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애에 이룩한 역사적인 삶은 영원히 변치 않고 항상 우리 곁에 남아 존재한다. 정휴 스님은“눈앞에 보이는 일초일목(一草一木)이 그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들리는 새소리 또한 스님의 본분이 아닐 수 없다”고 떠나가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 그는 다른 선사들처럼 단번에 깨달은 것만이 옳은 법이고, 깨달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닦는 것은 그릇된 법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깨달음과 닦음의 대상은 곧 자기 자신과 중생이라고 항상 판단했던 분이시다. 법정 스님은 누구보다 자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형성할 줄 알았고 자유를 통해서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수행자들처럼 자신이 이룩한 깨달음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았고 집착의 삶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인생은 어떤 목표나 완성이 아니고 끝없는 실험이요 시도”라고 고백한 인간적인 수행자였다. 인간은 새로운 질서와 삶을 구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삶에는 인간적인 향기도 있고 아울러 털어내지 못한 인간적인 고뇌도 있다. 그 고뇌를 통해 자유로워지려는 정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수행 가치가 오늘날 평가를 받는 것이다. 또 그는 자기 완성의 정진을 언제나 벗어남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정휴 스님의 추도사에서 그가 남긴 의복을 보면 버리고 떠남, 그리고 내려놓음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인간적인 허물은 다 소멸되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