내는 인간형이 있고 간단히 사람을 용서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너무나도 완고한 인간형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불안정을 소유한 개체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육을 통한 지식과 지혜를 얻고 경험을 통한 인간자세를 연마하면서 죽을 때 배우고 체험한다. 파스칼의`팡세`에 보면 “인간에는 두 종류 밖에 없다.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의인(義人)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죄인이다” 인간은 정말 나약한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짐승들처럼 혼자서는 먹이도 구할 수 없는 약체로 사회라는 테두리가 없으면 해체되고 마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하고 교육을 받고 어울려 생활하는 것도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言語)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그 중심부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두뇌와 심장과 복부, 두뇌는 생각하고 심장은 사랑을, 그리고 복부는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의 효과가 모든 가능성을 실천케 하는 능력이 이미 부과되어 있다. 바다에 있는 게(crab)에게는 앞으로 걷기를 아무리 훈련시키고 연습시켜도 여전히 옆으로 걷기 마련이다. 인간은 가능성의 보따리다. 그의 인생이 끝나기 전에 그에게서 인생의 무엇을 꺼내느냐가 바로 가치인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