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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할머니의 교훈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29 20:02 게재일 2012-06-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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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정 할머니는 그가 지금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노령연금이 전부라 한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 산자락의 단칸방에서 살면서 염소를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한 78세의 자식도 없는 혼자사는 노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라 도움 안받고 내 힘으로 살다 가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정 할머니는 여든이 가까운 세월, 국가로부터 받은게 별로 없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 그 흔한 교육혜택도 한 푼 받지 않았다. 병원에도 자주 가지 않아 의료복지 혜택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는 혼자 힘으로 살아왔고 염소를 키워 돈마저 남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생활비라고는 전무다. 직접 재해한 채소와 산에서 캔 나물 반찬으로 끼니를 이어가며 염소 사육한 것이 할머니의 일과이다. 정 할머니는 “나는 아직 혼자서 염소를 키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니까 내 힘이 닿는데까지 그동안 하던대로 생활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죽을 때 혹시 돈 남으면 그때 가서 또 기부하면 되지”라 한다. “노인정에 가서 놀고 온천이니 바닷가니 하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곳 다니는 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나는 염소 돌보는 것이 좋아. 나만 보고 사는 짐승인데 멀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 할머니는 복지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분이다. 그 개념은 비록 알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복지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신 분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는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의 말만 믿고 산다면`요람에서 무덤까지`국가가 나를 평생 책임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모든 걸 나라가 해결해 주는 `이상적 복지`는 있을 수 없다. 정 할머니는 하나뿐인 어린 딸이 죽고 홀로 어렵게 살아온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손 벌리기 앞서 스스로 부딪히고 의식주를 해결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가난속에서도 언제나 여유를 가지고 더 오래 살면 남은 재산 모두를 기부하겠다는 일념의 각오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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