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안케도 알지요?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3-01-14 00:14 게재일 2013-01-14 23면
스크랩버튼
▲ 이경우 편집국장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1일 중소기업청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권 인수 수순을 밟아가자 이 지역 민심이 바닥부터 서서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 도대체 80-80(투표율 80%와 득표율 80%)의 대가가 뭐냐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의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인수위에 지역 인사들의 참여가 예상외로 저조하자 나온 여론이다. 물론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은 물론 당선 후에도 인선 기준으로 `대탕평`과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 조각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러나 대선에서 보여준 지역의 역할을 생각하면 예상을 너무나 벗어나는 초라한 성적표라는 불만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998년 15대 총선 당시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지난해 4월 19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했다. 그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선거에서 초능력을 발휘한 박 당선인은 선거때면 정작 당신의 지역구보다는 늘 다른 후보 지원유세에 열중했다. 선거 뒤면 지역민들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박 당선인을 선택했는지 박 당선인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당선인이 지역민들에게 심적 부채의식은 갖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국회의원시절 지역구였던 달성군에 선거 때나 신년교례회 등 행사가 있을 때 찾긴 했지만 공식 일정을 마치면 곧장 숙소에서 칩거 상태에 들었다는 것이 지역 기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기자들과 식사를 한다거나 별다른 소통이 없었다고 한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무관심한 사촌`이었다. 지역의 한 서울주재 정치부 기자는 국회의원 박근혜를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은 물론, 전화 통화조차도 어려웠다고 실토한다.

박 당선인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에 무관심했다는 지역민들의 반응과는 달리 지역구의 현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챙겼다는 것이 당 쪽의 해명이다. 역사를 가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 일각의 “다른 후보를 선택했더라면 달성군 발전을 10년은 앞당겼을 것”이란 비난을 해명하면서다. 지금 달성군은 대구의 과학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풍면에 1조9천억원이 투입된 대구테크노폴리스가 올 6월 완공되고 구지면에는 1조7천억원이 투입되는 대구국가산업단지가 조성중이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 당시 큰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긴 하지만 달성군에 엄청난 예산이 퍼부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포항지역이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들을 많이 펴고 있는 데는 현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의 공이 절대적이란 사실은 다 아는 비밀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에서조차 “형님 덕분에 포항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중앙에서 포항의 현안을 설명하고 예산을 챙기려 했다가도 야당의 `형님예산`이라는 한 마디에 모든 공작들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차라리 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떳떳이 포항 몫을 챙겼을 것이라는 욕심에서일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지역 언론사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지역 표심을 “안케도 알제”라고 표현했다. “말 안해도 속으로 모두 공감하는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가 표로 연결된 것이 이번 대선의 결과였다. 그 표심을 배반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시절, 비록 당신의 지역구는 팽개쳐놓고 남의 선거 지원유세를 벌였더라도 예산에서는 지역구를 챙겼다고 지역민들은 믿고 싶어한다.

비록 인수위와 정부 조각 등에서 지역 인사를 배제하더라도 박 당선인이 지역 현안만은 챙겨 줄 것이라 지역민들은 기대한다. 그것이 지역민들에게는 특정인을 청와대나 정부 고위층으로 뽑아올려 출세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역민들은 당선인이 “안케도 알제”를 배신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것이 무관심한 사촌에서 옆집으로 이사온 사촌이 되는 길이고 심적 부채를 청산하는 방법이다.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