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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기주의의 보육정책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통계에 의하면 서울의 어린이집은 6천227곳, 이 중에서 국·공립은 670곳이라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한 대기자가 1천명이 넘는 국·공립시설은 102곳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곳은 대기자가 4천103명-현재 다니는 아동의 26배다. 지금 태어난 아이를 신청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살까지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이미 책정된 3~4세 아이의 보육이 13만명이 불어났다. 공짜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그만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지가 걱정거리였다. `5세까지 국가 책임 보육`에 국회나 정부는 선심성 정책인 줄 알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반대할 정당이나 국회의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교육정책 관계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정부의 결단에 `개념 없는 복지 확대`라 지적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육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지 의아심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복지정책은 제일이 돈(예산)이다. 애초에 실시하려던`양육수당 확대`에서 `3~4세 무상보육`으로 하고 필요시에 `0~2세 무상보육`을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갔어야 맞는 일이다. 그럴 경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가고 부작용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도나도 혜택을 보겠다고 몰리는 현상은 막을 길이 없다. 최근 전업 주부가 늘고 있으며 거기에 따른 정부정책도 세워야 한다. 물론 멀리 내다보면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준다는 이상적 목적은 환영할 일이지만 좀 더 심사숙고 끝에 이뤄진 정책이라야 신빙성이 있는 것이지 너무 졸속성 정책이라 예산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이 복지 투자가 적은 것도 사실이고 더 늘려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반드시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인기 영합주의로 흐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0~2세 무상보육정책이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1

천사의 목소리는 울리는데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도 벌써 1년이 더 지났다. 그 당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방재청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24세의 엔도 미키는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식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있었지만 결국 15m가 넘는 쓰나미에 휩쓸려 숨지고 말았다. “빨리, 빨리 높은 곳으로 대피하세요. 지금 큰 쓰나미가 우리 쪽으로 밀려오고 있습니다.”이 방송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허겁지겁 높은 언덕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강한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그 천사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다. 따뜻한 남쪽 해안의 봄 속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은빛 파도를 타고 그녀의 생생하고 정감어린 낭랑한 음성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인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철골, 그리고 엿가락처럼 휜 비상계단 난간을 보니 다시의 처참했던 상황이 상상되는 듯 찾는 이의 발걸음조차 뜸한 상태다. 천사의 목소리 엔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희생정신은 사이타마현 내 125곳의 공립 초등·증·고교 도덕 교과서에 실렸다. `천사의 목소리`란 제목의 내용은 이렇다. “미키란 이름에는 미래에 희망을 갖고 살아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엔도 미키는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은채 필사적으로 주민들의 대피를 호소했습니다” 순식간에 몰아닥친 쓰나미에 엔도는 그만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엔도의 방송으로 마을 주민 1만7천700명 중 절반 이상이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방재청 직원들은 엔도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공무원으로써 그녀가 실천한 의무와 책임은 많은 어린아이들의 귀감과 교훈이 됐으며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엔도를 통한 생명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됐다. 20대 미혼이 남기고 간 순애보 같은 인정있는 이야기 속에 고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8

신라불교에 끌려

동양인으로써 최초의 노벨상을 받은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한국을 가리켜서`동방의 등불'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면에서도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무엇보다 세계인의 경제적 도움을 받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도울 수 있는 현실에 놓이자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국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찬란한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서 세계 경제대국의 서열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한국붐이 세계 도처에서 일고 있다. 한국의 3대 효자수출품인 반도체(지금은 IT기술), 자동차, 선박제조가 많은 나라를 앞서고 있다. 특히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그리고 역사와 문화, 풍습을 알기 위하여 학문적 분야에 많은 진출을 하고 있다. 그 중 한 분야를 소개하자면 인도의 한 학자는 신라의 불교에 매력이 끌려 한국학을 36년째 연구하고 있는 석학이 있다. 인도 출신의 모한 교수는 한국학자다. 그는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사학가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재직하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의 사상·문화교류사(史)와 한국근대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젊은 시절부터 이유없이 한국문화에 빠져 한국학을 연구하면서 깊은 매력을 느껴 36년의 세월을 보냈다. 인도처럼 극내에 식민지 지배를 당한 조선의 변화 과정, 민주주의 및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을 연구하고 가르친 분이다. 그리고 신라 진흥황 시대에 인도 전륜성왕의 불교적 개념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 한 논문도 발표했다. 모한 교수의 꿈은 한국 대학교에서 정년을 끝내고 모국 인도로 가서 신라 때 인도를 여행하고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 스님의 이름을 따서 `혜초한국연구소'를 세우는 것이다. 최근 인도에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 진출했고 철강산업을 위한 세계 굴지의 공장도 진행 중이라 한다. 12억 인도인에게 한국문학과 한국사 편찬을 써 인도 대중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가 꽃핀다./손경호(수필가)

2012-06-07

웃다, 울다하는 조울증

조울증은 정신병의 하나로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와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런가 하며는 우울증은 근심이나 걱정이 있어서 명랑하지 못한 현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병은 무언가 가난하고 부족해서 생기는 병만은 아닌것 같다. 기분이 들떴다가 이내 우울해 지는 조울증으로 지난해 5만4792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는 매년 평균 6.6%씩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4년 사이에 28.8%가 증가한 것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지속되는 우울증과 달리 `감정이 격앙되는 조증과 대조적인 울증`이 그대로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의 일종이다. 조울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우울증을 앓다가 치료 후 재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조울증이 나타난다. 조울증 환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4배나 높다는 것이다. 연평균 증가율도 여성 환자가 7.3%로 남성(5.6%)에 비해 높았다. 연령별(2010년 기준)로는 전체 조울증 환자에서 40대 비중이 21.4%로 가장 높았고 30대(21.2%), 50대(17.1%) 순이었다. 20~40대에서는 우울증 보다는 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았다. 한 대학병원 정신과 과장은 “조울증은 극단적인 기분 상태 변화로 인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우울증보다 위험한 질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10대, 20대의 우울증을 앓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민간요법으로 인한 치료약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 일설로는 이러한 병의 증세가 봄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병의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먼저 진단받고 지시를 받자. /손경호(수필가)

2012-06-05

배움의 나이는

학문은 즐거움을 돕는데에, 장식용에, 그리고 능력을 기르는데에 도움이 된다. 즐거움으로서의 주효용은 혼자 한가할 때에 나타난다. 장식용으로서는 담화할 때에 나타나고 능력을 기르는 효과는 일에 대한 판단과 처리 때에 나타난다. 숙달한 사람은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개별적인 부분을 판단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학문은 번영의 장식이요, 가난의 도피처이며 노년의 양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문은 단숨에 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보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학문의 길은 멀고 끝이 없어 죽을 때까지 배워도 한이 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나이에 관계없이 만학도가 많아 사회를 밝게 하고 있다. 지난 세월의 가난했음을 한탄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평생 가지면서 다시 학문의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자주 생겨난다. 한국방송통신대학 1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아흔살의 학도가 있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책상에 커다란 돋보기와 `대학생 길라잡이`책을 꺼내놓고 진지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노 교수님은 방송대가 1972년 개교한 뒤 40년간 입학한 240만여명 가운데 최고령이라고 한다. 함께 강의를 들은 동기들은 “정말 아흔 살이세요”라며 모두가 놀라워 했다는 것이다. 그 과에는 11살 아래인 79세의 할아버지도 있었고 71세 아래인 19세의 여학생도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신기한 듯 “공부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정말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령 학생으로 배움을 접하는 그는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교재에 밑줄을 그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그 분의 과거도 파란만장했다. 온갖 가난과 어려움을 딛고 학문에 뜻을 두고 하던 직장은 뒤로 하고 역시 만학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후 초·중·고교의 교사를 거쳐 대학 교수에서 정년 퇴직을 했지만 학문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던 모양이다. 학문은 길이라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4

반도체 시장의 전쟁

세계 3위 D램(반도체-메모리)제조업체 엘피다는 1999년 NEC와 후지쓰의 D램 부분이 합쳐서 탄생했다. 이후 한국의 삼성전자·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독일 인피니온,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다 2007년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치킨게임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먼저 운전대를 돌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패자를 겁쟁이(치킨)라고 놀린데서 비롯됐다. 1960년대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상대가 손을 들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을 흔히 치킨게임이라 부른다. 엘피다가 자금난에 몰린 끝에 일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엘피다는 지난 2월에 도코증권거래소 보고를 통해 “일본 정부와 채권은행의 추가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만 업체들이 대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D랩 가격이 3분의 1로 폭락했다. 그 결과 일본의 엘피다만 피해를 입고 2년간 적자를 내고 말았다. 엘피다의 파산신청은 일단 우리의 업체에는 호재였다. 당장 생산 라인을 멈추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생산을 할 수 없어 D램 분야의 고질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능 엘피다가 현금 확보를 위한 밀어내기 출하를 해 시장이 한때 출렁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D램 산업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므로 국내 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인의 기업정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0% 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고 그것으로 인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뜨겁다. 우리의 것이 항상 최고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경쟁은 언제나 시작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1

정치 영토를 넓히며

지난해 봄부터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 사이에 정치적 개혁이 일기 시작했다. 첫 신호탄이 울린 곳이 튀니지이며 여기서 분 바람이 이집트, 시리아로, 그리고 예멘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장기 철권 통치 독재자들이 잇따라 쫓겨나고 있는 아랍에서 중도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 재단이 빠르게 그 세력을 키우고 있다. 대서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광대한 이슬람 수니파 지역에서 그 영향력이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와 이집트를 필두로 모로코와 리비아에서도 무슬림형 재단의 세력이 급팽창하고 있다. 여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을 장학하고 있는 요르단, 알제리, 바레인, 쿠웨이트, 예멘의 형재단 등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그 여파가 중동으로 서서히 옮겨오고 있는 듯 하다. 형재단은 혁명보다는 개혁을 추구하는 엄격한 신(神)의 규칙 대신 이슬람적 동질감이나 윤리를 훨씬 더 강조한다. 이들에 밀려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나 서방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슬람의 자율의 의지는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잇다. 무바라크 몰락 후 이집트에서는 후세인 탄타워장군이 이끄는 군최고 회의(SCAF)가 잠정적으로 그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6월말까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군부는 민간에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 군부와 세력을 어떻게 공유해 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의회 다수파의 무슬림형재단의 사실상의 실세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형재단의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실세의 말은 “갑자기 우리가 모든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와 IMF는 곧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으로 돼 있다.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은 앞다퉈 형재단과 교감을 함께 할 각오가 돼 있어 그 귀추가 외교가에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아랍 이슬람 온건파(무슬림 형재단)가 중동을 기점으로 정치 영토를 넓혀 가면서 여러 곳에 러브 콜을 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31

네 바퀴가 잘 굴러야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다리로 걷고 손으로 물건을 잡고 날개로 난다. 어느 것 하나만 가지고는 불편하며 특히 날개는 한쪽만 가지고 날 수가 없으며 자동차는 네 바퀴가 제대로 움직여서 진행할 수가 있다. 얼마 전 신문보도에 교권 추락으로 인한 명예퇴직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만큼 교사의 권위도 중요한 것인데 뭔가 박자가 맞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어떤 권리를 보장해 주고 학생에게 어떤 유익을 주려는 것인지 조차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차판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교단을 떠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 마음을 정한 것이다. 학생인권 조례 제정으로 교권이 바닥에 떨어져서 교사의 길이 힘들고 험난하다고 한다. 학생의 권리와 의무, 교사의 권리와 의무라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네 바퀴`가 중요하게 똑같이 중요하게 취급된 법이 제정돼야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일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일단 채워 놓고 다른 부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땜질하면 된다는 생각이 불거졌다. `학생의 권리`라는 바퀴에 공기를 잔뜩 채워 놓고 신나게 달리려는 형국이다. 사고가 나면 다치는 것은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자동차는 네 개바퀴에 공기가 균일하게 들어가서 사고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쭈구러든 바퀴 하나(학생의 권리)에만 공기를 많이 넣고는 달리라는 것이다. `네 바퀴`중 하나만 공기가 빠져도 사고는 피할 수 없이 당하고 만다. 새도 한쪽 날개만 가지고 날 수는 없다. 양 날개가 균형을 잡고 비행한다. 권리가 오른쪽 날개라면 의무는 왼쪽 날개다. 의무가 수반되지 않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며 권리없는 의무도 마찬가지다. 한쪽 날개만으로 새를 날리지 말자. 그 역시 추락하는 꼴을 목격하게 된다. 교사의 열정의 샘은 학생의 바른 언행과 태도로 채워짐을 명심하자. /손경호(수필가)

2012-05-30

한국 문화 사랑하고

재(在) 프랑스 여성 서지(書誌)학자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88세로 타계했다.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09년 암 치료를 위해 10개월 동안 귀국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한국 문화를 위해 헌신했다. 그곳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그는 1972년 이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고서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란 사실을 학술적으로 입증한 분이다. `직지심체요절`은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 앞선 것으로 증명돼 우리 인쇄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에게는 `직지 대모(代母)`라는 별칭이 생겼다. 그분은 정말 조국을 사랑했고 한국문화를 사랑했으며 일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오로지 우리의 것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셨던 학자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한국에 알렸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반역자`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국립도서관을 그만둬야 했다. 연구자로서 초창기에는 국내 학계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한국으로부터 별다른 도움 없이 프랑스 정부의 연금으로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병원 치료비가 모자라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치하해 국립묘지에 안장키로 했다는 것이다. 천 만리 이국땅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 가리라는 일념으로 각별히 애정을 쏟은 그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해야 한다. 규장각 도서들은 프랑스와 오랜 줄다리기 협상 끝에 반환이 완료됐지만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국력이 쇠약했을 때 유린당했던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은 어느 정도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외교부에서 한국 독립운동 관련 기사를 스크랩 하기도 했으며 우리 문화의 유산적 가치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업적에 지대한 공(功)이 많은 진정한 애국자의 한 사람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9

사람은 축복의 존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자서전 첫머리에 “나는 이 세상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제1의 축복”이라 했다. 이 지구상에 생명이 있는 것은 동물과 식물이며 그 가운데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정말 축복이라 할 만하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아주 많다. 지능지수도 높고 생각하는 범위와 차원도 달라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윤리학`에 보면 “행복한 사람을 고독하게 한다는 것도 아마 부조리일 것이다. 생각컨데 어떠한 사람이든 자기 혼자서만 모든 선을 소유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타인과 어불어 사는 것을 그 본성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 “살아 있으면서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것이 셋이 있다. 첫째로 남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잇는 인간, 둘째로 아내에게 지배돼 살아가고 있는 인간, 셋째 항상 몸에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 했다. 사상가 파스칼도 “사람은 오직 세가지 부류가 있을 따름이다. 하나는 신을 찾고 그 신께 봉사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신을 찾을 수도 없고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혜도 없고 또 행복하지도 않다. 셋째 신을 찾아낼 능력은 있으나 찾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지혜가 있을지 몰라도 아직 행복하지는 않다.”그렇다고 세상이 야속하다고 매일 원망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그대를 찾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가지는 희망은 튼튼한 지팡이이며 인내는 여행의 옷이며 인간은 이 둘을 갖고 현세와 무덤을 지나 영원으로 걸음을 옮긴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은 언뜻 보아 미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으나 사실은 과거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언제나 그 뜻과 정을 과거에 두며 산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5

지혜는 미덕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혜롭고 슬기를 얻는 자라고 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느끼는 것은 지혜는 의견에서 드러나고 교양은 말투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잠언서에 보면 “지혜를 붙잡는 자에게는 생명의 나무가 되고 지혜를 잡는 사람에게는 행복을 준다”는 말을 남겼다. 지혜와 슬기는 같은 말로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재능을 가리킨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바라는 소원 중 하나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우냐에 대한 많은 답을 기다리면서 산다. 물론 이것 저것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도를 지키며 바르게 사는 것이라는 답도 있긴 하다. 지혜를 갖는 것은 최대의 덕이다. 지혜란 사물의 본성에 따라서 이해하고 진실을 말하고 그러고는 행하는 것이라 해 경험과도 관계가 돼 지혜는 `경험의 딸'이란 말도 있다. 때로는 지혜는 지식을 능가하며 부는 그쪽에서 찾아오는 일이 있지만 지혜는 저쪽에서 다가가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는 지식이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는 그의 저서 `싯다르타'에서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지혜를 발견할 수 있고 지혜롭게 살 수도 있다. 지혜에 몸을 의탁할 수 있고 그것에 의해 기적을 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혜를 말해 주거나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한다. 사람이 신앙을 가지고 사물의 판단을 명확하게 하고 바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경험을 쌓고 이치에 맞는 참된 말을 이행하는 자는 지혜의 근본을 갖춘 사람이라 인정하지만 지혜는 구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구별하는 지식이기도 한다. 미련한 사람은 화를 있는 대로 다 터뜨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화를 가만히 가라앉힌다. 때로는 나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참고 기다리는 미덕이라서 본인의 교육과 수양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지혜는 진리속에만 존재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4

복지는 돈과 일자리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의 760만명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라 한다. 이들은 실업자에도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라 한다. 그렇지만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잇는 제반 환경 및 적합한 일자리가 있다면 언제든 일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에겐 직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여건 속에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제반 형편을 조화있게 꾸려주는 것이 복지의 시작이다. 신규 노동력의 취업을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지원해야할 여성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조건이 문제이므로 조건에 맞는 환경이라면 일자리 일선에 나갈 준비는 항상 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 등을 위한 경제활동촉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해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했다. 여성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지 못한 이유가 육아문제이고 청년 실업자들이 취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물론 어렵고 힘들고 더럽다는 핑계도 있지만 취업에 대한 장래성의 결여와 부족이 더 큰 이유이다. 특히 젊은 주부들을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과 취업지원을 하는 곳이 있지만 지금의 가정적 요소나 사회적 환경이 그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도 여성가족부는 13만 명 이상의 여성 일자리를 만들고자 계획 중이라 한다. 취업한 여성들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이 취업 후에도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와 가정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 국가는 복지정책에 예산도 없으면서 환상에 젖어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온통 복지로 해결하려는 사치성 정책들이 결국은 부메랑이 돼 국민에게 빚으로 돌아온다. 뻔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3

종교는 생활에서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한국은 종교의 천국`이라 한다. 국가에서 정한 국교(나라의 종교)도 없는 무슨 종교를 믿던 자유이다.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정의)도 많다. 모든 종교는 도덕을 그 전제로 한다. 종교는 본보기에 의해서 계속 타고 있는 불이다. 남에게 전하지 않으면 꺼져 버리고 만다. 종교는 인간 도야의 근본이며 생활의 부패를 막는 향료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人民)의 아편이라 했고 종교는 부정과 결탁해 대중의 자연스런 소망을 멸시하도록 가르치는 것으로 무신론보다 나쁘다고 했다. 그래서 종교의 상위는 정책의 상위보다 더 많은 투쟁을 야기시키는 것이라 한다. 또한 종교의 본질은 사유도 행위도 아니고 직관과 감정인 것이다. 종교는 나라와 지역, 그리고 집단에 의해서 그 종파도 다양하다. 크게 말하는 기독교에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있다. 천주교에서 바오로, 갈멜, 복자 등으로 구분이 되고 개신교는 종파가 더 많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등이 있고 장로교 안에도 예수교 장로회(예장)와 기독교장로회(기장)이 있으며 예장에서도 합동과 통합이 있고 기장에서도 몇가지 갈라지는 파가 있는 것 같다. 불교에도 조계종, 화엄종, 법화종, 진각종, 천태종, 태고종 등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믿던 어떤 것을 믿던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의 자유다. 신학자 로이드는 그의 저서 `혼돈에서`“인간의 요구 중에서 가장 뿌리 깊은 요구 중의 하나가 자기의 한계를 넘어 허무한 가사내존재(可死內存在) 보다도 더 크고 영속적인 생활에 참여하겠다는 욕구다. 그러므로 모든 종교는 자기 초월의 수단이다. 종교적 체험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특징은 최대의 의식이다”고 했다. 인간은 종교 때문에 논쟁을 벌이고 글도 쓰며 전쟁도 불사하고 목숨을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종교 때문에 살지는 않는다. 종교가 생활속에 파고 들면 사람은 변한다. 이렇게 돼야 신자와 비신자의 구별이 되는 것이지 신앙 따로, 생활 따로면 무의미한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2

인품(人品)은 언행에서

인품(人品)이란 사람의 인격이나 품위를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격을 중요시하며 재능은 없어도 인품은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철학자 칸트는 “인격은 자각할 줄 알고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이성적 존재자이기 때문에 인격을 언제나 목적으로 다루지 절대로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인격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교육과 교양, 그리고 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쌓아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격이란 인간의 내용이 외적으로 표시되는 것으로 훌륭한 사상은 역시 훌륭한 인격에 담긴다. 작은 그릇에는 작은 음식밖에 담기지 않듯이 인격이 작고서는 큰 사상이 담길 도리가 없다. 작으나 크나 어떤 사상이란 그사람의 인격을 토대로 세워진 하나의 건축이다. 일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니까,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또 시키지 않음은 그 아이들로 하여금 장래에 있어서 약탈할 준비를 시키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일이라고 탈무드는 말한다. 시인 괴테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들의 최고의 행복은 인격”이라고 했다. 정치가나 군대나 스포츠에는 지도자가 있다. 그들의 지휘 능력을 분석해 보면 덕스러운 덕장(德將)이 있고 용감한 용장이 있으며 용맹스러운 용장도 있으며 지혜로운 지장도 있다. 모두가 인품과 인격의 자질에 따라 그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미칠 수 있는 모든 영향을 그 인격의 힘으로 남에게 미치는 것이다. 인격이란 말 뒤에는 그 관념의 막연한 성격이 숨어져 있다. 그 말은 육체와 같은 어떤 사실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인간 존재는 창작가들이 요지부동하게 고정시켜 놓은 작품상의 인물과는 다르다. 바깥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부분은 죽어 있는 부분이다. 인품은 바뀔 수 없다. 용모와 언행에서 나타나며 그것은 오랜 시간에서 풍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1

숭늉 맛이 그리우면

과거 넉넉하지 못하던 시대에는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 것이 바로 숭늉이다. 숭늉은 밥을 푼 솥에 물을 부어 끓인 것으로 맛이 구수하고 소화도 잘되는 밥물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다.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커피가 아예 국민음료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국민음료는 숭늉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꽃피운 차(茶)문화가 한국에 없는 것은 숭늉 때문이다. 지금은 식사 후 디저트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과일을 먹지만 예전에는 숭늉을 마셔야 식사를 끝낸 것으로 여겼다. 숭늉을 마시지 않으면 속이 매스껍고 더부럭하다며 먹은 음식마저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한국인이 숭늉을 마신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12세기 초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갔던 서긍이라는 사람이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썼는데 여기서 고려사람들이 숭늉을 갖고 다니면서 마신다며 신기하게 여겼다. 고려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물그릇은 숭늉그릇이다. 나라의 관리나 귀족들은 언제나 시중드는 사람을 시켜 숭늉그릇을 들고 따라다니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숭늉을 마셨으니 요즘 사람들이 카페인에 인이 박힌 것처럼 옛날 선조들은 아마 숭늉에 중독이 됐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사신으로 중국을 갔던 사람들이 현지에서 숭늉을 마시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 기록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청나라를 다녀온 김창업은 `연행일기`에서 식사후 숭늉을 구해 마시고 속이 편했다는 기록도 있다. 숭늉은 음료수 뿐만 아니라 소화제 역할도 한다. 신토불이란 말처럼 한식을 먹고 난 뒤에는 우리 음식과 맞는 숭늉 한 그릇이 뒷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약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랜 세월 숭늉을 고집하며 살았고 후손인 우리는 커피에 더 길들여져 있다. 세월이 변하니 입맛도 거기에 맞춰 변하고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5-18

하산(下山) 하는 법

요즘 우리 국민은 산을 좋아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운동삼아 또는 취미삼아 산을 오르기를 좋아한다. 여름이 더운 계절이라고 해서 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면 골짜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의 맛은 정말 만끽하기에 좋은 기분이고 산 정상에 다다르는 정복의 쾌감은 경험하지 않고는 느끼지 못할 최상의 상쾌감이 산이 인간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부주의 탓에 산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인간을 괴롭힌다. 산에서 주로 생겨나는 사고의 대부분은 산을 오를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산할 때 생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방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도 이와 비슷하다.재산이 늘고 사업이 번창할 때는 힘이 솟고 모든 것이 순풍에 돛단듯이 잘 나가지만 한번 가세가 기울어져서 내리막을 만나면 각종 악재가 겹치고 설상가상이란 말처럼 나쁜 일만 생기게 되어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잃게 된다. 그래서 산을 타는 요령을 배울 때 반드시 하산의 주의사항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세계 각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본은 동북아 지진 이후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사회적 혼란이 겹쳐 심히 어려운 사정에 헤매고 있다. 알뜰하고 근면하고 검소한 일본사회에`하산하는 법`이란 책자가 출판되어 많은 관심을 갖고 다시 일어서려는 일본인의 가슴에 교과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책의 저자는 “일본이 이미 오래전에 하산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신랄하게 비평하고 있다.사업이나 스포츠나 항상 방심할 때 상대방의 습격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책과 예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그것이 곧 하산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말 귀중한 교훈이다. 적은 반드시 그것을 노린다./손경호(수필가)

2012-05-17

내려놓기 연습

우리나라 정치적 구도에 있어서 권력의 표상이라고 불리우는 자리는 대통령·국무총리, 국회의원, 장관 그리고 사법부, 행정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소위 권력의 자리라 해서 권좌(權座)라 한다. 옛날부터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속담 가운데 “상놈이 말타면 종을 앞세우고 싶다”는 말이 있다. 넓게 말하면 권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이다. 그 많은 권력의 자리에는 기한이 있는 것도 있고 기한이 없는 자리도 있다. 가장 쉬운 것으로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고 대통령은 5년이다. 그 중 국회의원이 되면 4년간 신분이 거의 보장되고 200여 가지의 특권이 따라 붙는다. 세비로 통칭되는 연봉이 1억1300만원이고 세금으로 운전사를 포함한 보좌진 6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KTX 등 국유 철도, 선박, 항공기를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떼면 65세부터 품위 유지비라 하여 매달 120만원의 지원금도 종신 받는다고 했다. 정말 좋은 자리이고 높은 자리이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다 이런 까닭이다. 과연 그들은 국민들을 위하고 지역구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힘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런 말을 남겨 더욱 유명해 졌다. “가마를 탈 때 가마 메고가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라”고 했다. 선거철이 되면 지역구에 내려와서 오로지 주민만을 위하고 바라는 국회의원이 되어 지역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가려운 곳을 잘 긁어 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당선되면 서울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도 더러 생겨서 인물난에 허덕인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 `내려놓기`훈련이 필요하다. 수많은 특혜를 내려놓고 진정한 지역의 대표로 활동할 수는 없을까? 외국을 갈 때 출국수속은 공항측에서 해주고 보안검색은 약식으로 하고 귀빈실을 이용하게 되니 서민의 생활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내버스요금, 연탄 한 장 얼만지 그들은 모르고 있는데…. /손경호(수필가)

2012-05-16

학생이 행복한 교육

교육에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있다. 넓게 말하면 교육자는 교사이고, 피교육자는 학생이다. 여기에 학부모까지 포함되어 교육의 삼각을 이루고 있다.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염원과 공약은 국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런데 교육정책에는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교육자는 드물다. 5월은 싱그러운 달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축하하고 감사할 행복한 날들도 많다. 그런데 정작 우리 청소년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교육 성취도 항목에 있어서는 최상위를 기록한 한국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고 표현한 사실은 교육자로서 책임과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교육이론으로도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은 바른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인재대국의 일류국가를 위해 교육현장의 혁신을 중단해서는 안되지만 출발선의 불평등에서부터 경쟁체제에 희생되는 학생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이런 글귀가 있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에 끌려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덕행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감동하여 그를 본받고 따른다. 스승의 영향이 이와 같은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교단에 서게 된다. 그러나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쳤다해도 그 성과는 학생의 변화를 통해서 입증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는 행동으로부터 시작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행복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학창생활을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 남이 나를 알아준다는 사이에서 교사와 학생들 간에 아름다운 인간적 관계가 형성된다. 말없이 본이 되는 교사가 되자. /손경호(수필가)

2012-05-15

복지강국인 나라에도…

필자는 세상의 40여개 나라, 150 도시를 다니며 그 나라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 적이 있다. 러시아, 북한,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도 다녀왔으며 남미, 아프리카, 북유럽 4개국도 구경했다. 공통점은 세상 어딜 가도 거지와 노숙자는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제1이라는 미국에도 가면 정거장 대합실이나 공원, 그리고 지하철에 가면 알코올 중독성 유랑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며 행인을 상대로 구걸하며 사는 족속이 눈에 많이 띈다. 얼마 전 복지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에서 생긴 일이다. 일본 수도권 아파트에서 60대 부부와 30대 아들이 오랜 굶주림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가족이 숨진 것은 2개월이나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 달러를 오르내리는 일본에서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립사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 신문 등에 의하면 발견 당시 세 사람은 앙상하게 야윈 상태라 한다. 집 안에는 먹을 거리가 전혀 없었고 방 한편에는 물이 담긴 페트병이 놓여 있어 물로 끼니를 대신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집 안에서 발견된 돈은 1엔(약 10원)짜리 동전 몇 개가 전부였으며 전기와 가스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경찰 당국은 이니 가족이 굶주려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활 궁핍으로 가족이 굶어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생활보호자에게 비교적 넉넉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에서 이처럼 아사자가 생기자 빈곤층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사실이다. 오랜 경제침체 여파로 생계 곤란자의 계층과 성격이 다양해 지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 곤궁자들도 늘고 있다는 것. 일본 내 복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회 약자로 여겨 왔지만 현재의 일본은 오랜 불황으로 젊은 사람조차 취직을 못해 생활 궁핍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14

빚에 허덕였던 시절

우리 국민 누구나가 학창시절에 학교 저축을 한 경험을 다 가지고 있다.매달 우체국 직원이 와서 일정액을 저축을 하고 3년에서 6년 기다렸다 졸업할 시에 한꺼번에 인출받는 제도였다. 여기에도 빈부의 차가 생겨 적게 낸 학생과 많이 낸 학생의 차이가 엄청났으며 졸업시에는 목돈이 돼 상급학교 진학하는데 보탬이 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월에 모두가 근검·절약해 이를 몸소 실천하시던 부모님을 보며 자랐다. 보릿고개라는 시절도 경험했고 금년 농사의 일부는 작년에 진 빚으로 얼마 갚고 나면 역시 빚은 계속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잘 살겠다는 일념으로 그분들이 흘린 땀과 노력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한 병원의 병원장께서 토로한 말씀 가운데 이웃에서는 사업에 실패해 가산을 탕진한 사람에게 빚잔치 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너무나 처절한 상황이라 어린 마음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교육수준도 높고 국민의식도 상당한 괘도에 올라섰는데도 빚은 여전히 삶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니 카드 빚이 젊은이들의 목을 조으고 있다. 길을 닦고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국책사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사치성 사업인 탓에 주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건물들은 너무 호화롭게 건축되고 일년에 겨우 몇 차례 사용하는 경기장이 필요한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것을 운용하는 경비가 모두 소모적인 것으로 여긴다. 걸어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녹색성장에 보탬이 된다면서 자전거타기를 권장하지만 기관장들이 이용하는 차량은 꼭 고급대형차여야 하는지 모두가 궁금하기만 하다. 솔선 수범하는 지도자가 있어 가난을 이겨냈던 시절의 그리움을 다시 되찾고 싶을 때가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