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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의 희생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7-09 19:50 게재일 2012-07-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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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통학버스 기사인 쉰셋의 김영인씨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광주시에서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였다. 김씨는 동네 슈퍼마켓을 꾸리다 장사가 안돼 그만두고 1년 전 관광버스회사에 들어갔다. 회사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운행한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한 달에 150만원 쯤 받는 월급쟁이다. 지난해 김씨는 평소에 다니던 학교와 다른 여학교 학생들을 임시로 실어 나르려고 학교앞 비탈진 길가에 버스를 세웠다. 그는 차밖에 나와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다. 25인승 버스는 여덟번째 학생이 탈 즈음 핸드브레이크가 풀린 듯 비탈길을 따라 교문 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버스에 가속도가 붙으면 10여m 아래 교문 앞에 있던 학생 스무명을 덮칠 위기였다. 그 순간 기사 김씨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 버스를 몸으로 버텨 막듯 하며 학생들에게 “빨리 옆으로 피하라”고 외쳤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교문 앞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김씨의 외침을 듣고 몸을 피해 두 명만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김씨는 버스에 깔려 숨졌다. 김씨 스스로도 맨몸으로 25인승 버스를 멈춰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움직이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게 만든 것은 친딸 같은 학생들이었다. 그 순간 김씨에겐 `내딸`과 `네딸`을 가르는 울타리가 사라졌을 것이다. 김씨의 죽음에서 사람의 울타리 없는 본디 마음을 본다. 김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면 `조심해서 잘가`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 김씨는 스스로의 몸을 던지면서 보여준 사랑의 힘에 많은 사람이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 그는 한 줌 재가 되어 한많은 세상을 등지고 저승으로 갔다. 우리 주변에서 살신성인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모든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한다. 사람의 목숨은 다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남을 위해 희생한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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