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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를 꿈꾸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1-02 00:16 게재일 2013-0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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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귀밑머리 쓸어 넘기고 옷깃 여민 채 해를 맞는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우주의 붉은 기운이 서린다. 이른 빛은 언제나 아침노을로 먼저 오신다. 가까운 바다 냄새와 먼 산을 배경으로 마침내 태양이 그 위용을 드러냈을 땐 눈물이 핑 돈다. 어느 새해 아침을 이토록 경건하게 맞이한 적 있었던가.

비의를 품은 듯, 신비함을 실은 듯 새 아침의 아우라는 제 존재를 충분히 발산했고, 모든 물상들은 평화로운 풍경이 되어 그 빛을 수렴하고 있었다. 해가 솟자마자 교교했던 아침은 신기하리만치 빠르게 그 빛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언제 솟는 해를 기다렸냐는 듯 환하고 밝은 기운이 금세 세상을 점령하고 만다.

내 온몸의 기를 풀어 둥근 해에 의탁한다. 저 새 빛, 가슴을 데우는 메아리 같은 말씀으로 화하기를 기도한다. 새해에는 느낌표 같은 날들이 많아지기를.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날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절망하는 가운데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얻고 싶고, 희망하는 가운데도 그 살아있음이 배가되는 날을 꿈꾼다. 눈 뜨고 있다고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눈 감고 있다고 못 보는 것도 아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오감을 열어보겠다. 기왕이면 가슴에다 감수성의 손길을 오래 머물게 하겠다. 그리하여 대상마다 고귀한 느낌표 하나씩을 달아주겠다. 내 무딘 감각의 어혈이 풀려 이제껏 보아온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느낌표를 얻기 위해 한 호흡마다 말줄임표 하나씩도 분양 받으련다. 누웠던 감흥들이 느낌표로 살아나려면 진중한 사색의 낯빛도 필요하겠다. 숨어 희생하는 말줄임표를 빌려 꿈틀거리는 많은 느낌표를 건져 올리겠다. 따옴표나 의문부호는 잠시 미뤄두겠다. 숱한 말들의 희롱이거나 잔치일 따옴표 대신, 느낌표의 극대화에 이바지할 말줄임표 하나만 벽에 붙여두겠다. 쌈박한 느낌표를 갈망하는 새해 아침 설레기만 한다. 아직은 꿈꿔도 좋을 새해인데다 일출을 본 덕인가.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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